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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스카이랩스 이병환 대표 인터뷰

5G는 헬스케어 산업 키울 방아쇠
전에 없던 데이터로 ‘의료 혁명’ 이끈다

이미영 | 275호 (2019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헬스케어는 5G 시대에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으로 꼽힌다. 다양한 원격 센서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센서를 통해 수집한 환자의 데이터를 고도화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적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원격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는 미세한 혈류의 움직임을 통해 심방세동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심전도 측정 반지 CART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기존 의료 환경에 불만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파고들어 IT를 접목해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연규(성균관대 영문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헬스케어 산업은 5G 시대에 가장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IHS Markit)은 5G를 활용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약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5G 이동통신기술을 통해 상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 데이터를 취합·분석하는 다양한 센서 기기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나 1분 1초가 급한 응급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수도 있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스카이랩스는 5G 시대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대표적인 한국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의료 측정 기기인 CART(Cardio Tracker)는 거추장스럽던 심방세동 측정기기를 반지 형태로 소형화한 것이다. 365일 24시간 환자가 착용한 반지에서 미세한 혈류의 움직임을 감지해 환자 상태를 파악한다. 의료진은 환자가 위험한 순간을 신속하게 파악해 빠르게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이미 국내외 병원은 물론 제약회사, 보험회사 등 의료업계에서 CART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창업주 겸 대표는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5G 이동통신 기술 및 고급 신호처리 시스템을 개발하던 연구원이었다. 연구에 매진하던 중 헬스케어 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에 매료됐다. 함께 일하던 백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2015년 스카이랩스를 설립했다. 이 대표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동문인 정의림 한밭대 교수도 테크리드 직책을 맡아 스카이랩스에 합류했다.


삼성전자 5G 통신기술 연구원 출신인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통신기술의 복잡한 신호처리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면 과거 의료진이나 환자가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5G 통신기술과 맞물려 CART의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DBR은 이 대표를 만나 5G 시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헬스케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IT 전문가가 의료 분야의 스타트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5G 통신기술을 연구하던 때였다. 기본적으로 성향이 워커홀릭인데 매일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물론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다. 부정맥 및 심장 이상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에 여러 번 실려 갔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정확하게 그 이유를 찾아내진 못했다. 심혈관 관련 질병은 평소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그 정보를 분석하는 게 중요한데 하루 이틀 입원해 검사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었다. 링거를 투약하고 며칠 쉰 후에 퇴원하는 게 전부였다.

이때 당시 연구하고 있던 5G 통신기술이 떠올랐다. 복잡한 신호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센싱하는 5G의 신호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작은 병세도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호는 다양한 상황이 포함된다. 사람이 움직이면서 감지되는 신호, 통신 신호, 이미지 신호 등이다. 인간의 몸에서 보내는 다양하고 민감한 생체 신호를 센서로 감지한 후 데이터로 만들어 분석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이동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헬스케어 산업은 더욱 확대되고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판단했다. 그래서 2015년 함께 5G 통신기술을 연구하던 백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 이동통신 시스템과 고급 신호 처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정의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박사와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5G가 헬스케어 산업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5G는 분명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삶의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5G를 진료 수단에 접목하면 의사는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신속하게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환자는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의료 산업 내에 ‘갇혀서 표출되고 있지 못했던’ 가치를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것이다.

5G 통신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센서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가공하는 능력이 월등히 향상되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산업 내로 좁혀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기기를 통해 각 환자의 심전도, 뇌파, 혈압, 혈당, 체온과 같은 개인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 전문가는 수집·분석된 데이터를 통해 개별 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환자들이 처방을 잘 따르고 있는지 효과적인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이른바 ‘의료 사물인터넷(Internet of Medical Things, IoMT)’을 활용한 서비스다. 이로써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즉, 의료 환경이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긴급한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뇌졸중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위험을 느끼는 순간 즉시 구급차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는 중에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병원으로 전송할 수 있다. CT나 MRI 등과 같은 정밀한 자료를 즉각 찍어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지금보다 빠른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사회 구조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의료 비용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선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만큼 질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 효과적으로 병을 낫게 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병원 내의 진료도 중요하지만 병원 밖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5G를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의료 서비스의 질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CART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

