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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로아앤제인

“아이 옷 샀는데, 내가 입고 싶어”
엄마 고객과 함께 만드는 브랜드 스토리

최한나 | 266호 (2019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정체에 빠진 유아동복 시장에서 강한 팬덤을 거느리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로아앤제인의 성공 요인은?
1. 성인이 입어도 무방할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
2. SNS를 통한 활발한 아이디어 공유 및 빠른 회전율
3.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아끼지 않는 친절함
4.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 사이의 커뮤니티로 기능
5. 소비자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윤(텍사스주립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씨, 구창원(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 김지우(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8년 11월9일 오전 11시,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아예 접속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간신히 접속에 성공해도 원하는 물건이 품절이거나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중에 튕겨 나가기 일쑤였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롯데닷컴 사이트를 마비시킨 주인공은 로아앤제인이 월트디즈니 코리아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아동용 ‘미키 털부츠(사진)’. 롯데닷컴 사이트를 연신 클릭하며 제품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던 엄마들은 물건이 풀리자마자 결제 버튼을 눌러댔고, 미키 털부츠는 금세 동이 났다. 한발 늦게 접속한 고객들의 요청과 항의가 거세지자 로아앤제인과 롯데닷컴은 예약 물량을 대폭 늘려 추가 주문을 받았다. 해가 바뀐 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린 미키 털부츠는 현재 재고 없이, 이른바 ‘완판’된 상태다.



로아앤제인과 월트디즈니의 공동 작업은 미키마우스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여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기념 아이템들을 만들고 판매해보자는 기획에 따라 성사됐다. 디즈니와 손을 잡고 기념사업을 총괄한 롯데가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로아앤제인을 선택해 제안을 해왔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로부터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받았으나 선뜻 나서지 않았던 로아앤제인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시도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미키마우스의 상징인 검은색 원 세 개를 활용해 만든 미키 털부츠다. 아동용 의류 및 잡화를 만드는 로아앤제인 입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미키마우스와의 협업은 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아동용 브랜드지만 그동안 검은색을 아낌없이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로아앤제인은 미키 털부츠를 기획하면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을 통해 컬레버레이션 성사부터 디자인 작업, 제작 과정 등을 차례대로 공유했고,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빠짐없이 꿰고 있던 고객들은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며 기대하는 댓글들을 달아 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디즈니와 협업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미키마우스 방한 시점에 맞춰 12월 중순쯤 제품을 롯데닷컴 사이트에 올려야 했으나 제품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 너무 오래 걸린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사놓고 싶다 등 고객 요청이 빗발쳤다. 고객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로아앤제인은 롯데닷컴과의 협의를 통해 미키 털부츠만 다른 제품보다 한 달 정도 먼저 론칭하되 예약만 받고 제품 수령은 12월 이후 순차대로 이뤄지도록 했다. 본래 예약 판매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종합 쇼핑몰 업계에서 이례적인 판매 방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미키 털부츠가 온라인에 풀리자마자 1∼2분 사이에 모든 예약 물량이 소진됐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컬래버 제품들이 정식 출시된 12월 중순까지 로아앤제인은 바로 구매가 아닌 예약 구매 방식으로 미키 털부츠를 판매했고, 순차적으로 제품을 받아 본 고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이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DBR mini box I: 아동복 시장 침체 속 ‘골드키즈 구매력’ 기대감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2조 원 정도다. 저성장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축소됐다. 이 가운데 유아동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다. 안 그래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저출산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국내 유아동복 시장은 장기 침체를 겪는 중이다. 온라인몰이나 해외 직구 등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국내 유아동복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다만 출산율 자체는 낮지만 이로 인해 생겨난 ‘골드키즈(외동아이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어린이 세대)’에 대한 씀씀이가 커지는 현상은 업계에 긍정적이다. 한 명의 어린이를 위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이모, 삼촌 등 8명의 어른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에잇포켓(eight pockets)’ 현상으로 성인 옷 못지않게 비싼 옷이나 장신구 등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도 보인다. ‘내 아이는 남들과 다르게’ 입히기를 원하는 엄마들의 니즈를 감안해 국내 업체들도 자체 생산 외에 다양한 방식의 라인업을 꾀하고 있다. 해피랜드가 글로벌 아동복 브랜드들을 모은 편집숍 ‘치엘로’를 내거나 아가방앤컴퍼니가 프리미엄 편집숍을 표방하는 ‘쁘띠마르숑’ 매장 개수를 늘리는 등 기존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해외 및 스트리트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선보이는 매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닷컴에서 벌어진 매진 및 예약 구매 사태에 대해 아동복 업계에서는 로아앤제인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얼마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한다. 사실 유아 및 아동복은 우리나라 전체 패션시장에서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작은 시장이다. (DBR mini box ‘아동복 시장 침체 속 ‘골드키즈 구매력’ 기대감’ 참고.) 출산율 하락으로 유아동복에 대한 구매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 성장세도 크지 않다. 하지만 로아앤제인은 2014년 창업 이후 2015년 7억 원, 2016년 15억 원, 2017년 30억 원 등 매년 두 배 이상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매출은 6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매출 증가 외에 로아앤제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탄탄한 마니아층이다. 아이들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올해 입은 옷을 내년에도 입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닷컴에서 제품을 올리자마자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로 로아앤제인은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로아앤제인의 신제품 출시나 오프라인 매장 개설 시 자발적인 서포터즈로 활약할 만큼 브랜드에 높은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DBR이 로아앤제인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차별성 없는 제품은 필패”… 뼈아픈 교훈을 얻다
로아앤제인은 언니 송수지 실장과 동생 송현지 대표가 함께 만든 유아동복 브랜드다. 송 실장은 웹디자인과 그래픽을 공부한 후 인터넷 웹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송 대표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였던 2003년, 동생 송 대표는 친정엄마에게 300만 원을 빌려 여성 의류 쇼핑몰을 차렸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인터넷 사용이 범용화하면서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 국내 대표 여성 의류 쇼핑몰들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아직 학생이었던 송 대표는 매일 새벽 동대문 시장에 나가 예쁜 옷을 골라 왔다. 그가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동안 친정엄마가 주문을 확인해 상품을 포장해두면 하교 후 발송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옷 고르는 안목이 뛰어났던 송 대표의 감각 덕에 쇼핑몰은 날로 성장했다. 특히 당시로써는 흔치 않았던 ‘파파라치 컷 1 ’을 선보이고, 티셔츠 한 장, 원피스 하나를 따로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지게 코디해서 진열하는 방식으로 내놓으면서 단골이 늘었다. 당시 전체 쇼핑몰 중 방문자 수가 2위에 오를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2 잘 팔리는 날은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스타일난다 등 현재 주요 쇼핑몰로 꼽히는 사이트들과 쇼핑몰 1세대로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시절이었다. 사업이 커지면서 언니인 송 실장도 합류해 동생을 돕기 시작했다.

