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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공간 경제학이 말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가이드

“어디에서, 어떻게 운영?
상권이 아닌 상생의 가능성을 봐야“

모종린 | 281호 (2019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 로컬 크리에이터 공간 창업의 최적 입지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는 생산 환경을 갖추고 있고 운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
2. 성공적인 공간 운영을 위한 전략적 지침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앵커 스토어가 문화 자원과 기업가정신을 스스로 창출하고, 공간과 접근성을 개선하며, ‘착한 가격’으로 지역 파트너와 협력해 C-READI(Culture, Rent, Entrepreneurship, Access, Design, Identity) 조건을 만족하도록 운영



다들 ‘공간’을 창업한다고 한다. 스타트업도, 기업도, 소상공인도, 상점도 아닌 공간이다. 공간 요소가 그만큼 부동산과 리테일 창업에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공간 창업의 대상은 소매점, 외식업체, 숙박업소, 디자인 패션업체, 편집숍, 서점, 갤러리 등 매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상업시설이다. 공간을 임대하거나 공유한다는 의미의 공간 비즈니스도 공간 창업의 하나다.

공간 창업의 수요가 큰 곳은 공간 자원이 풍부한 지역 상권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지역성과 결합한 고유의 콘텐츠로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예: 어반플레이, 서피비치, 삼진어묵, 덕화명란, 카페 어니언 등)이 활동한다. 앞으로 공간 기반 크리에이터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골목상권의 부흥도 공간 창업이 주도했다. 골목상권은 말 그대로 하나의 공간인 골목길 중심으로 조성된 상권이다. 한국 도시의 골목상권은 한옥, 근대 건물, 1970년대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다. 1세대 골목상권 중 홍대와 이태원의 공간 정체성은 단독주택, 삼청동은 한옥이다. 골목상권 안에서 성공한 공간 역시 공간적 특색이 뚜렷하다. 오래된 공장, 창고, 학교를 리모델링해 지역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거나 오픈 계단, 루프톱, 공유 공간으로 지역 주민과 문화와의 상생을 추구한다. 골목길과 더불어 골목길 건축물이 공간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공간이 창조하는 정체성과 사회성이 중요해지면서 공간 창업의 중심은 공간 기획에서 공간 운영으로 넘어가고 있다. 자신이 기획한 공간을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 공간 창업자는 불가피하게 건축학과 경제학의 접점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상업시설 운영자는 공간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공간의 예술성만으로는 상업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공간을 운영해야 할까?



어디에서 운영해야 하나?

어디에서 공간을 창업해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위치 이론(Location Theory)에 따르면 최적의 위치는 운영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위치, 즉 소비 시장에 가깝고 생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평지이며, 주변에 대규모 소비 인구가 거주하고,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근린 시설이 많은 곳이 위치가 좋은 상권이다. 하지만 공간 운영자는 생산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자의 공간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선택한 지역이 그 산업에 적합한 입지 조건을 갖췄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도시경제학이 강조하는 입지 조건은 도시 1 다. 그렇다면 모든 도시 장소가 공간의 위치로 적합할까? 도시 안에서 더 작은 단위의 생산 지역을 찾는다면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클러스터 이론을 응용할 수 있다.

