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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 매니저

“샤오미의 최고 가치는 파괴적 효율성
가격·성능 모두 잡아 미팬 확보 집중”

이미영 | 281호 (2019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샤오미는 위기를 딛고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샤오미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는 스티븐 왕 샤오미 총괄 매니저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샤오미는 2016년 글로벌 시장전략을 강화해 인도,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파괴적 효율’을 강조한 스마트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2. 스마트폰 제조회사에서 하드웨어 제조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제품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다.
3. 제품가격 책정 원칙과 제조과정의 투명성, 오프라인 매장 미스토어의 확대 등으로 샤오미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진성고객인 미팬(Mi Fan)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샤오미 시대는 갔다.”

2015년.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세간에선 샤오미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화웨이·오포 등 중국 내 신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의 출혈경쟁이 심화됐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도 크게 늘었다. 초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우며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샤오미가 더 이상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2010년 창업해 4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급부상한 샤오미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샤오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16년을 글로벌 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인도,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세를 늘리기 시작했다. 2016년 불과 전체의 10%에 그쳤던 글로벌 시장 매출액 비율은 2019년 상반기 40%까지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다. 샤오미는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스마트폰과 관련 없는 다양한 상품을 연신 히트시키며 ‘파괴적 가격’의 가전들로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야심작 미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마트밴드가 됐다. 샤오미가 내놓는 생활가전 및 기기 제품은 1600여 종. 관련 매출은 33%로 늘어났다. 더 이상 이 회사를 스마트폰 제조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샤오미를 두고 ‘문어발식 경영이다’ ‘초기 스타트업 정신을 잃었다’ ‘모방 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로 전락했다’ 등 온갖 악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소비자들이 보는 변화는 샤오미가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효율성을 극대화해 현존하는 산업이나 제품을 파괴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의 성능은 높이면서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 즉 초기 샤오미의 기본 원칙이었던 ‘파괴적 효율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파괴적 효율성’은 효율성 측면에서의 파괴적 혁신을 뜻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은 반드시 기술의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한 것도 파괴적 혁신이다. 샤오미는 이에 속한다. 성능이 좋은 제품을 가장 효율적인 제조, 유통방식을 찾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샤오미는 최근 스타트업과 협업을 넘어 인큐베이팅하는 단계로까지 나갔다. 이른바 샤오미식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전략은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밴드4 한국어판 출시, AS센터 설립 등을 추진하며 최근 한국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 위해 방한한 스티븐 왕(Steven Wang) 동아시아 총괄 매니저를 DBR이 만나 샤오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왕 매니저는 이르면 2019년 하반기, 한국에 샤오미 직영 매장인 미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란 사실도 DBR 독자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DBR mini box I: 샤오미 매출 비중, 스마트폰 줄고 IoT는 늘고

샤오미는 2010년 첫 스마트폰인 Mi1을 출시한 이후 급성장했다. 파격적인 가격과 좋은 성능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샤오미의 Mi 시리즈는 중국을 넘어 인도,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매해 100% 이상 성장하며 2014년 글로벌 시장 매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시작됐고 샤오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7년엔 글로벌 시장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 무렵 샤오미는 ‘에코시스템’을 내세우며 파워뱅크, 미밴드 등 다른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2017년 70.3%였던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2019년 1분기 현재 62%로 줄었다. 반면 사물인터넷(IoT) 및 생활가전 기기 부문은 20.5%에서 28%로 늘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샤오미의 대표 상품이고 글로벌 시장 1 을 이끈 일등 공신이지만 샤오미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4년 샤오미는 스마트폰 판매 실적으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2015년 인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 8년간 샤오미는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했다. 현재 샤오미의 글로벌 매출은386억 위안(6조531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보면 42개 시장에서 톱 5 안에 드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시작은 인도 시장이었다. 당시 샤오미의 스마트폰 비즈니스를 두고 저가 핸드폰 전략이라고 폄하하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인도 시장을 통해 샤오미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4년 7월에 인도 시장에 진출했는데 오랜 강자였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인도 소비자들은 샤오미가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인정해줬다.