잘 풀려가던 사업은 포털 광고가 가열되며 급강하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의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어떤 쇼핑몰이 배너 광고나 키워드 광고에 돈을 더 쏟아붓느냐에 따라 성과가 엇갈렸다. 초창기만 해도 많이 비싸지 않았던 포털 광고는 쇼핑몰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날로 가격이 뛰었다. 클릭당 몇 원 수준이었던 키워드 광고가 클릭당 1000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쇼핑몰 자체의 개성보다는 광고 규모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결과가 이어졌다. 매출이 급감하자 송 대표도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달 광고비로만 7000만∼8000만 원씩 퍼붓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벌어둔 돈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갔다. 누적 적자가 10억 원에 달했다.

광고에 들어가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심각한 건 광고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제대로 효과가 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검색 광고를 통해 쇼핑몰을 찾은 사람들은 휘발성이 강했다. 그들은 ‘원피스’라는 키워드를 넣어 상위에 노출된 쇼핑몰을 클릭해 들어온 것일 뿐 송 자매의 쇼핑몰을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검색 순위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뜨내기 고객이었다. 광고를 하면 할수록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포털 검색이 일상화하면서 각 쇼핑몰의 개성도 사라졌다. 송 대표는 “어차피 다들 동대문에 가서 각자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오는 구조였기 때문에 쇼핑몰들의 상품이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며 “우리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봤더라도 바로 구입하지 않고 최저가 검색을 해서 가장 싸게 파는 사이트로 옮겨가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기울고 어려운 상황이 되자 자매는 서서히 여성 의류 쇼핑몰에서 손을 뗐다. 그사이 각각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아동복 쪽으로 관심이 흘렀다. 특히 옷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송 대표는 아이 옷을 고르고 매치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아울러 기존 유아동복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도 갖게 됐다. 자신이 갖고 있는 디자인 감각과 손재주를 살려 아이용 작은 담요나 간단한 옷가지 등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렸더니 많은 이웃이 예쁘다고 칭찬하며 구입하기를 희망했다. 송 대표는 공동 구매 방식으로 주문을 받아 옷이나 담요 등을 소량씩 제작해 판매했다. 로아앤제인의 시작이다.


