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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방식만 바꿔도 생산성이 보인다

262호 (2018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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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생산성 향상이 가치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마른걸레 쥐어짜기식의 비용 절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회사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최우수 인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비생산적인 중년 직원들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의를 줄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업무 설계도를 먼저 그려보자. 비생산적인 기업 교육은 롤플레잉 형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결혼 전 어머니는 뚝딱하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 내오셨다. 신혼 때 아내 밥을 얻어먹으려면 한나절을 기다려야 했지만 먹을 건 별로 없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내는 어머니의 속도를 능가해 음식을 효과적으로 잘한다. 그만큼 생산성이 올라간 것이다. 여러분은 생산성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여러분의 업무생산성은 어느 정도 되는가? 생산성이란 개념을 갖고 일을 하는가? 보통 생산성 하면 공장 언어로 생각한다. 컨베이어 속도를 높이거나 정리정돈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맥킨지&컴퍼니 재팬의 컨설턴트 출신인 저자는 사무생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회사 업무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관점과 유용한 방법을 제시한다. 다음에서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요타의 유명한 슬로건은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마른 수건도 짜고, 또 짜면 뭔가 나오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회의가 생겼기 때문이다. 너무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비용은 당연히 줄여야 하지만 이미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맨 기업에 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반감만 가져올 뿐이다. 계속 비용 절감만 추구하면 생산성 향상은커녕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생산성은 성과를 투입 자원으로 나눈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성과를 늘리든지, 투입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야근을 늘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생산성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일단 시급이 비싼 야간에 일을 시키면 돈이 더 나간다. 장시간 노동도 생산적이지 않다. 이로 인해 몸이 피곤하면 당일은 물론 다음날 생산성까지 떨어뜨린다. 이래저래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생산성을 이해하지 못한 대부분 기업은 안이하게 자원을 추가로 투입해 생산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일은 고객이 더 높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일, 가격을 올리는 일, 올린 가격에 맞는 가치를 고객에게 납득시키는 일 등이다. 이런 일에는 어떤 방법이 유용할까?

첫째, 개선을 통해 투입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작업 순서를 변경하거나,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거나, 부품이나 공구 넣는 장소를 변경하고 일하는 환경을 바꿔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해당된다. 사무직의 경우 그룹웨어 등으로 의사소통을 효율화하고, 서류 정리 혹은 파일 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작업이나 중복 서류를 줄이는 방법 등이 해당된다. 둘째, 혁신을 통해 투입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로봇 등 공작 기기를 도입해 조립공정을 자동화하는 것, 설계 검토를 통해 부품 숫자를 줄이거나 도면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것 등이다. 미국의 콜센터가 인도에 외주를 주는 것, 물류의 허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개선을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생산성은 혁신이다
혁신이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해야 혁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혁신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생산성 향상에 무심한 기업은 결코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 조직 전반이 생산성을 의식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궁리를 할 때 혁신은 일어난다. 혁신을 위해서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늘 생산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술적 혁신만큼 비기술적 혁신도 필요하다. 화폐제도의 확립과 거래처 확립도 일종의 혁신이다. 비기술적 혁신이 일어나는 동기는 ‘눈앞에 존재하는 불편함’과 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획기적인 해답을 찾고 싶다는 절실함이다. 이런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나려면 문제 인식과 문제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강한 의욕이 필수적이다. 문제 인식 능력은 과제 설정 능력이다. 매출 정체를 고민하던 인텔은 ‘인텔인사이드’라는 광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컴퓨터 제조업체에 인텔인사이드란 스티커를 붙이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제조업체는 물론 인텔의 지명도를 높였다. 이 일로 인텔의 CPU만 있으면 어느 컴퓨터든 성능이 같다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후 고객들은 인텔 부품만 들어 있다면 고가의 컴퓨터 대신 대만제 컴퓨터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 바로 혁신이다.



