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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사회적 가치, 이제는 Why에서 How를 생각해야

나석권 | 280호 (2019년 9월 Issue 1)
“작은 행동이 큰 차이를 가져온다(Small actions, big difference).”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의 슬로건이다. 유니레버는 무형적인 사회적 가치 개념을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형화시키는 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농축 섬유 유연제, 에어로졸 가스와 알루미늄 용기 사용량을 줄인 데오드란트 제품 등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LPG 택시에 실리는 원통형 가스통을 도넛형으로 만들어 트렁크 면적을 넓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아이디어는 부모님의 휠체어를 싣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들어맞는 디자인의 가스통을 고민한 결과 완성됐다.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고요한 택시’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태블릿PC와 앱을 통해 승객과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청각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모두 일상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은 변화로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작은 변화를 일상생활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모두 사회적 가치가 보람 있고 의미 있다고 인식은 한다. 다만 그것을 꼭 내가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이런 생각을 깨뜨리는 방법은 소위 ‘너지(nudge)’를 활용해 작은 실천을 제도화 내지 실천화하는 것이다.

우연히 들렀던 서울 시내 모 호텔의 엘리베이터에는 특이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호텔 방 키를 터치패드에 대고 가고 싶은 층을 누르면 내 숙박비에 500원씩 비용이 청구된다는 것이다. 즉, ‘투숙 기간 엘리베이터 이용 횟수x500원’씩의 추가 비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 추가 비용은 선택 사항이다. 투숙객이 체크아웃을 할 때 추가 산정된 비용 중 원하는 만큼 결제를 하면 호텔은 이를 모아 좋은 목적으로 활용되는 펀드에 적립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투숙객은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렇게 ‘너지’를 잘 활용하면, 사회적 가치를 사람들의 일상 속에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이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 밖에 내가 생활 속에서 만들어 가는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측정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제는 정형화돼 있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상생활, 기업이 하는 생산 활동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가치와 비용을 수치화해 보면 그 자체로 규모의 과소에 대한 인식이 이뤄지게 된다. 이는 당연히 사회에 좋은 일은 증가시키고 나쁜 일은 줄여나가는 행동으로 연결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가치연구원도 이러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과 그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치 측정에 대해 다수의 선진기업과 연구조직이 동참하고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측정의 위력’을 실감할 때가 조만간 올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사회적 가치가 ‘왜(Why) 중요한가’에 대해 질문하기보다 ‘어떻게(How)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집중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
나석권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행정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5년간 공직에 몸담으며 재정경제원, 기획재정부,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재정·국고·금융·정책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뉴욕재경관 재직 시에는 뉴욕의 혁신 사례와 스타트업에 심취한 바 있다. 2017년 SK경영경제연구소로 옮겨 사회적 가치 창출, 사회적 기업, SK그룹의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원칙 및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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