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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술과 지식 중
왜 일부만 생존-부활할까 外

Strategy
과거의 기술과 지식 중
왜 일부만 생존-부활할까

Based on “What is dead may never die: Institutional regeneration through logic reemergence in Dutch beer brewing”, by Jochem J. Kroezen and Pursey P. Heugens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8, pp.1-44.



무엇을, 왜 연구했나?
필자는 지난 기고문을 통해 창조적 파괴시대에 옛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스위스 아날로그 시계 산업의 부활을 연구한 논문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구(舊)산업의 상징인 우유 제조 산업과 라디오방송 산업, 사라질 것 같던 지방 소규모 금융 산업(미국 경우) 등의 경우 역시 나름의 시장 곳곳에서 선전하고 있다. 첨단기술, 정보통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제조방식과 정보 처리가 대세인 시대임에도 말이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옛 기술이라 할지라도 기술과 지식의 내재적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각인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생존과 부활의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훌륭했던 수많은 과거의 기술과 지식 중 왜 일부만이 생존하고 부활하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케임브리지대와 로테르담대 연구진은 이 한계를 보완할 만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구(舊)기술의 부활과 재발견을 기술적 요소만으로 설명하려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기술의 진보가 역(逆)으로 옛 기술을 부활시킨 배경에는 기술을 둘러싼 사회, 기업가의 운영 철학, 관습 등 제도 환경의 뒷받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기술, 사회, 제도, 기업가정신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기술과 지식의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1800년대 1000여 가지에 달했던 네덜란드의 다양한 맥주 양조 기술에 주목했다. 맥주 양조 기술은 제조비법의 현대화, 첨단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사라져 1980년대에는 10여 가지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 다시
500여 가지의 제조기술이 부활해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게 된 경위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그 배경에 맥주 제조 기술을 둘러싼 네트워크의 재생성과 제도적인 뒷받침이라는 제반 여건이 주효했음을 발견했다.

네덜란드 맥주 산업은 첨단 양조 기술의 발전으로 수많은 수제 맥주 제조기술이 사라졌으나 이 기술들이 다음 세대로 전수될 수 있도록 하는 장인들의 개별적인 노력이 있었다. 장인들은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언제든 확대 재생산되고 실행이 용이하게끔 지식을 템플릿화하고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했다. 이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언제 있을지 모를 사회적 요구와 수요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플랫폼(펍, 술집 등)을 기반으로 이 기술들이 누구에게나 언제든 용이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열린 자세를 취했다. 연구진은 기술 생명을 연장하는 데 기업인, 기술자들의 장인정신뿐 아니라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노력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의 생명주기는 더 짧아졌다. 그러나 연구진이 밝힌 것처럼 기술이란 진자운동을 지속하는 시계추처럼 생성, 소멸, 부활을 반복하는 사이클의 연속이며 소멸은 곧 생성의 기회일 수 있다. 소멸한 기술이 언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될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다시는 쓰이지 않을 것 같던 폴더폰의 부활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다만 옛 기술의 부활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인과 기술을 소유한 이들이 사회적,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란 일회성으로 사용되다가 용도 폐기되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신념도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모두가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열린 마음도 기술 생명 연장에 필요한 자세다.


필자소개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멀티채널 전략 vs. 옴니채널 전략
고객군 파악이 우선

Based on “Cannibalization and competition effects on a manufacturer’s retail channel strategies: Implications on an omni-channel business model” by Kim, J. C., & Chun, S. H. in Decision Support Systems, Vol. 109, (2018). pp. 5-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17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 할리우드에 ‘노드스트롬 로컬’ 매장이 오픈했다. 약 228㎡(84평) 규모의 이 쇼룸형 매장은 제품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착용해보고 픽업하는 곳이다. 한편 아마존은 ‘아마존북스’를 열어 온라인 서점의 추천 방식으로 책을 진열하고 있으며, 또 다른 오프라인 잡화점인 ‘아마존 4스타(Amazon 4star)’는 아마존 평점 4점 이상인 인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유통업체는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온라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등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어떤 채널로 접근하더라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옴니채널 시대가 된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하는 쇼루밍족, 온라인에서 상품평을 보고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역쇼루밍족, SNS 추천을 통해 구매 결정을 한 후 오프라인 체험을 한 뒤에 모바일을 통해 구매를 하는 모루밍족의 등장은 변화하는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 자라,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물론 애플이나 삼성, LG 등 전자회사들도 보다 편리한 쇼핑 구현을 위해 온라인 주문-매장 픽업(Buy-Online-Pickup-In-Store, BOPIS) 방식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판매 채널 전략을 통해 판매를 강화하려고 한다.

본 연구는 제조사 입장에서 최적의 유통 채널 관리와 가격 정책 전략을 연구했다. 유통 채널과 가격 전략은 밀접하게 얽혀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 기업이 온라인 채널을 추가할 때 채널 전략과 가격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선행 연구들은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온라인 시장 규모보다 훨씬 크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해 왔다. 따라서 유통사의 시장 지배력이 큰 경우 제조사는 직접 판매 채널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왔다.