CART는 심방세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기를 소형화해 반지로 만든 것이다. 아주 미세한 혈류의 흐름을 센서로 감지해 진단하는 기기다. 간편하게, 큰 불편 없이 365일, 24시간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이다. 두근거림, 호흡 곤란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고 심하면 심장 안에서 피가 굳는 혈전 현상이 일어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의외로 기기가 불편하면 스스로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로 병원에서 관찰해 보면 암 투병하는 환자들조차 항암제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사람은 관성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심방세동 모니터링 기기 대부분은 환자가 의식적으로 기기를 착용해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 장비가 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기기들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전기신호인 심전도(ECG)만을 이용해 심방세동을 감지한다. 피부에 부착된 전극과 신체 외부 장비를 통해 측정하기 때문에 장비를 간소화하기가 어렵다. 잘 알려진 기기로는 가슴에 여러 개의 패치를 붙여 모니터링하는 홀터심전도가 있는데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가슴에 부착하는 휴대형 기기가 있긴 하지만 무겁고 잘 떨어져서 환자가 최대 2주 정도밖에 착용하지 못한다. 손가락을 대고 심방세동을 체크하는 방식의 측정기는 환자가 일정시간이 되면 꺼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근 시계 형태로 된 ‘카디아 밴드’ 같은 제품이 개발되긴 했지만 정확도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CART는 4G 환경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서비스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5G 통신기술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5G 통신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데이터를 끊김 없이 받아볼 수 있다. 이것 자체만 들으면 ‘통신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 것뿐인데 그게 대체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라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통신기술이 3G에서 4G로 넘어왔을 때 어떻게 세상이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라. 처음엔 유튜브가 이렇게까지 활성화돼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공유경제라는 말이 등장할 것이라고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자신의 자동차나 집을 빌려주고 돈을 벌기도 한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 사람들은 반드시 그 잉여자원을 가지고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5G 시대에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우선 사람들의 건강 정보를 활용한 원격진료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 확보가 용이한 CART의 적용 범위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기존 원격 모니터링을 넘어 축적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굳이 4G와 5G를 불연속성으로 생각해 비즈니스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5G 통신환경이 도래했다고 갑자기 세상에 없던 기술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전에 개발되고 시도됐던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제품이 소수 환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

오히려 타깃이 명확하고 특정 질환에 관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운동 습관이나 다이어트 등을 관리해줬던 이른바 웰니스(Well-ness) 서비스 기업들을 보자. 가장 유명한 기업이 아마 미국의 핏비트(Fitbit)일 것이다. 1 최근 이 회사의 주가를 확인해보면 크게 폭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유망 기업으로 꼽혔고 보험회사, 피트니스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협업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시장에서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핏비트가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통해 어떤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환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 질병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관련 서비스가 있다면 기꺼이 지갑도 연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규모는 작더라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부정맥은 유병률로 따지면 약 2% 정도다.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다. 이 중 약 25% 정도를 확보해도 25만 명 규모다.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확대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비(非)의료 전문가가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

쉽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IT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CART가 단순히 건강을 관리하는 기기가 아니라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임상 연구가 꼭 필요했다. 병원과의 협업 없이는 제품을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의료계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전문가 섭외가 가장 시급했다. 순환기내과나 심장내과 쪽 전문가와 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전문가를 수소문해 우리 사업을 알렸고 협업하자고 설득했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에서 우리의 제의를 수락했다.

그 이후에는 임상 실험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방법론부터 신중히 접근했다. 우리는 심방세동 중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심장질환자들의 공통된 증상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이들의 혈류 흐름이 질병이 없는 정상인과 어떻게 다른지 찾아내는 게 핵심이었다.

그다음은 임상 실험에 참가할 환자들을 모아야 했다. 서울대병원 한 곳과 협업을 하기 때문에 임상 실험에 참여할 심방세동 적정 환자 수를 확보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약 200명의 환자를 모을 수 있었다.

이후엔 데이터 수집-분석 과정이 무한 반복됐다. 숨은 생체 신호를 확보한 결과, 초기에 90%에 불과했던 진단 정확도가 98%까지 올라갔다. 실제 반지로 된 제품이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현재 CART는 제품 개발 완성 단계에 있고 올해 하반기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여전히 의료업계에서는 원격 의료에 대해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그만큼 의료 서비스는 섬세하고 정교해야 한다. 규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 환자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료계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또 시민단체 측에서는 의료 정보나 서비스를 기업이나 집단이 독점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만드는 것을 우려한다. 생명이 ‘비즈니스’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니 이 이야기도 틀린 게 아니다.

