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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핸드메이드 작품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스’의 성장 전략

작가-소비자 잇는 창작 마켓
재구매율 80%가 말하는 ‘스토리의 힘’

김성모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스는 창업한 지 5년도 채 안 돼 핸드메이드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했다. 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하던 업체들이 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았다. 아이디어스는 최저가와 빠른 배송을 앞세우는 이커머스의 등장과 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 속에서도 급성장했다. 아이디어스가 빠른 시간 내에 작가들을 섭외하고 많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 비결을 3가지로 정리해봤다.
1. 내부 심사를 거쳐 실력 있는 작가들만 입점을 허용했다. 입점 후에는 댓글, 평점 등의 고객 평가로 핸드메이드 제품의 품질을 관리했다.
2. 가방, 문구, 액세서리에서 의류, 가구, 식품 등으로 취급 분야를 넓혀 많은 고객을 유입시켰다.
3. 플랫폼에 스토리, 1대1 대화 등 소통 창구를 마련해 작가와 고객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고객들 사이에서 ‘팬덤’이 형성됐고 이는 재구매로 이어졌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승빈(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사례 1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을 2016년 말 곽예주·곽예은 자매도 떠올렸다. 당시 금속공예를 전공한 언니(곽예은)는 보석 관련 회사에서, 영상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동생은 영상 제작 관련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둘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메이드와이’라는 업체를 차리고, 평소 좋아하던 액세서리 제작을 시작했다. 탄생석으로 반지 등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기대했던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품을 팔았는데,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자매는 재료 구입과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이미 월급을 모두 쏟아부은 상태였다. SNS 홍보를 해주겠다며 접근한 업체 중 두 곳에 총 1000만 원을 썼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월평균 수입이 200만∼300만 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음 해 아이디어스를 알게 됐고, 심사를 거쳐 입점에 성공했다. 이후 월평균 매출은 3000만∼4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사례 2 경북 칠곡에서 과일청을 만들어 파는 ‘규린이네수제과일청’의 강윤은 작가는 아이디어스 고객들에게 ‘믿고 먹는 규린이네’로 통한다. 아이디어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주방과 제품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틈틈이 공유하면서 고객들과 신뢰가 쌓였다. 규린이네수제과일청은 지난해 3월 아이디어스에 입점했는데 다양한 제품으로 빠른 시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계절 과일 7, 8개가 들어가는 후르츠봉봉 등 과일청부터 스낵, 반찬 등 60가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 이 업체가 현재까지 아이디어스에서 판매한 제품 수만 8만 개가 넘는다. 월평균 매출은 5000만∼6000만 원대.



규린이네수제과일청이 처음부터 수입이 일정했던 건 아니었다. 강 작가는 딸 규린이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2010년부터 부업으로 머리핀, 공예품 등을 판매했는데 장사가 안 돼 금세 접었다. 이후 100일상 대여 사업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잘됐다. 100일상 사업은 처음 6세트로 시작했다가 장사가 잘되면서 50세트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경쟁 업체들이 생겨나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몇 달도 안 돼 문을 닫고 말았다.

그다음 시작한 게 과일청 장사였다. 취미 삼아 만든 것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사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내고 제품을 만들었다. 각종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스토리에 과일청을 팔았다. 당시에도 강윤은 작가는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에 어느덧 구독자가 1만8000명까지 모였다. 월평균 매출이 3000만 원을 넘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SNS 트렌드가 바뀌면서 매출이 푹 꺼지기 시작했다. 재료비, 인건비 걱정이 커질 무렵 아이디어스를 만났다.



아이디어스는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을 고객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가방, 문구, 액세서리부터 가구, 디저트, 농축수산물까지 다양한 수제품을 판매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핸드메이드 작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판로가 생기면 ‘매출’ ‘시간’과 시름했다. 월세 부담에 ‘투잡’을 뛰는 작가가 부지기수였고, 판매에 몰두하면 상품 제작 시간이 부족해 허덕였다. 아이디어스는 이 같은 작가들의 고충을 덜어줬다.

2014년 6월 출범한 아이디어스에는 현재 1만1500명의 작가가 등록돼 있다. 총 17만 개 상품이 3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등록돼 있다. 아이디어스의 월간 실사용자 수는 260만 명에 달한다. 앱 다운로드 수는 660만 회를 넘어섰다. 이를 통해 3년 전 10억 원도 못 미치던 아이디어스의 월 거래액은 현재 10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눈여겨볼 점은 아이디어스가 최저가 공산품이나 빠른 배송을 내세우는 이커머스 서비스가 횡행하기 시작한 시장에서도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아이디어스가 이처럼 많은 핸드메이드 작가와 고객들을 모으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핸드메이드 1위 플랫폼 아이디어스의 성공 비결을 심층 분석했다.

