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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직영점 성공 모델’ 월향

SNS 통해 고객과 마음 소통 네트워크
‘모색자 전략’으로 고비용 리스크 이겨내

문정훈,배미정 |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0년 창업한 지 8년 만에 막걸리 전문점에서 한식과 중식, 일식을 아우르는 10여 개의 브랜드로 확장시킨 월향의 비결은 무엇일까. 월향은 다른 외식업체와 달리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 체제를 고집하면서 탄탄한 프리미엄 충성 고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프리미엄 재료와 서비스에 따른 고비용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충성 고객층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모색자 전략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SNS를 통한 고객과의 적극적 소통과 현장에서의 철저히 커스터마이징된 서비스가 월향의 두터운 단골 고객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종수(연세대 창의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식당 창업자들의 딜레마
식당 창업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식당의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서울시내 조용한 주택가 어귀에 조촐하지만 예쁜 가게를 만든다. 점심때가 되면 손님들이 몰려와 음식을 먹고 나간다. 밖에는 늘 네댓 명의 손님들이 기다린다. 점심과 저녁 사이는 쉬는 시간이다.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며 기분 전환한다. 저녁에는 단골손님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실제로 식당을 개업하면 두 달이 채 안 돼 이런 그림으로는 식당이 유지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권리금, 인테리어비, 시설 및 장비비는 이미 큰 매몰비용으로 잡혀 있다. 착실한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줘야 구할 수 있다. 인건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카드단말기 하나 사용하는 데도 상당한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메뉴판 바꾸는 것도 다 비용이다.

초반에 잘나가던 식당도 어느 시기가 되면 현재 가격으로는 절대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손님을 더 모아야 하는데 음식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전단지나 소식지에 홍보 비용을 썼지만 별 소용이 없다. 주변 맛집을 따라서 메뉴를 추가했더니 식재료 구매와 보관 비용이 더 커졌다. 식당 벽면에는 종이에 매직으로 대충 휘갈겨 적은 메뉴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런 식당들은 결국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자가 노동 시간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창업자의 삶의 질은 점점 피폐해지는데 식당의 재무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식재료의 품질을 낮춘다면 손님들이 바로 알아챌 것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합리적인 창업주라면 이 시점에서 다음과 같이 전략을 바꿀 것이다. “원가를 절감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 홍보, 인테리어, 시설 및 장비, 식재료까지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대규모 구매를 해서 한계비용(marginal cost)을 줄여야 한다. 즉,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체인을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수완 있는 외식 사업가들은 직영점 한두 곳이 성공하면 리스크를 분산하고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구한다.