왜 야근을 해도 성과가 나지 않을까?
생산성의 저해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영양가 없는 회의다. 기업들은 생산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어떻게 하면 회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이 ‘한 시간 내 회의 끝내기’같이 회의시간 단축을 목표로 내건다. 이건 바람직한 목표가 아니다.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 시간 단축 대신 주어진 시간 내에 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잦은 야근으로 야간수당 지출이 많다면서 야근 줄이기를 목표로 삼는 기업이 있다. 이 역시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정해야 한다. 모든 회사원의 로망이자 목표인 칼퇴근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채 시간이 됐다고 나가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 칼퇴근은 주어진 일을 끝낸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다. 퇴근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 몰입도를 높여 일과시간 내에 일을 끝내는 것이다. 즉,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대부분 조직은 본질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의 효과보다도 몇 시까지 일을 했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밤샘을 해서 완성한 자료가 훌륭할 때 무엇을 칭찬할 것인가? 만약 밤샘한 걸 칭찬하면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자료를 만들었을 때 “그 짧은 시간에 이 정도의 자료를 완성하다니 훌륭하네.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나? 다음 회의에서 자네의 노하우를 모두에게 공유해주게”라고 얘기하라. 그럼 조직의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성장은 다른 말로 하면 생산성 향상이다. 전에는 몇 시간이 걸려도 할 수 없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는 것, 전에는 하루 종일 걸렸던 일을 지금은 한 시간에 할 수 있는 것, 같은 시간에 예전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내고 남은 시간을 다른 일을 하는 데 쓰는 것이 생산성의 향상이며 성장이다.



최우수 인재의 육성
생산성은 결국 인재 육성과 연결돼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최우수 사원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근데 상당수 기업에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재 양성의 주목표를 일반 사원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우수 사원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조직을 떠난다. 본인이 최우수 사원임을 인지하지 못해서, 인지해도 조직이 방치해서, 인지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 조직을 떠난다. 그렇지만 조직은 우수한 사원의 조기 발탁을 두려워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역량을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들의 육성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욕 저하를 걱정한다. 일반 사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최우수 사원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다르다. 이들은 자유롭고 공공연히 조기 발탁을 한다. 젊어도 능력이 있으면 위로 올라간다. 10년 차이는 별게 아니다. 언제든 누구나 역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조기 승진이 조직의 의욕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최우수 사원 선발을 조기에 하지 않는 이유는 인사평가의 주목적이 인재 육성이 아니라 승진이나 평가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처럼 젊은 최우수 사원을 선발하는 기업은 선발 자체가 아니라 육성이 그 목적이다. 그들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시키기 위해 선발하는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려면 선발 시점이 빠를수록 좋다. 선발은 목적이 아니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다. 최우수 사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의 도전 목표와 비교 대상을 바꿔야 한다. 1년 전 자신, 사내 다른 최우수 사원, 타사 또래의 최우수 사원과 비교하게 하는 것이다. 1년 전 자신에 비해 무엇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언어로 표현하게 한다. 목표도 1년 후 어떤 점에서 지금보다 얼마나 성장하고 싶은지 쓰게 한다.

중년 직원의 성장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기업에서 나이든 인력의 활용은 뜨거운 감자다. 대개 기업들은 해고와 재교육이라는 두 방법 사이에서 방황한다. 해고는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필요 없으면 버림받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방치하면 조직 전체에 무기력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들이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중년 직원이 의욕을 잃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회사가 아직 당신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그들이 “회사가 내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리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면 안 된다. 이들에겐 오히려 솔직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들을 배려해 방치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스스로를 바꿀 기회가 사라진다. 평가를 진솔하게 하고 현시점의 성과를 직시해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조직은 이들에게 배려라는 이름의 무관심 정책을 쓴다. 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솔직한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친절해 보이지만 잔인한 일이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평가의 목적은 개개인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 주력해 능력을 개발시켜야 할지, 각자 나가야 할 방향을 명시하고 다음 평가 때까지 당신이 이것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달하는 것이다. 성장 방향, 회사의 니즈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A, B라는 등급보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진지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사람들은 회사가 “내가 하는 일을 잘 지켜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성장을 돕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개인이 성장하지 못하면 조직도 성장하지 못한다.

성과와 육성
기업 성과와 인재 육성은 양립할 수 있을까? 당연히 양립할 수 있다. 아니, 제대로 육성을 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근데 많은 관리자는 바빠서 인재를 육성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주소를 잘못 찾은 것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내가 하는 일을 가시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 사무실에 타이머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 자신이 하는 일에 대충 얼마나 시간이 드는지를 알 수 있다. 자료 찾는 시간, 자료 읽는 시간, 숫자 입력하는 시간, 그래프 만드는 시간 등으로 시간을 구분하면 자신의 생산성을 알 수 있다. 한 신입사원은 이런 식의 방법으로 조사, 분석과 자료 작성에 5배나 생산성을 올릴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 지각해야 한다. 일이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무조건 직원을 뽑으려 한다. 알바 등을 써서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려고도 한다. 올바른 순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일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정말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계속 바쁘다면 그때 직원을 늘려야 한다. 일의 재검토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 된다. 정말 남겨둘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만둘 수는 없는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가? 아웃소싱이나 사무 자동화 투자를 하면 생산성은 얼마나 오를까?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루틴한 일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업무를 정산하면서 부서 내 업무를 재확인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폐지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기존에 하던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대신 이 일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1년에 한 번은 업무를 재정비해 부서 간 역할과 범주를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조직 내 벽도 허물고 관계도 좋아진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무의미한 일, 그만둬도 되는 일을 없애야 한다. 누군가 휴직할 때가 생산성 향상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없을 때 조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면 생산성 관련 팁을 얻을 수 있다.