DBR mini box I: 아이디어스 소개



아이디어스는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을 고객들이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가방, 문구, 액세서리부터 가구, 디저트, 농축수산물까지 다양한 수제품을 판매한다. 현재 아이디어스에는 1만1500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상품 카테고리는 36개로 나뉘어 있으며 등록된 상품 수는 17만 개에 달한다. 아이디어스의 월평균 실사용자 수는 260만여 명이고, 누적 거래액은 1700억 원을 넘어섰다. 아이디어스는 판매 가격의 22% 또는 월 5만 원+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아이디어스는 작가와 제품 품질을 까다롭게 관리해 큰 성과를 거뒀다. 먼저 10명 중 1명만 가입을 받을 정도로 작가의 가입 요건이 엄격하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에 들어온 작가는 고객과 1대1 대화, 스토리 채널 등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품질을 관리한다. 현재 아이디어스에는 115만 개의 구매 후기가 등록돼 있으며 고객의 재구매율은 80%에 달한다. 아이디어스는 최근 작가들이 쓸 수 있는 공유 공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동영상 콘텐츠 업체를 인수하며 교육용 콘텐츠 제작도 준비 중이다.



작가-소비자의 소통 채널

아이디어스는 사업 시작 초반부터 까다롭게 작가를 선발한 뒤 제품을 플랫폼에 등록했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작가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 채널을 만들고 시간, 내용 제한 없이 1대1 대화도 가능하게 했다. 고객과 작가가 친밀감을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교류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충성 고객들은 아이디어스를 SNS에 버금가는 ‘소통 플랫폼’으로 꼽는다. 작가를 연예인처럼 따르는 팬덤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후 가방, 문구, 액세서리 등에서 의류, 가구, 식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고객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현재 아이디어스 고객의 재구매율은 80%에 달한다.

이 같은 전략으로 아이디어스는 핸드메이드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독점이다시피 하다 보니 2위라고 할 만한 경쟁사와 월 거래액 차이가 300배 이상에 달한다. 수공예 산업 자체를 키웠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1175만 원이었던 국내 공예인의 연평균 수입을 2500만 원(등록 작가 중 80%)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아이디어스는 동영상 콘텐츠 업체를 인수했다.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용 동영상 콘텐츠 등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수공예를 취미로 즐길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핸드메이드 상품과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전 세계에서 도예, 수공예 등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 그만큼 국내에 솜씨 좋은 작가들이 많은데 판로가 없어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핸드메이드 시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에 주목하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학창시절, 논으로 둘러싸인 김동환 대표의 집에는 TV가 없었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라디오를 통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부터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PC 통신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레 IT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양대 사회학과에 입학하면서 상경한 김 대표는 여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수공예는커녕 패션에도 관심이 없었다. 졸업한 뒤에는 평소 관심사였던 IT와 관련된 업종으로 진로를 택했다.

그는 첫 직장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2년 동안 운영, 기획, 마케팅과 관련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직장 동료의 권유로 옮긴 IT 개발사에서는 더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기획, 마케팅부터 투자설명회(IR) 업무까지 손을 안 댄 곳이 없었다. ‘정말 스타트업답다’ 싶었다. “3년간 매일 새벽 4시에 퇴근했다. 주당 100시간은 일한 것 같다. 그땐 정말 시키는 일을 소처럼 했다. 그게 적성에 맞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나는 2인자 이상은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도 있었다. 작은 회사였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해외 지사장까지 올랐다. 그런데 승진을 할 때마다 ‘내 일’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됐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의견은 쉽사리 반영되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이 컸다.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창업 아이디어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했다. 김 대표는 의대를 가려고 6수 했다가 경희대 도예과에 들어간 사촌 동생과 함께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말이 되면 홍대, 합정 등으로 향했다. 가판대에서 작품을 파는 사촌을 도우러 간 것이다. 원래 사촌의 주특기는 도자기 인형이었는데 100만 원이 넘고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밥그릇, 수저 같은 식기류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런데 공산품보다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다.

“사촌이 파는 제품은 공장에서 만든 것처럼 면이 매끈하지 않고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사실 잘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사 갔다. 콘셉트가 특이하고 작가가 직접 제작해 좋아하더라.”

전문가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든다는 점과 다른 데서는 살 수 없다는 ‘독창성’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호응이 있었다 한들 작가들은 어려움이 많았다. 먼저 수입이 불규칙했다. 날씨 영향이 생각보다 컸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하루 종일 서서 물건을 팔기가 힘들었고, 사람들도 빨리 걷느라 제품을 구경할 생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사촌은 편의점이나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판매에 시간을 많이 뺏겨 막상 상품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간’이기 때문이다. 수공예는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제품의 품질이 올라간다.

사촌을 따라다니며 다른 수공예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유명 대학 출신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공예를 공부한 유학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작품을 만들려면 공방이 있어야 하는데 벌이가 좋지 않으니 작가들은 지하 방을 구해서 함께 썼다. 통풍도 안 되는 곳에서 도자기 먼지 먹어가며 작품을 만들었다.

상권 변화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작가들은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등 젊은 층이 주로 찾는 곳에 매장을 내고 장사를 했는데 상권에 유동 인구가 많아질수록 월세가 높아져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 빈자리는 화장품 매장 등 브랜드숍들이 차지했다.