무엇을 발견했나?
제조사가 판매 채널을 추가함으로써 제조사의 채널과 유통사의 채널이 충돌하는 현상을 ‘기업 간 경쟁효과(inter competition effect)’라 한다. 제조사가 온라인 채널을 추가하는 경우 자사의 오프라인 채널과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기업 내 자기잠식효과(intra-cannibalization effect)’라 한다. 연구팀은 2가지 효과를 고려해 제조사의 판매 채널 전략을 연구했다. 먼저 유통사의 시장 지배력과 소비자의 온라인 채널 친화력, 소비자 세분시장의 이질성을 반영해 모델을 수립하고 채널 전략 등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기본 모델은 크게 유통사 독점형과 온라인 채널형으로 나뉜다. 먼저 유통사 독점형 모델에서는 유통사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소매가격이 높아지고, 유통사 이익이 커질수록 제조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두 번째 모델인 온라인 채널형은 다시 멀티채널과 옴니 채널로 나눠진다. 멀티채널은 제조사가 두 개 이상의 판매 채널을 별도로 이용하는 경우다. 옴니 채널은 여러 채널을 넘나들며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다.

모델에 따른 연구 결과 정리된 ‘판매채널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세분화가 분명하고, 세분화된 고객이 각각 온라인 채널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면 제조사는 멀티채널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여러 고객 그룹이 전반적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비슷하다면, 제조사는 옴니채널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고객의 온라인 채널 수용도가 큰 의미가 없다면 제조사는 전통적인 브릭앤모타르(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방식)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O2O(Online to Offline) 전략 등 옴니 채널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유통사들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판매 채널 전략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돼 왔다. 반면 패션회사 같은 제조사들이 관리하는 판매 채널과 그에 따른 가격 정책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시장지배력과 자금력이 있는 유명 패션회사들도 온라인 판매 채널을 이월 상품의 재고현금화에 주로 이용해 온 실정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비자 행태, 산업 간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며 제조사들의 판매 채널 전략과 가격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연구와 전략 수립에 대한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본 연구는 제조사에 제기되는 판매 채널 전략에 대한 요청에 대해 관련 변수들로 모델을 수립하고, 제조사의 입장에서 판매 채널 전략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공급망에서의 산업 간 경쟁, 다양한 채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자기잠식효과를 고려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쟁과 협력 관계도 가변적인 비즈니스 환경, 소비자 행동을 고려해 제조사들이 판매 채널에 대한 전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한진영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han1618@cau.ac.kr
필자는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MI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중앙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차세대 정보 전략,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지식경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ntrepreneurship
벤처 창업팀의 여성 멤버
혁신 성과에 긍정적 기여

Based on “The direct and indirect impact of gender diversity in new venture teams on innovation performance” by Ye Dai, Gukdo Byun & Fangsheng Ding (2018). In 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일반적으로 창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실패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 시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영향이 큰 기회포착형 혁신 창업(Opportunity-Driven Entrepreneurship), 실패 위험성이 작고 성공 시에도 영향이 작은 필요형 창업(Necessity-Driven Entrepreneurship)이다. 여성 창업자는 기회포착형 혁신 창업보다는 필요형 창업에 더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성이 행여 기회포착형 창업을 하더라도 고객 대부분이 여성인 사업일 뿐이며 벤처를 통한 혁신은 대부분 남성 창업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하이테크 벤처의 경우 남성 창업자들이 많이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여성이 첨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및 첨단 기술을 다루는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그러므로 여성 창업자에 대한 고정관념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벤처는 혼자 혹은 소규모 팀으로 많이 창업되기 마련인데, 여성의 참여는 벤처의 혁신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고정관념대로 여성 창업가의 존재는 혁신 성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서던일리노이대, 한국의 충북대, 중국의 저장해양대 연구진이 모였다. 이들은 양쯔강 유역에서 중국 정부가 운영 중인 하이테크 상업 단지에서 창업 후 6년이 되지 않은 벤처기업 300여 곳을 무작위로 선택해 설문 조사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신성장 에너지, 전자제품, 통신 장비, 의료기구, 제약, 신성장 소재 등 다양한 하이테크 기업들이었다.

연구진은 이 기업들의 창업팀 중 여성의 비율을 조사했다. 더불어 혁신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1) 제품/서비스의 새로움 정도 (2) 제품/서비스의 최신 기술 사용 여부 (3) 신규 제품/서비스 개발의 속도 (4) 신규 제품/서비스의 수 등을 측정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 결과는 벤처 창업팀에 여성이 있는 것이 해당 벤처의 혁신 성과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보였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든다.

기업의 혁신은 상품/서비스 개발, 제조, 마케팅, AS 등 다양한 프로세스 속에서 이뤄지는데 대기업에서보다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에서 특히 창업자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창업팀의 지식 및 경험의 다양성이 혁신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다양한 지식 및 경험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혁신 방안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융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여성 멤버의 존재가 창업 멤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지식 정보를 통합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미묘한 정보에 좀 더 민감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벗어난 새로운 정보에 좀 더 관용적이라고 본 것이다.