독특한 디자인, 섬세한 기획… “차라리 내가 만들겠다”
첫 제품은 블랭킷이었다. 2014년 5월 딸 로아를 출산하고 한동안 아이 돌보는 일에 매진했던 송 대표는 그해 10월 첫 공동 구매를 추진했다. 로아가 신생아티를 벗고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하는 일이 늘어가던 때였다. 서서히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던 터라 카시트에 아이를 태웠을 때 덮어줄 수 있는 작은 담요가 필요했다. 송 대표는 아이용 물건들이 가진 특유의 알록달록함이 싫었다. 여자아이들 옷에는 공주, 남자아이들 옷에는 공룡이나 로봇 등 서로 모의라도 한 듯 일률적으로 박혀 있는 캐릭터도 싫었다. 그래서 로아가 쓰는 담요를 직접 만들어주기로 했다. 아이용 담요지만 회색이나 톤 다운된 핑크 등 무채색 계열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간단한 캘리그라피 정도만 활용해 단순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 “아이용으로 나온 물건들의 강렬한 색감이 너무 싫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차라리 내가 만들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송 대표의 말이다.



원래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웃들과 친분을 쌓고 있던 송 대표는 아이용 담요를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로아가 카시트 안에서 덮고 잠들어 있는 모습, 유모차 안에서 덮고 있는 모습 등이다. ‘너무 예쁘다’ ‘어디서 산 것이냐’ ‘나도 사고 싶다’ 등의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렸다. 블로그 댓글을 보면서 송 대표는 공동 구매를 추진해보기로 했다. 공동 구매 글을 올리자마자 미리 만들어 뒀던 블랭킷 100장이 순식간에 판매됐다. ‘극세사 감촉이 너무 좋다’ ‘알록달록하지 않아 딱 내 취향’ 등의 후기가 잇따랐다. 이어 기저귀와 간단한 아이 용품들을 담아 다닐 수 있도록 넉넉하게 제작한 엄마용 가방과 아이가 유모차에 누울 때 목 뒤를 받쳐줄 수 있는 목 베개 등을 제작해 올렸는데 모두 일찌감치 동이 났다. 아이 물건답지 않은 무채색 계열의 색상과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젊은 엄마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송 대표는 언니의 도움을 얻어 정식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두 자매의 딸 이름을 따서 ‘로아앤제인’ 3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2014년 말의 일이다.

로아앤제인의 상품 라인업은 메인 모델인 로아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어린 로아가 외출할 때 덮어줄 만한 작은 사이즈 담요가 필요해 만들었다가 이웃들의 요청을 받아 100장, 200장씩 만들어 판매했던 송 대표는 이후에도 로아가 크면서 필요한 물품들을 제작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간다. 예컨대 로아가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하면서 필요해진 속옷을 만들어 라인업에 추가한다든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필요해진 실내화나 낮잠이불 등을 모아 어린이집 준비물 세트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비 오는 날 입을 수 있는 우비와 장화 세트,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넣어 다닐 수 있는 미술 가방 등도 로아의 필요에 맞춰 제작한 것을 일반에 오픈한 케이스다.

그렇다 보니 같은 나이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호응이 컸다. 어린이집에 보낼 때 필요한 물품들을 일일이 검색해 고르고 결정해 구입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로아앤제인에서 기획한 어린이집 준비물 세트를 구입하면 좋은 품질과 예쁜 디자인의 물품들을 한꺼번에 장만할 수 있다. 우비, 장화 등을 각각 사려면 제각각 검색하고 결제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로아앤제인에서 한 번에 구입하면 쉽고 간단해진다. 이런 제품들의 공통점은 엄마들의 니즈를 섬세하게 파악해 기획된 것이라는 데 있다. 낮잠이불이나 요일수건 등 어린이집에 처음 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각각 판매하는 곳은 많으나 이런 아이템들을 한데 묶어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이후에도 로아앤제인은 차근차근 상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갔다. 기본적이면서도 엄마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으로 채워가는 한편 기존 아동 브랜드에서 보기 힘든 유형의 아이템에도 과감히 도전했다. 100% 양가죽으로 만든 라이더 재킷과 아동용 선글라스가 대표적이다. 라이더 재킷은 아이들에게 입히기 쉽지 않은 옷이다. 가죽옷은 관리가 쉽지 않고 원단 가격이 세다. 진짜 가죽보다는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진 재킷이 대부분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이 입고 있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선글라스는 여름 한철 쓰는 소품으로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안경을 쓰지 않는 아이라면 착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아이용 선글라스는 무게와 가격을 이유로 플라스틱 소재를 쓴다. 하지만 로아앤제인은 멋 내기를 즐기는 엄마라면 아이에게 ‘진짜’ 라이더 재킷과 ‘진짜’ 선글라스를 시도할 용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을 내놔야 로아앤제인만의 개성이 형성될 것으로 믿었다. 송 대표는 “성인들 제품을 대충 흉내만 내서 내놓기는 싫었다. 좋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만들어 내놓는다면 반드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멋쟁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와 함께 가죽 재킷을 입고 싶다는 의견도 꾸준히 들렸다”고 설명했다.