국내에서 독립 식당을 창업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한 CEO는 조직의 성장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프랜차이즈 체인 모델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프랜차이즈 체인은 국내 외식업계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실질적인 생존율이 독립 식당 모델보다 월등하게 높다. SPC의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 체인 사업 모델이다. 국내 치킨 외식업체도 대부분 같은 모델을 따르고 있으며, 20여 개의 국내외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1300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가진 백종원 씨의 더본 코리아 역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추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월향은 이처럼 효율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을 거부하고 직영점 체제를 고집하면서 지난 8년간 10여 개의 브랜드로 확장해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월향이 이 같은 다각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 네트워크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월향은 고객 네트워크의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통주인 막걸리에서 출발해 한식뿐 아니라 중식과 일식 등으로까지 범위의 경제를 넓히고 있다. 이여영 대표는 “월향의 다각화는 우리가 파는 것이라면 뭐든 믿고 살 수 있다고 믿는 고객 커뮤니티를 만족시키는 과정이자 결과였다”며 “단순히 외식사업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이 상생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식당과 차별화되는 월향의 성공 전략을 이여영 대표와의 인터뷰, 그의 저서 『장사특강』 등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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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릿집 ‘월향’의 창업:
전통을 트렌드에 녹여내다
2010년 2월 당시 20대의 기자 출신 여성인 이여영 씨가 2호선 홍대입구 전철역에서 여섯 블록 떨어진 허름한 골목 입구 2층에 ‘월향’이라는 막걸릿집을 열었다. 단돈 5000만 원의 자본으로 실평수 24평에 45석으로 시작한 개인 사업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당시 국내에 웰빙 열풍과 함께 유산균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막걸리의 소비가 증가하던 때였다. 월향은 안성 지역의 한 술도가와 계약해 그 막걸리를 받아서 홍대 앞에서 판매했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당시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류를 팔아서 기대할 수 있는 하루 평균 매출은 100만 원 남짓에 불과했다. 초보 사장이 투자한 비용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식당 창업자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딜레마가 시작됐다. 직원을 줄일 것인가, 재료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전환해야 하나. 일반적인 소형 외식업체들은 비용 줄이기에 나설 확률이 높다. 직원 수를 줄이고 자가 노동의 비중을 높이거나 식재료의 품질을 낮춰서 구매 비용을 아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여영 사장은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택하면서 딜레마의 고리를 끊어냈다. 24평 크기의 매장에 걸맞지 않게 직원 4명, 아르바이트 4명 등 무려 8명의 인력을 고용해 투입했다. 식재료도 더 고급화했다. 핵심 메뉴인 막걸리는 고가의 유기농 원료로 계약 생산해 납품받는 장기 파트너십으로 조달했다. 그리고 투자한 비용에 걸맞게 고가의 가격 정책을 고수했다. 막걸리 한 병을 투명 크리스털 병에 담아 테이블에 내면서 8000원을 받았다. 당시 일반 주점에서 파는 막걸리 가격의 2배에 달했다. 이 대표는 “최상의 재료와 음식, 서비스를 누리려면 이 정도의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었고, 처음부터 이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직장인 고객을 타깃층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경영자로서 탁월한 시장 감각을 바탕으로 파트너들을 끌어모으는 수완을 발휘했다. 대부분 외식 창업자는 창업 과정에서 제일 먼저 조리 기술을 습득하려고 한다. 그래야 주방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의 요리 실력을 갖춘 셰프도 전략 없이 시장에 뛰어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듯이 경영자가 섣불리 요리에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요리사는 요리를 하고, 경영자는 경영을 하면서 각자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 경영자의 역할은 외식 트렌드를 잘 읽고 비즈니스로 빠르게 구현하는 기민성(Agility)을 갖추고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여영 대표는 직접 막걸리를 빚거나 주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경영자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막걸리 생산자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다수 직원을 모객과 접객에 투입했다.

이여영 대표는 앞으로 “법인카드는 부장님 세대가 아니라 여성 직원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인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했다. 트렌드에 밝은 젊은 여성 직장인들을 고객으로 끌어모으려면 우선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부터 바꿔야 했다.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아이템을 촌스럽지 않게 포장하면서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모던한 편안함과 건강함’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막걸리 집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노포와 고루한 이미지를 버리고 젊은 여성도 전통 음료인 막걸리를 매개로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여영 사장의 감은 통했다. 24평의 매장이 3개월 만에 일 매출 291만 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꾸준한 매출은 1년 만에 인근 서교동에 1, 2층 통틀어 총 70여 평 규모의 월향 2호점을 열게 만들었다. 월향은 2011년 말 두 매장 합산 1000만 원에 달하는 일 매출을 달성했다. 불과 1년 만에 달성한 월향의 안정적인 성과는 외식업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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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이 상권을 만든다:
월향 커뮤니티의 힘
월향이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월향 창업 초기 매장들은 겉으로 봐서는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1호점은 홍익대 인근이었지만 메인 상권에서 떨어진 골목길에다가 게임업체가 쓰던 2층 사무실에 자리 잡았다. 2012년 말 오픈한 이태원점도 이태원이라기보다는 한강진역 아래쪽 한산한 동네에 위치했다. 월향의 성공으로 없었던 상권이 살아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 부작용으로 5년 후 턱없이 상승한 임대료 때문에 홍대와 이태원점 모두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월향으로 하여금 없었던 상권도 만들어내게 한 주역은 다름 아닌 단골손님들이었다. 창업 초기에 형성된 월향의 충성 고객들은 지난 8년 동안 월향뿐 아니라 월향이 확장한 브랜드로까지 충성도를 확산시키면서 월향의 다각화를 지원하고 있다.

