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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초연결시대의 목적경영

단순한 고슴도치 앞 복잡한 여우처럼
의미 없는 전술만 더하고 있지 않나요?

윤정구 |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초연결시대에서의 성공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전략의 문법도 어떤 정해진 목표를 위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에서 미래의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 속에 혁신적으로 구현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전략의 실행도 이 목적경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정렬, 프로토타이핑, 주체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원리는 목적과는 거리가 먼 가짜 일(fake work)들을 제거해 모든 경영 활동을 사명지향적 역할 중심 조직으로 초단순화시켜 목적 달성에 집중하는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완성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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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초연결사회를 향한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돼 인간이 이성적으로 추론할 수 없는 특이점에 이르게 되면 무엇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까? 아마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문제일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필자가 최근에 출간한 저서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에서 지적한 대로 모두가 혼돈의 끝자락에 선, 눈뜬장님이 된다. 1 가짜 황금수도꼭지는 이런 극단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신유물론적 황금신을 은유한다. 황금수도꼭지는 틀기만 하면 문제 해결의 결과물에 해당되는 성과, 돈, 명예, 권력이 쏟아져 나오는 만능 수도꼭지다. 이 수도꼭지는 관정에 연결돼 있지도 않고 파이프라인도 없다. 그냥 황금색으로 도금한 가짜 수도꼭지다. 문제가 넘쳐나서 어수선해지자 가짜 황금수도꼭지를 만들어서 파는 가짜 약장수들이 판을 친다. 컨설팅이든, 코칭이나 리더십 교육이든 이들 상술이 먹혀들어 가는 이유는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니 결과의 수준에서라도 시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문제가 터져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소방관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짜 황금수도꼭지는 벤치마킹이란 멋진 이름으로 포장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가짜 황금수도꼭지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어서 안 보이게 하는 플라시보효과로 고객을 유혹한다. 이런 가짜 황금수도꼭지에 경도된 경영에 매진할수록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더욱 곪아 터져서 상처에 구더기가 생긴다. 문제가 다시 곪아 터질수록 세상은 더욱 혼돈으로 휩싸이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강하고 복잡한 가짜 황금수도꼭지를 찾아 나선다. 조직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변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고식적 처방을 보여주는 자기계발서에 빨려든다. 이런 책들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직원들을 유혹해 중독에 빠지게 한다.

전통적 경영 전략은 전쟁에서 이기는 게임을 가르친다. 2 이기는 게임을 위해 상대의 강점을 잘 알고 약점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강점과 약점도 잘 알고 강점을 무기로 상대를 효과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을 때는 정치적으로 연대해서 상대를 무찌를 수 있어야 한다.

경영 전략은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 전쟁이 승패의 관건이 된다. 이기는 게임에 몰입하는 대기업들의 경영전략실을 보면 한 국가의 정보기관에 맞먹을 정도로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는 정보력이 막강하다. 승패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갈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에 인용된 고슴도치를 이기기 위한 여우의 작전에 전략의 깊은 고민이 숨겨져 있다.

여우는 동물 중에서도 전략에 가장 능수능란한 동물이다. 고슴도치를 잡아먹기 위해서 매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전략도 고슴도치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여우는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오늘도 야심만만하게 공격해 들어오지만 고슴도치의 전략은 극도로 단순하다. 귀찮은 여우에 대항해 몸을 웅크리는 것이다. 단순성과 복잡성이 싸우면 항상 단순성이 승리한다.

여우의 전략이 먹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고슴도치를 이기겠다는 전략적 의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것이 예측이 가능한 시장에 의해서 움직이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복잡하고 세련된 경영 전략이 먹혀들어갔다. 디지털 혁명과 초연결사회적 국면이 가속화되면서 적과 아군의 구분이 힘들어졌다. 초연결시대는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고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교환관계가 기본적 특징이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이 본질이 아니다.