샤오미의 기본 비즈니스 전략을 잘 지킨 덕분이다. 전략의 핵심은 바로 ‘효율’이다.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인도도 중국만큼 땅이 넓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인터넷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노렸다. 인도의 주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인 플립카트(Flipcart)와 협업해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했다.

둘째, 공급망 확보를 통해 제조비용을 절감했다. 샤오미는 신속하게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조달하는 전략을 세웠다. 2018년부터 폭스콘 등과 합작해 인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제품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고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자발적으로 샤오미를 지지하는 진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샤오미는 중국에서 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 지속적인 소통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갔다. 인도의 성공 사례는 샤오미가 이제껏 구사했던 전략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 중 유일하게 하락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반등시킨 회사이기도 하다. 샤오미는 이후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 외에도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무엇인가?

글로벌 고객들이 샤오미가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지지해줬기 때문이다. 제품 품질과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이런 정보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별도로 홍보 활동을 펼친 것도 아닌데 미밴드가 100만 대 이상 팔렸다. 네이버 샤오미 팬카페 회원은 4만 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단순히 품질과 가격만으로 이러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샤오미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 중에서 각 국가와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을 찾아 구성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스페인에서는 샤오미 전기 스쿠터인 ‘히모(Himo)’가 인기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기청정기나 로봇청소기가 인기를 끌었다. 각국의 각기 다른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우리가 생산하는 1600여 개 제품 중에서 소비자 니즈가 큰 제품을 선택해 시장에 내놓는다. 개별 시장마다 맞춤형 제품 구성을 만들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없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 같다.

그렇다. 샤오미는 정말 빠르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의견도 부담 없이 개진할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관계된 모든 부서의 대표들이 회의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그렇다고 경영진이 실무진의 모든 의견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견이 타당한지,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등을 판단하고 실행해도 될지 신속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제안자가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만약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 전략을 재빨리 수정한다. 이때 고객들의 솔직한 후기나 반응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이 무한 반복되면서 각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 대기업처럼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수많은 연구 과정을 거치고, 단계별로 임원들의 결재를 받는 시스템은 적어도 샤오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샤오미는 현재 포천 500에 포함된 기업 중 가장 젊은 기업이기도 하다.

초기 샤오미는 1년에 1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 1600여 개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변화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

샤오미가 글로벌화를 추진할 때 즈음, 회사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알다시피 샤오미는 초기에 운영시스템(OS)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그다음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인 파워뱅크,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을 만들어 팔았다. 샤오미의 하드웨어 사업이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계기는 파워뱅크였다. 파워뱅크는 우리가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이와 관련된 액세서리 제품인 보조배터리를 내놓자는 내부 의견에 따른 것이다. 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뒀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밴드로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 역시도 성공했다. 샤오미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우리는 곧바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들어갔다. 우리가 진출하고자 하는 카테고리를 고른 후 그 카테고리 안에서 2∼3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한다. 그렇게 협업하고 있는 회사는 빠르게 늘어 200여 개가 넘는다. 샤오미가 계속해서 스타트업을 키우고, 그러면서 샤오미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른바 샤오미의 ‘에코 시스템(Eco System)’이 형성된 것이다.


