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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미래의 식탁, 공유주방 비즈니스

우버도 뛰어든 공유주방 사업
온라인과 배달이 이끄는 요식업의 미래

김태웅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8년 10월, 우버 창립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한국에서 공유주방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유주방은 주방 인프라를 갖춘 공간을 여러 입주사가 공유하는 게 골자다. 여기서 만들어진 음식은 배달 전문 플랫폼,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고객의 집으로 배달된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점포를 낼 필요도, 매장을 관리할 직원도 필요 없다. 오로지 메뉴 개발, 요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메뉴를 바꿀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둔 요식업 성공 확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데다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배달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많아져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결코 아니다. 우선 다양한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협력 업체에 제공해야 하는 수수료, 배달 서비스 품질 관리도 새롭게 등장한 이슈다.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 문제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공유주방’이 외식산업을 바꾸고 있다. 공유주방에선 음식점 사장이 되기 위해 개인 점포를 낼 필요도, 별도 주방을 만들 필요도 없다. 손님이 언제 올까 기다리면서 창밖을 내다보며 불안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주방에서 요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완성된 요리는 전문 배달 직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해 준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공유주방의 기본 개념은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사업자 또는 브랜드들이 모여 외식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설비, 공간, 운영, 관리 등의 자원을 공유해 음식을 만들고 완성된 음식은 배달을 통해 고객의 집까지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공유주방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2012년 온라인 배달 전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배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가상 주방(virtual kitchen)과 공유주방 형태의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국 주요 대도시별로 유사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가 2013년 130여 개에서 2016년 200개로 늘어났다. 급성장하는 배달 음식 시장이 주효했다. 투자은행 UBS는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2018년 350억 달러에서 2025년 1254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유주방 사업은 한국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8년 10월이었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한국에서 공유주방 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이후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불모지인 공유주방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각개전투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유주방이 그저 그런 요식업의 확장 사례가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우선 공유주방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요식업의 업태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점포, 요리사, 매장 직원, 손님 등 요식업의 기본 요소 중 많은 부분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식습관과 소비자의 니즈가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효율적인 재고 관리, 설비 운영, 정확한 타기팅, 신속한 물류 서비스 등 새롭게 풀어야 할 비즈니스 이슈도 대거 등장했다.

공유주방 사업은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캘러닉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공유주방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그 궁금증을 해소해보고자 한다.



공유주방의 출현, 그 배경에는…

최근 10년 새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와 마찬가지로 외식시장도 매우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과 그를 전달하는 매개인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소비 방식의 변화, 새로운 트렌드와 전통과의 대결,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공유주방과 같은 신사업이 나타나게 된 필연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외식업의 문제점

가장 전통적인 방문형 외식산업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언론에서 자주 지적하는 대로 외식업체의 과다 공급 현상이다. 인구 170명당 식당이 1개인 일본, 480명당 1개인 미국에 비해 한국은 80명당 1개에 달한다. 이미 과도하게 많은 공급이 이뤄져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대기업 계열의 외식사업자들도 비용구조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자본력이 충분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형 사업자의 경우 외주화, 공장 생산, 무인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계형 사업자가 동일한 질을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취하긴 매우 어려운 상태다.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것도 원인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면서 유행이 형성되더라도 그 방향이 빠르게 바뀐다. 로컬 창업자들의 홍보 채널이 온라인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유행을 만들어내기가 오히려 쉽지 않게 됐다. 점포 계약을 맺고 수익 구간에 돌입하기 전에 이미 유행이 끝나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본부 1개당 평균 가맹점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가맹본부 1개당 40개였던 평균 가맹점 수는 2019년 30개로 줄었다.

