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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CSR 전략

기부보다 교육-환경문제 함께 풀었더니
고객과 직원 만족도 동반 상승

김주희,정흥준 |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아차 멕시코 법인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멕시코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 안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기업의 사회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기아차는 CSR을 통해 멕시코 소비자들이 기아차를 신뢰할 수 있고 좋은 기업이라고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 나갔다. 우선 멕시코 정부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또한 단순히 현물이나 현금을 기부하기보다 실제로 멕시코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교육,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실행했다. 마지막으로, 기아차의 현지 직원들이 안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부 CSR’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현지 직원들의 회사 소속감이 증가해 이직률은 낮추고 생산성은 크게 높일 수 있었다.


2019년 5월14일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멕시코박애센터(Centro Mexicano Para La Filantropia, CEMEFi)가 수여하는 사회공헌기업 인증서(Responsabilidad Social Empresarial 이하 ESR)를 수상했다. 멕시코박애센터는 1995년부터 매년 사회공헌에 우수한 기업에 ESR을 수여하고 있는데, 멕시코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ESR 인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멕시코 소비자의 41%가 제품 구매 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고려해 구매결정을 하고 있으며 70%의 소비자가 사회공헌 인증을 획득한 제품 소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ESR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길게는 10년이 걸릴 정도다. 환경보호, 노동권 보호, 지역사회에 공헌한 활동 등을 심사하는데 110개에 달하는 방대한 심사 항목을 모두 충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기업에 대한 언론 평판까지 고려한다. 멕시코 토종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들은 인증서를 받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데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ESR 인증을 받았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현지화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들은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CSR 전략에 직접 참여, 그 성과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경험을 국내 DBR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먼저 기아차가 역동적 CSR을 벌인 데 주목해보자. 기아차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출 초기와 다른 CSR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림 1]에서와 같이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CSR 활동은 2015년에 진출한 선량한 시민 혹은 기업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브랜딩 전략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멕시코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적 CSR 강화를 통해 전략 수준의 지속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선량한 시민으로서의 CSR
2014년 기아차는 남미 진출을 결정하고 멕시코를 새로운 생산법인의 입지로 선정했다. 기아차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수의 주정부는 기아차를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주정부는 누에보레온주였다. 누에보레온의 주요 산업은 부품산업인데, 완성차 업체가 들어온다면 지역 부품회사들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아차 입장에서도 누에보레온주를 선택한 이유가 명백했다. 지리적으로 북미 시장과의 거리가 200㎞에 불과해 북미 시장 수출에 지리적으로 유리했다. 부품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대단위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수한 부품을 조달하기에도 용이했다. 북미 시장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멕시코 및 남미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기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주정부는 가장 파격적인 투자 혜택을 제시해 기아차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들도 누에보레온주에 최초로 설립된 한국계 완성차 업체인 기아자동차가 지역경제발전 및 고용 창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도했다. 경제 효과가 410억 페소에 이를 것이라고 전하며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기아차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환영을 받으며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를 가진 공장을 약 500ha의 부지에 건설했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진출 당시부터 지역경제 발전을 주된 CSR의 기조로 삼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우선 진출 국가의 법 제도를 잘 준수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기업 활동에 집중했다. 해외 법인의 노동환경, 문화를 존중하는 경영 활동을 위한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규제 관련 대응에도 자발적으로 나섰다. 의무사항인 환경 기준에 대한 감사를 자발적으로 신청해 정부 인증을 받거나 정부 인사들을 초청해 현지 문화를 적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아차는 2016년 한 해 동안 페스케리아시에 공익용 차량을 기부하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 재활용 캠페인, 시민 대상 교육 훈련 등 사회공헌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수행했다. 낙후지역이었던 페스케리아 지역도 기아차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부흥했다. 실제로 기아차가 지역사회에 기여한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약 1만9000명에 달했고 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6만6000명이나 됐다. 2015년 멕시코 통계청에 따르면, 누에보레온의 실업률은 2014년 말 5.8%에서 2015년 초 4.7%로 하락했으며 지역 경찰청에서는 기아차 진출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범죄율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소비자 만족도 조사 업체인 JDPower 평가에서 준중형차인 포르테와 소형차인 리오가 각 세그먼트 내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7위(2017년 기준)에서 현재 5위로 올랐다.



브랜딩 전략으로서의 CSR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CSR 활동을 활용하기로 했다. 지역과 멕시코의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기아차 멕시코법인만의 특수한 전략은 아니었고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의 CSR 전략과 연계된 것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생산법인들의 독자적인 CSR 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했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모범 사례를 해외 법인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모회사의 CSR 전략을 각 법인에 이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현대·기아차의 법인들은 CSR 활동을 평가하고 재설계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어떤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각 법인의 CSR 활동은 한 단계 진화하게 되는데 해당 지역의 요구(NEEDS)에 따른 맞춤형 CSR 활동을 재설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정흥준 외, 2018).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CSR 환경 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CSR 핵심 영역을 교육과 보건으로 좁혔다. 멕시코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적 투자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멕시코는 지난 19년간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학업성취도가 가장 낮았으며, 공공 의료보험의 혜택은 전체 인구의 46%에 불과했다. 특히 멕시코의 저소득층은 교육과 보건 두 분야의 제도적 혜택에서 소외돼 있으며 빈곤이 대물림돼 빈부격차가 사회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다.