더불어 여성은 주어진 정보 간의 공통점 혹은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남성보다 뛰어난 역량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창업팀에 여성이 참여하면 불확실성을 대하는 데 좀 더 유리할 수 있고, 이는 혁신 성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에 여성이 포함된 경우 그 기업의 여성 근로자들이 보다 높은 혁신 성과를 낸다는 것도 밝혔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혁신은 벤처기업에서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 있는 하이테크 기업들에는 더더욱 중요한 이슈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기능적 다양성, 즉 경험, 지식, 전문 분야의 다양성이 혁신 성과에 도움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다양성을 어떻게 융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적었던 것 같다.

이 연구는 다양성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밝혔다. 창업팀을 구성할 때 혹은 직원들을 고용할 때 기능적인 다양성뿐만 아니라 성별적 구성도 고려하는 것이 혁신 성과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성별적 다양성이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능적 다양성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다양성만 추구하다가 나올 수 있는 감정적 충돌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하면,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신뢰와 마음가짐이 혁신 성과를 이루는 첫걸음이다.


필자소개 이종균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lee3ck@jmu.edu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MBA를,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국, 미국, 몽골, 키르키스스탄의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 및 여러 국가의 창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 자문을 수행했다. 한편 북한 탈주민 대상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정책 및 환경, 사회적 기업형 창업 및 상호 참여형 창업이다.



Technology Management
신시장 탐험을 위해선
외부에 독립적 CVC 만들어야

Based on “The double-edged effects of the corporate venture capital unit’s structural autonomy on corporate investors’ explorative and exploitative innovation”, by Simon U. Lee, Gunno Park, and Jina Kang in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Vol. 88, pp. 141-149.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은 빠른 속도의 기술 및 제품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조직 내부에서 독자 개발하기보다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 협력을 모색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외부에서 기술을 확보하는 전통적인 수단으로는 전략적 제휴, 기술 라이선싱, 조인트 벤처, 기업 인수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벤처 생태계가 활발해짐에 따라 기업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 CVC)을 통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CVC 투자가 기업의 기술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신기술, 신시장 발굴과 같은 기업의 탐험적(explorative)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은 탐험적(explorative) 혁신과 활용적(exploitative)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CVC 투자가 두 가지 유형의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CVC 투자가 기존 사업 강화 목적으로도 활용된다는 여러 사례가 있는 만큼 실증적으로 어떤 경우 CVC 투자가 활용적 혁신을 강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학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의미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본 논문은 CVC의 구조적 자율성이 기업의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CVC의 구조적 자율성은 어떤 스타트업에 얼마만큼 투자할지와 같은 투자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실증 분석을 위해 연구자들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내 하이테크 기업이 진행한 CVC 투자 자료를 수집했다. 종속변수는 투자기업의 탐험적, 활용적 기술혁신 성과로 특허 자료를 사용해 측정했다. 즉, 탐험적 기술혁신 수준은 기업이 신기술 분야에 몇 건의 특허를 출원했는지와 몇 건의 특허가 신기술(기존 기술) 분야에 인용됐는지를 측정했다. 활용적 기술혁신 수준은 기업이 보유한 기존 기술 분야에 몇 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또 몇 건의 특허가 기존 기술 분야에 인용됐는지를 측정했다.

CVC의 구조적 자율성은 기업 내부 조직이 직접 투자하면 0, 기업이 외부에 별도의 CVC 조직을 신설하면 1의 값을 갖도록 했다. 기업 규모, R&D 투자, 기업인수나 전략적 제휴 경험, CVC 총투자 규모,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성 등 기술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통제 변수에 추가됐다.

연구 결과, 기업이 외부에 별도의 CVC 조직을 신설해서 CVC의 구조적 자율성이 높은 경우 기업의 탐험적 혁신 성과는 증가하고 활용적 혁신 성과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VC의 구조적 자율성이 낮은 경우(즉, 기업이 내부 조직을 통해 직접 투자하는 경우) 기업의 탐험적 혁신 성과는 감소하고 활용적 혁신 성과는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CVC의 구조적 자율성이 높은 경우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업부의 의견은 제한적으로만 작용한다. 따라서 CVC는 기존 사업과의 전략적 가치 창출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신기술 영역에 탐험적 성격의 투자를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사업부 간의 연결 다리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 활용적 혁신 성과를 창출하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활용적 혁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업부와의 연계와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CVC 투자 조직이 기업 내부에 위치하는 경우 스타트업과 사업부 간의 의견 조율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CVC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때 기업이 직면하는 첫 번째 의사결정은 CVC 조직의 구조를 결정하는 일이다. 즉, 구조적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CVC 조직을 기업 외부에 독립적인 형태로 둘 것인가, 아니면 사업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전략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기업 내부에 둘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CVC 조직 구조에 대한 의사결정은 기업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 만약 신기술, 신시장 기회를 탐험하고자 한다면 사업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운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CVC 조직을 기업 외부에 두는 것이 좋으며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사업부와의 조율과 연계가 원활하도록 기업 조직 내부에 두는 것이 효과적임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필자소개 강신형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david.kang98@gmail.com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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