또 하나의 원인은 경기 악화다. 외식이라는 행위는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건을 사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이나 취미 활동과 같은 또 다른 소비 활동과 연계돼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는 경기(景氣)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특정 산업군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외식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2. 잘되는 것은 ‘배달’

캘러닉이 한국 시장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선 한국의 전체 외식업 시장에서 배달 음식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19%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배달 음식인 자장면, 치킨 등이 만들어낸 한국 시장만의 독특한 구조다. 마켓 사이즈는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일본, 중국, 영국 다음이다. 즉, 소비자들과 공급자 모두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그런 배달 시장은 온라인 주문 플랫폼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등장한 이후로, 몇 달에 한 번씩 집 앞에 쌓이던 각종 배달 업체 모음 책자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배달원이 카드 리더기를 들고 다니며 결제를 받은 지는 이미 오래됐고, 지금은 앱 안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까지 완료돼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할 필요도 사라졌다.

실제 집에서 조리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방기기가 전혀 없이 생활하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지난해 초 오픈더테이블이 ‘키친서울’이라는 서비스명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매장에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에 숟가락이 없는데 수저를 빠뜨리신 것 같아요. 다시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라는 요청이었다. 일반적으로 ‘집에 수저도 없을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몇 가지 현실부터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다. 1, 2인 가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집에서 혼자 밥을 해 먹기에는 너무 바쁘고 지쳐 있다. 심지어 해 먹는 것이 더 비싸게 생각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보다는 집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편하게 먹는 것을 선호한다.

1, 2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꼭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가구 수도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도 증가하면서 집밥을 고집하기보다 효율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공유주방, 뭐가 좋을까?

그렇다면 공유주방을 선택한 입주사들은 기존 요식업보다 어떤 점이 더 좋다고 판단한 걸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외식·유통산업에서 현재 거의 유일하게 고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배달이다. 공유주방 사업자들은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레스토랑 사업이 아니라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배달 및 배송 시장에 포지셔닝한다.

굳이 목이 좋은 곳에 입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사실 요식업을 할 때 입지는 최우선 기준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1층이고, 목이 좋은 입지에 공유주방이 위치한다면 비용 구조를 맞추기가 어렵다. 현재 공유주방 사업자들은 이 기준에서 자유롭다. 기존 외식산업의 임차료 비용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렇듯 공유주방은 임대인들의 리스크와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시장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물론, 돼지고기 메뉴를 찾는 고객들도 줄어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속수무책으로 이 상황을 견뎌야 한다. 원가가 높아진 돼지고기를 구매해야 하고, 손님들이 다시 돼지고기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약 야심 차게 시작한 음식점이 실패한 경우라면 어떨까. 아마 주변에서 같은 자리의 식당이주력 메뉴와 간판을 자주 바꾸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존에 했던 음식점 매출이 시원치 않은 경우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메뉴나 타깃 고객을 잘못 설정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메뉴와 가격을 정해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아이템을 변경할 때마다 간판도 바꿔야 하고 인테리어도 새롭게 해야 한다. 바꾼 식당이 잘되리란 보장도 없다. 감수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람들의 식문화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계절별, 날씨별, 시간대별 원하는 음식이 다양하다. 수십 년 전통의 평양냉면집이나 설렁탕집이 아니고서야 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메뉴를 연구해야 할 수밖에 없다.

공유주방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비교적 수월하다. 간판을 바꿔 달지 않아도, 점포를 새로 구하지 않아도 된다. 간단하게 온라인에서 상호와 메뉴를 바꿀 수 있다. 모객을 위한 인테리어 설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오픈더테이블의 경우에도 초기에 비해 영업이 잘되지 않고 플랫폼 내 평점이 떨어진 브랜드를 빠르게 정리하고 신규 브랜드로 리뉴얼해 론칭, 매출을 상승시킨 경우가 있다.



배달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거기에 달리는 고객들의 댓글 확인과 피드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고객의 평가를 보고 메뉴 구상 및 타깃 고객 설정에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차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공유주방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 입주자들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 오프라인 레스토랑에서 고객 불만사항이 접수된 경우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화면 너머 고객은 한번 마음이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클레임 대응 방식과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일부 고객을 상대로 테스트한 후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오픈더테이블의 경우를 예로 들면, 키친서울을 운영하면서 얻은 고객 경험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출시해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식품 판매 채널과 백화점, 마트 등의 오프라인 판매 채널로 확장했다.

