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7. 스콧 심 노터데임대 교수의 디자인싱킹

“내가 매일 하는 일, 왜 하고 있는지”
디자인싱킹 첫발은 스스로 묻는 것

264호 (2019년 1월 Issue 1)

PDF 다운로드 횟수 10회중 1회차 차감됩니다.
다운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아티클 다운로드(PDF)
4,000원
Article at a Glance
디자인싱킹의 핵심을 인지적(cognitive), 전략적(strategic), 실용적(practical) 사고방식으로 요약했다. 디자인싱킹은 (1)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를 묻고 (2) 고객과의 접점으로부터 기회를 발굴하고 (3) 실질적인,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같은 결과물보다는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한 성공의 여정이자 장기적인 조직문화로 디자인싱킹을 정착시켜야 한다.


파괴의 시대에 기업이 직면한 거대한 도전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밀레니얼세대의 부상이다. 그들의 가치관은 베이비붐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현재 기술이나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시대에 흡수되려면 기존 세대들이 모두 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얼리어댑터들이 물러난 자리를 밀레니얼들이 채우고 있다. 과거에 없던 기술과 인터페이스가 나날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기술이 어떻게 우리 일상에 녹아들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기술이 그 자체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의 알고리즘이 제공한 아웃풋은 인간의 활동과 긴밀히 연관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규제나 국제 관계 같은 환경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디자인은 규제로부터 만들어졌다. 자동차의 헤드램프도 정부 규제 때문에 개발됐고, 의료기기도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규정이 바뀌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난제, 이른바 ‘사악한(wicked) 문제’들은 도처에서 부상하고 있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도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악한 문제 중 하나다. 이런 복잡하고 사악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의 실제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해서 메뉴를 구성해주는 레스토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이 각자 자기만의 차별화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 제품의 기능도 재정립되고 있다. 전화기는 이제 더 이상 그냥 전화기가 아니다.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데스크톱 컴퓨터다. 옛날식 다이얼 전화기를 5살 아이한테 보여줬더니 재밌는 반응을 보였다. 다이얼을 돌리는 동그란 부분을 돌리지 않고 누르더라. 사물을 다루는 내러티브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렇게 달라지는 고객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디자인싱킹’이다.

디자인싱킹은 1950년대부터 존재한 개념이지만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가 제품 개발 방법론으로 활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디자인싱킹은 인지적(cognitive), 전략적(strategic), 실용적(practical) 사고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사람도 정작 “내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이 문제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중요한 혁신은 문제를 프레이밍(framing)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누의 90%가 액체 비누인데 왜 비누 받침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1989)’에서 어른이 되고 싶은 주인공 12살짜리 소년은 마법처럼 하룻밤 사이에 30살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는 운이 좋게도 장난감 회사에 취직했고 어떤 연유로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서 한 임원이 이 장난감이 얼마나 멋진지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내년에 이 장난감이 얼마나 잘 팔릴지에 대한 추정치를 설명했다. 그러자 몸만 어른인 주인공 톰 행크스가 손을 들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무슨 재미가 있어요?” 우리가 속한 조직에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그림 1)



두 번째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전략이다. 디자인싱킹은 비선형적인 터치포인트(touchpoint, 접점)로부터 발전한다. 제품은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고 체계적으로 서로 연관돼 하나의 여정을 만들어낸다. 여러분도 회사에서 여러 가지 터치포인트들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톡으로부터 업데이트를 하라고 알림을 받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지속적으로 터치포인트을 발견해서 개선하고 있다. 애자일 시대에는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선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교육받았다. 항상 답을 찾도록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파괴적 시대에는 우리의 원래 의도를 와해시키는 여러 가지 요소에 직면하게 된다. 정답은 없으며, 최적의 답만 찾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STE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은 ‘STEAM’이다. 추가된 A는 Art로 미술, 예술, 회화 같은 특정 분야보다는 인문학을 의미한다. 인문학은 소프트 스킬, 즉 협력과 소통의 기술을 키워준다. 오늘날 부상하는 문제들의 복잡성과 모호성도 소프트 스킬을 통해 대처할 수 있다. 소프트 스킬은 서로 분산돼 있는 점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디자인싱킹의 이상적인 성공 사례다. 이들이 창업하던 때 택시 회사의 경영 실적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고 택시 서비스가 안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만약 이들이 공급자적 관점에서 택시 시스템 개선을 고민했다면 결코 우버나 리프트 같은 서비스를 못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버의 창업자는 교통, 수송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 자체를 해결하고자 했다. 총체적인 접근방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해서 성공했다.

궁극적인 목표를 세웠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여정 속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터치포인트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보수적인 조직의 사고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노래 구절이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도대체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왜 되게 하라는 걸까? 조직을 해치는 인공적인 요소를 더욱 키우는 워터폴 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애자일 조직은 “안 되면 될 대로 돼라”라고 말한다. 유기적인 조직은 어떤 일이 안되더라도 그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개선 방법을 찾아낸다. 이런 게 바로 디자인싱커들의 태도다.

