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콘텐츠 경쟁구도 흔드는 블록체인 혁명

266호 (2019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블록체인은 기업들이 콘텐츠를 수익화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콘텐츠 창작자들(contents creators)은 저작물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콘텐츠 수익에서 더 많은 몫을 챙길 수 있다.
●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contents aggregators)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일부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 유통사들(distributors)은 파괴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가을 호에 실린 ‘Blockchain Is Changing How Media and Entertainment Companies Compete’를 번역한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원래 금융 부문의 혁신적인 디지털 화폐 1 도구로 시작됐다. 그러나 요즘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그 핵심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 기능이란 디지털 자산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경쟁 방식을 재정의하는 안전하고 분산화된 원장이라는 특징을 말한다. 2 필자들은 최신 연구를 통해 11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헬스케어, 통신, 에너지, 리테일, 항공, 부동산,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3 비록 아직 수익과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이런 사업의 향후 수익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상품 가치를 수익화하기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돼 왔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과 잡지들은 무료 콘텐츠가 넘쳐나고 지적 자산에 대한 보호 장치들이 부족한 탓에 여전히 수익을 내는 데 허덕이고 있다. 미디어 회사들은 오랫동안 인쇄매체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입이 소셜미디어와 검색 플랫폼으로 옮겨 가면서 빈자리를 메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4

음악 산업은 또 어떤가? 스트리밍 방식의 디지털 음원 유통은 대형 음반사와 유명 아티스트들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자신의 음악에서 발생한 수익 중 극히 일부만 가져가는 소형 레이블이나 일반 뮤지션에게는 영리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5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수익 메커니즘을 도입하면 콘텐츠 창작자들과 제작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6 그러나 블록체인을 둘러싼 최근 열풍과 곳곳에서의 다양한 활용 사례, 이 기술이 가진 파괴적 위력을 감안했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이 실제로 가능케 할 일들과 아직 공상에 가까운 일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는 어떤 산업이든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디지털 혁신 시대에 다른 기업들이 참고하고 본보기로 삼을 만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도전에 맞서고 있다. 그래서 본 기사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필자들은 20개의 스타트업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들에 대해 연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음악, TV, 동영상, 출판,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 디지털아트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필자들은 관련 연구와 분석을 통해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관리와 수익 창출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여러 사업모델과 응용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중 파괴적 사업모델들은 기존 업체들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어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이에 반해 (파괴적이지 않은) 사업모델들은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들은 이처럼 파괴적(disruptive)이거나 존속적(sustaining)이며, 이 중 어떤 위치를 점할지는 기업이 결정할 몫이다. 7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연구 내용

2017년 필자들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20개를 대상으로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미국(10개)과 유럽(7개)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나머지 회사들은 중동(2개)과 아시아(1개)에 본사가 있었다. 이 회사들은 모두 디지털 콘텐츠를 관리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필자들은 홍보 자료, 뉴스 기사, 회사 웹사이트, 블로그, 백서, 인터넷 포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구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유통, 저작권 관리 분야의 전문가 4명과 인터뷰도 실시했다. 이후 수집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총 83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리고 4가지 요인들을 바탕으로 기업들을 몇 개의 클러스터로 나눌 수 있었다: 목표 고객(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 가치 제언(고객에게 전달하는 혜택), 사용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기술이 사업모델 혁신을 지원하는 방식), 창출 가치(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그 결과 5가지 사업모델을 규정할 수 있었으며 필자들은 각 모델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잠재적 파괴력을 기초로 평가했다.




