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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친화정책

글로벌 中企 10만개 키워라

이춘우 | 15호 (2008년 8월 Issue 2)
‘2008
제주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에서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으로 고환율을 유지한 것은 수출을 하는 대기업에는 유리하겠지만,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의 위기에 처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시장주의 시장을 숭배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인위적 환율시장 개입이 초래한 결과다.’(동아일보, 2008.7.14 보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면 최근 원자재 및 유가 상승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환율 개입을 통한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이 대기업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친화정책이 대기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친기업정책=시장주의=대기업 친화정책’이라는 공식을 믿고 있다.
 
대기업이 더욱 성장 발전하면서 국내 투자를 늘리면 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성격과 역할은 1970∼1990년대 산업화 시기와 비교할 때 많이 변했다. 산업화 시기에 대기업들은 ‘사업보국’을 내세우는 국내기업이었지만, 오늘날의 몇몇 대기업은 인류사회 공헌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면서 전 지구적 관점에서 투자처를 선정하는 초국적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했다.
 
이런 대기업의 성격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나 ‘수출과 내수 격차 심화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이제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도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이전보다 크게 작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정보·전자기술과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출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청 또는 협력업체의 상당수를 외국 중소업체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친화정책은 대기업을 위한 정책뿐 아니라 중소기업 친화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적 거래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포함해야 한다. 대기업 친화정책은 정부가 이미 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경제 살리기에 기여할 만한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세계 1등 중소기업 10만개를 양성하자
모 대기업 총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우리나라 대기업에 대해 신경 쓰기보다 세계 1등 부품 중소기업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중소기업과 경쟁하기에 아직 부족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수출 증대가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려면 대기업에 최고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몇 만 개 일자리 창출’보다 ‘세계 1등 제품 보유 중소기업 10만 개사 양성‘(10만 개는 상징적인 수치다)이 경제 살리기의 목표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자리 몇 개 만들기를 목표로 하면 창업 활성화와 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기본 취지를 잊은 채 다급하게 채용을 강제로 할당하는 식의 목표 전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 목표 달성을 위해 중소기업에 1인 추가 고용에 대한 세제 지원책을 폈는데, 이는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인위적인 행정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일본 중소기업으로부터 많은 부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모방전략만으로 세계적 선두기업들을 추월할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세계의 중소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 발전 과정에서 핵심 영역인 기술력-영업력-관리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수입대체 전략형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한국 중소기업들에 기술 이전 협력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육성 방안이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첨단 신기술 개발과 상업화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이 활발하게 탄생·성장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중소기업들과 기술적·경영관리적 측면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국내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내수만 바라보는 중소기업은 크게 도약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독려하면서 글로벌시장 경쟁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중소기업 해외 동반진출 비율은 2005년 2.5%에서 2007년 16.3%로 급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영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시장 내 경쟁원리가 작동하도록 다수의 납품 협력 업체와 다수의 수요 업체가 존재하는 공급사슬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B2B 온라인 거래 비중을 높일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시장을 세계로 넓힘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 대기업-중소기업간 거래관행을 선진화하자
사적자치’ 사상에 기초해 ‘경제 주체 당사자들 간의 자유계약에 의한 거래 활동을 존중한다’는 사고방식이 바로 시장원리다. 이는 합리적인 사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힘의 차이가 나는 당사자 간의 계약에는 시장 이외의 비합리적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 간 거래관행이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고 다른 논리에 의해 이뤄질 때 이것은 불공정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정자본주의 시대에서 불공정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는 독과점 대기업이 출현해 시장 기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실태를 세밀히 조사하고 시정하려는 정책은 반시장적 규제라기보다 시장을 보호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
 
거래비용 이론의 대가인 윌리엄슨은 기업 간 거래 방식을 강압에 의한 방법(muscular approach), 시혜적 방법(benign approach), 신용에 기초한 방법(credible approach)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방식은 강압적이거나 시혜적 유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이나 시민들은 대기업이 강하니까 좀 양보하라는 식의 시혜적 방법을 대기업 측에 묵시적·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면에 대기업들은 강압적인 단가 낮추기로 이익을 내는 경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중소기업의 이의 제기는 보복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08년 3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하도급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 원-수급사업자간 거래 단절이 나타난 경우가 무려 82%에 달했다. 거래를 지속한 업체는 4.8%에 불과했다.
 