내가 다음으로 초점을 맞추고 싶은 용어가 실용이다. 디자인싱킹을 실용적으로 조직에 적용하려면 맥락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무엇을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인데 1970∼80년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1990년대에 고꾸라지게 된다. 뉴욕 양키스나 LA다저스같이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대형 구단들과 경쟁하기가 어려웠다. 이 가난한 구단을 구원한 이가 바로 빌리 빈 단장이다. 빌리 빈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홈런을 많이 치는 올스타 대신 각 상황에 적합한 선수들, 투아웃을 달성할 수 있는 선수, 베이스를 나갈 수 있는 선수 등을 영입했다. 빅데이터에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했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실제로 조직을 변모시켰다. 디자인싱킹과 접목된 리더십을 실천한 것이다. 빌리 빈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영화 ‘머니볼’을 보길 바란다.

디자인싱킹은 반복 가능해야 하고 확장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상사나 경영진은 설득하기가 어렵다. 그들을 설득하려면 백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데이터와 스토리를 합쳐서 청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궁지에 몰렸을 때 이것이 당신의 의견인지, 혹은 정보 기반인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싱킹을 이행하는 많은 사람은 디자인싱킹을 단순히 칠판에 아이디어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스토리로 해석할 수 있느냐다. 단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이것에 데이터를 맞추기보다 말이다.

다음으로 앞에서 설명한 디자인싱킹의 3요소를 만족하는 스타트업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팩(Pillpack)은 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 질환 노인들의 니즈를 간파했다. 이들은 매일 편의점까지 직접 가서 약을 받아먹었는데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필팩은 이들에게 정시에 정량의 처방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필팩을 통해 처방전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환자의 반응도 체크할 수 있어 유리해졌다.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터치포인트를 찾아서 실용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아마존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적 관점에서 여러분들의 리더십과 경영을 재평가해보길 바란다. 먼저 기존 레거시를 다시 점검해보라. 많은 것을 성취한 뛰어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성과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라. 직원들에게 영감을 줘서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아이디어를 와해시키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새로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하면 좋겠다. 남을 비판하는 것, 아이디어를 와해시키기는 쉽다. 하지만 뭔가를 구축하고 형성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어렵다.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부분부터 보고 그것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또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디자인싱킹을 일상에 궁극적으로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싱킹은 단기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디자인싱킹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래서 우린 이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결과물보다는 성공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라.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브랜딩 전략을 열린 자세로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연을 넓혀서 사고하고 다양한 대안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이기 때문에 차만 디자인하겠다는 식으로 가능성을 닫아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현재 조직의 철학에서 벗어난 아이디어까지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세간에 디자인싱킹에 관한 방법론과 자료가 넘친다. 하지만 디자인싱킹의 핵심은 ‘사고방식’이다. 여러분 모두 디자인싱킹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부터 디자인싱킹을 시작하길 바란다.

스콧 심(Scott Shim) 노터데임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디자인싱킹의 문맥적 적용’이라는 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10여 년간 상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30개의 디자인 특허와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싱킹을 통해 문화·사회 및 기술이 연계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

스콧 심 교수의 럭셔리포럼 강연
럭셔리 전략 ‘제품 아닌 경험을 사게 하라’

과거 베이비붐 세대들이 가격, 기능, 위상, 물리적인 매장을 중요시했다면 오늘날 밀레니얼과 Z세대들은 독창성(authenticity), 독특함(uniqueness), 발견(discovery), 온라인(online)에 가치를 둔다. 예컨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제품을 단순히 물리적인 실체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제품을 더 배우고 경험하길 원한다. 물건을 구매할 뿐 아니라 물건과 어떤 여정을 함께하길 원하는 것이다. 온라인 경험도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어떻게 상품을 선택하는지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배송과 환불 정책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그림 2]의 원은 소비자 니즈와 브랜드 이미지의 관계를 보여준다. 가장 외부에 있는 원은 물리적인 제품의 기능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정체성을 원하면 브랜드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감성적인 니즈는 상징적인 것들이 충족시켜준다. 이때 상징물은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형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깊게 뿌리내린 유대 관계를 의미한다. [그림 3]은 럭셔리 브랜드의 피라미드 차트이다. 피라미드의 위로 올라갈수록 개성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밀레니얼, Z세대와 연결돼 그들과 공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돼야만 기업이 제공하는 무언가에 시장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애플스토어로 성공한 론 존슨 전 애플 부사장이 유통기업 JC페니에서 실패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애플스토어는 전면 외관부터 일반 매장과 완전히 달랐다.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을 만나는 방식도 기존과 완전히 달랐다. 의자 없이 테이블 위에 디바이스만 여러 대 전시해 두고 고객이 자발적으로 디바이스에 접근해 사용해보게끔 만들었다. 또 이런 경험들은 외부에서 아름답게 보이게 설계됐다. 이런 매장 설계를 진두지휘했던 론 존슨 전 부사장은 애플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JC페니의 CEO로 영입됐다. JC페니는 블루칼라 중산층을 타깃으로 물리적 매장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전통적인 백화점이다. 온라인 매장의 반격에 맞서 론 존슨은 애플에 적용했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했다. 로고도 JCpenny에서 JCP로 바꿨고 백화점의 분위기도 트렌드에 맞춰 모던한 느낌으로 변화시켰다. 가격 구조도 바꿨다. 어떤 아이템은 가격을 12달러99센트로 책정하는 대신에 센트 부분을 없애버리고 예컨대 13달러로 바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할 때 끝에 있는 이 0.99에서 할인받는 느낌을 받는다. 쿠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론 존슨은 CEO가 되고 나서 쿠폰도 다 없애버렸다. 이런 조치들은 JCpenny에서 실제 쇼핑하는 고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존 론슨은 2016년에 사임했다. 존 론슨의 사례는 공감의 프레임을 짜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준다.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거기서 시작된다.



