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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블록체인, 기업 전략과 맞아야 ‘혁신 도구’

테포 펠린(Teppo Felin),카림 라카니(Karim Lakhani) | 261호 (2018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통한 전략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스타트업과 중견 기업 모두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ies)로 새로운 사업과 운영 모델을 전개할 수 있다.
- 분산 원장 기술로 기업들은 기존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
- 단,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기업 고유의 전략 및 역량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가을 호에 실린 ‘What Problems Will You Solve With Blockchain?’을 번역한 것입니다.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 technologies, 블록체인으로 통칭됨)은 최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비즈니스 수면 위로 부상했다. 1 이 기술로 인해 기존 산업에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생겨나리라는 기대가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런 격앙된 기대 중 일부는 현실화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기업들이 사업 전략에 맞춰 분산 원장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업은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아무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신중한 계획이 뒷받침된다면 기업은 블록체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얻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기업의 주요 활동들을 간소화해주는 강력한 애플리케이션들의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 비용을 낮추고, 지적재산권 관리와 로열티 지급 활동을 더 투명하고 매끄럽게 만들 수 있으며, 자동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또 누구를 위해 해결할 수 있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런 시류에 섣불리 편승하면 안 된다. 이 기술은 새로운 고객에 접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공급망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기존 경쟁사나 새로운 진입자들은 못 하지만 우리 회사가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렇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기업들은 허황된 기대를 멈추고 회사에 적합한 블록체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먼저 블록체인의 기본 용도와 기능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무성한 소문만 쌓여가는 동안 사람들은 이런 기본을 잊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디지털 원장의 기본 원리부터 간단히 확인할 것이다. 그런 다음 회사의 전략에 맞춰 설계된 고유하고 강력한 문제 해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법을 논의하기로 하자.

원장(Ledger)의 위력
인류 최초의 원장은 지금부터 5000년에서 1만 년 전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거래의 표식으로 단순한 형태의 점토 토큰과 돌 명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또 중앙집중화된 기록으로써 이를테면 보리의 가격이 얼마였는지, 누가 누구에게서 보리를 구입했는지, 또 누가 토지를 구입했거나 소유하고 있는지 등의 기록을 사람들이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3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원장들은 더 광범위한 경제 개발 및 활동들의 기반이 됐다. 원장은 사람들이 타인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수단이 됐고, 명성과 신용이 생기고 장거리 교역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판매돼 상품이나 돈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블록체인은 오래전 사용됐던 돌로 만든 원장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거래와 그 조건들을 기록하고 인증하는 기억 장치이자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인 것이다. 고대의 원장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도 거래의 수가 얼마나 되든 관련 정보를 다 기록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어떤 상품을 누가 누구로부터 구입했는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누가 갖고 있는지 등을 전부 기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가 축적되면 통찰력이 된다. 가령 참여하는 집단들의 명성은 어떤지, 혹은 어떤 상품의 공급망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처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그러나 이 기술이 분산되고 디지털로 작동한다는 특징 때문이다. 여러 거래를 한 곳에서 물리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가진 집단이라면 누구나 장부 전체나 일부에 접근할 수 있다. 집단 사이에서 거래가 발생하면 분산된 디지털 장부의 사본이 거래 즉시, 즉 거래와 동시에 업데이트되고 모든 거래의 기록은 고급 연산 알고리즘과 암호화 잠금장치를 통해 불변의 기록으로 각인된다. 각 블록체인이 가진 원칙에 따라 참여 집단들은 신원을 밝힐 수도 있고 익명으로 남을 수도 있다. 장부가 분산된다는 것은 참여 집단들이 더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의 기록이 완전히 남겨진다는 확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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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 연구 내용