김 대표는 이에 작가들의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상품을 팔고 싶은 사람과 사고 싶은 사람이 모두 있는데 이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채널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김동철CTO)와 디자이너를 끌어들였다. 창업 직후 디자이너(이재군)도 채용해 셋이 사업을 시작했다. “007 작전처럼 아이디어를 동업자 이외에는 절대 비밀로 했다. ‘IT에 관심이 많고 도예를 전공하는 사촌 동생을 둔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웃음)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김동환 대표)



주변의 반대를 극복하다

김동환 대표는 전 직장에서 IR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살렸다. 투자 요청 자료를 만들고 과거 연락했던 스타트업 투자 담당자들을 한 명씩 찾아갔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수공예 제품을 파는 플랫폼이 생각보다 많았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신처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부 실패했다. 핸드메이드는 시장도 크지 않고, 아이디어도 새롭지 않은데 어떻게 투자하겠냐”고 꼬집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반대 일색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공을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산업과 트렌드 변화였다. 공산품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수공예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근거로 든 것은 점포의 변화 양상이었다. 1990년대 문구부터 액세서리, 생활용품, 먹거리까지 파는 만물상이었던 문방구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팬시점’이란 곳이 생겼는데 2000년대에 팬시점은 ‘핫트랙스’ ‘코즈니’ 같은 디자인 문구·소품점으로 변했다.

이후 주요 소비층인 10, 20대 인구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디지털화되면서 이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드는 듯 보였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한편에서는 플리마켓이나 편집숍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공장에서 찍어낸 저렴한 공산품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나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 같은 트렌드가 시작되고 있던 것이다. 핸드메이드 문구, 액세서리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시장이 커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김동환 대표)

두 번째는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가 아직 없다는 점이었다. 작가들을 통해 수공예 플랫폼 업체들을 조사해보니 거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각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된 작가, 제품 수도 충분치 않아 보였다. 마지막 이유는 해외 사례다. 미국의 ‘엣시’, 일본의 ‘민네’, 독일의 ‘다완다’같이 성공한 온라인 핸드메이드 플랫폼 업체들이 있었다. 특히 2005년 창업한 엣시가 눈에 띄었다. 이 업체는 꾸준히 성장해 201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당시 2조2000억 원이었던 엣시의 시가총액은 현재 8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엣시가 잘나가니까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점령한 아마존이 핸드메이드 시장에 진출했다. 작가들을 빼내려고 수수료도 깎아주고 그랬는데 결국 엣시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빠르고 낮은 가격을 지향하는 아마존 목표와 작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상충된 게 크지 않았나 싶다. 이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거라고 봤다. 핸드메이드 플랫폼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2012년 자본금 100만 원으로 백패커라는 회사를 만들고 창업 자금을 직접 벌기로 했다. 김 대표와 동업자들은 유료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 회사에서 앱을 만든 경험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백패커는 짧게는 1주일, 길게는 3주 차이를 두고 새로운 앱을 선보였는데 이 ‘사업을 위한 사업’이 대박이 났다. 이들이 내놓은 앱 39개 중 23개가 국내 유료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뇌파를 자극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 ‘굿슬립’은 판매액이 1억 원을 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천 개의 벨소리를 제공하는 ‘벨소리+’나, 영어 단어 암기를 도와주는 ‘푸시 단어장’, 검색어를 한 번 입력하면 다양한 사이트에서 검색 결과를 조회해주는 ‘퀵서치’ 등의 유료 앱이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백패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유료 앱을 판매한 1위 개발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억 원 이상의 자금도 모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돼서 ‘핸드메이드 플랫폼 꼭 만들어야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다들 흔들렸다.(웃음) 유료 앱은 한 번 사면 평생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크지 않다. 길게 할 사업은 아니었다.”(김동환 대표)



철저한 고객 가치 지향 플랫폼

유료 앱을 개발하면서 창업 자금 이외에도 얻은 것이 많았다. 먼저, 고객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가 제일 잘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진 정리 앱’은 생각보다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반면 ‘이게 잘될까’ 싶었던 굿슬립은 결과적으로 가장 효자 노릇을 했다. 이를 교훈 삼아 김 대표는 아이디어스 플랫폼을 처음 내놓을 때부터 작가와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들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현재 아이디어스 플랫폼은 처음 선보였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기능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백패커가 1년 가까운 준비 끝에 2014년 6월 내놓은 앱 형태 그대로다.

아이디어스의 가장 큰 강점은 ‘소통’이다. 아이디어스는 플랫폼에 등록된 작가와 고객이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김동환 대표는 핸드메이드 제품의 특성상 대화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품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공산품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상품의 성능이나 이용 방법 등을 24시간 물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의 의견을 작가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제작 기간이 한 달 이상 긴 제품의 경우 중간 제작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디어스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곽예은 메이드와이 작가는 “밤 12시에도 질문이 들어오기도 하고, 제품이 예쁘다는 칭찬이 메시지로 오기도 한다. 고객 응대도 하나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대화 기능이 작가와 소비자를 잇는 역할을 했다면 ‘스토리’나 ‘팔로우’ 기능은 ‘메이커 문화’를 형성했다. 아이디어스의 상품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상품이 아닌 독특한 아이디어와 정성이 가미된 핸드메이드 작품이다. 김동환 대표는 한 명의 작가가 하나의 메이커라고 생각했다. 프로필로는 이들의 생각이나 철학, 사연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만든 게 스토리와 팔로우 서비스다. 작가는 스토리 코너에 자유롭게 사진과 글을 게재할 수 있는데, 작가들은 제품 사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기도 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팔로우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을 팔로우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단체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제품이나 스토리가 올라오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제품 구입을 하지 않고 작가를 후원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현재까지 4억4500만 원(누적)이 후원됐다. “작가-고객의 신뢰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믿을 수 있는,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다 보니 ‘팬덤’이 생기기도 하더라. 이는 작가들이 더 힘을 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작가의 편의를 고려한 기능들도 있다. 무엇보다 작가들이 판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의 조회 수, 댓글, 판매 수, 잔여 수량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팔로우나 제품에 달린 ‘좋아요’ 숫자를 통해 자신의 인기도도 관리할 수 있다. 제품별로 기간별 매출과 관련된 정보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판매자들한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출일 것이다.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제품을 더 많이 노출시키는 대가로 광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와 다르게 아이디어스에서는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먼저 모든 고객에게 첫 화면을 전부 다르게 보여준다. 아이디어스는 고객들의 구매 및 검색 내역 등을 기반으로 앱의 첫 화면을 맞춤형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 한 번이라도 제품이 팔리면 ‘실시간 구매’ 코너의 상단에 제품이 노출된다. 후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후기를 등록하면 해당 상품이 ‘실시간 후기’ 코너의 맨 위에 찍힌다. 이는 아이디어스의 전략이다. 핸드메이드 특성상 한 명에게 주문이 쏠리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수의 제품이 다수의 고객에게 노출되는 것이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품질 관리 비결은 ‘실력파 작가 섭외’와 ‘고객 후기’

