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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술 이야기 알면 비즈니스가 ‘술술’

267호 (2019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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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중국 술은 크게 색상을 기준으로 홍주(紅酒), 황주(黄酒), 백주(白酒) 세 가지로 구분한다. 홍주는 포도주, 황주는 곡물을 원재료로 한 발효주, 백주는 곡물을 발효한 밑술을 가열 증류해 만든 증류주로 우리나라에서도 탕수육과 함께 즐겨 찾는 술이다. 특히 백주는 향을 기준으로 농향(浓香)형, 청향(清香)형, 장향(酱香)형 등 크게 세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먹던 백주에 대한 기억이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내에서 음용되는 백주가 유행을 탔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중국집에서 먹던 백주는 대개 50도가 넘던 홍성 이과두주(紅星 二鍋頭酒)로 우리의 증류식 소주와 비슷한 청향형에 속한다. 반면 2000년대 초반 들어 수입되기 시작한 공부가주(孔府家酒)와 연태고양주(烟台古酿酒)는 꽃향기, 혹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농향형의 보급형 저도주다. 중국 백주의 다양함과 미묘함, 그리고 그 전통의 깊이는 위스키의 세계를 넘어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즈니스 식사 미팅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중국집이다. 대체로 불호가 없고 룸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식사 미팅 장소로 선호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조직의 사람들이 만나 공통의 소재가 부족한 상황에선 중국식 회전 원탁 테이블을 바라보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곤 한다. 완벽히 분리된 룸에서라면 그 침묵의 시간이 영원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의미 없는 구호, “자, 한잔하시죠”가 나온다.

이런 비즈니스 미팅 상황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기 끌어가는 좋은 팁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나 지금 마시고 있는 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물론 20세기 이래 한반도 내에서 꾸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탕수육 난제’, 이른바 ‘부먹’과 ‘찍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잘못하면 각자의 확고한 취향에 대한 ‘노(No)답’ 전쟁으로 번질 수 있으니 신년의 첫 중국집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선 중국 술, 그중에서 백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비즈니스맨의 센스를 가져보자.


색을 통한 중국 술의 분류
중국 술을 구분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 색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크게 세 가지 색상을 이야기 하는데, 바로 홍주(紅酒), 황주(黄酒), 백주(白酒)다.

먼저 홍주는 와인, 즉, 포도주를 의미한다. 중국의 와인 생산 역사는 꽤 깊다. 중국 자체의 포도 과실주 생산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유럽 방식의 와인 생산은 청대에 유럽 선교사들이 중국에 들어옴으로써 시작됐다. 19세기에 정통 유럽식 와이너리가 건설된 중국은 현재 포도 와인 생산량 기준 세계 5위(2014년 기준) 국가다.

황주는 노란 빛깔이 도는 쌀과 곡물을 원재료로 하는 발효주다. 중국 내에서는 주로 쌀주산지에서 즐기는 술이다. 양쯔강 인근과 그 이남에서 주로 생산된다. 상하이, 홍콩 등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지만 황주 특유의 찝찔한 발효취로 인해 대다수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해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다.

백주는 무색의 술이다. 양쯔강 이북 지역과 쓰촨(四川)성, 구이저우(貴州)성 등이 주산지다. 백주는 곡물을 발효한 밑술을 가열 증류해 만든 증류주로 도수가 높다. 대체로 30도에서 70도 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중국 술은 바로 이 백주 계열이다. 우리의 아버지들도 탕수육과 함께 공업용 알코올병 같은 데 들어가 있던 백주를 즐겼고, 지금의 20대들도 탕수육과 함께 즐기는 술이 백주다. 백주는 다양한 곡물을 활용해 만드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수수(高粱, 고량)를 주원료로 하는 비중이 올라간다.



향에 따른 백주(白酒)의 구분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먹던 백주에 대한 기억은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특히 1970년대 이전 태생 비즈니스맨이 백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은 1980년대 이후 태생의 비즈니스맨이 현재 즐기고 있는 백주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유가 뭘까? 국내에서 음용되는 백주가 유행을 탔기 때문이다.

국내 백주의 대세는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 수입돼 전국 중국집에 유통된 공부가주(孔府家酒)와 연태고양주(烟台古酿酒) 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술들은 1980∼1990년대 중국집에서 먹던 50도가 넘던 홍성 이과두주(紅星 二鍋頭酒) 2 와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움과 독특한 향이 느껴진다. 같은 백주지만 계통이 다른 술들이다.