초연결사회에서 겉으로 보이는 적도 알고 보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전자의 최대 적은 겉으로는 애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구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을 적으로 생각해 성공적으로 퇴출시킨다면 삼성전자도 결국은 무너지게 돼 있다. 3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구글을 적으로 생각한다면 삼성은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렇듯 초연결사회는 모든 경제 주체가 공동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영향을 미치며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 4 의 생태계’다.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경쟁자는 서로를 강하게 만드는 스파링 파트너일 뿐이다. 고전적 경영 전략의 방법을 가지고 밀고 나간다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셈이다. 또한 초연결 생태계와 더불어 경영 환경은 L자 불경기로 기울고 있어서 성장의 공간 자체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성장의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 전략을 무모하게 채용한다는 것은 고객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거나 자기 살을 깎아 먹는 레드오션 싸움에 몰입하는 것이다. 고전적 경영 전략에 집착할수록 지속가능한 성과의 개연성은 사라진다.

의도 자체가 잘못된 전략에서 산출하는 모든 전술은 다 쓸모없는 거품을 양산한다. 5 여우가 고슴도치를 이기겠다는 불가능한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짠 전략은 겉만 화려하다. 전략이 의도를 상실해 먹혀들어 가지 않으면 전략은 스스로 비대해지기 시작한다. 화려한 전술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허약하고 근시안적인 골리앗일 뿐이다.

모토로라, 폴크스바겐, 소니, 뱅크오브아메리카, 코닥, 리먼브러더스, 시어스처럼 거대 공룡으로 컸다가 무너진 회사들은 이들이 망하기 직전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복잡하고, 거대하고, 세련된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변화한 시대의 맥락을 읽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회사도 이런 기업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대부분 존재 이유를 상실한 전술무기로 중무장해서 스스로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골리앗으로 만드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해 경영진도 이해하지 못하는 전략을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전략의 핵심은 전략을 통해 세상에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 의도가 살아 있는지다. 6 이러한 회사의 목적이 살아 있어서 내부와 외부 환경에 울림을 창출할 때 이 의도는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전략을 실행시킨다. 의도를 상실한 전략은 필연적으로 작동 안 되고, 작동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잡한 전술들이 부가된다. 복잡한 전술이 부가되면 될수록 기업의 가치와는 무관한 일과 프로젝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져 페이크워크(Fake Work)가 넘쳐난다. 7 페이크워크는 몸에 불어난 지방질과 같아서 이에 관련된 일이나 프로젝트가 한 번 생겨나면 타성이 활성화돼 아무리 강력한 구조조정의 수단을 동원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살상 무기로 전락한 전략
인도에는 도시에도 코브라가 많이 돌아다녀서 골칫거리였다. 코브라를 제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코브라 사체를 가져오면 돈으로 계산해줬다. 이런 정책이 발표되자 코브라를 길러내는 코브라 농장이 생겼다. 농장에서 길러낸 코브라 사체를 정부에 납품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가 알아차리고 돈을 지급하는 정책을 중단하자 코브라 농장주들은 그간 기르던 코브라를 다 풀어줬다.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려는 정책이 시민들을 괴롭히는 코브라 개체 수를 늘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고삐 풀린 코브라 현상이 실제로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마치 구소련이 붕괴되자 서방세계를 대항해서 만들어진 모든 무기가 마피아들을 무장시켜서 러시아를 마피아의 천국으로 만든 형국과 같은 일이 기업 조직 안에서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L자 경기의 심화로 외부의 경쟁상대를 향해서 써야 할 경영 전략이 먹혀들어 가지 않자 조직원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자 이들은 적과 싸우는 데 써야 할 경영 전략을 처세술로 바꿔 동료들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전술로 전용하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을 살해하는 코브라 농장을 키운 것이다.