아무리 플랫폼의 서비스가 뛰어나도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디어스는 어떻게 품질을 관리했을까. 김 대표가 내놓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애초에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 데려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디어스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작가들만 플랫폼에 가입시켰다. 물론 들어본 적 없는 신상 업체에 이미 잘 알려진 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김 대표 역시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발로 뛰었다.

처음 그가 한 것은 당시 사무실로 쓰던 서울 신도림의 단칸방 오피스텔에서 e메일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먼저 수공예 작가들의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뒤져 e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그런 다음 간단한 사업 소개와 미팅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e메일을 보냈다. 한 명, 한 명에게 각기 다른 내용으로 정성스럽게 적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보낸 e메일만 4000통이 넘었다. 이 중 답장이 온 100여 명과 약속을 잡았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또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나타나는 플리마켓과 벼룩시장도 뛰어다녔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에는 홍대 예술시장, 합정 일러스트마켓, 신촌 땡땡거리마켓, 이태원 계단장, 강남 모플스트릿 등 1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오프라인 마켓이 열렸다. 이천과 부천의 프리마켓부터 광주 모난돌마켓, 대구 깨비예술시장, 부산 예술프리마켓, 제주도 서귀포예술시장까지 지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장을 다니면서 실력이 좋은 작가가 보이면 ‘섭외 영업’에 돌입했다.

김동환 대표가 다가가면 대부분의 작가는 처음에는 거부감을 내비쳤다. 아이디어스와 유사한 업체들이 그동안 많았는데 전부 잘 안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진을 찍어 보내느라 괜히 시간 낭비만 했다고 꼬집었다. 일부 작가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수수료만 받고 사라졌다며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절대 성공 못 한다”고 악담하는 작가도 있었다. 김 대표는 호객 행위를 하며 설득했다. 가판대 옆에 서서 작가가 고객에게 설명한 것을 잘 귀담아들었다가 다음 고객이 오면 대신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60명의 작가를 모았다. “사실 아무나 다 받아줄 생각이었으면 훨씬 쉽게 작가들을 모았을 것 같다. 그들 역시 판로가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작가만 가입시키려다 보니 반응이 시원찮았던 것 같다.”

이후에도 아이디어스는 작가 입점을 까다롭게 해왔다. 시장성, 독창성, 차별성, 수공정 여부, 작품 사진(최소한의 제품 촬영 역량) 등 아이디어스에 입점하려면 5가지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사업 초기에는 신청자 중 10%만을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10명 중 3명가량을 받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입점 작가들을 늘리고 있다.

좋은 작가들을 뽑고 나서도 품질 관리에 신경을 썼다. 먼저, 고객들이 댓글을 달고 평가를 할 수 있게 해 작가 스스로가 품질에 신경을 쓰도록 만들었다. 핸드메이드의 특성상 작가가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질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스 고객은 별 다섯 개를 만점으로 제품을 평가할 수 있다. 미리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작가의 고객 응대, 배송 처리 등 전반적인 구매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평점과 댓글이 좋지 않으면 다른 고객이 이를 보고 구입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매출을 높이려면 품질뿐 아니라 배송이나 고객 응대에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고객들이 아이디어스에 남긴 후기는 115만 개에 달한다.

물론 작가들을 뽑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가장 큰 문제는 환불이었다. 몇몇 고객이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는데 일부 작가가 이를 거절한 것이다. 작가들이 환불을 거부한 것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들에게 상품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일종의 예술품인 것이다. 즉,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도 있었다. “다른 작가가 내 작품을 베꼈다”며 이의를 제기할 때도 있었다. 작가들의 창의력이 깃든 창작물이다 보니 사소하고 조그만 부분에도 민감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핸드메이드’를 정하는 기준의 문제도 있었다. 일부 도자기 작가는 “초벌기에 페인팅한 것은 핸드메이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죽 작가 중 일부도 “마크 등을 손으로 붙인 게 아니라 재봉 박음질이라면 핸드메이드가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그래서 김동환 대표는 핸드메이드의 기준부터 명확히 했다. 초벌기 페인팅 역시 핸드메이드의 영역이라고 봤다. 가죽이든, 섬유든 기계의 힘을 빌리더라도 직접 재봉하면 핸드메이드로 취급했다. 대신 직접 그린 그림이라도 엽서로 출력하는 것은 대량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산품으로 여겼다.