월향이 두터운 단골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단초는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지속된 소셜미디어를 통한 네트워킹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여영 대표는 창업 전 기자 시절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이후에도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본인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본인의 일상과 생각, 월향의 소식을 빠짐없이 올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구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월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단순히 홍보용이 아닌 식당 운영에 관한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했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신메뉴를 개발하고, 실제 식당에서 서비스하는 과정을 SNS를 통해 공유했고 그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고객이 식당 현장에서 불만을 터뜨린 트윗을 확인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해결해준 적이 있을 정도다. 이 대표는 지금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하루에 100개 이상의 메시지를 받으며 모두 직접 확인해 답변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고객의 불만도 월향에 대한 관심”이라며 “그에 답해주거나 고객의 의견을 한 번 더 물어보면 문제가 당장 해결이 안 되더라도 고객은 분명 식당을 다시 찾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단골 고객들은 “단골이 해달라고 하는 데 못할 게 뭐가 있나?”라는 월향 특유의 철저한 커스터마이징 정신을 월향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단골 고객을 위해 특별한 날, 원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은 기본이다. 단골 고객들은 중요한 접대 자리나 모임이 있는 날 월향을 이용한다. 월향에서는 돈을 지불하는 만큼 양질의 음식과 서비스로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 월향의 객단가는 3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는데 당시 대한민국 외식업계를 제패하고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객단가가 2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단골이 객단가 5만 원 이상을 유지하고 또 빈번하게 재방문하면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월향은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준 VIP의 명단을 점포의 관리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데 현재 약 5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월향의 다른 브랜드, 다른 점포를 방문했을 때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단골’임을 인정받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객들 또한 10여 개 브랜드로 확장된 월향의 커뮤니티에 소속돼 있는 셈이다. 월향은 특히 고학력, 고소득의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월향 커뮤니티에 속해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월향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자발적으로 신규 고객을 ‘월향 커뮤니티’로 끌어들인다.

이 같은 충성 고객의 열정적인 관심은 다른 외식업체 브랜드가 따라 하기 힘든 월향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월향은 두 차례 개인 간(P2P) 대출중개업체를 통해 15억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단골 고객의 위력을 보여줬다. 최근 명동 월향 매장에 재즈 콘서트를 열기 시작한 것도 한 단골손님의 통 큰 제안 때문이었다. 한 단골 고객이 월향이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재즈 콘서트를 제안하고 5000만 원짜리 그랜드피아노를 포함해 무대장치까지 마련해줬다. 돈은 나중에 잘되면 천천히 갚으라는 구두 약속만 남기고서 말이다.

최근 프리미엄 도시락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도 창업 초기부터 단골이었던 가수 김창렬 씨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창렬스럽다’라는 악명을 얻은 김창렬 도시락의 이미지 회복을 돕기 위해 월향이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이처럼 월향에는 고객이 직원이 되고, 또 사업 파트너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여영 대표는 “나와 직원들보다 더 주인처럼 월향을 챙기는 고객들이 월향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월향은 이런 고객분들의 열성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향의 시장 전략:
프랜차이즈 거부한 모색자 전략
2012년 이여영 대표는 월향을 개인사업체에서 법인으로 전환해 법인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후 기존 외식업체들과는 다른 독특한 성장의 길을 걷는다.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엄밀히 보면 외식업이 아닌 식자재 유통업이라 봐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국내 관행상 가맹본사와 가맹점은 상생 관계에 놓여 있긴 하나 비교적 느슨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의 성과에 따른 로열티 지급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가맹본사가 가맹점에 레서피와 식자재를 독점 공급하고, 가맹점은 이 식자재에 대한 비용을 가맹본사에 지불하는데 가맹본사가 이 식자재에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낸다. 이런 방식은 가맹본사는 리스크를 극소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가맹점과 운명 공동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가맹점주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많은 가맹점을 여는 것이 가맹본사의 매출에 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구조는 가맹점보다 본사의 기회주의적 행동 가능성이 더 큰 쪽으로 설계돼 있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만약 가맹본사가 악의적으로 식자재나 기자재의 공급 마진을 높이면 가맹본사의 수익이 증대하는 반면 가맹점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져 수익이 감소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동반자로서의 협력보다는 이익 충돌의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재 성공한 대부분 외식 체인들은 이런 식자재 공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량 구매 대량 공급’과 ‘공동 마케팅’은 분명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다. 이런 경쟁력은 가맹하는 가맹점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이러한 강점은 효율성(Efficiency)에 기반한 것으로 [그림 1]에 나타난 방어자 전략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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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월향이 선택한 성장 전략은 [그림 1]의 전략 사분면에 따르면 ‘모색자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월향은 충성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월향의 주요 고객층은 높은 객단가를 지불하면서 그것에 합당한 대접, 개개인의 요구에 특화된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런 높은 객단가를 지불하는 충성 고객층은 월향이 효율성에 기반한 방어자 전략을 선택했을 때 오히려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월향은 이를 잘 알고 모색자 전략을 고수하며 기존 고객에게 끊임없는 새로운 가치 제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여영 대표가 일상적으로 생산지에서 공수한 최고급 식재료를 SNS를 통해 소개하고 공동 구매를 제안하는 것도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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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내 외식업계의 소비자 절대다수는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런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 가격으로 시장에 덤비는 월향의 도전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월향은 프리미엄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고객층을 다행히 창업 초기에 확보했고 또 유지해 나가고 있다.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외식업체의 경우 한 브랜드에 강한 충성을 보이는 고객이 그 외식업체가 소유한 다른 브랜드에도 강한 충성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월향 고객들은 [표 2]에 나와 있는 ㈜월향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대해 동시에 강한 충성을 보인다. 국내 외식 업계에서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물론 매장 수의 확장 속도는 프랜차이즈 형태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월향은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큰 걸음을 걷고 있다.