결국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급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의료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카이랩스를 원격 ‘의료’ 서비스라고 하지 않고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병원이 좋은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환자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약을 처방하고, 적절한 시술이나 수술을 권고하는 등 환자에게 적확한 처방과 진단을 찾아낼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기존 산업이나 시장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윈윈할 수 있다고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업계가 모두 원격 모니터링에 무작정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CART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장질환은 모니터링과 진단이 굉장히 어려워 환자들의 상태를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사들이 더 잘 알고 절감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와 같은 곳에선 원격 의료 모니터링을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낸 상태다. 그만큼 환자 모니터링 툴에 대한 의료계 니즈는 잠재돼 있다고 본다.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의 한국 지사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다. 2017년 이 회사가 우수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Grants4Apps Korea’에 참가해 한국 대표로 선발됐고, 이후 독일 본사에서 진행하는 ‘Grants4Apps Accelerator’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바이엘로부터 투자도 지원받고 사업 관련 노하우도 공유하면서 협업하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이렇게 제약회사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많이 없었다. 최근엔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말 자체를 제약회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내부 자원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의 가장 큰 과제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개발해오면서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화학식은 점점 고갈돼 가고 있다. 겨우 새로운 화학식을 조합해 신약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판됐지만 부작용 때문에 판매 중지되는 약도 있고, 비아그라처럼 애초에 개발 목적과 다른 용도로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임상 연구를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최근엔 임상 실험의 요건도 까다로워져 2 테스트해야 하는 환자 수도, 시간도 늘어났다.

최근 제약업계가 CART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많은 사람에게 모니터링 기기를 나눠주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회사가 분석한다면 임상 실험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신약이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CART의 이러한 장점 때문에 최근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인 사노피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CART는 병원이 아닌 다른 업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의료기기와 제약회사, 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된다면 앞으로 협업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협업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달라.

보험사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보험회사의 비즈니스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그만큼 개인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가입자들이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간편한 모니터링 기기를 사용한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입자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원격 모니터링 기기를 연계한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관련 상품 사용을 가입자에게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원격 모니터링 기기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국민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요양사업을 많이 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늘어나는데 사회복지사 수는 굉장히 적다. 만약 환자를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동시에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늙는 장기다.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때 CART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사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스카이랩스가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은 한국 내 규제나 의료계의 원격 의료 반대 같은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CART는 로컬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구분이 크지 않다. 심혈관 환자라면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 진입 초기부터 시장 규모가 큰 곳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최근 유럽 최대 대학병원인 독일 샤리테병원과 심장질환 임상 연구 LOI(Letter of Intent)를 체결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시장을 등한시하고 있진 않다. 이미 원격 의료 서비스를 도입한 해외에서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성공 사례를 쓴다면 한국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배운 노하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원격 의료와 관련해 개인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GDPR(The EU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이 법을 위반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 발각되면 기업의 연 매출의 약 2% 혹은 1000만 유로(약 131억 원) 중 더 많은 액수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는 단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개인정보가 서버에서 유출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세세하기 고민하고 사업 단계에 반영한다. 이러한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축적하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5G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조언해 달라.

통신기술 그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약 30여 년간 통신기술이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바뀌었다. 통신기술은 하나의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CART도 5G 시대가 열릴 것이라 기대하고 시작했던 사업은 아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더 편리하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 만들어낸 결과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DBR mini box: 일본은 5G 시대 원격 의료 준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2018년 4월부터 원격 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24일에는 원격 로봇 수술도 원격 의료의 하나로 용인하는 지침개정안을 제시했다. 원격 의료는 안정적인 통신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로봇을 통해 수술하거나 원격으로 환자에게 자신의 진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선 통신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격 수술 중에 조금만 지연돼도 의사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5G 이동통신은 일본의 원격 의료 서비스 확대에 가장 필수적인 이동통신 기술이다. 최근 일본 통신사와 의료기관 등이 협업을 통해 다양한 원격 의료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진단과 함께 진료도 원격으로 추진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이동 차량을 활용한 원격 의료 비즈니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 NTT동일본 관동병원과 협력해 원격 의료 이동 차량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종합 진료과와 산부인과 의사가 화상회의를 통해 차량에 탄 임신부를 원격으로 검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임신부 검진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태아의 움직임이 적다고 호소하는 임신부가 검진을 위한 이동 차량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진료가 이뤄질지 시연해본 것이다.

우선 산부인과 의사의 지도 아래 이동 차량용 공간에 4D 초음파진단기, 4K(829만4400개 화소)카메라, 건식임상화학분석장치, 침대 옆 모니터 등의 의료기기를 설치하고 종합병원의 진찰실에는 의료용 화상 관리 시스템인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를 설치했다. 4D 초음파진단기, 4K 카메라를 통한 각종 진단 영상을 이동 차량에서 종합병원으로 송신하고 전문 의사가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하면서 검진을 진행했다.

