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슈퍼플루이드 시대의 전략

거래 비용 ‘0’ 되는 슈퍼플루이드 시대,
디지털 기술로 원가 구조 파괴하라

251호 (2018년 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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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비용이 최소화되는 ‘수퍼플루이드(Super-fluid) 경제’ 시대다. 기업은 더 이상 신사업 개척과 신제품 개발 등의 전략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원가 구조를 파괴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선진 기업들이 제조, 물류, 사무 영역에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원가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수퍼플루이드 시대의 도래
최근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정보 비대칭, 미스매치 등과 같은 비효율을 해결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인 결과다. 하지만 세계 최대 호텔과 운송서비스 기업 자리를 꿰찬 이들 플랫폼 기업들도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조차 불필요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라고 보고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인 라주즈(LaZooz)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차량을 포함한 모든 ‘탈 것’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이 플랫폼은 누구든 가입할 수 있으며 친구를 초대하여 하나의 그룹인 ‘서클’을 만들 수 있다. 이 서클에 들어간 사람들은 컴퓨팅 파워나 빈 차량, 탈 것 등 라주즈 운영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제공한 자원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게 되고, 그 보상으로 차량을 이용하거나 비트코인 등으로 교환하여 현금화 할 수 있다. 라주즈는 생태계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을 수수료로 받는다. 즉, 중간에서 꽤 큰 수수료를 받는 거래 중개자가 없는 모델이다. 에어비앤비의 사업 기반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더리움 기반의 슬록닷잇(Slock.It)이라는 기업의 운영 원리도 라주즈와 유사하다. 이에 더해 최근엔 블록체인으로 무장한 차량 공동 소유 (Fraction Car Ownership, 차량 부분 소유) 기업까지 등장했다. 이 회사는 참여자들이 차량을 공동 소유하게 해 자동차 구매비를 3분의1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유통구조에 적용해 거래비용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추는 혁신 모델을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관리하기 위한 중앙집중식 서버가 없고 참여자들이 십시일반 제공한 컴퓨팅 파워를 통해 거래 장부를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한다. 분산된 거래 장부에 기록된 모든 거래 내용은 그 진위를 의심할 필요 없이 모두 진실이므로 이를 확인하거나 검증할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거래 비용이 들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혁신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EY (구 Ernst & Young)의 씽크탱크인 EYQ(EY Question)는 이렇게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수퍼플루이드(Superfluidy) 경제’라 명명했다. 1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결국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표현한 것이다.


EYQ가 포착한 수퍼 플루이드 경제는 그 진화 속도에 따라 태동기, 확산기, 그리고 성숙기로 구분된다. 태동기의 산업은 대부분 공공성 짙은 규제로 인해 디지털 기술 적용이 용이하지 않은 산업들이다. 전기, 수도, 공공 의료 등이 포함된다. 이런 단계에서는 거래 비용의 최소화를 위한 파괴적 혁신보다는 기업 내부 오퍼레이선 수준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된다.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보다 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자원 배분, 공장 운영 방안 등을 찾아낸다. 두 번째 단계인 확산기에는 금융, 유통 등과 같은 서비스 업종이 포함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과 소비자간의 거래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공유하면서 보다 만족도가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와 연계되고, 다양한 산업군이 한 플랫폼 내부에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밸류체인도 작동하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는 성숙기다. IT 및 미디어 산업이 속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과거 각 국가별로 콘텐츠 유통을 지배하던 기업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이 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수퍼플루이드 단계에 진입해 업의 본질이 크게 변했다.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 단위의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수퍼플루이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비효율적인 거래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새로운 원가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 사실 최근까지 비용 절감을 외치면 반대할 수는 없으나 왠지 고루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비용 절감을 누가 못하나? 그보다는 블루오션 발굴과 신상품 및 신기술 개발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블루오션을 찾기는 갈수록 힘들어졌고 신상품 및 신기술 개발에는 많은 자본이 요구된다. 또 과열 경쟁과 정보 민주화 등으로 인해 판매 단가는 내려가고 초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은 기업의 원가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다. 경쟁자가 따라 올 수 없는 원가구조를 달성해 가격을 높이지 않고 적정 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원가구조 파괴를 위해 지점을 없애고, 직원 수를 줄이고, 하청 업체를 쥐어 짜면 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파괴될 수 있다.

