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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수닐 굽타 교수: 디지털 전략의 본격적 가동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으론 정답 못 찾아
아마존은 항상 ‘고객의 통점’에서 출발했다

고승연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제 기술 혁신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와 시장의 기술 수용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기업들, 특히 큰 기업들은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유지/강화하면서도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해 디지털 대전환기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마존, US푸즈, 베스트바이 등의 기업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제대로 비즈니스를 전환했고 성공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어떤 경우에는 매우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속해 있음에도 디지털 전환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1) 비즈니스 영역과 경쟁 우위를 재정의해보라.
2) 가치를 잡아내고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라.
3) 고객의 통점에서 출발해 역발상으로 접근하라.
4) 제품을 서비스화하는 전환을 시도하라.


들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급변하고 있나?
1. 어떤 기술이 우리를 바꾸고 있나?
10년 동안 수많은 기업을 자문하고 연구하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 있다. 우리 모두는 시장에서 소비자이고, 우리는 모두 기술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게 2007년인데 그 이후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어떤 변화 속에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150개 넘는 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시대에 기업은 어떤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논의해보자.

우리는 모두 기술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술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사례로 최근 상용화된 ‘알약’ 하나를 말씀드리겠다. 만약 누군가 소화불량이어서 이런 기술이 실제 사용되는 병원을 찾는다면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주 신기한 약을 처방해줄 것이다. 일종의 전자 알약으로 약 안에 있는 칩이 위산에 녹아 센서가 반응하고 스마트폰으로 수집된 자료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에게 보낼 수 있다. 의사는 이를 통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굉장히 신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이미 상용화가 시작된 기술이다. 두 번째 사례는 ‘인공 눈’이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의 각막에 칩을 넣으면 환자 앞에 있는 이미지를 뇌세포에 전달해 주는 기술이 나왔다. 최근 영국에서 최초의 수술이 이뤄졌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3D프린터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몇 년 전 이미 하버드의대 교수들이 3D프린터로 인간 정맥을 만들어 수술했다. 이렇게 발전하면 3D프린팅으로 인간 장기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나중에는 ‘개인 맞춤형 심장’을 갖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2.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기술을 수용하고 있나?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우리 소비자들이 그만큼 빨리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예전에는 기술이 우리의 삶에 들어 온 뒤 우리가 그걸 수용하는 데까지 엄청나게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전화는 1876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다. 1억5000만 명이 쓰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무려 89년이다. 다른 것들은 어떨까. 1억5000만 명이라는 상징적 사용자 수에 도달하는 시간을 살펴보자. 흑백 TV는 좀 더 빨라져서 1928년에 나와 그 인원이 쓰기까지 38년이 소요됐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억하는 분들 있나. 가방만 한 크기였다. 그게 14년 걸렸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기기는 모두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술 채택과 수용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놀라운 기술 발전과 빨라진 기술 수용 속도가 기업들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분의 전략은 변화하고 있는가? 지금 이에 대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3.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방법들
기업들을 자문하면서 앞서 제시한 질문들을 던지면 경영자들의 답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려 한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지점 문을 닫고 모바일 뱅킹으로 간다는 얘기다. 분명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략일 거다. 비용을 더 줄일 수 있고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만 하면 당연히 안 된다. 바로 다른 기업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좀 더 나은 은행을 만들어봤자 알리바바와 같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들이 더 나은 경쟁력으로 그 금융기관과 경쟁하게 될 거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다.



같은 질문을 듣고 어떤 기업인들은 ‘기술 자체가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에,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겠다’는 답변을 한다. 물론 ‘실험’은 좋다. 하지만 큰 기업에서 사업부, 지사장, 큰 부서장들이 수백 건의 실험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나. 독일 기업 헨켈 회장이 회사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점검한 적이 있었다. 200개 넘는 프로젝트와 실험을 점검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각자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가 최고다’ ‘우리 실험이 제일이다’라고 하지만 실제 결실을 내거나 진전을 보이는 게 없었다.