물론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CSR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CSR 활동은 주로 소외된 저소득층의 가정에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래서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현금 기부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가치 창출의 동력원인 인적자원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교육 부문과 의료 부문에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꾀했다.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포르테 판매 대수에 연동해 대당 300페소의 기부금을 조성,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개안 수술을 지원했다. 그리고 불치병 소년, 소녀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소원 들어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아이들의 소원인 디즈니랜드 방문을 지원했다. 또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리오 모델의 판매대수와 연동한 기부금(대당 300페소)을 조성, 수술 자금을 마련했다.

교육 부문의 경우 소외 계층 어린이들이 다니는 교육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컴퓨터 기부 및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그리고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찾아가는 도서관’인 이동도서관(Biblioteca Móvil) 활동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산간지역 어린이들과 같이 지리상 소외된 어린이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방학 기간 중 방치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2주간 여름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더 나아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매년 교수와 학생들의 공장 방문을 지원하고, 기아차 멕시코법인 매니저들이 ‘기아차 학기제’에 참여해 교수들과 공동으로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명성이 높은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서 멕시코 사회의 미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기아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했다. 이는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지속적 성장동력으로서 내부적 CSR 탑재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CSR 활동은 2019년부터 질적인 도약을 맞이한다. 외부적 CSR에 회사 내부적인 CSR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기아차를 다니는 현지 직원들의 일과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멕시코법인은 2019년부터 주요한 당면 과제로 멕시코 조직문화를 작업현장에서 개선하는 것으로 삼고 이를 위해 회사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CSR을 강화했다. 일반적으로 멕시코 사람들은 매사에 긍정적인 것이 장점이지만 갈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문화는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에는 기여하지만 관료주의와 책임 회피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조직문화가 일터에서 만연해질 경우 동료 및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비생산적 갈등으로 업무 성과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이러한 문화적 왜곡을 막기 위해 내부적 CSR을 활용했다.



이에 근거해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2019년 초 외부적 CSR의 비전을 ‘기아차와 멕시코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으로 삼고 향후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한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CSR 비전은 ‘종업원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삼고 본격적인 내부 CS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아차의 내부적 CSR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직원 친화적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부 구성원 중심의 직원 친화형 공장은 직원의 작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공정을 작업자의 자세 개선과 작업피로를 경감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보건센터를 운영하면서 종업원들이 감기부터 어깨 결림 등을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직무 만족 중심의 경영 지원이다. 직무 만족과 동기부여를 위해 직원들의 참여를 늘리고 임직원 간의 소통을 활성화했다. 또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고충지원센터(Zona de Pits)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급여, 복지 혜택 관련 문의만 아니라 개인적인 법률 자문과 심리 자문까지 하고 있다.

셋째, 교육기회를 확대했다. ‘기아패밀리정책’이란 이름으로 시행되는 교육 정책을 세우고 자기성장프로그램(Individual Development Program)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엑셀, 워드, 회계 등 직무와 관련된 교육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의사결정, 마음 챙김(Mindfulness) 등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강좌를 개설해 직원들이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생산직 팀 리더(Team Leader)와 반장(Supervisor)들에게 단계별 리더십 교육과정을 통해서 리더십 역량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성장 욕구가 높은 팀 리더들에게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진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 교육과정과 한국 본사 및 기아 해외 공장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해 직원들이 기아차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내부적 CSR의 주요 성과

1. 이직률 감소
기아차 멕시코법인이 내부적 CSR을 강화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직률의 감소였다. 2016년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이직률은 4.6%였으나 2019년 4월 이직률은 0.63%다. 작년 누에보레온주 평균 이직률 4.9%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멕시코 완성차 업체 평균 1.2%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그림 2)



멕시코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이직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선진국에 비해 낮지만 높은 이직률로 인해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는 저임금과 낮은 기술력을 위주로 산업이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다수의 다국적 기업의 진출 동기를 살펴보더라도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이러한 이유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간당 임금을 단돈 1원이라도 더 주는 회사가 있으면 바로 이직을 결심한다. 이러한 이직문화는 생산직에게는 매우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생산직은 한 조직에 머무르며 경력 개발을 하기보다는 잦은 이직을 임금 인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할 경우 임금 지급 기준인 2주 단위로 이직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이직문화에 익숙해 직원들을 인적자원의 대상이 아닌 몇 달, 아니 몇 주 뒤 이직할 소모 인력으로 바라봤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업들은 교육 훈련, 숙련도에 따른 임금 지급, 보상, 승진제도 등 인재를 잡기 위한 HR 전략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계속 높은 이직률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기아차가 교육제도를 확장하고, 일정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확대해 장기적인 경력 개발을 도운 것은 것은 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다. 기아차가 2017년과 2019년 실시한 조직 내부 직원 대상 직무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 회사 정책에 대한 신뢰가 2017년 3.42에서 2019년 3.76으로 향상됐고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같은 기간 3.18에서 3.86으로 크게 높아졌다.(그림 3)