백주는 향을 기준으로 나누는데 주로 세 가지로 분류한다. 농향(浓香)형, 청향(清香)형, 장향(酱香)형이다. 경우에 따라 더 세분화해 분류하기도 하나 흔히 이 세 기준으로 나눈다. 이에 따르면 공부가주와 연태고양주는 농향형 백주고, 한 세대 위에서 주로 마시던 이과두주 계통은 청향형 백주다.

공부가주와 연태고양주는 농향형 백주의 보급형 저도주로 실은 중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술로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백주다. 농향형 백주의 최정점에 있는 술로는 흔히 오량액(五粮液)과 수정방(水井坊)을 든다.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중가형 농향형 백주로는 양하대곡(洋河大曲), 검남춘(劍南春) 등이 있다. 농향형 백주는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주로 아세트산에틸에서 오는 것이다. 농향형 백주는 다른 계열의 백주보다 아세트산에틸 함량이 높은데 보통 달콤하고 꽃향기, 혹은 과일향이 느껴진다. 실제 아세트산에틸은 파인애플 등 과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연 향미 물질이다.

청향형 백주는 우리의 증류식 소주와 상당히 닮아 있다. 중국에서는 주로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 3성에서 흔히 음용하며 한반도의 소주 문화와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다. 농향형 백주가 화려하고 복잡한 향을 가지고 있다면 청향형 백주는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청향형은 농향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술들이 많다. 가장 대중적인 청향형 백주로 홍성 이과두주를 들 수 있다. 1949년 마오쩌둥 집권 시절 중국 공산당은 인민에게 좋은 술을 싸게 먹여야 한다는 교시를 바탕으로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12개 양조장을 합쳐서 홍성 양조장으로 명하고 표준 이과두주를 생산했다. 가격은 공산당이 통제해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했는데 당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 명주라는 이름을 받게 됐고, 그 술이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많이 수입돼 전국의 중국집에 유통됐다.

물론 홍성 이과두주 외에 우란산 이과두주(牛栏山 二鍋頭酒)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이과두주가 국내에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 우란산 이과두주는 현대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있는 이과두주다. 당시 국내에 유입된 청향형 백주 중 노백간(老白干, 라오바이간)이라는 술이 있는데, 이 술의 베이징식 발음이 ‘라오빠이갈’이었고, 이 술로 인해 중국 백주의 별칭이 국내에선 ‘빼갈’로 굳어졌다. 청향형 백주 중 최정점에 있다고 알려진 술은 분주(汾酒)이며 농향형 백주인 오량액, 검남춘, 수정방, 양하대곡과 함께 명주의 반열에 올라 있는 술이다.

마지막으로, 장향형 백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술은 모태(茅台, 마오타이)주다. 장향형 술은 주로 성과 그 인근에서 생산된다. 그 지역의 전통 술을 빚는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데 효모도 독특하고 증류를 여러 번 한 후 장기간 숙성한 후 술을 출시하기 때문에 가격이 농향형이나 청향형에 비해 대체로 비싼 편이다. 장향은 말 그대로 장의 향이 난다는 것인데 된장 향이 나기도 하고 흙 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 소비자에겐 호불호가 갈리는데 평상시 술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익숙하지 않은 향에 기인한다.