로아앤제인은 고급 가죽을 사용하되 길이와 품을 적절한 비율로 조절해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가죽 공장들이 비수기일 때를 노려 제작 원가를 최소화했다. 선글라스 역시 우리나라에서 안경을 잘 만들기로 알려진 대구를 찾아가 장인을 수배해 디자인과 제작에 대한 가이드를 얻었고, 금속 테와 좋은 안경알을 구해 성인용 못지않게 질 좋은 선글라스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로아앤제인의 라인업을 풍성하게 했고 엄마들 사이에서 ‘역시 로아앤제인’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평을 받았다.

“로아네 매장에서 모이자”…2년 새 매장 13곳으로 확장
온라인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매출 규모가 커졌지만 로아앤제인을 운영하는 자매는 늘 불안했다.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던 시절, 방문자도 많고 매출도 컸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한순간에 몰락했던 경험이 생생했다.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가슴을 눌렀다. 송수지 실장은 “제자리에 머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데 둘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매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온라인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언제든 부침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스토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기능을 맡기보다는 오프라인 자체가 별도의 판매처로 자리 잡아 또 다른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먼저 시도한 것이 백화점에서의 팝업스토어다. 그동안 로아앤제인을 찾던 주요 고객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던 마니아층이었다면 팝업스토어는 잠재 고객들이 얼마나 되는지, 로아앤제인의 이름을 모르는 일반 대중에 얼마나 매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요즘은 백화점에서 인기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street brand)를 직접 컨택해 입점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흔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은 콧대 높은 점주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과 인지도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브랜드가 아니면 아예 만나주지 않을 정도였다. 로아앤제인은 계속해서 각 백화점 담당자들에게 연락하고 브랜드를 설명하면서 입점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6개월 이상 메일을 보내고 통화를 시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당시 백화점 담당자는 로아앤제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지 공장과 사무실을 찾아와 실사를 했다. 로아앤제인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지, 상품이 얼마나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지, 품질 관리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최근 매출 추이가 어떤지 등을 상세하게 입증해 보인 후 드디어 첫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었다.

2016년 2월의 어느 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백화점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이른 시간부터 백화점 밖으로 줄이 길게 섰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기 아이돌 사인회라도 열리는 것인가 싶어 돌아볼 정도였다. 오전 10시30분 백화점 문이 열리고 젊은 엄마들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10평 내외의 작은 팝업 스토어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꽉 찼다. 전국 각지에서 ‘로아네 팝업 스토어 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로아앤제인의 골수팬들이 간식이나 음료수 등 선물을 싸 들고 매장을 찾았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처음이었던 로아앤제인 직원들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일일이 응대를 할 수 없어 품목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며 이름 옆에 수량과 사이즈를 적어주면 그에 맞게 계산을 해주겠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팝업 스토어를 열어 본 중에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첫 팝업 스토어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른 백화점들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이후 로아앤제인은 전국을 돌면서 20여 차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를 열면 열수록 현장에서의 팬덤은 한층 강해졌다. 팝업 스토어 오픈 일에 맞춰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 ○○백화점 ××점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니 우리가 가서 도와주자’며 나서는 엄마들도 생겼다. 매장 오픈시간보다도 이르게 도착한 이들은 “우리 아이가 4세인데 이 브랜드 100사이즈 입으면 보기 좋게 잘 맞아요” “여기 아우터는 다른 브랜드보다 넉넉한 편이에요” 등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곁들이며 매장을 처음 찾은 손님들을 자발적으로 응대하고 나섰다.



팝업 스토어에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로아앤제인은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백화점에 신규 아동복 브랜드가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아동복 시장에는 서양물산(블루독, 밍크뮤 등)과 제로투세븐(알로앤루, 알퐁소 등), 아가방앤컴퍼니(아가방, 디어베이비 등) 등 서너 개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있다. 백화점의 유아동복 코너는 이런 브랜드들과 몇 개의 명품 브랜드들이 과점 형태로 차지하고 있다. 국내 아동복 회사들은 몇 가지 브랜드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 브랜드 중 하나가 매장에서 철수하면 다른 브랜드를 입점하게 하는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유지한다. 후발주자인 로아앤제인은 기존 브랜드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신규 점포를 노렸다. 첫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에 마련한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은 새로 점포를 열면서 로아앤제인에 매장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동대구점에서의 판매 성과가 나쁘지 않자 다른 지점, 다른 백화점에도 매장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2년간 로아앤제인은 전국 주요 백화점과 아웃렛 등 13곳에 매장을 갖게 됐다. 매장을 한 곳 열 때마다 1억 원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됐고, 입점 후에는 백화점에 적지 않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갉아먹는 요인이었지만 로아앤제인은 ‘끊임없이 투자하고 멈춤 없이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과감하게 매장 수를 늘려가는 중이다. 지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