이로 인해 기아차는 멕시코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이직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CSR로의 진화와 생산에의 활용

직원들이 CSR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생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지역 커뮤니티센터 어린이 방과 후 교실 지원, ‘전기 절약’ 교육 수행, 지역 병원(국립병원) 대기자 100명분 점심 샌드위치 제공, 지역 학교(Rolando Guzman School) 졸업식 참석 및 졸업 선물 기부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직원들을 통해 제안됐다. 채택된 아이디어에 따라 직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에 나섰다.

CSR 활동을 매개로 직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하자 현지 법인은 아예 혁신문화확산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CSR 활동만이 아니라 다양한 개선 활동을 제안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생산직 종업원들의 작업 편의성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한 부품 보관함 사이즈 개선, 작업공정 합리화 등의 제안이 접수됐다. 이 중 일부는 실제 실행돼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낳았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안방법도 개선했다. 문서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생산직 종업원들을 위해 쉽고 간편한 모바일 앱으로 개선안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3.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외부 CSR 참여 확대

CSR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외부 CSR 참여가 활발해졌고 참여자도 늘었다. 예를 들어, 2015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종업원 수는 15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 7월까지 379명으로 늘어났다. 전 직원 대비 20%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사무직으로 한정했던 자원봉사단에 생산직군 직원들도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하루 만에 모집이 마감되기도 했다.

기아차 멕시코법인 현지 직원들이 외부 CSR 활동에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역에서의 긍정적인 평가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와 차별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 스스로 자신이 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으며 지역사회에 투영된 회사 이미지는 곧 자신들의 정체성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페스케리아 강 청정 환경 캠페인에 참여한 직원 브렌다 로페스는 “회사를 나가면 나 역시 지역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웃을 위해 벌이는 봉사활동이 결국 나와 내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게 된다”며 “자연스레 이를 지원하는 회사에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외부 CSR 활동에 참여하면서 만족도와 조직 충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윤리적 조직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리자와의 인터뷰 결과, 환경보호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작업장에서 윤리적 조직행동(Citizenship Behavior)의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참여하는 외부적 CSR 활동이 확대되면서 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판이 높아졌고, 이는 구직에 나선 지역 인재들의 지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4. 문화적 충돌 감소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

기아차의 내부적 CSR 강화의 성과는 직원 스스로가 지역사회에 한국과 한국 기업인 회사의 홍보대사 역할에 나선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기아차의 CSR 활동을 알리고 있고, 이것이 현지 언론에 인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대로 이렇게 언론에 공개된 활약을 통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여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관리자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직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커뮤니케이션 제도를 운용하면서 현지 직원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가 높아졌고 현지 직원들을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언어장벽으로 인한 비용보다 문화장벽으로 인한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국인 관리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갈등 관리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점과 향후 과제

많은 기업은 CSR을 하위 브랜딩 전략이 아닌 시장에서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는 상위전략으로 상정하고자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전 지구적으로 소비자들의 윤리경영과 환경보호의 이해가 높아졌으며 기업의 CSR 활동 정보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의 주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사례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CSR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준다.

외부적 CSR과 내부적 CSR 간의 균형이 중요한 이유는 외부 활동만을 강조할 경우 자칫 일회성 활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내부적 활동만을 강조한다면 직원들만 챙기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사회적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외부 CSR을 함께 추진한 기아차 전략은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물론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멕시코법인 현지인 매니저들과의 면접 조사에 따르면 다음의 세 가지를 향후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첫째,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멕시코에서는 CSR을 기업이 초과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책임 활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CSR의 주요 주체를 기업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초과 이윤에 따라 결정되는 CSR 활동이 아니라 CSR이 전략적 수준에서 성장동력이 되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개별 직원들이 참여하는 CSR에서 머무르지 않고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가 함께하는 CSR로 성장해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협력사와 함께하는 CSR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아차는 협력사와 함께 멕시코의 노동법을 준수하고 문화를 이해하며 공동의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화된 수준까지는 아니다. 따라서 향후 비영리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해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몬테레이와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한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멕시코 전역으로 확대하는 과제이다. 이를 통해 기아차는 멕시코에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회사가 아니라 멕시코 국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과실을 나누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9076.png

필자소개
김주희 Tec de Monterrey 경영학과 교수 jooheekim@tec.mx
김주희 몬테레이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대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낸 후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의 경영 환경의 위험 요인과 기회요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 대한 자문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hjunjung@kli.re.kr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려대 경영대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노사관계, 인사관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정규직 등 노동 관련 다양한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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