월향의 미래, 협업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월향은 모색자 전략과 이를 구현하는 직영 체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 모델 또한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월향은 창업 초기부터 지역의 막걸리 생산자뿐 아니라 돼지 생산자, 쌀 생산자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 생산자들과 협업 모델을 구축해 지속적인 공유 가치(Shared Value)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도축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구입해 각 부위를 적절한 브랜드로 분배해 메뉴로 구현하는 전례 없는 구매 모델을 채택했다. 대부분 외식업체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삼겹살과 목살 부위를 중심으로 구매하는데 이는 등심, 안심, 후지 같은 비선호 부위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낳는다. 대신 월향은 도축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구입해 각 부위를 적절한 브랜드로 분배해 메뉴로 구현했다. 구이용으로 적당한 부위인 삼겹살과 목살, 뼈등심 부위는 ‘산방돼지 395.2’로 보낸다. 뽈살, 후지, 일반 등심 등 비선호 부위는 얇게 저며 ‘문사부’에서 샤브샤브용으로 활용한다. 튀김에 적합한 안심, 갈비 등의 부위는 ‘문차이나’로 보내져 중국 요리에 활용한다. 그리고 남은 뼈와 잡고기 부위는 다시 ‘산방돼지 395.2’에서 푹 고아 국물 요리로 활용하는 식이다. 양돈 농가에서 구매한 돼지 한 마리를 온전히 월향의 외식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다 소화하는 모델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현된 사례다. 또 일반 돼지가 아닌 방목 사육된 돼지를 품종별로 받음으로써 종의 다양성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이런 모델이 확산되면 국내 양돈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쌀’ 또한 월향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다. 대부분 밥집은 메뉴에서 메인 고기를 중심으로 한 반찬을 차별화하려고 한다. 반면 월향은 광화문과 여의도 오피스 밀집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때 ‘막걸리가 있는 한식집’으로 리포지셔닝하면서 ‘쌀’에 초점을 맞췄다. 한식의 본질을 반찬맛이 아닌 밥맛으로 가져간 것이었다. 이에 서울대학교 농생대와 협력해 민간 육종가가 개발한 새로운 품종의 쌀 ‘골든퀸 3호’를 제품화하고 국내 처음으로 향미(香米, 품종적 특성으로 은은한 향이 있는 쌀)를 외식업에 도입했다. 월향 광화문점과 이태원점은 이 쌀로 지은 솥밥의 밥맛으로 명성을 얻었고, 이 쌀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통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평생 쌀 육종하느라 빚더미에 시달린 민간 육종가 또한 시장으로부터 합당한 대가를 받으며 새로운 쌀을 다시 육종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월향 소로리는 급감하고 있는 국내 쌀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 주방으로 쌀 관련 음식 R&D를 수행하고 있다.

월향은 최근 고려대 캠퍼스 내 패컬티하우스에 입점하는 데 성공해 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월향타운을 구축할 계획이다. 강남에는 식당뿐 아니라 회의실, 문화시설 등 다양한 목적의 공간을 아우른 대규모 푸드 문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간은 일본 무인양품의 공간을 디자인한 스튜디오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해 더욱 기대가 된다. 이여영 대표는 “기존 월향과 다른 컨셉의 새로운 공간을 통해 기존 고객뿐 아니라 젊은 신규 고객들의 유입 또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월향은 그동안 쌓은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기존 독자 브랜드와 별도로 모건스탠리와 합자 회사 ‘㈜서울의맛’을 만들어 북한 요리 전문점 ‘료릿집 북향’을 출시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료릿집 북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산해 나갈 것을 이여영 대표에게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월향이 지금까지 프리미엄 고객층을 바탕으로 추구했던 모색자 전략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여영 대표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가맹점에 불리한 기존 프랜차이즈 모델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월향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확연한 법인 및 브랜드 분리를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향의 오랜 고객층에서는 월향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여영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소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moonj@snu.ac.kr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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