디자인과 품질은 기본, SNS로 바이럴 창출 및 커뮤니티 조성
롯데닷컴에서의 신제품 품절 사태와 팝업 스토어 개설 시 나타난 자발적인 현장 참여 등 로아앤제인 브랜드에는 어떻게 이처럼 열광적인 팬덤이 형성됐을까?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젊은 엄마들을 사로잡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과 그를 통한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이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로아앤제인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생겼고, 이들을 통한 바이럴(viral)이 발생하면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 로아앤제인이 누적 구매율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가 단골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성인 감성 자극하는 디자인과 품질
로아앤제인 창업 당시, 두 자매가 합의하고 원칙으로 세운 바가 있다. 광고는 절대 하지 말자, 그리고 100% 자체 제작 상품으로만 채우자는 것이다. 여성 의류 쇼핑몰 운영을 통해 품질과 디자인이 확실하면 소비자가 찾아오더라는 교훈을 습득한 상태였다. 자매는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골라서 판매하는, 이른바 사입 판매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품질과 디자인을 직접 관리해 로아앤제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성 의류 쇼핑몰이 그랬듯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아앤제인 이름 뒤에는 항상 ‘Good Fabric’이라는 문구가 따라붙는다.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올해 입는 옷을 내년에는 못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어차피 한철 입고 버릴 옷이라는 생각에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한 장에 몇천 원쯤 하는 저렴한 옷들은 창고에 몇 년간 방치됐던 옷감으로 만들어지거나 꼼꼼하지 않은 재봉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로아앤제인은 아이들이 입는 옷이므로 비록 한철 입고 못 입게 될지라도 품질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봄여름 옷은 무조건 면이나 리넨, 겨울옷은 무조건 울 100% 등 성인 옷 못지않게 고급 원단을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면이나 리넨은 구김이 잘 가고 관리가 쉽지 않아 합성섬유를 섞어 옷을 만드는 곳이 많지만 로아앤제인은 천연섬유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어기지 않는다. 원가가 높아지고 동시에 제품가격이 올라가더라도 품질만큼은 포기하지 말자고, 자매는 늘 다짐한다. 그러다 보니 명품 브랜드 급까지는 아니지만 아이 옷치고는 값이 꽤 나간다는 평을 듣는다.

로아앤제인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을 갖는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나온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규모가 크지 않은 업체인 데도 전체 직원의 20%가량이 디자이너다. 디자인은 철저히 엄마들의 눈높이에 맞춘다. 아이들은 직접 옷을 고르거나 구입하지 않는다. 엄마 마음에 들어야 구매율이 높아진다. 로아앤제인은 아이들 옷에도 검정이나 회색, 흰색 등 무채색을 적극 사용한다. 한 아이템에 들어가는 색상은 3가지를 넘기지 않는다. 무조건 심플, 그리고 모던이다. 빨강이나 파랑 등 강렬한 색상은 무채색을 돋보이게 할 때 쓰거나 아예 한 가지 색으로만 표현할 때 사용한다. ‘진짜 소비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해본 결과다. 송 실장은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알록달록한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들 취향에 맞는 디자인이어야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송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다른 유아동복 매장을 돌아보면서 촌스러워 보이는 것들을 유심히 본다. 성인이 착용해도 괜찮은 디자인과 색상이 아니라면 다시 만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아이들 옷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아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품 라인업도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한다. 예컨대 올겨울 시즌에 내놓은 구스다운 패딩은 메인 제품의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하게 변주해 12가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성인 옷 못지않은 옵션이다. 이를 통해 엄마들은 ‘고르는 재미’를 느낀다. 실제로 로아앤제인의 옷이나 장신구를 구입한 엄마들은 “내 옷 구경할 때보다 더 재미있다” “인테리어 소품을 고르는 느낌”이라고 평가한다. 기존 브랜드의 경우 겨울 시즌을 겨냥해 패딩 제품을 서너 가지 내놓기는 하지만 한 패딩 제품의 옵션을 10가지 이상으로 펼쳐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장이 작고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작다. 로아앤제인이 기존 브랜드들 대비 강점을 갖는 요인이다. 아이 옷답지 않은 세련됨과 모던함, 블랙앤화이트로 대표되는 무채색 계열의 색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소품들에 메인에서 조금씩 변형된 다양한 옵션들은 로아앤제인을 상징하는 디자인적 특징이 됐다.

2. 활발한 기획 아이디어 공유
‘어린이집 준비물 세트’나 ‘미술 가방’ 등의 제품 기획 및 제작은 실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감하고 그 필요에 맞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라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이웃들과의 소통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의 역할이 컸다. 로아앤제인은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메인 웹사이트 외에 송 대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송 실장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각 매장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요청을 바로 해결하며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린이집 졸업 발표회에 입힐 만한 흰 티셔츠 좀 만들어주세요∼ 그깟 흰 티가 뭐라고 고르는 데 백만 년 걸리는 것 같아요ㅠㅠ”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다던데 구스다운 패딩 좀 일찍 오픈해주세요∼”
“모자 M 사이즈 샀는데 살짝 끼어서 얼마 못 쓸 것 같아요. L 사이즈 제작은 안 하시나요?”