대부분 회사의 경영 전략이 먹혀들어 가지 않아서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회사 내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조직원들도 자신의 생존이 문제가 되자 이들은 불안해졌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금기를 실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조직 내 동료를 경쟁자로 규정하고 동료를 이기기 위해서 배운 경영 전략을 전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경영 전략이 중요하게 가르친 것은 적이 누군지가 아니라 일단 적으로 파악되면 이 적을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지는 전략은 전략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결국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동료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약점을 감추고 강점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에 비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교묘히 공격해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방법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 힘 있는 상사 밑에 줄을 서는 정치력도 보여야 한다.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해선 동료에 비해 더 세련된 전략적 작전과 처세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가 침체돼 경쟁사를 겨냥하는 전략 자체가 먹혀들어 가지 않자 조직원들은 우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에게 전략적 총구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앞에서는 세련되게 동료라고 치켜세우지만 등을 돌리는 순간 동료는 제일 먼저 물리쳐야 할 경쟁 대상으로 바뀌었다. 가둬놓았던 코브라가 풀린 형국이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Kegan과 Lahey는 지속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부분 회사의 근원적 문제를 분석해보면 이 회사에서는 조직원들이 회사의 전략적 자원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부수적 직무인 처세술을 강화시키는 데 쓰고 있다고 경고한다. 8

부수적인 직무란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강점을 포장하고, 인상 관리하고, 조직 정치에 몰입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런 행동들은 경쟁력을 좀먹는 버블을 양산한다. 이런 회사의 공통점은 회사의 HR이 나서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약점을 감추고, 연기 잘하고, 정치 잘하는 처세술이 강한 전략가들을 핵심 인재로 키우고, 승진시키고 보상해왔다. 한마디로 조직원들이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을 포장하는 연기력을 평가해 고과를 주고 이 연기력에 따라서 회사의 인센티브나 연봉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혁신과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할 자원의 과반 이상을 능수능란한 연기자들을 키우는 데 전용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이 엉뚱한 곳에 자원을 낭비하다 보니 능력이 있는 조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떠나게 되고 회사에 남아 있는 조직원들도 일하는 척 연기만 하지 열의를 가지고 직무에 몰입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따라서 보상을 받게 되니 약점이 있어도 학습을 통해서 고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Kegan과 Lahey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이런 버블을 키우는 것을 경쟁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회사들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시대는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들의 시대에서 공유, 개방, 플랫폼의 초연결 사회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성공의 개념도 남들과 경쟁에서 이겨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성공을 크게 도울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지’로 바뀌고 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하려면 이기는 싸움을 강조하는 전통적 전략 경영의 거품을 하루빨리 회사 내에서 걷어내야 한다. 모두가 서로를 강하게 만들어가며 서로의 성공을 돕는 스파링 파트너들에게 공유, 열림, 협업의 리더십으로 울림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순간적으로 돌아선다.

초연결시대 경영 전략의 새로운 문법
고전적 경영 전략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보다는 혼돈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질서는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무질서의 질서화를 연구하는 복잡계 연구들에 따르면 혼돈 속에서 의미 있는 질서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혼동 속에 숨어진 패턴의 출현을 관장하는 끌개(Attractor)를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내재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끌개를 찾아내 이것에 맞춰 패턴들을 새롭게 디자인해낼 수 있다면 혼돈의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의미 있는 질서가 새롭게 구성된다. 9 그렇다면 경영학자들이나 실천가들이 제시하는 초연결사회에서 경영의 질서를 조직화해주는 끌개는 무엇일까?

Craig와 Snook은 목적경영이 왜 초연결시대를 이끄는 경영의 끌개가 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0 초연결사회의 네트워크는 서로 간의 의존성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또한 모든 연결된 것은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연결된 모든 주체는 자신의 경제적 이득과 생존을 넘어 다른 네트워크 주체에도 자신의 존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자원을 동원할 수 있고, 자원을 성공적으로 동원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초연결사회에서는 경쟁자의 프레임을 어떻게 공생을 위한 파트너의 프레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기업의 사명과 목적이 네트워크 생태계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할 수 있어야 생존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사명과 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세워진 목표는 전체를 위해 최적화되기보다는 근시적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부분 최적화의 수순을 겪는다. 경영자가 부분 최적화에 갇혀 있다면 유연하게 더 큰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시어스는 생존과 매출 달성을 지상 목표로 설정하고 이 부분 최적화를 위해 가격을 부풀리다가 발각돼 무너졌고, 폴크스바겐은 무리한 실적에 대한 부분 최적화 요구에 직면해 연비를 조작하다 추락했다. 스콧페이퍼(Scott Paper)는 정해진 목표 주가를 위해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사들이다가 본업을 지키지 못해 무너졌다. 엔론은 약속한 성장 목표를 채우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다 무너졌다.

