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rend in Japan

日 농업-의료 분야, ‘암반 규제’ 풀었더니…

266호 (2019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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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농업, 의료 등의 산업 분야에는 강력한 기득권이 형성돼 있다. 규제 혁신이 어려워 뚫기 어려운 돌과 같다는 의미의 ‘암반규제(巖盤規制)’라고 불릴 정도다. 최근 분위기는 조금 바뀌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산업의 규제 혁신을 단행하면서다. 관련 분야에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다.

기업의 농업 진출과 농업의 활성화
2012년 아베 정권 수립 이후 2017년까지 그동안 침체돼 왔던 농림수산 부문은 수출 규모가 1.8배나 늘어났다. 쌀 4.4배, 쇠고기 3.8배, 야채 및 과일 3.2배로 수출액이 확대됐다. 1 그동안 일본 정부는 농업 부문에 대한 기업의 직접 진출을 허용하는 등 농업의 규제혁신 정책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기업의 농업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농업 비즈니스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우선, 농민이나 자치단체 등이 법인을 설립해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제조하거나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소위 ‘6차 산업화’에 주력하는 사례가 있다. 6차 산업화는 1차 산업(농산물), 2차 산업(농산물 가공품), 3차 산업(관광 등 서비스)을 더했다는 뜻이다(1 + 2 + 3 = 6). 예를 들어,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구시비키 지역의 ‘Fruits Town’ 사업은 농민과 지방자치단체가 농업법인을 공동 설립해 주스를 제조 및 판매한다. 또한 체리, 포도 등의 농장을 관광지로 개발했다. 관광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농장을 방문하고, 농장에서 생산된 과일을 구매하기도 한다. 현지의 과일과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점 사업도 개발했다. 그 결과, 2016년 방문객 수가 54만4000만 명에 달했다. 사실 과일 농사에 집중하고 있는 농부가 관광 사업을 위한 경영 능력을 갖추기란 매우 어렵다. 법인화를 통해 부족한 경영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업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본 대기업들이 자사 사업에서의 원자재 차별화를 위해 농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는 화장수 등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직접 재배해 무농약 성분 화장품을 제조한다. 2015년 4월에 시즈오카현에 있는 자사 공장 부지 내에 670평방미터 규모의 밭을 조성해 항균 작용을 가진 ‘엔메이소(延命草, 방아풀)’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각종 원료를 원료기업이나 계약 농가로부터 구입해 왔지만 자사가 직접 재배 품목을 정하고 재배해 환경, 건강, 위생에 민감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한 것이다. 2 시세이도는 이 엔메이소를 활용해서 지난 2017년에 기존의 ‘Future Solution LX’라는 화장품을 개발했다. 식물의 생명력으로 피부를 개선하겠다는 컨셉으로 판매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변화는 의약품 기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의약품 제조사인 츠무라는 한방제품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경작 포기 농지에서 직접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법인을 설립해 한방 원료 재배에 나서고 있다. 현지에 설립한 이 유바리 츠무라는 한방 원료의 재배와 함께 원료의 조제 가공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여러 일본 기업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해 왔던 식물 재배 공장 사업은 이제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형 햄 제조사인 프리마햄 산하의 자회사 프라임데리카는 2019년 1월 LED 조명을 활용한 식물 공장을 가동했다. 이 공장에선 하루 3톤의 상추가 생산된다. 상추 재배는 자동화 라인으로 이뤄진다. 식품 가공까지의 전체 공정에서 외부 공기 접촉을 피하기 때문이 날씨나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균일한 품질의 상추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상추는 일본의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납품한다. 세븐일레븐은 기상이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상추를 조달해 가격 변동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식물 공장 옆에 식품 제조공장을 연계해 세븐일레븐의 샐러드, 샌드위치 재료인 상추를 전문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원격 의료 사업의 확대
원격 의료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진단, 처방에 이어 의약품을 약국에 원격 주문해 각종 약품을 택배로 받는 등의 원스톱 서비스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온라인 화상 진단을 받아도 의약품을 약국에 가서 조제 받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규제 혁신으로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소비자와 의료기관의 혜택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택이나 직장에서 편안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밀 노동에 시달리는 의료기관은 육아 등을 위해 휴직한 의사의 재택 의료를 활용, IT를 활용한 의료 정보의 공유 등 의료 서비스의 합리화와 고도화가 가능하다. 도심 지역의 바쁜 직장인들의 경우도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오전에 잠시 짬을 내 회사 사무실에서 화상진단을 받고 퇴근 전에 주문한 감기약을 사무실로 받아 볼 수 있어 의료 서비스가 더욱 편리해졌다.



물론, 일본 원격 의료 서비스도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에 원격 의료용 IT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도쿄 지역 소재 메들리(Medley)사의 경우 각 병원에 원격 진료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각 병원의 원격 진료를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폰용 앱인 클리닉(CLINIC)을 개발, 이를 통해 비디오 진찰, 문진, 진료 예약, 약 처방전 배송, 결제 등을 할 수 있다. 2017년 3월 현재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일본 전역에 350개에 달한다. 서비스 분야는 순환기 내과, 소화기 내과, 호흡기 내과, 신경내과, 대사 및 내분비 내과, 알레르기 및 류머티즘 내과, 피부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정신과, 부인과, 소아과 등이다. 더 나아가 멜로디는 당뇨병 환자의 통원 진료와 원격 진료를 혼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료비용 부담 등으로 진료를 포기하는 중증 환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 원격 회의 시스템사인 브이큐브(V-CUBE)는 규슈의 후쿠오카시 국가전략특구에서 조제약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원격 조제 사업에 진출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인터넷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받고, 병원은 처방전을 약국으로 바로 전송해준다. 환자는 다시 약국과 화상 상담을 받으면서 의약품을 복용하는 방법 등을 지도받은 후에 의약품을 배달 받게 된다.

이번 서비스에 활용되는 브이큐브사의 고화질 인터넷 회의 서비스인 ‘V-CUBE Meeting’은 11년 연속 일본 인터넷 원격 회의 시스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해 왔으며 HD급의 고화질로 호평을 받고 있다. 24시간, 365일 지원하는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긴급성이 요구되는 원격 의료 사업에 적합하다.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다양한 단말기에 대응할 수 있고 최대 5개 거점을 동시에 접속해서 화상회의나 진단을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농업, 헬스케어의 암반 규제 완화 효과로 신사업 활성화는 물론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경제의 활력 제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 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7호 Sharing Business 2019년 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