경제 선진화는 사적자치의 시장기능을 존중하되 강압적이고 시혜적인 후진적 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과 관행)에 맞는 신용에 기초한 거래 관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 관행’은 근절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협력중소기업 15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 애로 실태조사’(2008.1.30)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유형으로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 단가 인하 요구’, ‘대기업의 일방적 발주 취소’, ‘납품업체 변경’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이 납품할 때는 원가구조를 대기업 측에 제출하지만 대기업은 자신들 제품의 원가구조를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의 제품 원가구조를 대비하면서 납품 단가를 정한다면 서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 일부 중소기업들은 납품 단가뿐 아니라 원자재 부당 가격 지불로 인해 이중고를 겪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원자재 구매가격이 해외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정부는 시장실패적인 일방적 가격결정 관행을 제재하고, 경쟁 구조 아래에서 형성되는 시장가격에 의해 거래가격이 결정되도록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기업만 불공정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도 실력보다 거래 대기업 및 관계사와의 정치적 관계 등을 활용해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패널티를 엄정하게 부여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끊임없이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값싸게 공급하려고 노력해 정정당당하고 믿음직한 거래처, 믿을 수 있는 협력업체가 돼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필수적 조건은 ‘실력’에 기초한 신용이어야 하며, ‘봐주기식’ 거래 관행은 상생의 길이 아니라 공멸의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
짝퉁 중소기업’의 불공정 행태를 감시하자
우리나라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고 있는 10대 재벌 계열사는 현재 459개 사로 5년 전보다 48%나 늘었다고 한다. 제빵 관련 조합의 한 관계자는 “공공구매에서 중소기업끼리만 제한 경쟁을 하는 부문이 있는데, 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만들어 여기에 끼어들고 있다”고 한다(동아일보, 2008.7.14 보도). 이들은 기존 대기업들의 암묵적 지원 아래 중소기업 형태로 사업하면서 일반 중소기업들에 고통을 준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거래 관계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 중에는 중소기업과 모기업이 직거래를 하지 못하는 이른바 ‘관계사 끼우기 관행’이 있다. 관계사는 대기업의 오너 가족이나 대기업 출신 직원들이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중소업체를 만들어 경영하는 회사다. 대기업과 관계없는 중소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입찰 경쟁을 벌이더라도, 대기업은 이 과정에서 탈락한 관계사를 개입시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짝퉁’ 중소기업들이다.
 
이런 짝퉁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도급 대금의 현금성 결제 비율이 2004년 79.1%에서 2007년 85%로 높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있다. 관계사가 그 사이에 끼여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관계사(1차 벤더)에 현찰로 결제해도 1차 벤더사가 2차 협력사에는 어음을 끊어 준다. 또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단가 후려치기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더 힘없는 중소업체들만 죽어나는 상황이다.
 
짝퉁 중소기업들의 불공정 행태를 개선하려면 먼저 어느 것이 짝퉁 중소기업인지를 판정해야 한다. 이때 현장 중소기업들의 특징 및 거래 행태를 면밀히 살펴 기준을 정해야 한다. 단순하게 대기업과의 관련성만 가지고 따질 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등에 업고 공정거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보이는 기업들에 규제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짝퉁 중소기업들의 거래 행태 및 관행을 모니터할 수 있도록 업계의 인터넷 ‘평판 사이트’ 등을 구축하고 활성화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해 정부는 대기업에 준하는 규제 장치를 마련해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4. 소통의 상생을 추구하자
쇠고기 파동 이후 매우 와 닿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소통의 정치’다. 경제 살리기에도 소통 방식이 적용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중소기업-정부 3자 상호 소통 채널을 정례화하고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자. 기존 공개토론 방송을 보면 주로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치우쳐 있다.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대중성이 크기 때문이지만, 경제 살리기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도록 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정부가 참여하는 ‘대·중·정 경제 살리기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의 토론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별·업종별로 다양한 소통채널 협의체를 구성해 대기업·중소기업·정부(중앙·지방) 3자의 소통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5. 역량 개발형 노조친화정책을 펴자
시화공단에서 오랫동안 제조업을 하던 중소업체가 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 ○○노총 조합원을 15명 고용했는데, 수시로 5명을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로 보내라는 말을 지도부로부터 들었다고 한다.’(동아일보, 7.14일 보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기업친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면 사람과 관련한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업친화정책이 성공하려면 노조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협력적 노사관계 문제를 기업친화정책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
 
노조가 기업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하려면 노조의 팔로십(followership) 역량이 키워져야 한다. 즉 노조도 경영자처럼 처절한 글로벌 시장경쟁 속에서의 기업생존과 발전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자 역시 종업원과 노조의 애로사항을 공감하려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와 정부는 노조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회사(사용자) 측이 경영 상황을 노조와 공유하는 투명 경영을 실천할 때 종업원과 노조로부터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친화정책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을 포함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중소기업친화정책은 세계 1등 중소기업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거래관계의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짝퉁 중소기업에 대한 감시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민들이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통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노조의 팔로십 역량을 키워 노사 양측이 기업의 발전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우리 경제는 비로소 국민적 화합을 바탕으로 선진국 진입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전략경영 분야의 최고 저널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경영의 새로운 도전(공저)> <HR에센스(공저)>가 있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상임이사 및 이사, <중소기업연구> 편집위원,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소기업정책평가위원, (사)벤처기업협회 자문교수, 서울시립대 공무원교육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 이춘우 | - (현) 서울시립대 교수
    - 한국중소기업학회 상임이사 및 이사
    - 중소기업연구 편집위원
    -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소기업 정책평가위원
    - (사) 벤처기업협회 자문교수
    - 서울시립대 공무원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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