유망한 신규 애플리케이션
블록체인은 어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참여자들끼리 공유하는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저장하는 수단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블록체인이 가진 정교한 암호 기법, 인증,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통해 타당하고 수용 가능한 거래 조건에 동의할 수 있다. 즉,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데이터를 통제하거나 일관성을 보장하는 중앙 통제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DBR 261호 ‘블록체인, 기업 전략과 맞아야 혁신 도구(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2018년 가을 호 ‘What Problems Will You Solve with Blockchain?’ 번역 글) 참고.) 필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을 파악했다. 본 글에서는 이 스타트업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면서 다른 산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스마트 재산(Smart property). 많은 회사가 음악, 동영상, 서적, 기사, 심지어 미술 작품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추적하고 보호하는 데 ‘스마트 재산’을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재산은 안전한 데이터베이스인 블록체인 기술에 의존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디지털 아트에 대한 소유권 등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몬그래프(Monegraph)를 예로 들어 보자. 이 플랫폼은 탈중앙화 디지털 화폐 중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몬그래프를 활용하면 디지털 아트워크에 지적재산권(IP)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서 아티스트들이 저작물의 사용 조건을 정하고 퍼블리셔나 구매자들과 더 활발하게 거래할 수 있다. 일단 자산의 소유권이 블록체인에 등록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이가 권리를 부정하거나 위조할 수 없다. 이처럼 소유권에 대한 확실한 기록 덕분에 스마트 재산은 부동산이나 수집품 등 다른 분야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계통의 회사들은 소유권 이력을 확인하고, 소유자 변경에 따른 자산 이전 절차를 단순화하고, 중개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액 결제(Micropayment).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암호화폐는 콘텐츠 공급자에 대한 소액 결제를 원활하게 한다. 콘텐츠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음원이나 동영상, 뉴스 기사를 낱개로 구매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유어스(Yours)가 운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작가를 비롯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작품을 게시한 후 비트코인 캐시(Bitcoin Cash, 비트코인에서 분리돼 나온 암호화폐)로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 비트코인 캐시는 거래 비용이 상당히 낮고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없이도 거래될 수 있다. 또 작가들은 글 하나에 몇 센트의 소액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콘텐츠로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당연히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고객이 자동판매기로 제품을 구입할 때 비용을 지불하거나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간단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세 번째 애플리케이션 유형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으로 금전 거래에서 라이선스 조건을 적용하고 사용료를 배분하는 데 이용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면 소비자들이 게시된 디지털 콘텐츠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비용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지불한 금액을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나눠 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곡 하나를 다운로드하면 스마트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돼 비용을 청구하고, 그 수입을 사전에 합의된 비율로 지정된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음악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우조뮤직(Ujo Music)은 스마트 계약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2017년 블록체인 기반의 앨범을 최초로 발매했다. 8 소비자들은 계약 조건에 따라 디지털 화폐인 이더(Ether)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온라인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콘텐츠 소유자는 거래가 등록되는 즉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운전자들에게 요금을 청구하고 이렇게 발생한 매출을 할당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으로 소비자가 지불할 비용을 산정하고, 청구서를 생성하고, 암호화폐로 요금을 징수한 후, 수입을 충전소 사장들에게 전송하는 것이다. 9 또한 스마트 계약은 전자상거래와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정산 작업을 단순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앞서 논의된 세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 활용되긴 하지만 이 밖에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많다. 블록체인 타임스탬핑(time-stamping)도 그중 하나다. 타임스탬핑을 활용하면 사진작가들과 디지털 아트워크 창작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저작권을 빠르게 등록할 수 있고, 자신의 작품이 인터넷에서 무단 도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타임스탬핑은 스마트 재산의 단순화된 버전이다. 소유권의 변경까지 추적할 수는 없지만 창작자가 특정 시기에 그 자산을 소유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타임스탬핑 외에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는 ‘블록체인 콘텐츠 원장(blockchain content ledger)’이 있다. 이 원장을 이용하면 자산의 메타데이터와 소셜미디어 거래 같은 디지털 콘텐츠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 재산의 확장된 버전이다. 일단 블록체인이 소유권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이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콘텐츠와 관련된 추가 정보를 저장할 때마다 계속해서 사용 가능하다. 음원의 경우 작곡가와 작사가, 가수, 퍼블리셔, 음반사 관련 내용이 이런 추가 정보에 해당된다. 소셜미디어라면 사용자가 올린 포스트, ‘업보트와 다운보트(upvote & downvote, 사용자들이 포스트를 ‘추천’하거나 ‘비추천’하는 방식-역주)’, 댓글 같은 활동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블록체인 데이터는 분산돼 있고(데이터를 통제하는 단일 주체가 없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한 번 입력되고 수용된 아이템은 일방이 변경할 수 없음) 보안이 강한 동시에 접근성도 높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들
기업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을 가지고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디지털 자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전략들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 구축이나 가치사슬 전반에 수익을 분배하는 일처럼 중대한 사업 활동들을 더 효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업모델이 확립되면 콘텐츠 창작과 소비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스타트업들에서는 총 5가지 유형의 사업모델 혁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설명할 두 모델은 기존 사업들을 파괴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반면 나머지 세 모델들은 기존 업체들이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거나 틈새시장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표 1)