소니, 제니스, 노키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같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쇠락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사명과 목적을 잃어버리고 목표 달성이라는 부분 최적화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진북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거둔 일시적 성공을 자신들의 목적지라고 오판했다.

초연결시대에서 기업들은 자신의 목적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다른 기업들의 목적이 연결돼 목적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목적의 생태계에 모인 기업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방향으로 공진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자신의 비즈니스 모형이 공진화하는 목적의 생태계에 공명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Graig와 Snook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목적의 생태계의 공진화를 이끄는 리더 기업은 미래에 구현될 목적을 현재로 먼저 가져와 실험해 이것을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에 녹여낼 수 있는 혁신을 일구어내는 기업들이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초우량 기업들은 복잡하고 우아한 경영 전략에 의존하기보다는 시간에 앞서가 목적을 가져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해낸 단순한 원리에 몰입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레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무선으로 연결된 세상이라는 미래를 가져와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을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이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실제 스마트폰 개발에도 성공했다. 구글은 플랫폼이라는 미래의 개념을 가져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많은 개발자를 프로토타입에 참여시켜 많은 사람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구글 운동장을 만들어 냈다. 아마존은 미래의 창고로 클라우드라는 개념을 세우고 이것을 현재로 가져와 실험해서 실제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창고이자 공장을 만들어 냈다. 넷플릭스는 민주화된 영상 서비스 사업이라는 미래 개념을 현재로 가져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이 분야의 표준이 됐다. 레고는 장난감의 한계를 벗어나 놀이에 대한 체험이 장난감의 미래라고 규정하고 이 놀이 개념을 이용해 많은 서비스를 창출해냈다. 이들은 다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이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으로 만들어 냈다. 미래를 따라간 기업이 아니라 다른 기업보다 미래에 먼저 가서 기다린 기업들이다. (DBR Mini Box ‘목적경영, 회사 성과로 어떻게 이어지나?’ 참고.)

DBR mini box: 목적경영, 회사 성과로 어떻게 이어지나?

세상 변화의 최전선에서 무질서에 대응해 문제 해결에 주력해온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21세기 초연결시대의 혼돈을 정리할 수 있는 끌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목적경영’이다. 2017년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은 ICT 산업, 소비재, 금융 등 3개의 산업군을 이끌고 있는 50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목적경영이 어떻게 재무적 성과(Total Shareholder Revenue, Revenue, EVITDA)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BCG는 목적경영을 하는 회사가 일반적 전략 경영에 치중하는 회사에 비해 장기적 재무 성과를 말해주는 TSR에서 두 배가량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i EY(Ernst & Young) 컨설팅 그룹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ii 이들은 목적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들과 전략 경영에 치중한 회사들의 S&P 500 인덱스를 1988년에서부터 2013년까지 추적 연구했다. 비교 결과 목적경영 기업은 비교 기업에 비해 최대 14배가량 기업가치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목적경영 기업의 조직원은 비교 기업의 조직원들보다 1.4배 더 자신의 역할에 열의(engagement)를 보이고 있었고, 1.7배 정도 더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73%의 글로벌 고객들도 목적경영을 하는 회사로 갈아탄 경험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 Garton과 Makins 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iii 300여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은 경영진에게 자신 회사의 조직원들의 직무에 몰입한 정도와 이들의 노동생산성을 평가해보게 했다. 연구 결과 자신의 임금과 복지 등으로 직무에 최적으로 만족해 하는 조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노동생산성을 100%로 표준화했을 때 목적경영을 실천해서 조직원들을 여기에 정렬시킨 회사의 노동생산성은 이보다 2.25배가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일에 불만인 조직원이 있는 회사의 생산성은 평균 71%이고 최근 자신의 직무에 열의가 있다고 평가한 회사의 생산성은 144%였다. 목적경영을 끌개로 조직원을 정렬한 회사는 갖은 첨단의 경영 기법으로 인게이지먼트를 높여 놓은 회사에서 거둘 수 있는 회사의 노동 생산성보다 1.56배가 높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뉴욕대의 Gartenberg 연구팀은 목적경영을 제대로 실천하는 회사와 홈페이지에는 있지만 이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회사 간 성과에서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iv 이들은 429개의 미국 회사에 대한 분석에서 단순히 말로만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사 목적경영 회사에서는 목적과 재무적 성과 간에 관계가 없는 반면 목적을 제대로 실천한 목적경영 회사들에서는 재무적 성과인 ROA (return on asset)가 7%대까지 상승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포천 500대 기업 중 R&D 투자를 잘해서 높일 수 있는 최대의 ROA가 5% 정도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아주 경이적인 결과다. 이들의 연구는 재무적 성과라는 측면에서 R&D 투자보다는 목적경영이 회사의 질서에 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는 근원적 끌개임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로는 목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실천을 하지 않는 회사들은 CEO 대부분이 전통적 전략 경영을 추구했다.