고객들이 남기는 평가나 요청을 로아앤제인은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실제로 매년 2월이 되면 졸업과 학년 바꿈을 앞두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각종 발표회나 재롱잔치 등을 많이 하는데 이때 통일성을 위해 요구되는 복장이 흔히 상의는 흰색 티셔츠, 하의는 청바지나 짙은 색 바지다. 이 때문에 매년 2월 어린아이들의 흰 티셔츠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속옷이 아닌 이상 평소에 단색으로 하얀 옷을 구비해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댓글에서 이 점을 파악한 로아앤제인은 질 좋은 면으로 티셔츠를 만들고 배 부분에 ‘Thank you mom and daddy’ 문구를 감각적으로 새겨 넣어 같은 흰 티지만 좀 더 세련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매년 2월마다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로아앤제인의 스테디셀러가 됐다. 또한 작년 가을,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을 앞두고 패딩의 조기 출시를 요청하는 댓글이 많이 보이는 점을 고려해 겨울용 아우터 출시를 앞당기기도 했다. 시즌마다 필요한 물건을 적시에 구입하기에 좋은 브랜드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SNS를 통한 상품 기획 및 제작은 소비자 니즈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기도 하다. 댓글에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량씩 만들어 판매하되 잘나가는 제품은 물량과 옵션을 늘려 키웠고, 안 된다 싶은 제품은 일찌감치 접었다. SPA 브랜드처럼 시즌마다 1∼2주 텀으로 신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안 그래도 타 브랜드 대비 옵션이 다양한 편인데 제품 출시와 순환마저 빠르니 ‘로아앤제인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제품이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백화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로아앤제인 매장은 꼭 찾는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박진우 이사는 “다른 브랜드들이 시즌 초반에 한꺼번에 제품을 선보이고 그 제품들을 시즌 끝날 때까지 끌고 가는 반면 로아앤제인은 시즌마다 가급적 매주 새로운 물건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엄마들 사이의 여론을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이 갖춰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단 댓글이 제품화돼 나오는 경험을 한 팔로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이번 겨울에 우리 어린이집에서 행사를 하는데 이런 옷이 필요하니 로아앤제인에서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댓글이 스스럼없이 달리는 이유다. 송 대표는 “요즘은 발레복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많아서 한창 작업 중”이라며 “나 이런 거 필요하니 만들어다오 하는 식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어떤 상품에 대해 댓글로 보완할 점이 지적되면 즉각 반영한다. 예컨대 ‘이 옷은 목이 좁아서 아이 머리가 잘 안 들어가요’라든가 ‘신발에 지퍼가 없어서 신기기 어려워요’ 등의 피드백이 달리면 이미 출시해 판매 중인 상품이라도 목둘레를 기존보다 늘린다든가 신발에 지퍼를 다는 등 추가로 보완해 내놓기도 한다.

3. 가장 필요한 정보를 아끼지 않는 친절함
특히 로아앤제인은 사이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로아앤제인의 각종 SNS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댓글은 아이에게 맞는 제품 사이즈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유아동복 브랜드에서는 사이즈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만 제시할 뿐 고객들의 질문에는 잘 대답하지 않는다. 같은 월령이라고 해도 체중과 키, 허리둘레 등에 따라 아이에게 꼭 맞는 사이즈는 천차만별이다. 표준 사이즈표만 보고 조언했다가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유아동복 브랜드에서는 대체로 ‘사이즈 조언이 어렵습니다’라고 홈페이지에 미리 공표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아동복을 고를 때 엄마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디자인이나 색상이 아니라 사이즈다. 역시 월령에 맞는 평균적인 가이드만 보고는 내 아이에게 꼭 맞는 사이즈를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아앤제인은 송 자매의 개인적인 SNS는 물론 각 매장 매니저들이 운영하는 SNS를 통해 사이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들이 가장 고민하는 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키 106센티미터에 몸무게는 20킬로그램 좀 안 되는데 사이즈 120은 너무 클까요?”
“120 하세요∼ 체중 기준으로 120 충분해요”

“우리 집 아이는 키 120에 몸무게 20인데 팝콘 점퍼 130을 살짝 넉넉하게 잘 입고 있거든요. 그럼 이 제품도 130 해도 될까요?”
“네네, 그렇다면 130이요”

“키는 98 정도, 몸무게는 14 조금 넘구요. 이 원피스 사이즈 3-4 하기엔 뭔가 딱 맞거나 아쉬울 것 같고, 5-6 사이즈는 너무 큰가 싶기도 한데 뭘 해야 할지 문의 드려요.”
“M 하시면 돼요”

“라이더 자켓 너무 예뻐요. 키 140에 몸무게 35키로와 키 125에 몸무게 32키로, 추천해주세요”
“32키로 아이는 145를 입히면 되는데 35키로 아이는 키는 맞지만 타이트할 것 같아요”


“사실 댓글을 확인하고 일일이 답변해주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만든 사람이 아닌가. 아이들 옷 사이즈를 고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맞는 사이즈를 조언해달라는 댓글을 모르는 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송 대표의 말이다.