모태주의 산지인 구이저우성 인회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다. 중국 내전 당시 국민당에 쫓겨 대장정을 떠난 마오쩌둥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1935년 구이저우성에 도달했을 때 맛을 보고 발을 씻었던 술이 바로 이 모태주였고, 이 일 이후 모태주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최애술’이 됐다. 심지어 저우언라이는 몸이 아프면 약을 먹지 않고 모태주로 치료하려고 했다는 후문까지 있다. 모태주는 그 정도로 농향형 술인 오량액과 더불어 모든 중국 술을 통틀어 ‘투톱’ 명주라 일컬어진다. 모태주의 비싼 가격은 대단히 많은 가짜 술을 만들어 내 우리나라 소비자로 하여금 맛보는 것을 거의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장향을 느끼고 싶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의 습주(习酒)를 시도해볼 만하다. 시주는 시진핑(習(习)近平)의 술로 알려져 있는데 시진핑의 성과 한자가 같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중저가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향형 술이다. 실제 시진핑이 즐기며 건배주로 자주 쓰는 술은 농향형 백주인 몽지람(夢之籃, 멍즈란) 3 이라고 한다. 시진핑 정부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어가 ‘중국몽(中國夢)’인데 이 술의 브랜드명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4대 명주, 8대 명주, 8대 명주, 13대 명주, 17대 명주
백주의 광고나 홍보 문구를 보면 중국 4대 명주, 8대 명주, 10대 명주 등 해당 술이 중국의 ‘명주’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4대(1952년 선정), 8대(1963년 선정), 8대(1979년 선정), 13대(1984년 선정), 17대(1989년 선정) 명주로 총 다섯 개의 명주 리스트가 존재한다. 이 명주 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개최한 다섯 번의 전국평주회(全國評酒會)에서 선정한 수상 리스트를 의미한다. 1989년 이후에는 전국평주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1952년 베이징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출품한 총 103종의 술이 경쟁했다. 이때는 백주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적으로 명주로 선정된 것은 백주 4종, 황주 1종 4 , 과실주와 기타 주류 3종이었고, 이 중 백주 4종만 따로 빼서 흔히 4대 명주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4대 명주로 뽑힌 술이 바로 산시(山西)성 분주(汾酒), 섬서(陝西)성 서봉주(西鳳酒),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대국(瀘州大麴)이었다.

2차 대회는 1963년에 베이징에서 열렸다. 지방 예선을 거친 196종이 본선에 올라왔고 18종이 최종 선정됐으며 그중 백주는 8종이었다. 산시성 분주, 섬서성 서봉주,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노교특국(瀘州老窖特麴), 쓰촨성 오량액(五粮液), 안후이(安徽)성 고정공주(古井貢酒), 쓰촨성 전흥대곡(全興大曲), 구이저우성 동주(董酒)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2차 대회에서 드디어 오량액이 등장했고, 전흥대곡은 후에 수정방(水井坊)이 그 맥을 이어받게 된다.

1979년 다롄에서 열린 3차 대회에서도 백주
8종이 선정됐다. 1963년의 8대 명주와 1979년의 8대 명주는 같은 리스트가 아니다. 기존의 전흥대곡과 서봉주가 탈락하고 검남춘과 양하대곡이 선정됐다. 1979년 8대 명주 리스트는 산시성 분주,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노교특국 5 , 쓰촨성 오량액, 안후이성 고정공주, 구이저우성 동주, 쓰촨(四川)성 검남춘, 강소(江蘇)성 양하대곡이다.

이후 1984년에 4차 대회, 1989년에 5차 대회가 열리고 각각 13대 명주 6 , 17대 명주 7 리스트가 나온다(본 글 말미 참조). 따라서 위에 언급된 세 개의 명주 리스트와 이 두 명주 리스트에 들어간 술 이외의 백주를 명주라고 칭하면 그것은 근거가 부족한 광고 문구라고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이 리스트에 있는 백주 중에서는 품질 면에서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술들도 있다.


백주 마시는 방법
백주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다. 와인과 마시는 방식이 다르다. 증류주는 와인과 같이 술을 입안에 머금고 굴리다가 삼키는 술이 아니라 작은 양을 입에 넣고 바로 삼킨 후 숨을 코로 내뿜으며 잔향을 즐기는 술이다. 이와 더불어 백주가 흘러내려 간 내 장기(臟器)가 타 들어가는 느낌을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백주는 기름으로 튀기고 또 전분으로 점도를 올린 소스를 많이 쓰는 중국 음식의 무거움과 입안에 남는 느낌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고도주이므로 급하게 마셔서는 안 된다. 도수가 높은 만큼 취기도 빨리 오르고 술자리에서의 분위기도 후끈 끌어올리면서도 빨리 깨고 다음 날 숙취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

술은 멋과 맛으로 즐기는 음료다. 백주는 그 높은 도수 때문에 한 병을 시키면 다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다양한 백주를 맛보고 비교할 수 있는 샘플러 세트를 제공하는 트렌디한 중국집들이 생겼다.

중국 백주의 다양함과 미묘함, 그 전통의 깊이는 위스키의 세계를 넘어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고를 통해 비즈니스맨들은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중국집 룸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에서 최소 30분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를 얻게 됐으리라 확신한다. 먹고 마시면서,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유쾌한 식사 자리다. 즐겁고 유쾌한 비즈니스 미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여는 하나의 열쇠 중 하나다.


필자소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1호 HR Analytics 2019년 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