사실 배달 음식과 HMR 제품의 타깃 소비자는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서울 강남 등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지역에서 검증이 된 제품이라면 HMR 제품으로 전국 유통망을 통해 매스 타깃 고객들에게 판매했을 때에도 충분히 소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식을 통해 키친서울은 제품을 통한 확장을 택했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최근엔 반찬가게나 베이커리와 같은 즉석판매제조가공품의 생산 장소로의 활용도 가능해졌다.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에 유통기한을 표기해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할 길이 열린 것이다. 기존 즉석 판매 제품을 생산하는 업자의 경우 B2C 경로로 직접 판매만 할 수 있었는데,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허가받은 공유주방에서 제조한 제품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B2B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이런 부분들을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공유주방의 유형

같은 카테고리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국내 수많은 공유주방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은 조금씩 다르다. 모든 사업자를 두고 논할 수는 없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유주방 사업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정의하기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몇 가지 유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키친 엑셀러레이팅(kitchen accelerating) 형태
공유주방의 가장 기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외식업 창업을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공유주방 업체가 마련한 공간에 입주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배달이나 온·오프라인 마켓 등을 통해 테스트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검증받고, 이를 통해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리스크가 낮은 이 모델하에서 공유주방 사업자는 시설 및 장소의 제공과 더불어 입주자의 사업성 검토까지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신규 스타트업 기업에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과 유사하다.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공유주방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위쿡(Wecook)이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딜리버리-온리(delivery-only) 형태
공유주방 사업자가 대형 입지를 작은 단위로 잘게 나누어 개별적으로 설비를 설치해 임대하고 입주한 사업자들이 배달 전용 음식을 만들어 공급한다. 키친 엑셀러레이팅 모델과 같이 초기 외식업 창업자도 진입 가능하긴 하나 주로 기존에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사업자들이 배달에 맞는 아이템을 가지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에 용이한 구조이다. 트래비스 캘러닉의 시티스토리지시스템(City Storage Systems)사가 클라우드키친(Cloud Kitchens)이라는 서비스명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3. 멀티 브랜드를 직운영하는 가상 주방(virtual kitchen) 형태
딜리버리-온리로 운영되는 방식은 2)번과 유사하나 임차인을 모집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고 하나의 주방 공간에서 한 사업자가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리 브랜드가 원재료, 인력, 설비를 동시에 활용하므로 효율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식 브랜드 A와 치킨 브랜드 B를 운영하고 있다면 A와 B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를 같은 사이즈로 재단해 사용하고, 재고 관리를 한 번에 한다든지,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어 B에 주문이 순간적으로 몰릴 때 A에 배정된 인력이 지원을 해주는 것 등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타 공유주방 업체와의 협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진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가지고 타 공유주방 사업체에 입점할 수도 있고, 타 공유주방에 입주하는 신규 사업자에게 IP(intellectual property)와 운영 노하우 등을 임대하고 전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식일상 서비스, 오픈더테이블의 키친서울 서비스 등이 이에 속한다.



공유오피스보다 공유주방이 더 까다로운 이유

공유주방이 공유오피스와 유사한 점은 창업자들이 짊어져야 할 비효율을 많은 영역에서 해소해준다는 것이다. 직접 사무실을 얻을 경우 짧게는 1년의 계약 기간을 지켜야 하고 보증금 등 목돈이 필요하며, 사무용품, 책상, 컴퓨터 등 초기 투자도 필요하다. 중간에 사업을 접더라도 임차 계약 기간은 채워야 한다. 창업자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소위 ‘퇴직금 올인했다가 쫄딱 망하는’ 리스크를 낮춰 주면서 사회적인 비용도 일부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주방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주방 시설(방수, 공조, 수도, 전기, 가스, 냉장, 적재)을 제공하기 때문에 입주자가 직접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며, 실패했을 경우 즉시 매몰 비용으로 환원될 비용이 크게 준다.