포터는 클러스터 경쟁력을 요소 시장, 수요 조건, 연관 산업, 내부 경쟁 구조에서 찾는다. 이 이론을 공간 창업에 적용해 본다면 △인력, 재료, 자본 등 투입 요소를 원활하게 조달하고(요소 시장) △수준 높은 소비자가 많으며(수요 조건) △연관 산업과 지원 산업이 잘 갖춰져 있고(연관 산업) △다양한 사업자가 있어 내부 구조가 경쟁적인 (내부 경쟁 구조) 지역이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창의성이 중요한 공간 창업의 입지 조건은 물리적인 경쟁 요인보다는 문화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서 공간 창업에 적합한 입지 조건을 정리하자면 핵심 전제는 단연 ‘공간의 문화성’이다. 상권 규모, 생산자 집적 등 전통 경제학에서 중시하던 물리적 조건만으로 입지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SNS와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대도시 중심지가 아닌 주변 지역, 심지어 소도시라도 운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 자원이 풍부하다면 공간 시설이 들어서기에 충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문화성과 정체성이 뚜렷한 지역이라면 규모가 작아도 공간 창업을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최근 글로벌 대기업의 행보는 공간 운영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인 스타벅스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네 가게를 표방한다. 회원제를 운영하고 회의실을 임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 기능한다. 애플은 애플 매장을 아예 타운스퀘어(동네 광장)라고 부른다. 지역 자원을 연결해 지역문화의 체험을 제공하는 에이스호텔은 커뮤니티 호텔을 지향한다. 이들 대기업 모두 지역 상권의 앵커 스토어, 쉽게 말하면 동네 사랑방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앵커 스토어란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을 기반으로 유동인구, 시설, 구심점, 정체성 등 상권 공공재를 제공하는 상업시설이다. 사실 앵커 스토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과거에도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스타벅스, 홀푸드마켓, 반스 앤드 노블스가 쇼핑센터와 주상복합단지의 앵커 시설로 기능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활동 영역이다. 예전의 앵커 스토어가 쇼핑센터 운영자가 임의적으로 배치한 시설이라면 현재의 앵커 스토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거리 상권에서 시장 경쟁을 통해 자리 잡은 거점 공간이다.

신규 앵커 스토어들의 공통점은 혁신적인 수익 모델이다. 공간 기획, 문화 기획, 공간 비즈니스, 옴니 채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라인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 동시에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지역 상권의 대장주와 플랫폼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문화 중심지가 되려는 노력이다. 앵커 스토어는 모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의 독립 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해 지역 시장의 앵커 스토어로 자리 잡으려면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 정체성, 지역 기반,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앵커 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① 지역 특화 ② 복합 문화공간 ③ 공간 디자인 ④ 로컬 콘텐츠 ⑤ 커뮤니티 비즈니스 ⑥ 골목길 기획 등 6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① 지역 특화
전통적으로 독립 기업은 가격, 서비스, 생산 방식의 차별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했다. 관료적이면서 전국 구매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로컬 기업만큼 로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가 없다. 예컨대, 산지와 도매상 접근성이 좋은 로컬 과일 가게는 대기업보다 빨리 신선한 과일을 매장에 선보일 수 있다. 광주의 무등산 브루어리처럼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생산방식을 차별화하는 것도 지역 특화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역 특화로 경쟁하는 독립 기업은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타지역으로 진출할 유인이 적다.

지역 특화 앵커 스토어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기업은 대전의 성심당이다. 대전 시장에만 집중하는 성심당은 다양한 매장을 원도심의 한 거리에 집적시켜 그 거리를 성심당 거리로 만들었다. 대전 원도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사업을 추진할 뿐 아니라 유동인구, 건축 랜드마크, 지역 자부심 등 대전 원도심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서울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를 들 수 있다. 연희동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러가쇼핑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백화점, 할인마트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독립 슈퍼마켓이다. 연희동 골목상권은 주차장, 유동인구, 문화 상징성 등 다양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사러가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최근 앵커 스토어 트렌드는 연결, 만남, 커뮤니티다. 가격과 서비스 차별화 등 기업이 독자적으로 선택하는 전략보다는 소비자, 생산자, 사업자가 만나고 연결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플랫폼 전략이 확산된다.


② 복합 문화공간
가장 보편적인 로컬 플랫폼 모델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한남동 사운즈한남, 성수동 성수연방, 제주 탑동 아라리오뮤지엄 등 도심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부동산 개발사는 일반적으로 커피, 베이커리, 크래프트 비어, 독립 서점 매장을 중심으로 상가를 구성한다. 더 많은 만남을 유도해야 하는 리테일 공간의 본질에 충실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일 매장으로 조성되는 복합 문화공간에는 매장 공간과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카페가 인기다. 매장에 카페를 설치하는 트렌드는 서점에서 시작됐는데 언제부터인가 갤러리, 옷 가게, 편집숍, 코워킹 스페이스, 세탁소, 바버숍 등 리테일 전 업종으로 확산됐다.