사이즈 조언을 아끼지 않자 SNS 팔로어 숫자가 늘었고 이는 요즘 엄마들이 어떤 상품을 가장 많이 찾는지, 어떤 디자인과 색상을 선호하는지, 지금 이맘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어떤 옷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하는 창구가 됐다. 엄마들은 로아앤제인 SNS에 댓글로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지난 제품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편하고 솔직하게 달아준다. 댓글을 읽다가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를 얻으면 송 대표는 즉각 제품화에 나선다. 송 대표는 “공동 구매로 출발해 100개, 200개씩 물건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야 했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공장들과 주로 거래했고, 회사를 세우고 제작 물량이 늘면서 몇 개의 공장은 아예 로아앤제인의 물건만 만들어주고 있는 상태”라며 “엄마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들을 모아서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4. 엄마들 사이의 커뮤니티로 작동
송 대표와 송 실장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이 가장 북적이기는 하지만 13개 매장에서 제각각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다. 송 대표는 “매장 점주들에게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는 데도 다들 자발적으로 SNS를 열고 적극 운영한다. 로아앤제인을 알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이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이 필수’라고 추천하기도 하고 ‘인스타에서 봤는데 이런 옷 있느냐’고 묻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제품 출시나 새로운 매장 개설 공지, 각종 이벤트 등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SNS를 통해 이뤄진다.



로아앤제인 브랜드를 알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댓글을 달다 보니 그 안에서 친목이 돋아나고 모임이 생겼다. 적정 사이즈를 묻는 댓글에 송 대표가 아닌 다른 엄마가 ‘우리 아이한테 입혀 보니 이 옷은 ×× 사이즈가 맞더라’는 댓글을 달아주다가 서로 SNS 피드를 타고 넘어가 이웃이 되고 안부를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구조다. 다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보니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아이와 놀러 가기 좋은 곳 등 정보를 나누며 지내다가 로아앤제인이 신제품을 낸다거나 매장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팬덤을 발휘한다. 특히 로아앤제인이 새 매장 내는 날을 정모일 삼아 모이는 엄마들이 많다. 이들은 선물 사 들고 매장을 방문해 정신없는 직원들을 돕기도 하고, 로아앤제인 옷을 입힌 아이들을 앞세우고 찾아와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송 대표는 “엄마들이 찾아와 고객 응대를 도와주기도 하고, 매장이 너무 정신없다 싶으면 옆으로 비켜서 있기도 하는 등 마치 자신들이 로아앤제인 직원처럼 나서준다”며 “친구가 새로 매장 내면 가서 도와주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며 자칫 사회나 또래와의 교류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젊은 엄마들은 로아앤제인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심 있는 브랜드나 디자인에 대한 스토리를 공유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로아앤제인의 SNS는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방적인 창구가 아니라 팔로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장이다.

5.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스토리
올겨울 시즌 가장 많이 판매된 ‘팝콘 점퍼’는 로아앤제인의 팔로어들과 함께 만든 대표적인 시리즈다. 어느 날, 로아앤제인의 SNS에 그림이 하나 올라왔다. 팝콘 상자 안에 팝콘이 가득 담긴 그림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우리 딸 너무 잘 그려서 뭐라도 만들어 볼까’라는 글이 담겼다. 송 실장의 딸 제인이가 그린 그림을 공유한 피드였다. 며칠 뒤 ‘제인이가 그려놓은 팝콘이 어떻게 변했을까요?’라는 글과 사진이 또 올라왔다. 제인이 그린 팝콘 그림을 메인 디자인 삼아 제품화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조차 특별해 보인다. 오래전에 그린 그림을 버리지 못하고 모으기도 하고, 액자에 걸어두기도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옷을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기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로아앤제인에서 제인의 그림을 제품화하고 있다고 SNS를 통해 공유하자 많은 엄마들이 선망하며 그 과정을 지켜봤다.