하지만 두 사업 사이에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공’이라는 사업의 본질적 목표를 대하는 방식이다. 사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 사업의 경우 입주자들이 영위하는 사업의 성공 여부가 공유오피스 사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무실이 업무의 주 공간인 사업체의 경우 사업 모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며 사무실은 입주자의 업무 환경과 편의성, 네트워크 공간을 마련해주는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 사무실이 업무 중심 지구에 위치하는 것이 좋지만 사업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만한 요소는 아니다. 즉,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공간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입주자의 사업 성공 여부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유주방은 외식산업을 근간으로 두고 있는 만큼 입주자들의 성공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시설, 주문 시스템, 관리 인력, 식자재 저장 공간, 배송 및 판매 네트워크 확보 등 투자와 운영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공유주방 사업자들의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응당 입주자로부터 받아야 할 비용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주자들이 모두 돈을 잘 버는 구조가 나와줘야 앞으로 지속적으로 공유주방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공유주방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입주자들의 실패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 보다 질 좋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해 이들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공유주방 사업자들이 구조적, 비용적 효율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형화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장에 막강한 잠재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외식 사업장, 개발 인력, 대형화된 제조 시설까지 갖춘 대기업들이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신규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공유주방 운영 주체 간의 합종 연횡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유주방, 성공하기 위해선
1. 일단 무조건 계산기부터 두들겨 봐야 한다.
몇 해 전에 비해 외식업의 비용구조는 더욱 박해졌다. 직원들의 인건비 상승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사업자가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원재료의 가격 자체가 임금 상승과 가축전염병 등의 요인으로 인해 빠르게 상승했다. 과거에 판매가 대비 원재료비가 30% 내외로 구성됐다면 현재에는 동일한 음식의 양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원재료 비율이 35%까지 올라간다. 그 이하로 원가를 책정할 경우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유주방 입주자들은 배달 대행 비용, 포장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하니 그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중국음식이나 치킨, 피자 등 전통적인 배달 음식의 경우 포장재 종류가 정형화돼 있어 가격 산정이 비교적 어렵지 않지만 전문 요리는 사업자가 정하기 나름이다. 특히 한식류의 경우 부가적으로 제공해야 할 반찬의 종류가 다양하고, 사이드 메뉴를 운영하는 경우 추가로 포장재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담는 도시락 용기의 경우 가장 저렴하게 운영할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메뉴 구성이 쉽지 않아 경쟁력을 살리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자신만의 특별한 포장재를 쓰게 된다면 생산업체의 최소 생산 수량 및 생산 수량 대비 단가를 반드시 확인해서 원가에 산입해야 하며, 대량 생산의 경우 재고보관 방법 및 비용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포장재 비용을 판가 대비 3∼6%선에서 정하지 않으면 전체 수익성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미관상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포장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배달 중심의 공유주방 입주자들이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주문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에 나가는 비용이다. 매출-비용곡선이 우상향한다는 가정에서, 두 요소가 함께 오르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한 이후에 비용 곡선의 기울기가 매출 곡선의 기울기보다 둔화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변동비의 증가율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 구간 이후에 사업자의 단위 수익률이 크게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문 플랫폼 및 배달 대행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 이 구간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플랫폼과 대행사에 제공해야 할 수수료, 즉 변동비도 정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배달 대행 업체가 얻는 수익은 사실 과거 배달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가 얻어야 할 수익이었다. 정액의 월급을 주고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인 경우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배송 기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우버이츠 등 주문 플랫폼에서 배송 기능까지 제공하게 됐다. 특히 우버이츠, 쿠팡이츠 등과 같은 플랫폼은 실질적으로 물류 기능에 포커스를 맞춘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체 배달원이 있다고 해도 플랫폼 소속의 배달원을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 판매 단가 대비 25∼30%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또한 고객 서비스의 질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바로 배달 시간이다.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클레임은 늘어나며, 사업자는 배달원을 독촉하게 된다. 이런 터프한 환경에서 배달원들의 위험도는 증가하며, 또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상승하게 된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보면 공유주방 사업자가 이런 변동비 요소를 줄여줌으로써 입주자의 수익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대형화된 공유주방 사업자의 경우 주문 플랫폼 및 배달 대행 서비스와의 수수료 협상 측면에서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형화된 공유주방 사업자란 거점별로 다수의 지점을 보유한 사업자를 뜻한다. 배달원들이 한 지점에서 여러 개의 음식을 픽업해 배달을 완료한 뒤, 인근 거점지점으로 다시 접근해 여러 개의 음식을 픽업할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었을 때 비용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음식은 특히 라스트 딜리버리를 넘어서 고객이 원하는 방식(ex. 지하 1층 XX호 문고리에 걸고 노크해주세요)대로 정확히 전달해 줄 라스트 터치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과 그것이 적용될 로봇-드론 기술의 발전 속도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비용적 부분에서 대단한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외식업에서 매출 1억 원당 1.67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제조업이 1억 원당 0.25명을 고용하는 것에 비해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다. 따라서 기술 발달이 이뤄졌을 때 그 비용적 효과는 극적일 것으로 본다. 단순 작업의 경우 로봇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이미 구현되고 있다. 미국의 로보틱 키친 스타트업인 스파이스 키친은 실제로 레서피에 맞춰 원재료를 투입하고, 볶는 등 간단한 공정을 로봇이 마치면 사람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을 때 2인 가구가 한 끼 식사 비용으로 얼마나 들지 연구해보니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UBS에 따르면 현재 오프라인 식당에서 2인 식사를 주문해 배달할 경우 19파운드가 든다. 하지만 공유주방을 이용해 대형 배달 전문 업체가 배달할 경우 14파운드로 줄어든다. 드론이 배달하고 로봇이 요리를 담당하게 되면 그 비용은 11파운드까지 내려간다. 일반 가정집에서 2인 식사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6파운드)과의 차이를 크게 좁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대신 배달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그림 3)