창작자와 큐레이터 모두를 위한 콘텐츠 수익화. 첫 번째 사업모델은 콘텐츠 사용자들도 소액 결제나 디지털 화폐 방식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포스트를 큐레이팅하고 홍보하며,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 모델을 적용하면 오늘날 지배적 사업자인 페이스북, 링크트인처럼 플랫폼 소유자들이 금전적 혜택을 싹쓸이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콘텐츠 창작자(블로거, 전문가, 아마추어 등)들과 소비자(자신의 생각을 즐겨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이용자)들이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가령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인 스팀잇(Steemit)은 업로드된 포스트의 인기를 기준으로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스팀’이라는 디지털 화폐를 지급한다. 스팀잇은 원래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진 사용자들을 위해 개발됐지만 요즘은 기술, 과학, 뉴스, 예술, 음식, 사진, 여행 등으로 주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어떤 포스트가 업보트(upvote)를 받고 인기가 많아지면 저자가 받는 보상이 늘어나는 것을 물론, 포스트를 초기에 홍보한 사람들도 그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들에 대한 평판 점수도 생성한다. 스팀잇은 이런 시스템이 고품질 콘텐츠의 창작과 큐레이션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10

스팀잇만 이용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유어스도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며, 저자 본인이 포스트를 읽거나 클릭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얼마나 받을 것인지 책정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심지어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받고 댓글 작성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 창작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 활동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페이스북과 링크트인의 사업모델은 사용자들의 플랫폼 사용 이력을 분석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표적 광고를 집행해 수익을 확보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저자와 팔로어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하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창작욕도 자극할 수 있다. 플랫폼 사용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 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플랫폼 소유자들에게 맞는 수익화 메커니즘들도 별도로 존재한다. 유어스가 채택한 모델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스팀잇은 현재 암호화폐 스팀의 가치와 밀접하게 연동된 접근방식을 채택하지만 이들의 수익 모델은 계속 진화 중이다.

원스톱 콘텐츠 숍 구축하기. 두 번째로 소개할 새로운 사업모델은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활동하는 중개자들의 필요성을 줄이거나 없애서 가치사슬을 단순하게 만든다. 이 모델은 콘텐츠 통합이나 유통처럼 오랫동안 존재했던 여러 단계와 중간층을 제거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고 수익을 실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직접 거래를 촉진하고 처리하기 위해 스마트 계약과 스마트 재산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과 암호화폐를 중점적으로 이용한다.

