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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탁월함의 역사

김현진 | 278호 (2019년 8월 Issue 1)
최근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회자되는 인물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입니다. 그는 전 세계 밀레니얼, Z세대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고객 포트폴리오의 반 이상을 젊은이들로 채웠습니다. 유튜브에선 ‘구찌하다’가 ‘쿨하다’의 동의어로 쓰일 정도입니다. 고루하다는 평가 속에 침체의 길을 걷던 구찌는 2015년 미켈레의 등판으로 매년 전년 대비 40∼50%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며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냅니다.

긴 머리와 수염으로 그의 조상뻘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떠올리게 하는 이 로마 출신 사나이는 젠더리스룩, 스트리트 패션 등으로 고고한 럭셔리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옹호하며 그 당시 지성계를 뒤흔든 것만큼이나 혁신적인 바람을 오늘날 럭셔리 업계에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나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듯한 그마저 철칙으로 여기는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구찌의 역사와 함께하는 브랜드 로고, 빨간색과 녹색 선이 교차하는 스트랩 디자인 등 브랜드의 DNA 요소들을 디자인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DBR의 4대 편집장을 맡아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면서 구찌를 떠올리게 된 것은 DBR 역시 ‘명품’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전공할 당시 첫 수업에서부터 배웠던 명품의 구성 요소들도 새삼 생각났습니다. 바로 ‘탁월함’ ‘독창성’ ‘희소성’입니다.

미켈레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요즘 종종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DBR의 아카이브를 뒤져보고 있습니다. 그리곤 DBR이 11년간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며 조금씩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함’이라는 제작 원칙을 타협 없이 지켰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번 내려 봅니다. 저 역시 이런 핵심 가치가 DBR의 뿌리임을 명심하고 엄격하게 계승해나가겠습니다.

미켈레는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성공의 뿌리들을 동시대적 감성으로 변주해냈습니다. DBR 역시 좀 더 유기적으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독자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겠습니다. 저는 최근까지 DBR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 포럼을 총괄하는 경영교육팀장으로 일하면서 DBR 콘텐츠를 기업 교육 및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니즈를 담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기사는 물론 이런 변화에 동반되는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된 기사들을 강화하겠습니다. 또 스페셜 리포트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직접 취재 후기를 전하는 ‘비하인드 스페셜 리포트’ 칼럼과 여러분이 현업에서 경험한 성공 또는 실패 케이스를 직접 기고할 수 있는 미니 케이스 스터디 코너를 신설해 독자 여러분과의 소통을 강화하겠습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주제는 마침 ‘가벼움에 대하여’입니다. ‘B급 코드’로 드러나는 이 시대의 사회적 트렌드는 결국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이것이 조직문화,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입체적으로 풀어낸 DBR 278호는 어느덧 7말8초를 맞은 올해 휴가 길에 ‘머스트 캐리(must-carry)’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BTS의 글로벌한 성공에 가장 감격하는 것은 밀레니얼, Z세대가 아닌 베이비붐세대라는 사실이 놀랍다면, 또 ‘B급 감성’과 가장 잘 통한다는 하상욱 시인의 시 ‘안/보면//맘/편해’의 제목이 ‘팀장님’이란 데서 괜스레 마음이 찔린다면 더더욱 필독을 권합니다.

DBR이 꿈꾸는 탁월함의 역사에 가장 큰 지지자가 돼 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한결같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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