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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

“한 달에 한 번은 전략 성과 검토해야”

DBR | 16호 (2008년 9월 Issue 1)
BSC(균형성과표)는 1992년 하버드대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컨설턴트 데이비드 노턴이 창안한 경영혁신 기법이다. 재무 성과에 치중한 기존 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BSC의 핵심 내용은 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인 무형 및 지적자산의 가치평가를 위해 재무(Financial), 고객(Customer), 내부 프로세스(Internal Process), 학습 및 성장(Learning & Growth) 등 네 가지 관점에서 기업 성과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BSC는 원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을 위해 개발된 방법론이지만 그동안 활용 범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공부문에서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현재 경제 전문지 포천의 10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성과평가 지표로 자리잡았다. 미국 재무부,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저술한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 1996년)’ ‘전략집중형 조직(The Strategy-Focused Organization, 1999년)’ ‘전략체계도(Strategy Maps, 2004년)’는 경영학계의 대표적 명저로 꼽힌다.
 
1992년 HBR을 통해 처음 BSC 개념을 주창한 뒤 BSC를 성과측정 도구에서 전략실행 도구로 발전시켰습니다. 하나의 개념을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온 것은 참으로 이례적입니다.
BSC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992년 HBR에 BSC 개념을 소개했을 때 저와 노턴 박사는 글의 절반을 성과 측정 부문에 할애했습니다. 이후 저희는 초기 BSC가 단순한 성과측정 시스템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에 맞춰 전략경영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저희의 두 번째 책 ‘전략집중형 조직’에서 우리는 전략 실행의 다섯 가지 개념에 BSC를 도입하고 있는 성공적 회사들을 분석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전략의 구체화입니다. 각각 다른 전략을 구현하는 데 있어 전략 체계와 성과 지표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본 것이죠. 이후에 나온 책들에서는 사업 부서와 지원 부서 간 수평적 정렬을 통해 전사적 시너지를 창조하는 법, 각자가 속한 부서에서 전략 실행을 위해 직원들을 정렬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법, 전략을 일상 생활화하는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뤘습니다.
 
BSC의 다음 단계는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자동 조정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전략 수립, 목표 정의, 예산 수립, 자원의 배분, 프로세스 개선, 품질 방법론, 학습 조직, 긴급 전략까지도 모두 포함할 것입니다.
 
최근 BSC를 사용하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 서구 기업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 기업에 해 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입니까.
 
노턴 박사와 저는 몇 년 전 BSC를 성공적으로 이용한 기업 및 조직들의 모임인 ‘명예의 전당’을 세웠습니다. 현재 100개가 넘는 기업이 속해 있고, 다음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6개 기업에 이 상을 추가로 줄 예정입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BSC 명예의 전당에서 두드러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KT, LG디스플레이, 이랜드, 동서발전, 코트라 등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BSC는 한국 문화와 환경에 충분히 적용 가능할 뿐 아니라 BSC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기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에 리더십과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BSC ‘명예의 전당’에 오른 기업 중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의 후원 및 지지가 없었던 기업은 없었습니다. 의사소통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구성원이 회사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조직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전략의 성과를 검토하고, 성공적인 전략 수행에 필요한 중간 과정을 점검해야 합니다.
 
지난 2월 HBR에 기고한 새 글 ‘경영시스템 마스터하기’를 통해 기업이 부진한 성과를 내는 가장 큰 이유가 전략과 운영의 불일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략과 운영의 불일치는 왜 발생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이런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습니까.
 
우선 전략과 운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조직이 일상적인 조직 운영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편입니다. 경영 회의에서도 이러한 단기적 이슈에 관한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한 나머지 전략 이슈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나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운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줄이거나 소홀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또는 정기적으로 전략만을 논의하는 전략 검토 회의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이제껏 펴낸 책에서 운영 회의와 전략 회의를 위한 다양한 역할, 주기, 관련자에 관해 지속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인용구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전술 없는 전략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전략 없는 전술은 패배 직전의 아우성에 불과하다(Strategy without tactics is the long road to victory. Tactics without strategy is the noise before defeat).” 저는 이 말이 전략과 운영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보여 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략과 운영의 조화를 이뤄내는 경영자는 전략 실행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 전략을 계속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 및 자원재분배를 월별 회의에서 전사적으로 논의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입니다.
 
BSC나 전략체계도는 숫자·비율 등 소위 ‘딱딱한’ 내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경영자의 스타일과 같은 ‘부드러운’ 내용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영자의 리더십·스타일·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업의 성과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부드러운’ 요소는 반드시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없이 부드러움만 강조하는 조직은 실행(execution) 면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행력이 없으면 아무리 위대한 비전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해도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BSC는 기업뿐 아니라 많은 정부기관과 비영리 단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구 사회와 달리 한국 내에서는 민간 기업을 제외하고 BSC를 이용하는 조직이 많지 않은 편인데요. 이런 조직에 어떤 충고를 해 주고 싶습니까.
 
BSC를 사용하는 아시아 조직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BSC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한국 정부기관 전체에 걸쳐 전자상거래 체제를 설립하도록 돕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BSC를 성공시키는 핵심 요소는 조직의 수장이 발휘하는 리더십, 특히 조직원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려는 리더의 의지입니다.
 
편집자 주 BSC(Balanced Scorecardㆍ균형성과표) 등 ‘전략 실행’ 분야의 세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2008 팔라듐 아시아퍼시픽 서밋’이 9월 23∼24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립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팔라듐 아시아퍼시픽 서밋에 참석차 내한 예정인 BSC의 창시자 로버트 캐플란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DBR은 이번 서면 인터뷰 외에도 ‘팔라듐 아시아퍼시픽 서밋에 참가하는 세계적 경영 구루들의 강연을 상세히 전해 드릴 예정입니다. 동아일보와 함께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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