이 모델을 쓰는 업체로는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배급하는 싱귤러DTV(SingularDTV)가 있다. 이 회사는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에 대한 통제력을 더 많이 부여하면서 그들이 스튜디오 및 제작사의 개입, 유통 채널과의 독점 계약 없이 콘텐츠를 직접 발표하고 배급하고 수익화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동영상 제작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한 싱귤러DTV가 활용하는 스마트 계약 덕분에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바로 검색하고 시청할 수 있으며 디지털 화폐로 요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티브체인(Creativechain)과 뮤직코인(Musicoin) 같은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이들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중개자 없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크리에이티브체인은 콘텐츠 등록 및 유통, 수익화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음악인, 디자이너, 작가 같은 아티스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콘텐츠 사용 권한과 관련해 무료 배포부터 유료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다양한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유연성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저작물 유통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유통하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데 제3자의 도움이 필요 없다. 플랫폼이 직접 그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편 음악 산업에만 초점을 맞춘 뮤직코인은 독립 아티스트들이 창작한 곡들을 블록체인 기반인 자신들의 플랫폼에 등록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플랫폼은 음원 한 곡이 재생될 때마다 사전에 정해진 비용을 뮤지션에게 지불하는 표준 PPP(pay-per-play) 방식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는 팁으로 후원할 수도 있다. 게다가 뮤직코인 플랫폼에서는 유통사 외에 음원의 판권 관리에 참여하는 주체(판권 소유자 대신 음악 공연에 대한 로열티를 징수하는 ‘공연권리협회(performing rights organizations)’ 같은)들도 필요 없다. 음원 소비자들을 아티스트나 음반사와 직접 연결하고 수익 분배를 자동으로 맞춤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모델을 채택하는 스타트업들은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콘텐츠 판매와 사용료 지불이 모두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수익 창출 전략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그 밖에 기업들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으로는 다른 업체들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사업을 하거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창작하고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 오픈소스 모델을 따르는 방법도 있다. 즉, 플랫폼을 무료 소프트웨어로 배포한 뒤 컨설팅이나 교육, 온보딩 같은 서비스로 돈을 벌면서 그동안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사업모델(크리에이터와 큐레이터 모두를 위한 콘텐츠 수익화)과 마찬가지로 원스톱 콘텐츠 숍을 구축하는 스타트업들은 가장 효과적인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 중에서 기존 산업에 가장 파괴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콘텐츠 수익화 모델과 원스톱 콘텐츠 숍 모델이다. 두 모델이 가진 공통점은 관련 기업들이 사용자의 목표(아티스트와 소비자가 더 많은 금전적 가치를 얻고 거래의 불편함을 덜어주는)에 부합하는 가치를 겨냥해 저가형 틈새시장(예컨대 독립 레이블과 이들의 음악을 소비하는 관객)을 공략하는 소규모 사업체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은 수십억 명의 사용자와 수백만 개의 콘텐츠를 처리할 정도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으므로 스타트업들이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처럼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대형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에서 새로운 모델은 기존 사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업계 선도 기업들이 이런 소규모 스타트업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아 적기에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더 폭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가령 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광고가 없는 무료 소셜미디어 환경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에 반해 다른 사업모델들은 파괴적 혁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모델들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고,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 높이거나 틈새시장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음 모델들이 그 예다.