로아앤제인은 팝콘 그림을 메인 디자인 삼아 점퍼를 만든 데 이어 팔로어 중 손재주가 있는 몇몇 엄마를 끌어들여 옷에 어울리는 머리핀과 귀마개 등을 만들도록 했다.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엄마들은 한때 머리핀 등을 만들어 자체적인 점포나 사이트를 두고 판매하다가 육아로 인해 중단한, 이른바 ‘경단녀’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로아앤제인의 제안을 받고 기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로아앤제인에서 보낸 팝콘 그림을 받아들고 각자의 역량과 재능을 발휘해 팝콘 디자인을 활용한 머리핀 등 소품을 만들었다. 이들의 참여는 SNS를 통해 고스란히 알려졌고 또래 엄마들의 새로운 도전과 그로 인한 브랜드 확장은 피드를 공유하는 엄마들에게 작지 않은 자극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로아앤제인의 SNS에서 제품 사진이나 설명, 브랜드 이벤트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송 대표의 딸 로아의 일상이 공유된다. 로아는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다가 막상 어린이집에 도착해서는 선생님을 꼭 끌어안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린 나이에도 아이돌 가수의 가요를 유창하게 부르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고 공감할 만한 풍경들이다. 로아의 일상을 받아보면서 소비자들은 로아에게, 나아가 로아앤제인이라는 브랜드에 친숙함을 느낀다. 로아앤제인을 함께 키워 간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로아앤제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된다


DBR mini box II: 밀레니얼 소비자의 특징과 그들에 대한 마케팅 전략

아동복 시장에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브랜드, 즉 로아앤제인을 비롯해 젤리멜로, 베쏭쥬쥬, 플라키키 등에는 블로그 등 SNS를 활발히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제품의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세대 엄마들이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로그인’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보 검색에 능하다 보니 어떤 제품을 살 때 가격 비교는 물론 소비자 리뷰를 꼼꼼히 본다.

밀레니얼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숙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2010년 이후 한국 소비시장에서 주력 소비자로 성장 중이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밀레니얼세대의 64%가 집에서도 핸드폰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을 기준으로 한 결과가 44%인 것에 비해 20%포인트나 높게 나타난 수치는 밀레니얼세대가 그만큼 모바일 기기 사용에 친숙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사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미국 밀레니얼세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 밀레니얼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전통적인 마케팅 광고보다는 개인적인 정보(블로그 등)를 더 신뢰하며 명품 브랜드에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오히려 남들이 잘 모르는 유니크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1981∼1996년 태어난 한국의 밀레니얼세대는 대체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경제 성장과 디지털 혁명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한때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로 평가받다가 시간이 흘러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과 저성장-양극화의 그늘 속에 ‘N포 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의 별칭을 함께 가진 세대가 됐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이들에게 다른 세대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밀레니얼세대는 고성장에서 저성장,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한 한국 사회의 과도기를 거친 사람들”이라며 “당차고 자기중심적이면서도 불안과 자조에 시달리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밀레니얼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세상의 중심을 ‘나’로 본다는 점이다. ‘인맥이 자산’이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집중했던 베이비붐세대나 X세대와는 다르다. “인맥 관리할 시간에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기성세대에게 ‘퇴근 후 삶’은 근무의 연장이거나 다음 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었지만 밀레니얼에게는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쓸 때도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보다 ‘나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줄 수 있는가’를 잣대로 삼는다. 결국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디자인과 스토리가 좋아서 팬덤이 생기면 브랜드 충성도가 단기간 크게 확산될 수 있다. 틈새 상품에 대박의 기회가 더 커진다는 롱테일의 법칙(long tail theory)이 적용되는 소비 세대다.

밀레니얼세대 소비자의 두 번째 특징은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인 ‘개념 소비’다. 오뚜기가 대표적이다. 함영준 회장이 1500억 원대 상속세를 고스란히 낸 사실이 알려지자 밀레니얼들은 ‘갓뚜기(God+뚜기)’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오뚜기의 미담을 찾아낸 뒤 페이스북 등에 퍼 날랐다. 덕분에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도 급등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한 ‘띠어리 2.0’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친환경 정책, 투명한 생산 공정, 여성 리더십 행사 주최 등 브랜드의 착한 행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제품만 멋진 게 아니라 띠어리 자체가 멋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알린 것. 이는 많은 소비자의 공감을 샀다.

결국 최근 시장과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소비자로서 밀레니얼세대를 심층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로아앤제인에 폭발적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미학을 추구하며 컨셉에 열광한다.
- 1인 크리에이터, 1인 창업, 1인 기업을 선호한다.
- 가성비를 중시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다.
- 내가 중요한 만큼 남의 다름과 다양성도 인정하고 존중한다.
- 국가만족도가 낮고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다.
- 국가나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며 환경을 중요시한다.


필자소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ygs9964@sookmyung.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KIET) 수석연구원을 거쳐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브랜드(기업과 도시 브랜드)와 유통산업이다. 현대차 등 국내외 다수 기업의 마케팅 자문을 수행하고 한국유통학회와 한국상품학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보이지 않는 성장엔진: 디자인, 브랜드, 명성』 『브랜드 마케팅』 『불사조 기업』 등이 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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