목적경영과 초단순화 원리
Sull, Eisenhardt, Segall 등 전략적 단순성이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핵심이라고 설파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같이 복잡하게 만드는 것과는 반대로 조직의 사명과 목적을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과 사명을 중심으로 일이 처리되는 의사결정 과정의 군더더기를 찾아 단순화시켜줌으로써 복잡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11 또한 이들은 한결같이 일의 효과성은 조직의 사명과 목적 달성에 대한 개연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의 목적과 상관없는 과정과 구조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조직의 ‘타성적인 활동’에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조직 내의 모든 것을 목적을 중심으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명과 목적을 위해 모든 경영 전략과 활동들이 단순화될 때 기회와 창의성도 늘어나고, 판단도 정확해지고, 집단행동도 가능해진 예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Segall은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사용했던 ‘심플 스틱’의 모든 기법은 애플에서는 조직의 목적과 사명이 분명했고 모든 의사결정을 이에 맞춰 단순하게 정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렇듯 목적경영의 실천은 이처럼 조직 운영에 관한 초단순성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초단순성 원리를 이용해 일터를 설계한 것이 넷플릭스, SAS, 자포스 등에서 성공적으로 실험했던 ‘전문가들의 놀이터’라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의 놀이터 설계의 핵심은 직책이 아니라 조직이 설정한 목적과 사명에 정렬된 ‘역할’이다. 전문가들의 놀이터에서 직책은 불필요한 비용이다. 전문가들의 놀이터로 설계한다는 것은 직책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대신 조직의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중심으로 일터를 단순화해 설계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놀이터에서 초단순성은 목적의 울타리, 정렬, 프로토타이핑, 주체화로 구현된다.

목적의 울타리. 목적경영을 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정도 경영이나 착한 기업의 개념과는 구별된다. 목적경영 기업은 착한 기업이나 정도 경영을 넘어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목적을 실제로 실천하는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다. 이 목적의 울타리에 몰입하는 구성원들은 혈연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 가족이자 파트너다. 이 목적의 울타리에 가족으로 포함된 구성원들은 이 울타리 안의 놀이터이자 운동장에서 목적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역할과 필요한 역량을 연마한다. 이들에게는 목적의 울타리가 심리적 안정감의 기반이 된다. 이 목적의 울타리는 다른 목적이 개입해서 사명을 무력화시키거나 목표와 생존을 앞세워 조직을 세속화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전통적 경영 전략에 몰입하던 회사 조직원들이 경영이 어려워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전략을 처세술로 둔갑시켜 자신의 동료를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회사에 처음부터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기업들은 생존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내부 구성원은 서로가 경쟁해서 이겨야 할 적으로 둔갑한다. 목적의 울타리에서 정당한 파트너로 대접받는 구성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줄을 서거나 조직 정치에 몰입할 이유가 없다. 이 구성원들에게 삶과 역할은 목적과 사명과 연동돼 아주 단순해진다.