이 기사는 블록체인의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 기초가 되는 전략과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필자들이 각자 수행한 연구와 강의 내용들을 토대로 작성됐다. 테포 펠린은 수년간 문제 해결, 개방형 혁신과 폐쇄형 혁신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논문을 작성해 왔다. 카림 라카니는 혁신 콘테스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방형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도전에 대해 연구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왔다. 본 기사의 기본 골격과 언급된 사례들은 필자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구체화됐다. 테포 펠린은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 전략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카림 라카니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는 디지털 혁신과 변화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들
블록체인을 개발할 때 조직은 해결하려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블록체인으로 어떤 거래나 상호작용을 포착해야 하는지, 정보의 접근 권한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표 1] 기업이 블록체인을 설계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질문들’ 참고.) 블록체인은 규모를 확장할 수 있어서 숫자가 얼마나 되든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그들이 고객이든, 직원이든, 공급업체든, 혹은 다른 기업이라도 말이다. 검증은 블록체인이 가져온 핵심 혜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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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가 채용 후보의 학력이나 경력 사항을 검증한다고 치자. 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고용주가 자주 접하는 문제는 누구든 링크트인 같은 사이트의 개인 프로필이나 이력서에 자신이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거나 특정 회사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신원 확인 솔루션은 그 사람이 관련 단체에 정말로 소속된 적이 있었는지 자동으로 검증할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유형들은 산업과 맥락에 있어 아주 광범위하다. 일반적인 예를 몇 개만 살펴보자.

지적 자산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 보상하기. 비디오게임 산업을 들여다보면 특정 분야에 속한 이해당사자들이 어떤 문제를 정의할 때,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블록체인을 디자인할 때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 경우 이해당사자들이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창의력과 지식을 제공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직면한 문제는 게임 사업에서 발생한 로열티 및 권한들을 분배하는 번거롭고 낡은 방식이었다.