수퍼플루이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디지털 기술이다. 실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원가 구조를 파괴하는 여러 기업들을 살펴보니 크게 3가지 영역에 집중해 혁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바로 제조영역, 물류영역, 사무(업무) 영역이다. 이 3가지 영역에서 수퍼플루이드 시대를 주도하는 기업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제조 환경의 무인화(無人化) 솔루션, 스마트 팩토리의 진화
제조 영역에서의 디지털화와 무인화 혁신은 이미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해 사람에 의해 돌아갔던 공장이 센서와 데이터 및 인공지능에 의해 구동되는 공장으로 변하고 있다. 2013년 독일 정부가 Industry 4.0 플랜을 발표하면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본격화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인 지멘스(Siemens)의 앰버그(Amberg) 공장은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지만 스마트 팩토리로 혁신하면서 생산성이 100배 이상 증가했고 제품의 불량률은 0.001% 대로 현저하게 낮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도 일하는 직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생산 설비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생산 단계별 모든 공정 정보가 빠짐없이 수집되어 빅데이터 플랫폼에 저장되며, 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뤄진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사람보다 먼저 인공지능이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과 반복된 문제 해결 경험이 축적되면서 인공지능의 학습 수준은 진화한다. 생산 공정에서 사람의 개입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아디다스도 중국에서 600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던 공장을 폐쇄하고 독일에 스마트 팩토리를 지어 6명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설립으로 생산 원가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극한으로 낮아지는 반면 ‘Made in Germany’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가는 더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같은 스마트 팩토리의 효과는 사실 초보적인 수준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근간인 IoT 플랫폼은 이미 다음 단계의 혁신인 스마트 팩토리 2.0, 즉 ‘디지털 제조 최적화 플랫폼 (Digital Manufacturing Excellence Platform)’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를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존 스마트 팩토리 위에 다양한 첨단 기술들을 쉽게 ‘장착(add on)’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첨단 무기가 끊임 없이 부가되는 합체 로봇처럼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에 새로운 기술들이 탑재되면서 더욱 파괴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용 드론을 들 수 있다. IoT 센서가 촘촘히 깔려 있는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드론을 더 이상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다. 센서의 위치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된 대로 드론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수천 대 드론 군무는 정말 기초적인 수준이다.

이미 미국의 건설사 벡텔(Bechtel) 같은 기업은 몇 해 전부터 드론을 건설현장에 투입해 항공 사진을 찍고 자재를 스캔하여 재고를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물론 드론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에어로보틱스 같은 기업 역시 전문 드론 조종사 없이도 드론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하여 스마트 팩토리와 연결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위에서 무인으로 운영되는 드론은 사람의 조정 없이도 정확히 움직인다. 게다가 드론의 동작을 간편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앱들을 앱스토어(App Store)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의 확장성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에도 큰 가능성을 열었다. 포켓몬 고(Pokemon Go)를 통해 큰 관심을 받았던 이 기술들은 IoT 센서 덕분에 산업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제조 현장에 있지 않아도 가상현실 화면을 통해 현장의 모습과 똑같은 상황(twin)을 재현해 낸다. 이 가상 상황을 통해 자유 자제로 현장을 컨트롤 할 수 있다. VR 기술이 IoT 센서의 데이터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해 시각화함으로써 한 사람의 전문가가 물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곳의 공장을 적절히 컨트롤할 수 있다. 생산 원가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미국의 GE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IoT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AR과 VR의 가능성을 확인한 GE는 기존 스마트 팩토리에 구글 글라스(Google Glass) 2.0을 접목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실제로 GE는 구글 글라스 2.0을 활용하여 불량품을 최대 12% 줄이고 작업 시간도 25% 감소시켰다고 보고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1.0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 팩토리 자체의 원가 절감 효과도 있지만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이 있어야 다른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들이 하나씩 접목할 때마다 생산성 증가와 원가 절감을 포함한 혁신의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더 이상 공장 자동화의 관점이 아닌 디지털 혁신 접목을 위한 플랫폼의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류 프로세스의 디지털 기술 혁신
다음으로 가장 큰 원가를 차지하는 부분은 물류 영역이다. 여러 나라의 통계를 보면 OECD 국가의 경우 제품가의 8~10%를 물류비용으로 지불하고, 남미 등 non-OECD 국가의 경우 대략 15~20%를 물류비용으로 지출한다.
따라서 수퍼플루이드 시대에는 낮은 원가에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실현시켜야 한다. 이미 선도적인 기업들은 물류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류에 필요한 물리적 작업을 로봇이나 자율주행 머신 등을 통해 무인화(無人化)하는 것이 한 방향이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물류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높여 불필요한 확인/검증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두 번째 방향이다.