환불 문제는 교육으로 해결했다. 아이디어스는 2017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작가 25명씩 모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교육을 들으러 와야 한다.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고객 응대(CS)다. 기본적으로 단순 변심일지라도 법적으로 보장된 교환, 환불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오히려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잘 활용해 성공한 작가도 있다. 한 수제화 작가는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수십 번이라도 제품을 바꿔준다. 환불이 가능하며 평생 수리도 보장하고 있다. 환불 제품은 폐기하거나 이벤트 등을 통해 소진한다.

“‘가죽 수제화는 기본적으로 단가가 크기 때문에 환불, 교환을 해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평생 수리까지 보장하느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그렇게 평생 신는 사람이 많지 않고 장기적으로 재구매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런 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이득이 된다’고 하더라. 이 작가가 아이디어스에서 처음으로 월 매출 1억 원을 돌파했다.”

환불과 관련한 것 이외에도 고객의 문의나 질문 등에 대해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지 등도 교육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상품성과 관련된 조언도 한다. “보통 작가들이 엄청 고민해서 딱 하나 만들어 놓고 한 달 낚시하는 것처럼 보고만 있더라.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니까 색상이나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서 만들어보라고 교육하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스의 시스템은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에 최적화돼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로고, 문양 등 꼭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식재산권에 등록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품질 관리의 지름길은 작가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스는 사업 초기인 2015년부터 회사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작가가 요청하면 대신 제품을 촬영해주고 있다. 솜씨 좋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도 사진 촬영을 제대로 못해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이를 대신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멋진 가죽 가방을 장판이나 침대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보낸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아이디어스에는 전문 사진작가 4명이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 촬영은 무료다.



2년 전부터는 저가로 재료를 살 수 있도록 부자재, 원자재도 대신 구매해주고 있다. 특히 원자재 구매 서비스는 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작가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보통 핸드메이드 작가들은 동대문이나 남대문의 도매시장, 신설동 가죽시장 등에서 제품 재료를 구입하는데 시장마다 가격이 다르고 구매 증빙을 해주지 않는 곳이 더러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 선물이 많은 시기가 오면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작가도 있었다.


DBR mini box II: 아이디어스로 성공한 ‘위드썸아트’


경기도 일산에 사는 임정화 작가는 2006년 천연 재료로 비누와 샴푸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취미 삼아 하려던 것이 3년까지 이어졌다. 만드는 것이 재밌고, 무엇보다 완성품을 주변에 나눠줬을 때 기뻐하는 반응이 좋았다. 친구들이 “제품이 너무 좋다”며 장사를 해볼 것을 권했다. 그래서 물건을 팔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고 싸이월드와 포털 사이트 카페도 가입했다. 상호명은 ‘위드썸아트’로 지었다.

그때만 해도 이를 ‘소일거리’ 정도로 여겼다.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힘들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제품을 팔기 시작하니 시간이 한없이 부족했다. 낮에는 글을 올리고 제품을 포장하느라 시간이 훌쩍 갔다. 플리마켓이 열리면 그날은 꼼짝없이 매장에 발이 묶였다. 할 수 없이 밤늦게나 돼야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2∼3시간을 자고 고생해 번 돈이 월 200만 원 남짓이었다. 그나마 집을 작업실로 써서 다행이지 사무실을 냈다면 월세를 내느라 남는 게 없었을 것 같다.”

그러다가 2015년 지인의 소개로 아이디어스를 알게 됐다. 곧바로 입점을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가입에 성공했다. 그는 아이디어스에서 계란, 올리브, 사과 등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비누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가격은 1만 원(100g 기준)으로 싸지 않은 편이었지만 품질에는 자신 있었다. 첫 한 달은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물건을 판매하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했는데 핵심은 ‘재구매’였다.

그다음 달부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정성을 다했다. 포장에는 꼬박꼬박 자필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또 2만 원가량의 비누 주문이 들어오면 샴푸 2만 원어치를 함께 보냈다. 샘플이 아닌 정품을 덤으로 보낸 것. 고객한테서 “이렇게 많이 줘서 뭐가 남긴 하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임정화 작가는 고객들에게 후기나 댓글만 많이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고객들과의 소통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스토리 코너에는 다른 작가와 다르게 공지사항이 아닌 일상적인 글을 올렸다. “딸 사진이나 오늘 제가 뭐 했는지 같은 사소한 것들을 올렸다. 공감해주는 부모님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는데 나중에는 고객들끼리 서로 닉네임을 알아보고 댓글로 인사하고 그러더라.”