③ 공간 디자인
공간 디자인도 주민과 주민을, 주민과 고객을, 지역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도서관, 공연장, 체험장 공간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는 로컬 기업도 오픈 계단, 서가, 루프톱, 빈티지를 통해 지역의 거리, 자연, 지식, 역사와 소통하고 지역의 스토리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을 통해 동네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연결하는 것이 작은 기업이 앵커 스토어 위치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④ 로컬 콘텐츠
콘텐츠를 통해 로컬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로컬 브랜드를 수집해 판매하는 로컬 브랜드 편집숍, 지역 브랜드가 참여하는 팝업 스토어와 축제, 공동 판매, 공동 작업과 제작 등 로컬 브랜드 간 협업, 로컬 창업자를 육성하고 로컬 창업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창업 인큐베이터 등의 방식으로 로컬 콘텐츠를 개발한다.

지역 브랜드를 편집해 판매하는 매장이 로컬 편집숍이다. 선진국 도시에서는 ‘포틀랜드 메이드(Portland Made)’ ‘메이드 인 포틀랜드(Made in Portland)’ 등 ‘우리 도시 제품 상점’으로 운영된다. 국내에서는 로컬 참기름, 마늘, 소금, 명란 등 지역의 장인 제품을 수집해 서울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연남동의 연남방앗간, 제주 서귀포 사계리 지역의 가게와 브랜드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의 장인 제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사계생활, 시흥 월곶동에서 로컬 농산물과 지역 소비자를 연결하는 빌드의 팜닷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에는 이미 생산된 콘텐츠를 편집하는 것보다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문화산업에서 콘텐츠란 ‘부호, 문자, 도형, 색채,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문화 창조 산업뿐만 아니라 골목 산업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브랜드, 제품, 공간, 커뮤니티 공공재 등 유·무형 혼합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생산물(output)로 정의한다.

콘텐츠를 이렇게 정의하면 로컬 콘텐츠의 의미는 명확해진다. 로컬 콘텐츠는 지역 자원에서 추출된 콘텐츠다. 환경, 역사, 문화, 공동체, 지리, 장소 등의 지역 자원이 로컬 콘텐츠 생산 과정에서 투입재(input)로 쓰인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입재는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다. 예컨대, 지역 역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 건축물은 이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즉각적인 공간과 브랜드 콘텐츠를 제공한다.


⑤ 커뮤니티 비즈니스
주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지역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서도 로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주체가 돼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개인 기업도 커뮤니티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창업하는 도시재생 스타트업,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 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호텔, 지역 주민에게 모임과 교류의 장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카페 등이 현재 부상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운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소개된 부여 세간 자온길, 부산 이바구캠프, 서울 핏플레이스, 춘천 썸원스페이지 모두 주변의 다른 운영자와 협력해 매력적인 로컬 신(local scene)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기반 앵커 스토어다.

⑥ 골목길 기획
동네를 새롭게 ‘창업’하는 골목길 기획사도 늘고 있다. 1세대 기획사는 신동엽의 신장개업, 백종원의 골목식당 모델로 개별 가게를 리모델링해주는 사업이다. 신동엽의 신장개업은 199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며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가게 하나가 아니고 한 지역의 여러 식당을 리모델링한다.

개별 상점 리모델링으로 골목길을 살릴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정부가 골목 상권 육성을 원한다면 『골목길 자본론』에서 제시한 6가지 조건, 즉 C-READI 전 영역에 기여해야 한다. 즉, 골목길의 문화자산(Culture)을 확충하고, 임대료(Rent)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골목 창업(Entrepreneurship)을 지원하고 필요 인력을 훈련하고 육성하면서, 골목길 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Access)을 개선하고 골목길 정체성(Identity)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C-READI 원칙은 골목길을 기획하는 민간 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 C-READI 전 영역에 기여하는 프로젝트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경리단길 주식회사 장진우, 용산 열정도 청년장사꾼, 익선동 익선다다 등이 동네길 전체를 기획한 2세대 기획사다.