지적 재산 보호하기. 이 사업모델은 블록체인 스마트 자산과 타임스탬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디지털 저작물을 적절히 보호하고,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바인디드(Binded)라는 스타트업은 사진작가들로 하여금 자신이 창작한 고유 이미지들을 블록체인에 등록하게 해 저작권 소유 사실을 증거로 남길 수 있도록 한다.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이미지가 웹에서 무단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작권 인증서를 받는다. 몬그래프는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다양한 수준의 사용 권한을 유통업자와 광고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몬그래프는 블록체인으로 개인 저작물의 소유권과 라이선스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 소유자와 유통업자 간의 라이선싱 거래에 대한 공적이고 개별적인 기록들을 제공한다. 이 모델은 사진작가 같은 독립 아티스트들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해서 시장의 틈새를 메우려 한다. 보통 이런 사업모델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거쳐 창출된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가령 몬그래프는 아티스트들이 이 플랫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음악 가치사슬의 디지털화. 이 사업모델의 주된 목적은 음원 수입을 가치사슬에 속한 여러 주체에게 배분하는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들도 좀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대개 ‘승인형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11 ) 음악 산업에서 수익 분배를 최적화하는 일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이들 간의 관계가 복잡하며, 함께 공유하는 저작권 데이터베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음원 수익이 적법한 권리 소유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앞서 설명했던 모델들은 주로 작은 시장 세그먼트들과 결부된 문제들을 해결했지만 이 모델은 광범위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 가령, 이 모델을 사용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인 닷블록체인미디어(Dot Blockchain Media)는 음악 산업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표준화된 음악 저작권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기 위해 아티스트, 음반사, 음원 집합 사이트(aggregator,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역주), 공연권리협회와 협력한다. 이 모델을 통해 혜택을 보는 집단은 다양하다. 음원 유통사 및 집합 사이트, 공연권리협회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자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내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저작권 소유자들은 비용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오픈 소스 형태로 이해관계자 모두에 의해 관리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닷블록체인미디어의 역할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기술 요소와 파일 및 메타데이터의 형식을 규정하고, 참여자들이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며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닷블록체인미디어도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비스들을 수행하면서 자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플레이하고 거래하기. 이 사업모델은 블록체인에 등록된 자산들이 다른 환경에서도 판매되고 거래될 수 있게 한다. 이 접근법을 실험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스위스의 게임 개발회사인 에버드림소프트(EverdreamSoft)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하려면 플레이어가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자산을 구입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구입하는 카드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등록돼 있어 게임 밖에서도 디지털 화폐로 거래될 수 있다. 다른 게임 회사들도 이와 유사한 접근법을 택할 경우 게임 자산의 가치를 높이면서도 게임 내부에서 자산 판매로 얻는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이 모델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 구독이나 라이선스 같은 게임 관련 수익성을 높이고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도 확대할 수 있다.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제언
필자들이 블록체인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본 결과, 이 기술은 업계 종사자들에게 위협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블록체인은 엄청난 기회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작품에 대해 더 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고, 더 유연한 라이선스 모델을 활용할 수 있으며, 콘텐츠 수익에서 더 많은 몫을 취하고, 수익을 더 빨리 창출할 수 있다. 실제 구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런 혜택들이 블록체인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이라는 점만은 틀림이 없다.

음반사, 퍼블리싱 회사, 공연권리협회 등을 포함한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이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줄어들고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더 효율적으로 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가치사슬에 진정한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활동들(재능 있는 신인 아티스트 발굴과 양성, 영화와 TV 프로그램 같은 복잡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작품 홍보와 마케팅 지원 등)에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블록체인은 존속적 혁신도 가능하게 하므로 이들이 가치사슬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의 역할은 완전히 자동화되거나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으로 대체될 수 없다. 계약서, 음반사와의 관계, 구형 카탈로그, 음악 활동(콘서트, 라디오와 TV를 통한)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수금 같은 일들을 관리하려면 여전히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은 승인형 블록체인을 활용해 일부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 세상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어야 한다.

유통업자들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파괴적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콘텐츠 디지털화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스포티파이(Spotify)나 아마존(Amazon) 같은 온라인 유통사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12 콘텐츠 소비자들이 콘텐츠 창작자와 직접 연결되면 유통업자들이 차지하는 역할이 아주 작아질 수밖에 없다. 13 이런 변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데 몇 해가 걸릴지라도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4 콘텐츠 집합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유통업자들도 창작물에 접근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창구라는 기존 역할 외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특징적인 것들을 파악해야 한다. 미래에 대비하려면 유통업자들도 블록체인 사업모델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이 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안드레 두트라(Andre Dutra)는 독일 뮌헨에 있는 에릭슨(Ericsson) 디지털사업솔루션 부문 컨설턴트다. 안드라니크 투마스얀(Andranik Tumasjan)은 독일 마인츠대 경영학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교수다. 이자벨 M. 벨프(Isabell M. Welpe)는 독일 뮌헨공과대 전략 및 조직 부문 학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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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267호 Sharing Business 2019년 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