여기에 새벽 3시든, 4시든 메시지가 오면 바로바로 답장을 해줬다. ‘건조한 피부인데 비누 좀 추천해 달라’부터 별 내용이 없는 ‘날씨 이야기’까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답변했다. 그렇게 고객과 최대한 신뢰를 쌓아가려고 노력했다.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한 위드썸아트는 입점 3개월 만에 아이디어스 월 매출 1위 작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1년 넘게 브랜드 인기 작가 상위 5위 안에 링크가 됐다. 현재 위드썸아트는 월평균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산에 매장도 냈다. 이렇게 성과를 내자 고객들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스 작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다른 작가들의 질문이 많은 편인데 최대한 내가 아는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판로나 수입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함께 핸드메이드 시장을 키워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김 대표는 작가들에게 설문을 받아 캔들, 석고, 비누, 향료, 레진, 섬유, 액세서리 등 필요한 원자재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후 300평 규모의 창고를 마련하고,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국내외에서 4000여 종의 원자재를 사들였다. 이에 대한 판매는 마진을 남기지 않고 거의 원자재 가격만 받고 있다.

포장 역시 작가가 원한다면 아이디어스가 대신해준다. 제품을 아이디어스 본사에 고객 주소와 함께 보내면 패키지 담당 디자이너가 실비만 받고 이를 대행해주고 있다. 아이디어스 측은 “작가들을 교육하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잡무를 덜어줬더니 많은 작가가 아이디어스에 입점을 요청했고, 우리는 더 좋은 작가들을 선별해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스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아이디어스는 제품 판매 금액의 22%나 월 5만 원의 정액제 중 수수료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아이디어스는 수수료를 판매 금액의 22% 또는 월 5만 원+15%로 전환했다. 아이디어스 측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 버티컬 커머스 업체들은 30∼40%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고, 오픈마켓은 이보다 수수료가 10% 중반대로 낮지만 광고비를 쓰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가 약간 올랐지만 제품 판매가 그만큼 많아져 작가들의 수입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유입 성공 비결

아이디어스 이전에도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플랫폼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은 현재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고객을 모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디어스는 어떻게 많은 고객을 플랫폼에 유입시킬 수 있었을까.

김동환 대표는 아이디어스 앱이 나오자마자 명함부터 만들었다. 자신의 명함이 아니라 ‘아이디어스’의 명함이었다. 명함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서비스를 소개하고,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세요’라는 문구를 담았다. “마케팅 예산이 없을 때였다. 전단지도 비싸서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1000장 만드는 데 5000원이면 된다. 정말 명함을 수만 장은 판 것 같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오전 7시가 되면 서울에 있는 대학가를 돌았다. 우체통, 자동차 문틈, 버스정류장 등에 명함을 꽂았다. 길거리에서 직접 명함을 나눠주기도 했다. 카페에서 줄을 서게 되면 앞뒤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특히 핸드메이드 박람회는 중요한 마케팅 장소였다. 수공예에 관심이 많은 잠재 고객이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좋은 작가들을 섭외할 수도 있었다. 그는 부스를 차릴 비용이 없어서 백팩에 명함을 한가득 넣은 뒤 손님처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명함을 나눠주고 괜찮은 작가가 보이면 자리에 앉아 아이디어스 입점을 권했다. 보안 직원에게 끌려나가기를 반복했다.

김 대표가 발품을 파는 동안 회사 안에서도 고객 모으기에 분주했다. 먼저 창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던 앱들의 고객들을 활용했다. 아이디어스는 굿슬립 등 이용자가 많이 남아 있는 앱 몇 곳에 아이디어스를 소개하고, 각종 할인 등 이벤트 내용을 공유했다. 실제로 아이디어스는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다른 앱에 이 같은 정보를 올린 뒤 아이디어스에 고객 유입이 늘어나는 것이 목격됐다.

무엇보다 고객을 모으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제품이었다. 사업 시작 무렵 아이디어스는 60명의 작가가 각각 10여 개의 작품을 올려 판매했는데 이 중 한 상품이 대박이 났다. 가죽으로 만든 아이폰 케이스가 아이폰 커뮤니티와 인터넷 카페에서 인기를 끌면서 아이디어스 다운로드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후에는 귀걸이나 팔찌 같은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상품이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아이디어스 성장을 견인했다. “액세서리는 공산품하고 다르게 디자인이 다양한 게 중요하다. 공산품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희소성, 다양성이 많은 여성 고객을 앱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요했던 것 같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디어스 시스템 자체도 고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아이디어스는 작가들의 스토리 코너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연동했다. 작가가 스토리에 글을 적으면 해당 글을 고스란히 SNS에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다수 작가는 자신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SNS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디어스는 작가들에게 SNS에 글을 올릴 때 스토리에 먼저 글을 올리고, 이를 SNS에 연동하도록 유도했다. 작가들은 스토리에 글을 적다 보니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스에 대한 글도 많이 작성했다. 결과적으로 작가 개인의 SNS에 아이디어스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서 작가 개개인이 플랫폼의 홍보대사가 되는 효과를 낳았다.

아이디어스의 강점인 소통 시스템도 한몫했다. 아이디어스는 사업 시작부터 1대1 대화, 댓글 등을 통해 작가와 고객이 즉각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품질 관리를 할 수 있었는데 고객들이 이러한 시스템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입소문이 났다. SNS에는 ‘아이디어스는 품질도 좋은데 핸드메이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메시지를 보내면 새벽에도 답장이 온다. 신기하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한번 유입된 고객들은 아이디어스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디어스 고객의 재구매율은 80%에 달한다.