마지막 부류는 ‘대기업은 혁신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기업 내 관료주의 때문이다. 그래서 별도의 부서를 만들고 가장 스마트한 직원을 고용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보낸다’라고 답변하는 경영진이다. 이렇게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각국 대기업에서 보낸 무수히 많은 ‘작은 팀’이 존재한다. GE, 월마트 다 지사를 만들어 연구나 혁신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정신을 통해 뭔가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썩 성과가 좋지 않다. 대기업은 ‘큰 배’와 같다. 작은 부서를 캘리포니아로 보내는 건 속도가 빠른 ‘스피드 보트’를 띄워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 그런 민첩한 스피드 보트 몇 대를 띄워 보낸다고 대형 선박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다. 스피드 보트만으로는 안 된다. 대형 선박이 실제로 움직여야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비즈니스 전략,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수립하라!
1. 가장 중요한 질문: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까지 기업들이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다. 그런데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 기업의 핵심 역량은 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속한 기업이 스타트업이라면 좀 다르지만 대기업에 있다면 분명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도 있고, 브랜드도 힘이 있고, 고객도 자원도 있다. 이걸 혁신한다고 싹 다 버리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핵심 역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화하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들 미래를 두려워하는데, 당연히 지금의 모습과 경영 환경이나 소비자들 취향과 소비패턴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다가올 미래와 현재 가진 핵심 역량 사이에는 분명 갭이 존재할 수 있는데, 그 갭을 인식하고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핵심 역량은 비행기의 엔진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난기류를 만났다고 엔진을 끄면 그냥 추락해버리고 만다. 이걸 염두에 두고 다음 네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그림 1) 첫째, 비즈니스 전략을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수립해야 한다.(Reimagine Your Business) 둘째, 운영과 가치사슬 전반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Reevaluate Your Value Chain) 셋째, 소비자와 연결하고 고객의 참여를 혁신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Reconnect with Your Customers) 넷째, 조직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세우고 운영해야 한다.(Rebuild Your Organization) 이 자리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이 강연의 주제인 ‘상상’과 관련된 문제, 즉 ‘비즈니스 전략을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수립하는 것’에 대해 집중해 얘기해볼까 한다.



2. 아마존,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는 모르는…
아마존은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일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존을 연구하기도 하고 케이스 스터디를 하기도 하지만 또한 열렬한 사용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말 아마존의 비즈니스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아마존의 비즈니스는 기존의 프레임워크로 쉽게 분류되고 분석될 수 있을까? 아마존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인 어떤 것이다’라는 명쾌한 결론은 얻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으로 처음 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이 기업은 세 가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첫째는 편의성. 차를 타고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잠옷 입고 책상에 앉아서 클릭만 하면 되는 편리함이다. 두 번째는 다양성. 아주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물리적으로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많은 구색을 갖출 수 있다. 세 번째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고정비용이 없기에 싸게 공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한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만들었다. 제3자가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서 물건을 팔면 아마존은 별다른 노력 없이 제품군의 다양성을 갖게 된다. 안 팔리면 아마존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손해다. 어쨌든 사람들이 몰려와서 물건을 팔고 구매자는 자기가 찾기 어려워하던 물건을 찾아 구입하면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좋은 고객경험을 하고, 팔기 어렵던 물건을 판 사람도 만족해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플라이휠 효과(flywheel)’1 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월마트보다 아마존이 큰 매장이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여러 서적과 아티클,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마존이 AWS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한다는 건 알지만 그걸 애초에 왜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겠다.

아마존은 분명 유통기업이었다. 월마트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나? 아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제 월마트가 아닌 MS나 IBM과 경쟁하고 있다. 처음에 이런 구상을 아마존이 내놨을 때 많은 경영전문가가 반대했다. ‘핵심 역량’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는 그 경영전문가들이 틀렸다.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아마존의 중요한 핵심 역량의 한 부분이었다. 애초에 AWS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된 건 아까 말했던 ‘플라이휠 효과’를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원활하게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표준화된 서버와 플랫폼을 제공하다 보니 ‘이것 자체로 비즈니스가 된다’고 깨달았던 것이다. 즉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새로운 사업 기회가 발견됐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이 ‘발상의 전환’과 ‘상상력’이다. 아마존은 킨들 사업을 전개한다. 제조업체가 된 것이다. 이건 핵심 역량과 무관한 것이었을까? 아시다시피 무관한 게 아니었다. 전자책을 보는 디바이스인 킨들은 ‘면도기’다. 면도기 업체들이 면도기를 싸게 팔고 소모품인 날을 비싸게 팔 듯 킨들을 저렴하게 공급해서 그 킨들을 통해 계속 전자책을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존은 또 뭘 했을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AWS, 즉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이 있고 자원이 있으니 가능했다. 심지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한 이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재미를 제공해 그 서비스로부터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마존은 또 전화기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이자 비서인 알렉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아마존이 한 비즈니스를 정리해 보자.(그림 2) 정말 온갖 산업군의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마존이 비관련 영역에 무리하게 확장을 해서 한 게 아니다. 다 자신의 핵심 역량 안에서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성공시켜왔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첫째, 업계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경영학 프레임워크나 산업 분류법으로는 분석이 안 된다. 아마존은 유통업체인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가, 아니면 영화 제작사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특정해서 ‘어떤 업(業)에 속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게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다. 두 번째 교훈은 ‘전략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거다. 그동안 경영학에서 가르쳐왔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방법론’으로는 이 시대에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인지하고 활용하면서 유연하게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심지어 대출도 한다. 자신의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중소기업들에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줘 그들이 계속 아마존에서 활동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돕는다. 그렇게 쌓인 구매 데이터와 수수료 등은 모두 아마존의 것이 된다. 이렇다 보니 구글과도 경쟁을 하게 된다. 많은 이가 아마존을 검색 엔진으로 활용한다. 구글보다 아마존이 나은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곧바로 구매를 할 수 있다는 건데 이것은 아마존 입장에서도 대단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뭘 사고 싶어 하는지까지는 알지만 실제 무엇을 구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존은 무엇을 비교해서 결국 무엇을 샀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아마존은 자신의 기존 핵심 역량을 지렛대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개척하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 소매점에서 시작해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했고 이를 토대로 다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마켓플레이스의 데이터는 아마존을 구글과 경쟁하는 검색 엔진으로 만들어줬고 구글 이상의 광고 플랫폼이 되도록 했다. 이런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무인 매장까지 만들어졌다. 아마존만 그럴까. 알리바바그룹도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결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서비스를 만들다가 ‘부를 관리하는(wealth management)’ 비즈니스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전략의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그림 3)