기업 교육과 생산성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업 교육이다.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라 업무에 필요한 실제적인 노하우를 습득하기 어렵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분야처럼 교육도 즉효성이 필요하다.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롤플레잉 교육’이다. 롤플레잉 교육은 정답이 없는 환경에서 구성원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특히 매니저들에게 효과적이다. 매니저 역할은 그때그때 판단을 해서 뭔가 결정하는 일이다. 근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매니저들이 많다. 어딘가 완벽한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오해해 계속 그것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은 후 이들은 “완전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단하는 것이 매니저의 일이다”란 사실을 배운다. 어떤 것을 롤플레이 하면 좋을까?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부하직원과의 면담, 큰 실수를 한 직원과의 면담, 5분밖에 시간이 없는 상사에게 전화로 업무를 보고할 때의 대화 방법, 노조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하는 상황, 이사회에서의 토론 방법, 사업 방침이 바뀌거나 큰 문제가 일어났을 때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말하는 연습,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전략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매니저들은 롤플레이를 통해 구체적인 연습을 할 수 있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상대 입장을 체험해볼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 기술
여러분은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보통은 질문 리스트를 만든다. 잘못된 일이다. 질문 전에 먼저 출력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 결과물이 어때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이런 결과물을 위해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터뷰 전에 인터뷰가 끝난 것과 같다. 일도 그렇다. 일을 시작하기 전, 일에 대한 결과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 상사가 과제를 준다. 준 사람도 대충 주고, 받은 사람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받는다. 과제를 받은 직원은 자료를 모으고, 이를 읽고 한 달에 걸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상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건 이게 아니라고 한다. 그럼 한 달 동안 직원이 한 일은 생산성 제로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산성을 올릴 수 있을까? 결과물에 대한 블랭크 리포트를 먼저 작성하는 것이다. 블랭크 리포트란 글자 그대로 제목만 있고 내용물은 빠져 있는 리포트를 말한다. 이를 작성해 상사 혹은 이해당사자와 먼저 공유하는 것이다. 컨펌이 끝난 후 빈칸에 필요한 정보만 골라 채우면 된다. 블랭크 자료는 집을 지을 때 설계도와 같다.

회의만 바꿔도 생산성이 보인다
회의는 시간을 잡아먹는 하마와 같다. 조직의 생산성을 가장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회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결정해야 할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회의를 말한다.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의견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을지, 일정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완료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분위기 변화, 테이블 배치, 자리 이동, 순차적인 자료 배포 등 기존 회의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회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결단할 일이 무엇인지, 아이디어 리스트를 만드는 일인지, 정보를 공유하는 일인지, 합의하는 일인지, 설득하는 일인지, 일의 순서나 역할 분담 등 다음 단계에 할 일을 정하는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료를 읽는 데 시간을 쓰면 안 된다. 혁신기업들은 자료를 설명하지 않는다. “시작과 동시에 지금부터 2분간 자료를 읽어보세요”라고 말한다. 자료는 작성자가 설명하는 것보다 각자 읽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자료 설명은 금지해야 한다. 장표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보다 시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산성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일명 결정 장애다. 주변에 참 많다. 제때제때 결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구글이 잘한다. 이들은 신입사원 때부터 자기 입장을 표명하도록 요청받는다. 이를 ‘포지션을 취한다(Take a position)’고 말한다. 입장 보류나 어정쩡한 입장 표명은 무책임한 일이다. 회의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입장이 없거나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의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 확실하지 않은, 미지의 것을 결단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결단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매일 한 가지라도 좋으니 자기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왜 그런지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근무시간 축소는 대세다. 기업은 지금보다 근무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 생산성을 잡아먹는 요인을 제거하고,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을 올려 업무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 책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싶은 기업들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필자소개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