아이디어스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제품 영역을 넓혀 다양한 고객을 확보했다. 액세서리, 소품 등을 주로 취급하던 아이디어스는 2016년에 수제 디저트 등 먹거리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농축수산물과 가구를 추가했다. 수제 디저트 판매가 시작되자 몇몇 농축수산물 판매자가 “우리도 정성스럽게 농수산물을 직접 손으로 만든다. 자식같이 키우는데 이거야말로 ‘핸드메이드’ 아니냐”며 꾸준하게 입점을 요구했다.

아이디어스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핸드메이드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내부 논의 끝에 이를 취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먹거리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김 대표도 처음에는 ‘이게 잘될까’ 싶어 걱정했다. 특정 상품은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길다. ‘초당옥수수’를 파는 한 작가(아이디어스는 디저트나 농축수산물 제품 판매자 역시 직접 손으로 재배하고 작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작가’로 호칭)는 밭별로 수확한 물량을 1차분, 2차분 등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다. 배송까지는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고객은 농작물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멧돼지가 밭을 쓸어가 4차분 물량을 배송하지 못했다. 작가가 이를 사과하고 원하는 고객에게는 환불을 해줬다.

그런데도 주문이 차차 밀려들어오는 것을 보고 김 대표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제품을 직접 구매해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입에 넣자마자 “맛있다. 먹어봐라”라며 사무실 직원을 불러 모았다. 심지어 한 요리 작가가 파는 훈제 요리는 유명 유튜버가 소개하면서 주문이 1년 치나 밀리기도 했다. “과메기, 산에 풀어 놓고 키우는 닭에서 얻은 계란 등 다양한 식품을 판다. 작가 중에 선장님도 계신다. 오징어도 팔고, 게도 판다. 조업되는 것에 따라 다른 것이다. 재미도 있고 맛도 좋다. 이 제품들의 가장 큰 강점은 ‘신선도’다. 유명 신선식품 마켓들은 창고를 통해 배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콜드체인’이 잘돼 있어도 농가에서 바로 수확해 보내는 우리 제품보다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식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사업자등록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 등을 걸고 상품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자연스럽게 품질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 아이디어스 측의 설명이다. 현재 수제 음식(디저트, 베이커리, 반찬 등)과 농축수산물은 전체 아이디어스 거래에서 약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디어스의 농축수산물 담당자는 사무실에 있는 날보다 현장에 출장 가는 날이 더 많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농가들을 방문해 입점을 심사하고, 제품의 품질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물론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빼빼로데이 때 밀려드는 주문을 작가가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펑크 난 물량은 전부 다 환불해주고 아이디어스에서 다른 작가를 수소문해 제품까지 날짜에 맞춰 보내드렸다. 돈을 더 주고 수제 제품을 구매할 정도면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한 것인데 어떻게 해서든 준비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스에는 1만 명이 넘는 작가가 17만 개 이상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기타 등 악기를 제작해 파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 사진기를 만들어 파는 작가도 있다. ‘수능 대박 기원’ 등 부적을 그려주는 작가도 있다. 월간 실사용자 수가 260만 명에 달하면서 작가들의 수입도 꾸준히 증가했다. 아이디어스 입점 작가들의 전체 평균 수입은 연 2700만 원 수준이다. 상위 10% 작가들은 월 1033만 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다. 아이디어스에 따르면 국내 공예인의 수입은 월평균 100만 원 수준이다.

아이디어스의 거래액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며 최근 월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로 아이디어스는 현재까지 총 210억 원을 투자받았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한·미·일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160억 원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향후 과제: 핸드메이드 시장 키우기

아이디어스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공예 산업의 규모는 10조 원이 조금 넘는다. 아이디어스는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을 하나의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에는 홍대에 4개 층, 총 320평 규모의 ‘공유 공방’을 열었다. 작가들이 2.5∼3평 규모의 작업실(총 24개)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공유 공간에서는 ‘핸드메이드 클래스’를 열 수 있다. 작업실 임대료는 공유 오피스보다 싼 편이다. 공용 공간에는 케이스를 만드는 기계부터 금속, 가죽 작업 관련 기기, 가마·물레까지 다양한 장비를 구비해뒀다. 아이디어스는 해당 기계들을 준비하는 데만 4억 원을 넘게 썼다.

“취미 찾는 앱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자신만의 작은 재미를 찾는 게 요새 트렌드인데 수공예도 관심사 중 하나다. 이렇게 배운 사람들이 작가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전체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핸드메이드 어워드’와 ‘인사동 수공예 거리 활성화 계획’도 핸드메이드 시장 키우기의 일환이다. 아이디어스는 2017년부터 연말에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제품 판매량과 고객들의 후기를 기반으로 점수화해 카테고리별로 상을 주고 있다. 상금은 없지만 상을 받으면 작가 프로필 사진에 월계관이 쓰인다. 아이디어스가 인정한 업체가 되는 것이다. 신생 작가들이 이를 확인하고 유명 작가들에게 마케팅 등에 관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디어스는 인사동 쌈지길에서 2년 가까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스토어 1호점은 쌈지길에 등록된 120여 개 매장 중 꾸준히 월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디어스는 인사동 별관 건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했다. 올해에는 롯데몰 수지점에 오프라인 매장 2호점을 냈다. 특색 있고 품질 좋은 수공예품을 소개해 사람들의 관심을 키우고 전체 시장을 넓히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동영상 콘텐츠 업체인 ‘페이브’를 인수했다. 페이브는 모바일 영상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는 업체다. 동영상 취미 수업 ‘손으로 도란도란, 수란(Suran)’, 텍스트 기반 앱 ‘틈(T:M)’등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수란은 150편 이상의 핸드메이드, DIY(Do It Yourself) 전문 콘텐츠를 제작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3000만 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이디어스는 페이브를 기반으로 연말부터 동영상 콘텐츠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핸드메이드 동영상 교육, 제품 사용기 등을 동영상 콘텐츠로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작가들의 제품을 아이디어스에서 판매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직접 진출해 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작가들의 제품을 소개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에 상품뿐만 아니라 수공예를 배울 수 있는 동영상도 판매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각국의 손재주 있는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나만의 물건’을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창업 전 7000원짜리 핸드메이드 전자책 파우치에 반했던 나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DBR mini box III: 롱테일 이론으로 본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아이디어스 플랫폼은 일반 공산품 전자상거래 플랫폼과는 달리 핸드메이드라는 니치(틈새) 상품의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쿠팡, G마켓, 11번가에서 싼 가격의 공산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라기보다는 좀 더 비싸더라도 손으로 직접 만든 고급스런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주 고객이 됐다. 또한 고객들이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소통 채널이 제공되면서 높은 재구매율을 가진 충성 고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파레토와 롱테일