3. 전통적 산업군의 기업들에서 배우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이번엔 US푸즈 (US Foods)라는 식자재 공급 업체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많은 경영자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우리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라 전환이 어렵고 새로운 전략을 짤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식자재 공급업만큼 또 전통적인 게 어디 있나. 그런데 이 회사는 이 시대에 맞는 전략을 짰다. 자신들이 식자재를 공급하는 레스토랑들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메뉴가 수익성이 높은지 알려주고 음식물 쓰레기와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는 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시대니까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자신들의 핵심 역량에 기반해 실행했다. (그림 4)



베스트바이는 어떤가.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아마존 때문에 망했다’고 울부짖던 기업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큰 매장과 직원을 운영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을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 아마존만큼 다양한 구색을 갖출 수도 없다. 그래서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는 직원’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려고도 했지만 그래도 그냥 아마존의 ‘쇼룸’이 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베스트바이에서 친절한 직원으로부터 카푸치노를 얻어 마시고 설명을 듣고는 결제는 아마존에서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베스트바이는 이때쯤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우리가 내일 사라졌을 때 가장 슬퍼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기에서 답을 얻었다. ‘베스트 바이가 사라져도 삼성이나 LG는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체험할 매장이 여전히 필요하기에 스스로 매장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이 우리의 고객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전략을 내세운 덕에 현재는 베스트바이 실적이 좋은 편이다. (그림 5) B2C는 어차피 온라인 유통을 이길 수 없으니 B2B로 나갔던 거다.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가전회사와 계약을 했다. 디지털 시대의 가전/전자제품 회사가 갖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해보고 물건 구매를 결정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소비자와의 접점, 경험 현장으로서 베스트바이 매장을 제공한 것이다. 즉, 삼성이나 LG가 직접 자신들의 물건을 놓고 고객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베스트바이 매장 내에 떼어서 제공했고 여기서 수익 모델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하버드경영대학원 제자들이 만든, 이제는 많이 알려진 스타트업 ‘렌트 더 런웨이’ 얘기도 할까 한다. 파티에 가기 위해 하루만 입기 위해 비싼 드레스를 사는 게 아니라 빌릴 수 있게 한다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는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옷을 보고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드레스계의 넷플릭스’를 구현한다는 게 창업자들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바로 이런 방식의 모델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전통 산업이다’ ‘오래된 비즈니스다’라는 게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전략 수립을 방해하는 핑계는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나가며: 영원한 법칙. 고객의 ‘통점(pain point)’을 파악하라!

창의성을 발휘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디지털 시대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법을 정리해보자.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주유소를 떠올려보라.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주유소는 늘 똑같은 형태로 존재해왔다.(그림 6)



그런데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면 주유소 유류 저장공간을 위해 확보해 놓은 면적의 상당 부분이 불필요해진다. ‘주유소의 미래는 무엇일까’라고 하면 다들 그 ‘공간’에 집착해 ‘주유소 내에 슈퍼마켓을 만든다’ ‘주유소 내에 레스토랑을 낸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바로 당신이 주유소 갈 때를 떠올려보라. 혹시 ‘주유소 가는 게 즐겁다’고 생각한 분이 있나? 아마 아무도 없을 거다.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바로 여기가 ‘통점’이다. 전기차로 넘어가더라도 어느 시점까지는 기름으로 가는 차가 계속 남아 있을 거다. 여기에서 ‘우리가 기름 또는 배터리를 갖고 찾아가서 주유 혹은 충전해주겠다’는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다.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다. 매장 고정비가 없어지니까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고 똑같은 돈을 받아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이처럼 ‘주유소 비즈니스’ 같은 아주 전통적인 업이라 하더라도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짜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중심에 고객의 통점을 둬야 한다는 거다.

몇 가지 제언으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비즈니스를 재발명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 원칙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말씀드린 ‘놀라운 기술 혁신과 소비자의 수용 속도’,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본 비즈니스 경계의 파괴와 몇몇 혁신적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 영역과 경쟁우위를 재정의해보라.
둘째, 가치를 잡아내고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라.
셋째, 고객의 통점에서 출발해 역발상으로 접근하라.
넷째, 제품을 서비스화하는 ‘전환’을 시도하라.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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