정렬.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가 정해져서 여기에 포함된 파트너들이 꾸려지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신장할 수 있는 운동장이 제공된다. 이 운동장이 돌아가는 원리는 기업의 목적, 비즈니스 모델, 가치 간 정렬이다. 목적경영은 미래에 구현될 목적을 현재로 가지고 와서 씨앗을 뿌리고, 이 씨앗을 과일나무로 키우고, 여기서 얻어지는 과일들을 통해 고객들에게 목적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주는 목적의 씨앗, 이 씨앗이 발아돼 성장한 나무인 비즈니스 모델,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과일인 목적 가치가 서로 정렬돼 있어야 한다.

결국 회사에서 추구하는 Know Why, Know How, Know What을 정렬해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단순하게 정렬되면 쇠도 뚫을 수 있는 레이저빔이 된다. Know What(무엇을 차별적으로 팔 것인가)을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할 때는 주로 보이는 광고나 가격의 차별성에 치중하는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Know How(어떠한 프로세스로 우리가 차별적으로 일하는가)에 치중하는 회사는 전략에 집중하거나 최적의 기술력, 가성비에 집착하는 회사로 끝날 수 있다. 다른 회사가 따라할 수 없는 최고의 경영 차별화는 회사가 제공하는 철학의 수준 ‘Know Why(우리 회사가 살아남아야 하는 차별적 이유가 무엇인가)’에 정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렬의 축은 Know What이나 Know How가 아닌 Know Why를 초점으로 구성돼야 한다.

이 세가지 요소가 하나로 단순화할 때 차별화의 강렬한 힘이 발휘된다. 조직의 설계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결국은 이 세 가지 요소가 정렬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설계돼 있는지, 자신의 역할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지, 또 그 고객의 가치와 조직의 목적을 수렴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 이를 반영해 역할을 조정한다. 모든 구성원이 사명과 고객 가치에 정렬된 자신만의 역할에 몰입해 있어 회사는 초고도의 단순성을 실행할 수 있다.

프로토타이핑.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 구조와 과정을 조직의 전략에 맞게 설계하라는 주장이 신화처럼 받아들여졌다. 아무리 만점짜리 구조나 과정을 만들어도 조직이 정한 전략을 실현하는 도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결국 구조나 과정으로서는 낙제점이라는 주장이다. 관료제라는 제도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조직의 전략을 달성하는 좋은 수단이 되면 충분히 존재 이유가 인정됐다. 경쟁력은 전략을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나 과정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전략이 모든 경쟁력의 답이었고, 전략에 맞춰 구조와 과정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시대다.

21세기가 도래하자 구조를 유연화하고, 과정을 병렬식으로 혁신하고, 현장에 권한을 넘겨주는 권한위임 방식이 유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구조와 과정이라 하더라도 전략이 시대에 맞춰 공진화하지 못한다면 구조와 과정은 군더더기로 전락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방식이 프로토타이핑이다. 프로토타이핑을 이해하려면 태아가 탄생하는 과정을 유추해보면 된다. 태아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가장 작은 형태이지만 인간으로 갖출 것은 다 갖춘 최초의 프로토타입이다. 이 프로토타입으로 태어난 태아가 탯줄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성장해 아기로 태어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의 역할은 초기의 태아와 같은 프로토타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 프로토타입은 구체적인 과제를 통해 더 큰 역할로 성장한다. 프로토타입 방식은 조직에서 전략, 구조, 과정 등의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과제에 집중해 역할을 키워나가는 방식이다. 간접 동기를 키우는 직책, 과정, 구조, 전략을 제거하고 사명 달성을 위해 단순하게 필요한 일과 과제라는 직접 동기를 강화하는 것이 프로토타이핑의 목적이다. 12