2. 환경에 관한 문제

계속 설명한 바와 같이 공유주방에서 배달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이와 연관된 다양한 비용적, 사회적 이슈가 추가로 발생한다. 늘어나는 일회용품이 가장 큰 문제다. 폐기물 처리 용량의 국가적 한계 도달, 그로 인한 처리 비용 상승, 그리고 해외로의 배출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일회용품 소비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정부에서 배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배달산업이 확장되면서 일회용 용기의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음식물 제거가 간편하고, 플라스틱 용기보다 분해속도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신소재 포장재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업체들은 기존 스티로폼 포장재를 대체할 다양한 소재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오픈더테이블도 HMR 제품 생산 시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들과 함께 고객 편의성과 환경요인을 모두 고려한 제품 도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공유주방 사업을 하려면

음식 배달 서비스로 1억2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아 미국 서부를 거점으로 확장해온 공유주방 스타트업 먼처리(Munchery)를 예로 들어보자. 먼처리는 2011년 전문 셰프가 만든 음식을 가정집에 매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좋은 식재료와 고급스러운 음식을 가정에서 장을 보거나 요리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고객 유치 활동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회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상승했다. 게다가 유사한 공유주방 업체가 늘어나자 출혈 경쟁도 심화했다. 결국 2019년 1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공유주방 비즈니스는 분명 많은 장점이 있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공유주방이 절대 외식업 창업 성공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라진 먼처리가 꼭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공유주방은 성공의 가능성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이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극한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끊임없이 개선 작업을 진행할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구조에서 어떻게 입주자들과 공유주방 사업자가 함께 사업성을 만들어내 지속가능할지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서비스에 대한 비용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가격선 안에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약은 생각보다 크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 대행 비용 등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외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결국 가장 핵심 콘텐츠인 음식 자체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고객이 기꺼이 걸맞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질 좋고 경쟁력 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김태웅 오픈더테이블 이사 taewoong.kim@openthetable.com
김태웅 이사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이후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을 갖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했다. 2017년 공유주방-HMR 스타트업 오픈더테이블을 공동 창업,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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