에코 시스템이 크게 확장됐다. 스타트업이 샤오미와 협업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샤오미의 공급망을 이용하게 되면 스타트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와 협업하게 되면 샤오미와 동등한 조건으로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미밴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직접 폭스콘에 접촉해 미밴드 3만 개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스타트업이 제품 스크린에 하자가 있다고 폭스콘에 항의를 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 폭스콘은 무시할 것이다. 주문 물량이 고작 3만 개이기 때문이다. 폭스콘 입장에선 이 미미한 고객에게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샤오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샤오미는 폭스콘의 최대 고객이다. 최고의 품질을 좋은 가격에 제시할 것이다. 즉, 스타트업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샤오미 브랜드를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샤오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샤오미 디자인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샤오미 직원들은 다양한 제품을 접하고 개발하면서 제품 디자인과 기획 전문가들로 성장했다. 이들이 스타트업과 함께 일함으로써 제품을 성공시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제품의 효율을 극대화해서 고객 가치를 혁신한다는 샤오미의 가치에 부합한다면 어떤 카테고리, 어떤 스타트업과도 협업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 기획한 제품이 그 카테고리 안에서 효율성을 혁신했는가, 디자인이 얼마나 훌륭한가, 제품 품질은 얼마나 좋은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많은 소비자가 IT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품질, 디자인적 요소, 소비자들의 평가 등도 함께 고려한다.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쿨(cool)하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샤오미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가 이 두 가치의 충돌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중국 제품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첫 번째가 품질이 낮다는 것, 두 번째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다. 이 두 가지 이미지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결국 단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샤오미 제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겨진 제품 가격에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항상 공언하는 것처럼 우리는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이윤으로 남기지 않는다. 이건 원칙이다. 5% 이상의 이윤은 전부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인 후 실제 샤오미 제품을 써본 고객들이 예상하는 기대치를 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라는 말로 정의하기 어렵다. 가격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샤오미의 목표다.



소비자들이 샤오미 제품에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제품을 사용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샤오미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를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밴드 얘기를 해보자. 샤오미는 미밴드4(MiBand4)를 3만1900원에 내놨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그럼 사람들은 한번 써볼까, 선물이나 해볼까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고객들이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 없이 샤오미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이 고객들이 실제 샤오미를 사용하고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생각보다 좋은 착용감, 10만 원이 넘는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봐도 성능, 디자인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미밴드를 경험한 고객의 반응도 비슷하다. 샤오미가 자신들이 선택한 최고의 스마트밴드가 되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퍼지는 입소문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존에 올라오는 수많은 리뷰를 보면 대부분 양 극단으로 치닫는다. ‘생각보다 정말 별로’라면서 사지 말라고 하는 별 한 개짜리 리뷰와 ‘가격대 이상으로 좋다’며 사라고 추천하는 별 5개짜리 리뷰다. 샤오미는 우리 제품을 쓴 고객들이 후자의 리뷰를 많이 남겨서 알아서 제품의 인지도가 확산되도록 노력한다.

또한 샤오미는 실제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과 디자인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 적극 소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한국 시장에 소개된 여행용 가방을 예로 들어보겠다. 이 가방을 소개할 때 여기에 쓰인 재료부터 공정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 알루미늄 가방에 들어간 재료는 글로벌 가방 제조회사인 투미(TUMI)에 공급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리모와(RIMOWA)라는 럭셔리 여행용 가방과 똑같은 제품 디자인 구조를 적용했다. 이 모든 정보를 고객에게 공개한다. 고객들은 샤오미가 제시한 가격표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제품 제조 과정을 효율화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2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가격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얼마나 혁신적으로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샤오미 브랜드에 열광하는 미팬(Mi Fan)들을 양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샤오미의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샤오미는 원래 온라인을 위주로 비즈니스를 했던 회사다. 그런데 최근엔 오프라인 매장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스토어(Mi Store)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써보고 체험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샤오미TV로 축구 경기를 보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미팬들과 샤오미 직원들과의 만남도 곳곳에서 이뤄진다. 미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하는 하나의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스토어가 애플스토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애플스토어는 우리가 추구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아니다.

샤오미의 최우선 가치는 효율성이라고 이미 언급했다. 전 세계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성이 가장 높은 브랜드가 어딜까? 단위 면적별 매출액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무지도 같은 기준으로 볼 때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이 브랜드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러 가지 제품을 구경하고 체험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둘째, 품질이 좋다. 셋째, 가격이 합리적이다.

샤오미의 미스토어는 이 브랜드들의 특성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매장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철학이다. 고객들이 눈을 감고 샤오미 매장에서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손해 보지 않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이 브랜드들의 ‘테크(Tech)’ 버전이 바로 샤오미인 셈이다.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궁금하다.