손실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과정, 구조, 전략을 없애고 필요하다면 조직원들이 수행하는 역할 속에 구조와 과정 전략을 내재화한다. 조직원들의 과제는 조직의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구체적인 과제를 만들고 이것을 다른 구성원과 협상해 자신의 역할을 내재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조직원들은 외부 환경을 적절히 반영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최적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구조, 과정, 전략은 다 폐기처분된다. 꼭 필요한 요소는 자연스럽게 조직원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스며든다. 조직의 모든 복잡한 일이 사명 달성을 위한 ‘역할 중심’으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주체화. 전문가들의 놀이터로 설계하는 마지막 단순성의 원리는 조직의 주인과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일하는 조직원 간의 분절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주체화의 원리다. 모든 조직에서 조직원들은 주인과 조직원이라는 대리인 지위 사이에 분절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경험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주인의식은 주인들이 대리인에게 자신의 역할 대본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경영의 기법은 권한 위임이라든지 임파워먼트 등을 강조해가면서 정해진 범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줬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내용의 일을 할 것인지에 ‘일인칭’으로 대본을 쓰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다.

주체화는 조직이 정한 사명의 범위에서 자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조직원 스스로가 일인칭대본으로 쓰도록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쓴 대본을 스스로가 수행할 때 조직원들은 자신이 월급 받고 일하는 조직의 대리인이라는 분절된 생각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역할에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과 대리인 간의 분절된 역할을 사명을 달성하는 주인공의 역할로 통합해 지금까지 존재했던 복잡한 동기유발 방식을 단순화 할 수 있다.

12년 전 펩시코의 CEO로 등극한 인드라 누이는 펩시를 탄산음료 회사에서 건강한 스낵을 만드는 회사로 전환하는 등 목적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당시에 누구도 누이가 미래를 앞서가 건강한 스낵회사라는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서 실제로 자신들의 제품 속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누이는 목적경영을 실현했다.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렀던 후발주자 펩시를 100년 만에 1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 됐다. 그가 CEO로 있는 동안 매출은 80% 이상 늘었고 주가는 78% 올랐다. 누이가 12년 동안 일관되게 실천한 것은 목적을 중심으로 모든 펩시의 경영을 단순하게 정렬시키고 최적화한 일이다.

L자 경기가 심화될수록 조직에 필요한 것은 사명에서 벗어나 강화되고 있는 자원, 기능, 과업, 직책, 역량들을 구조조정하고 조직의 사명 달성에 핵심인 역할로 단순화해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조직의 사명과는 상관없이 행해지고 강화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조직의 페이크워크가 늘어나고 조직 정치로 조직은 더욱 비대해진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운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무너진다.

초연결시대에는 목적의 생태계를 공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단순한 전략과 전술과 역할을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단순한 전략만이 조직을 골리앗으로 만드는 무모한 일에서 벗어나 날씬(lean)하고 날렵한(agile) 다윗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목적을 상실한 전략은 현실을 물상화(reify)시켜 비현실적 현실을 현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레이저 대포가 일반화된 시대에 전통적 대포를 더 세련되게 개발해서 싸움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愚)를 범한다. 비현실적인 현실을 현실이라고 믿고 만들어낸 화려한 전술 무기들은 자신을 전략의 골리앗으로 만든다. 이들은 중무장한 자신의 갑옷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거동도 못하면서 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칼을 사방팔방으로 휘두르는 눈먼 골리앗과 같다. 의도를 깨닫지 못한 여우는 오늘도 자신만만하게 전략을 세워서 고슴도치를 공격하겠지만 이런 노력은 의미 없는 전술만 더할 뿐이다. 여우의 생각을 따르는 회사들은 오늘도 전략이 만들어 낸 비대한 거품에 파묻혀 죽어가고 있다.

필자소개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jkyoon@ewha.ac.kr
필자는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 교수다. 리더십과 조직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 저서로 『100년 기업의 변화 경영』 『진성리더십』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 『Order on the Edge of Chaos: Social Psychology and the Problem of Social Order』가 있다. 현재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회장이며 학회 산하 기관인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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