비디오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일반적으로 제작사와 게임 배급사(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나 텐센트게임스,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스, 일렉트로닉아츠(EA) 등), 개발사, 게임 콘솔 회사, 컴퓨터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 개인 계약자(작가, 성우, 작곡가, 뮤지션 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랜드 테프트 오토 5(Grant Theft Auto 5)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60억 달러의 매출액을 벌어들인 게임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다. 이 게임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회사인 록스타노스(Rockstar North)의 역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기업과 자회사, 다양한 일반 계약자 등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이 개발에 참여했다. 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기 위해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기이한 형태의 계약서를 작성해 왔고 수많은 파트너에게는 각각 일시불로 비용을 지급해서 그들의 노고에 보상했다. 게임으로 벌어들인 로열티를 관리하고 분배하는 번잡한 방식은 이런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개발자나 배우, 그 밖의 개발 참여자들이 자신의 몫으로 떨어져야 할 정당한 로열티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용을 받기까지 수개월씩 걸리는 일도 허다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은 이런 비효율적인 관행들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블록체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했다. 4 이들이 개발한 지적 재산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어떤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된 권한들이 비디오게임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참여한 이해관계자 가운데 각각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명확하게 특정하고,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접근 권한이 승인된 참가자들은 게임 판매 및 유통 관련 데이터는 물론 로열티가 어떻게 분할되고 지급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블록체인으로 로열티 지급 비율과 기타 조건을 명시하고 집행하는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도 간편하게 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전까지 사용돼 온 엄청나게 노동집약적이고 불투명하며 값비싼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 라이선싱과 수익 공유 옵션이라는 메뉴를 사용하면 법적 논쟁과 로열티에 대한 협상이 훨씬 간편해지고 계약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인지는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가령 이런 블록체인을 업계 다른 회사들도 채택할 만한 인센티브가 있는지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 널리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블록체인이 가진 힘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이 블록체인 덕분에 폭넓은 개발자 생태계, 특히 엑스박스(Xbox) 플랫폼용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돼 이미 어느 정도 이점을 얻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적 자산과 디지털 저작권, 지식 노동과 결부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언스트앤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회사가 다양한 관점에서 지적재산권 문제들을 탐색해 왔다. 예를 들어 음악 분야에서는 영국의 뮤지션이자 음반 제작자인 이모젠 힙(Imogen Heap)이 디지털 저작권 관리를 위한 블록체인 솔루션인 마이실리아(Mycelia)를 출시했다. 뮤지션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계약을 관리하고, 저작권 지급 비용을 할당하고, 자신의 창작물들을 추적할 수 있다. 5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2018년 가을 호에 실린 ‘Blockchain is Changing How Media and Entertainment Companies Compete)’ 기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유권 이력 규명하기. 지적 자산과 라이선싱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더불어 블록체인은 원산지와 소유권을 규명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랫동안 부정부패에 얽혀 온 다이아몬드 산업을 생각해 보자. 가령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반란 세력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거래해 정부를 상대로 한 무력 분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왔다. 이에 대응해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원산지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애써왔다. 원산지를 제대로 추적하면 애초부터 보석이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태계에 투입되는 것을 차단해 반란군의 전투 비용으로 수혈되는 것을 막는 등 다이아몬드 산업에 꼭 필요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문서로 된 인증 시스템은 사기와 부패에 쉽게 노출됐기 때문이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에버레저(Everledger)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 중 하나다. 에버레저는 다양한 귀중품을 검증하고 출처를 추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귀중품 업계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구매 고객에게는 상품의 품질과 출처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이 회사의 블록체인에는 100만 개 이상의 다이아몬드 정보가 저장돼 있어서 보석의 원산지뿐만 아니라 현재 소유주에 이르기까지의 ‘관리 연속성(chain of custody)’을 전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에버레저는 이런 블록체인 기술로 한 해에 보석 사기로 낭비되는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다이아몬드 거래의 투명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비어스(De Beers)와 홍콩에 본사를 둔 주대복(Chow Tai Fook) 등 다른 여러 보석 회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공급망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원산지를 추적하면 또 다른 형태의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공급망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은 줄이고 명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 2018년 초반에 덴마크의 거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IBM과 함께 글로벌 해운 활동에 대해 실시간 디지털 원장을 개발하고자 합작투자사를 출범했다. 화물, 운송, 해운 업종은 선적 및 출하 시점의 떨어지는 투명성 때문에 오랫동안 고충을 겪어왔다. 하지만 공적 장부가 있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공급망 전체에 적용 가능한 분산 원장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월마트가 좋은 예다. 월마트의 핵심 경쟁력은 수십 년간 판매시점 관리(Point Of Sale)를 통한 재고 시스템을 통해 유지됐다. 월마트는 이 시스템을 통해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지역 고객들의 니즈와 시장 트렌드에 맞춘 상품들을 재빨리 기획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산 원장이 있다면 월마트의 공급망에 포함되는 상품이나 그 원재료들의 원산지를 기록할 수 있어 월마트의 핵심 역량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상품 포장에 표기된 정보들을 더 투명하게 관리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더 시기적절하고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다.

월마트는 멕시코에서 배로 수입되는 망고의 원산지와 중국에 있는 돼지고기 공급망을 추적하는 데 이미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있다. 월마트에 따르면 분산 원장을 통해 기존에는 6일이 걸렸던 농산물 추적 시간이 단 2초로 단축됐다. 또한 식품 안전성과 세관 업무, 규제 서류 관리, 자동 대금 결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6 예를 들어 월마트는 식품 원산지를 체계적이고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을 통해 병원성 대장균(이콜라이, E.coli) 감염 상태가 발발했을 때도 출처를 재빨리 파악해서 문제가 크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7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의 온라인 소매업체인 제이디닷컴(JD.com) 역시 호주에서 중국으로 수입되는 쇠고기 공급망을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품 오염, 허위 표기, 브랜드 훼손, 상품 도난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좀 더 일반적으로는 유피에스(UPS)와 페덱스(FedEx), 디에이치엘(DHL) 같은 물류와 특송 관련 기업들이 공급망과 운송 시스템의 투명성을 극대화하는 데 분산 원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물의 출처를 완전히 추적해서 비즈니스 고객과 일반 고객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기업 전략: 고유성의 3가지 측면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중견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업계 전반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8 여기서 주목할 사실이 하나 있다. 새로운 기술은 그 무엇이든, 심지어는 급진적 혁신으로 보이는 기술조차도 사실은 오래된 솔루션과 통찰력이 재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을 생각해 보자. 비트코인의 기본 애플리케이션 중 상당수는 (이를테면 시간인증(time stamping)과 암호기술(cryptography) 등) 2008년에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몇 해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9 그러나 비트코인은 기존 기술과 통찰력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했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문제 해결 솔루션이 됐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설계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일부 회사는 ‘좀 지켜보자’는 태도로 블록체인의 후기 수용자가 되는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물론 관리자들의 이런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