한국은 샤오미의 글로벌 마케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시아 소비시장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에서 잘된다는 것은 아시아 시장에서 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오미 제품을 테스트하고 점진적으로 보완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어떠한 나라보다 SNS가 활발하다. 투명하게 제품을 평가하고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평가를 공유한다. 샤오미 제품의 장점을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이미 한국에서 많은 미팬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고객들하고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

샤오미가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 미팬 중에 일부를 초청해 직접 만나고, 이들의 건의사항을 실제 샤오미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고객들이 직접 신제품을 써본 후 샤오미 상품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샤오미 홈페이지에는 고객 상품개발 플랫폼이 있는데 샤오미 고객이면 누구나 제품의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을 올릴 수 있다. 형식적인 플랫폼이 아니다. 실제 고객 의견을 모아 샤오미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고객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확인하고 샤오미가 실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한국에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이 바로 한국의 미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네이버 샤오미 팬카페에서 활동하는 4만여 명의 팬 중 12명을 초청했다. 이들에게 샤오미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의견이 있는지 물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샤오미 주요 제품을 나눠주고 사용하게 하면서 구체적인 반응을 묻기도 했다. 크게는 어떤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서, 작게는 어떤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까지 포함했다. 실제로 이 반응들은 프로덕트 매니저들에게 전달됐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이건 DBR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내용인데 이르면 2019년 하반기 한국에 샤오미 미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번에 초청한 한국 미팬들에게 어느 장소가 좋은지 물어봤다. 여러 후보 장소가 언급됐다. 미팬들을 대상으로 투표도 진행했다. 인기가 높았던 장소에 한국 사업파트너와 함께 가보기도 했다. 물론 이 장소에 미스토어를 반드시 지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샤오미가 고객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여전히 샤오미의 전략이 애플과 유사하다고 비판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샤오미와 애플이 비교되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제품을 개발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한 것 같다. 공통점은 샤오미나 애플이나 모두 하나의 고객가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내놓고 싶어 한다. 샤오미는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시장 포지셔닝 전략을 보면 애플과 샤오미는 완전히 다르다. 애플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프리미엄 제품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이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특정 소비층에 집중하는 ‘Exclusion(배제)’ 전략을 택해야 한다. 샤오미는 그 반대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우리 제품을 원하면 구매할 수 있는 ‘Inclusion(포함)’ 전략을 표방한다. 그러기 때문에 샤오미는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춰서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번 방한 목적이기도 한 신제품 미밴드4를 예로 들 수 있다. 미밴드4는 이전 버전인 미밴드3와 달리 컬러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사용해 마감재도 고급스럽게 바꿨다. 그런데도 가격은 3만1900원으로 동일하다. 우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 남은 돈을 이윤으로 쓰지 않고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투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샤오미의 향후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이다. 하드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새로운 유통방식을 결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성능이 좋으면서 원가에 가까운 가격 책정, 마케팅 비용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는 효율적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그리고 이 제품들에 적용된 통합 인터넷 서비스를 추구한다. 사물인터넷(IoT)은 샤오미 전략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샤오미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에 향후 5년 동안 100억 위안을 투자할 것이라고 이미 발표했다. 샤오미가 초기에 독자 개발한 OS인 미유아이(MIUI)와 스마트폰, 각종 하드웨어 제품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샤오미의 체중계, 스마트밴드, 스마트폰을 하나의 MIUI 계정으로 연결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신체 정보를 한곳에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샤오미 입장에서도 이 고객이 샤오미 제품을 언제, 몇 대나 구매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관리가 가능해진다.

샤오미가 다른 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많은 젊은 층이 가격이 저렴하고 설치가 용이한 샤오미 IoT 제품들을 자신의 집에 들여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oT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억7000만 대의 샤오미 제품이 MIUI에 연결됐다. 이러한 추세를 토대로 계속해서 고객들이 샤오미 제품들을 연결하면 방대한 데이터가 쌓일 것이다.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한다면 다시 한번 파괴적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성장 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것이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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