20-80 법칙으로 잘 알려진 파레토 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1896년 이탈리아 20% 인구가 80% 땅을 소유한다는 현상에 대해 논문으로 발표하면서부터 알려졌다. 이 법칙은 경영 전반에 활용되는데 마케팅 분야에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설명하는 데 적용된다. 또는 생산운영관리 분야에서는 품질관리 측면에서 상위 20% 불량요인이 전체 불량의 80%를 차지한다는 점, 재고관리에서 상위 20%의 재고 품목이 전체 재고의 80%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한다.

2006년 Wired의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은 『롱테일 경제학』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전자상거래에서는 20-80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에서의 서적 판매의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니치 상품인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 등 잘 팔리지 않는 책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림 1]은 매출이 큰 제품부터 순서대로 제품의 매출 집중도를 보여준다. 회색으로 칠한 부분은 전통적 매장에서 매출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나타낸다. 즉, 이 롱테일은 전자상거래가 도입되면서 활용된 수요를 의미한다.

크리스 앤더슨은 전자상거래에서는 상품을 물리적으로 매장 선반에 진열할 필요가 없어져 상품 품목 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니치상품 매출이 증대되면서 꼬리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동시에 비중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앤더슨은 기존 소매 및 유통 방식을 통해 잘 팔리지 않던 제품들이 형성하는 수많은 조그만 시장을 모을 수 있다면 인기 제품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시장의 크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스는 기존의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달리 핸드메이드 롱테일 분야의 니치 제품 판매 기회를 아이디어스라는 플랫폼에 모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MIT의 브린졸프슨 교수 연구팀은 제품 매출 집중도가 롱테일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림 2]에서 제시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Case 1A에서는 100개 제품 중 상위 50%의 제품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Case 2 그림처럼 추가로 100개 니치 상품이 약간의 매출이 날 경우에는 전체 200개 제품의 매출 중 상위 50% 상품이 매출의 95%를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Case 1B의 경우, 100개 제품 중 상위 50개가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것은 같지만 추가로 100개 니치 상품은 전혀 매출이 나지 않는다면 전체 200개 제품의 매출 중 상위 50% 상품이 매출 100%를 설명한다. 따라서 제품 매출 집중도에 따라 롱테일 현상은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똑같은 품목의 제품을 카탈로그와 전자상거래로 동시에 판매할 때 제품 매출 집중도가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카탈로그 판매에서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됐으나 전자상거래에서는 롱테일 현상이 나타났다. 앤더슨은 물리적으로 매장 선반이 필요하지 않아 니치제품의 판매가 롱테일 패턴을 보였다고 했으나 이 연구에 따르면 같은 제품을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에서만 롱테일 패턴이 나타났기 때문에 앤더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롱테일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검색이나 추천 시스템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스 플랫폼에서 제품의 검색, 추천을 어떻게 하느냐가 니치 제품의 수요를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분야의 기술적 우위성이야말로 ‘소확행’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와 개성을 가진 작가들을 매칭하는 아이디어스의 핵심 역량인 것이다. 특히 고객과 작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이디어스 플랫폼의 향후 과제

핸드메이드 니치 제품의 속성상 대량 생산이 되지 않아 많은 주문을 받는 것은 아이디어스 플랫폼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지만 매출 성장과 함께 대형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아이디어스의 사용자, 고객들은 쿠팡, G마켓, 11번가의 사용자들과 다르다. 고객들은 하나의 쇼핑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디어스를 자신들이 지켜야 할 커뮤니티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작가들도 작품을 팔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형 업체들이 들어오고 핸드메이드 커뮤니티의 정체성이 상실된다면 집단적 탈퇴의 위험도 항상 존재한다. 가령, 이케아 물건을 아이디어스에서 대대적으로 팔면 고객들과 작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의 성장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를 하다 보면 회사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자리를 잡기 전에 기존의 고객 기반이 됐던 충성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시작한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하거나, 그러한 정체성에 변화를 주면서도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차별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핸드메이드 니치 제품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이디어스가 다음 단계에서는 어떻게 성장 전략을 구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필자소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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