그러나 블록체인은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 데 현재의 인터넷만큼이나 기본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켜보자는 태도는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불행히도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전개하는 방법에 대한 간편한 정답은 없다. 만약 있다면 어떤 회사가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그럼 관리자들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필자는 기업들에 일단 고유성의 3가지 측면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그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블록체인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고유성의 3가지 측면이란 기업의 전략, 조직의 역량,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해결하려는 문제를 말한다. 이 3가지는 상호 보완적이며 각 요소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업이 경쟁사를 뛰어넘는 데 필요한 중대한 가치가 창출된다.

회사의 전략이란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포착할지에 대한 고유한 관점으로, 결코 아웃소싱할 수 없는 것이다. 11 우선 기업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신제품이나 신시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믿음과 가설이 전략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회사 전략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다른 조직과 협력하고 교류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호작용 역시 그 기업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조직돼야 한다. 고유성과 협력이 결합했을 때 비로소 블록체인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사례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언스트앤영이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 맺은 파트너 관계는 조직과 개인들이 연합해서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도록 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겨냥한 형태로 볼 수 있다. 12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게임 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다양하고 방대한 자원들로 협력 관계에 공헌하고, 언스트앤영 또한 일련의 고유한 자원들로 공동 사업에 기여한다. 이렇게 함께 노력하면 둘 중 어디든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파트너 관계도 신중하게 계획돼야 사업 환경에 최적화될 수 있다. 기업이 어떤 식으로 이익을 도모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다른 기업들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사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을지 판단한 뒤 그에 따라 회사의 블록체인을 설계하고 구사해야 한다. 이 점은 단독으로 사업을 전개하든, 다른 업체와 협력하든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략은 회사의 고유한 역량 및 자원과 연결돼야 한다. 건실한 회사들은 공급업체와 고객, 이해관계자들과 교류해 나가면서 조직의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곤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과 스타트업은 이런 역량을 복제하기 힘들다(특히 마케팅, 인사관리, 재무 활동에 있어서는 더 어렵다). 신규 진입자로부터 불시에 습격을 받지 않으려면 기업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검토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그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강구해야 한다. 조직의 역량을 이해하는 것은 블록체인 솔루션을 전개하는 데 필수 과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은 단순히 ‘기술과 기량을 외부에서 가져오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독특한 것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유성은 기업이 고객과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해결하려는 문제들과 관련돼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상대적으로 금방 적용될 수 있고,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같은 문제들이다.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하면 회사와 고객 및 공급업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를 위해 관리자들이 활용 가능한 간단한 훈련 방법이 있다. 기업이 현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거나 해결하려고 애쓰는 문제들을 신중히 고민해서 열거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문제들과 관련해 앞서 논의했던 블록체인의 기능(기록하고, 추적하고, 검증하고, 종합하는)을 활용하면 기존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동시다발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다양한 활동이 고객과 직원, 공급업체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라. 그런 활동들을 단계적으로 주의 깊게 분석하면 참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록체인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소란들은 언제든 곧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기술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간을 들여 충분히 고민하고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회사의 고유한 전략, 조직이 가진 역량, 해결할 문제들과 연계해서 블록체인 솔루션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테포 펠린(Teppo Felin @teppofelin)은 옥스퍼드대 사이드(Saïd) 경영대학원의 전략 부문 교수다. 카림 라카니(Karim Lakhani @klakhani)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 부문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 후원 교수로 교내 디지털 이니셔티브(Digital Initiative) 공동 설립자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다면 http://sloanreview.mit.edu/x/60115에 남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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