우선 임신부가 차량에 탄 후 4D 초음파 진단기로 뱃속을 촬영했다. 이 영상은 바로 종합병원 산부인과로 전송됐다. 의사는 이 영상을 확인한 후 과거 임신부의 초음파 영상과 비교해봤다. 진단 결과 임신부에게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다음엔 차량에서 임신부의 혈액을 채취했다. 즉석에서 검사한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약간 떨어져 빈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임신부와 의사는 4K 카메라를 통해 화상 진료를 이어갔다. 병원 진료실에 있는 의사는 임신부의 얼굴을 보며 찬찬히 진료를 시작했다. 의사는 임신부의 빈혈 증상을 보고 태아의 영양이 부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했다. 충분한 식사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5G 통신 기술로 의사와 임신부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얼굴을 마주하며 진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의 산부인과 시설이 부족해지고 있다. NTT도코모는 이러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원격 의료를 통해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도쿄여자의과대는 IT와 의료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수술실(SCOT, Smart Cyber Operating Theater)을 만들었다. 덴소, 히타치제작소 등과 더불어서 각종 의료기기, 설비를 연계한 것이다. ii 이 임상 연구를 위해 각종 수술기구를 IoT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AI를 탑재한 로봇과 수술 침대 등을 갖추고 여기서 수집할 수 있는 환자의 데이터를 수술방에 있는 의사뿐만 아니라 관련 외부 전문가들에게도 전송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해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도쿄여자의과대는 NTT도코모와 협력해 SCOT에 5G 기술을 접목한 이동형 스마트 수술실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iii 5G 기반의 ‘모바일’ SCOT와 일본의 고속 전철로 이동 중인 숙련된 의사를 태블릿 단말기로 연결해 의사가 이동하고 있는 중에도 SCOT의 통합 정보를 확인하면서 원격으로 집도의에게 조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모바일 SCOT는 이송이 어려운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면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원격으로 전체 수술 과정을 관제 및 감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모바일 SCOT는 4G로는 불가능했던 환자의 각종 장기 등의 영상을 입체 영상으로도 전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하게 원격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명의라도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수술 중에 조언을 해줄 수 있다.

한편, 스타트업 기업인 ‘조리굿’은 원격으로 실시간 의료 연수 VR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의료 현장을 8K(3317만7600개 화소) 고정밀 카메라로 360도 각도에서 촬영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지도 의사의 수술 기법을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연수 교육 효과를 받을 수 있다.



5G를 기반으로 한 원격 의료용 에지컴퓨팅

5G를 활용한 각종 원격 의료 비즈니스가 다양하게 모색되는 가운데 초저지연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통신망 정비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5G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통신 수요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5G를 활용한 초고속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무선기지국은 기존 4G LTE 기지국과 연계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핵심 네트워크망은 4G이지만 각종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보급되면 점진적으로 5G 네트워크가 확충될 것이다. 고속, 다수 동시 접속, 초저지연성 등 5G의 모든 요구 조건을 충족한 서비스는 2020년 중반 정도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4G에서 5G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에서는 같은 네트워크상에서 여러 서비스를 위한 통신 자원을 가변적으로 유연하게 분리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함께 MEC(Multi-access Edge Computing)가 초저지연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MEC는 클라우드에서 네트워크 에지나 고객과 근접한 곳으로 트래픽 및 서비스 컴퓨팅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즉,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대신 네트워크 에지에서 데이터를 분석, 처리 및 저장한다. 고객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면 지연 시간이 단축되고 고대역폭 애플리케이션에 실시간으로 구동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컴퓨터 에징 기술을 원격 의료 서비스에 접목해 초기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즉, 수술 기계, 로봇, 센서 등의 단말기 근처에 서버를 배치하고 클라우드 서버와의 연계를 강화해 통신량이 많아지더라도 지연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의 일본 통신사들이 원격 의료 대상 지역에 MEC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5G에서도 응용 프로그램의 동영상 처리 시간, 통신 과정에서의 암호화 및 암호 해독 시간, 물리적 장애 시간(한미 간의 거리를 우주에서 가장 빠른 광속으로 송신해도 지연이 발생) 등이 발생한다. 다만,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 5G가 원격 의료를 포함한 차세대 비즈니스의 기반이 될 것은 틀림이 없다. 이에 따라서 일본의 전자, 기계, 헬스케어 기업들도 자동 수술 로봇을 위한 센서, AI, 반도체 및 전자부품, 영상회의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임고문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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