3세대 모델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개발사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사동 쌈지길, 가로수길 스와치빌딩을 골목형 쇼핑센터로 기획했다. 대림산업의 D타워, D뮤지엄도 실질적으로 골목형 쇼핑센터로 기능한다. 부동산 개발사 JOH는 동네 상가 분위기를 재현한 사운즈한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사 네오밸류는 신도시에서 골목 문화를 재현하고 골목길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앨리웨이 상가를 개발한다.

종합하면, 앵커 스토어 개념은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공한 앵커 스토어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면 앵커 스토어는 결국 자신의 상권이 C-READI 조건을 만족하도록 기여하는 기업이다. 가게 스스로가 문화 자원과 기업가정신을 창출하고, 공간과 접근성을 개선하며, ‘착한 가격’으로 지역 파트너와 협력한다. 앵커 스토어의 C-READI 전략, 즉 지역 상권의 C-READI 조건에 대한 기여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뿐 아니라 문화성, 창의성, 공유가치, 커뮤니티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결론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전망은 밝다. 지역 특색을 체험하려는 관광객과 출신 도시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지역 주민이 늘면서 대기업이 복제할 수 없는 로컬 콘텐츠로 경쟁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대기업과의 관계도 상호 보완적이다. 로컬 브랜드와 상생해 로컬 정체성을 부각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로컬 푸드, 지역 식가공 브랜드, 지역 맛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마트, 오픈마켓과 오프라인 파트너스퀘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네이버, 제주 탑동 매장에 제주 디자인 상품 편집숍을 입점시킨 올리브영, 지역 음식점의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제주신라호텔 등이 있다.

대기업이 매장의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로컬 브랜드를 지원하고 이들과 협업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로컬 지향 시대의 대기업은 협업할 로컬 브랜드가 부족한 지역에서 직접 로컬 브랜드를 육성할 정도로 로컬 자원을 중시할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생적인 창조 커뮤니티가 돼야 한다. 커피, 수제 맥주, 와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컬 브랜드를 다수 배출하는 미국의 포틀랜드가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하는 도시 단위의 창조 커뮤니티다.

국내에서도 창조 커뮤니티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 원도심에 유휴 공간을 확보해 이곳에 창업할 창업자를 선발하고 지원하는 ‘리노베이션 스쿨 인 제주’, 군산 원도심 창업자를 6개월간 보육하는 ‘로컬라이즈 군산’, 서천 한산마을의 모시와 소곡주 장인으로부터 로컬 창업의 기술을 배우는 ‘삶기술학교’, 제주 장인과 창업가를 연결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로컬 브랜딩 스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또한 상업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사업화되고 있다. 네오밸류, OTD코퍼레이션 등 타지역에서 모방할 수 없는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유치하고 때로는 직접 육성해, 지역 문화가 살아 있는 상가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로컬 크리이에터가 창조도시 건설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에서도 핵심 성공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 더 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길 희망한다.


필자소개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jrmo@yonsei.ac.kr
필자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조교수를 지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경제발전론과 세계화다. 2008년 이후 정책연구를 통해 한국 발전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학 격차, 외국인 투자, 영어 교육, 이민, 지역 발전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 제고에 필요한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작은 도시 큰 기업(2014)』 『라이프스타일 도시(2016)』 『골목길 자본론(2017)』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Cohen, Boyd and Pablo Munoz. 『The Emergence of the Urban Entrepreneur』 Praeger. 2016
2.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북스. 2017
3. 모종린·박민아·강예나. 『로컬 크리에이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로우프레스. 2019
4. 어반플레이. 『로컬 전성시대』 어반플레이. 2019
5. 윤주선·김주언·서수정. 『부트 업 건축도시 스타트업』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
6. 윤주선 외. 『운영자의 전성시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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