내가 좋아하는 접근법 중 하나가 바로 암묵적인(tacit) 접근법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은근하게 암묵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를 차용할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12명의 신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한다. 이 12명의 그리스 신 중에서 내가 원하는 특징을 지닌 6명을 고른다. 가장 강력한 제우스는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캐릭터고, 반대로 부인인 헤라는 굉장히 솔직하고 따뜻하며 진정성이 있다. 개별 신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를 상징으로 만들 수 있다. 서브 카테고리를 만들어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하나의 브랜드 아래에도 여러 개의 서브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징들은 고객과 공감하고 싶은 무언가를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프레임워크 중 하나가 바로 행동이다. 그런데 행동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태도(attitude)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다. 결국 태도가 행동을 야기한다.

여러분이 일하는 기업의 브랜드나 조직을 잘 표현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런 한 장의 이미지가 있는가? 이 이미지(그림 4)를 보면 로고도 없고, 메시지도 없다. 하지만 누구나 열심히 운동하는 이 여성의 표정을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가 나이키나 언더아머의 광고라고 답을 할 것이다. 많은 기업이 광고 포스터에 아름다운 여배우가 자사 제품을 쓰는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그런 이미지가 진정 여러분이 제공하려는 감정까지 잘 반영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공감의 관점에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여러분의 브랜드 혹은 제품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나?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면 먼저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을 행동하게끔(enable) 만들어야 한다.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기분이 좋아져서 재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예티(YETI)는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창업자는 미국 텍사스에 살면서 사냥을 좋아하는 평범한 두 형제였다. 이들은 사냥할 때 쓰기 편한 아이스박스가 없다는 데서 착안해 회사를 만들었다. 예티의 아이스박스는 300달러로 이글루나 콜먼 같은 회사에서 파는 30달러짜리 아이스박스보다 10배나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2014년 1420만 달러에서 2016년 722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예티는 아웃도어에서 사냥하거나 낚시하면서 장시간 보내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사냥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스박스는 안전하게 잡은 사냥감을 48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거다. 예티는 이들이 원하는 디테일을 아이스박스에 반영했다. 예티의 아이스박스를 보면 잠금 고리가 있는데 이글루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손잡이랑 차원이 다르게 튼튼하다. 끌고 다니기 쉽게 바퀴가 달려 있고 손잡이도 쉽게 늘어난다. 실제 유저와 공감하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또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가 룰루레몬이다. 미국 체육관에 가보면 요가 프로그램이 없는 헬스장이 없다. 거의 모든 미국인이 요가를 한다고 봐도 될 정도다. 룰루레몬은 이 같은 유행을 타고 창업했다. 그런데 룰루레몬은 나이키나 언더아머와 달랐다. 룰루레몬의 컨셉은 천천히 움직였을 때 잘 늘어나서 편안하다는 거다. 땀을 잘 흡수하거나 통기성이 좋다는 식으로 나이키가 강조했던 컨셉과 완전히 달랐다. 룰루레몬의 홈페이지에 가면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룰루레몬을 상징하는, 친구, 사랑, 호흡처럼 고객들이 즉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포인트들이 강조돼 있다. 룰루레몬은 잠재적인 소비자들을 초청해 매장에서 무료 요가 레슨도 한다. 물리적인 매장을 서비스뿐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꾼 좋은 예이다. 룰루레몬이 대성공한 비결도 결국 고객과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타성을 추구했던 럭셔리 브랜드도 밀레니얼 트렌드를 포용함으로써 새로운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다. 예컨대 밀레니얼들은 청바지와 가벼운 셔츠 차림에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출근한다. 언턱잇(UNTUCKit)이라는 회사는 이름 그대로 셔츠 밑단을 바지에서 빼서 입는 밀레니얼들의 특징을 반영해 틈새시장에서 성공했다.

브랜드 서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하나의 제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예컨대 신발 회사라면 신발뿐 아니라 신발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우산 같은 것도 필요하다. 신발을 만드는 회사라면 신발을 신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들, 옷만이 아니라 어떤 앱을 쓸지 어떤 운동을 할지 등을 고려해 웰빙이라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서사로부터 굉장히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서사를 통해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제품과 서비스가 연결돼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인은 시의적절하면서도 영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바도라는 시계 브랜드는 단순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찰 수 있는(timeless) 시계이면서도 오늘날 밀레니얼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timely) 제품을 만들었다. 고객과 연결된다는 것은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애매모호함(ambiguity)이 럭셔리 브랜드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68호 통제에서 자율로 2019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