세계 최대 디지털 기업인 아마존은 물류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2012년 8000억 원 이상을 들여 키바(Kiva)라는 물류 로봇 시스템을 사들였다. 키바 로봇은 집안에 있는 로봇 청소기보다 두 배쯤 큰 로봇인데, 물건이 창고에 입고된 이후 재고관리, 포장, 출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이 창고에 입고되면 보관 선반인 ‘Fod’에 적재된다. 카바 로봇들은 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상품이 들어 있는 Fod를 들어 바닥에 있는 수많은 바코드를 따라 포장 작업자에게 정확히 전달한다. 포장을 마친 상품을 다시 Fod에 실으면 키바가 이 상품을 출고 구역까지 옮겨 준다. 작업자가 직접 물건을 이리 저리 옮길 필요가 없으며, 제품의 포장 및 출고 내역이 즉시 업데이트 되어 실시간 재고 관리까지 가능하다.

아마존은 키바 도입 초기에 이미 물류 비용의 20% 이상을 절감했다. 아마존에 영향을 받아 다른 기업들도 물류에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2017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조사에 의하면 이미 2만 5000대 이상의 물류 로봇이 전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류 로봇의 시장 규모도 1조 원을 훌쩍 넘어서 2019년에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마존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혁신으로 물류 비용을 근본적으로 축소할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무인 슈퍼마켓인 ‘아마존고(Amazon Go)’를 세상에 내놓았다. 소비자가 아마존고 앱을 켜고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들고 나오면 계산대를 통과하지 않고도 물건 값이 지불된다. 소비자가 선반에서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 선반의 센서와 매장 내 카메라들이 작동하면서 물품의 모양과 포장지에 적힌 글씨를 읽고 소비자의 과거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해서 소비자가 집은 물건이 물인지, 맥주인지를 파악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종합(fusion)해서 물품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해 내는 기술을 ‘센서 퓨전(Sensor Fusion)’이라 하는데 이 기술을 슈퍼마켓에 적용한 것이다. 센서 퓨전은 인공지능이 실생활에서 물체의 정체를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가 복잡한 거리를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지른다. 외모는 흐릿하게 보이고 주변이 시끄러워서 목소리도 잘 안 들린다. 하지만 바로 내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종합하면 누구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선반 센서의 정보와 카메라의 이미지 정보를 종합하기 때문에 아마존고의 인공지능은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집었는지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아마존이 왜 오프라인 슈퍼마켓에 관심을 가졌을까? 눈치 챘겠지만,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은 오프라인 슈퍼마켓 확장이 아니다. 아마존이 아마존고를 통해 노리는 것은 자율 주행 트럭의 개발이다. 전체 물류 비용 중 운송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는다. 운송비용 절감을 위해 자율주행 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기술 장벽은 높기만 하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이 도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 분석(fusion)해서 판단하고 차를 조작해야 안전하게 제품을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서 인공지능이 학습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수시로 변화하는 도로의 상황을 학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얼마 전 테슬라 자동차가 자율주행 중에 교차로를 지나가는 하얀색 트럭에 돌진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머신이 하늘의 색과 트럭의 흰색을 구분하지 못해 그냥 돌진해 버렸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센서의 정보가 완전하게 종합(fusion) 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하얀 트럭이 하늘의 구름 색깔과 헷갈리더라도 트럭이 접근하는 소리가 접목되면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센서 퓨전 기술이 불완전하다 보니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아마존고는 다양한 센서들이 장착된 무인 슈퍼마켓을 열어 센서 퓨전 케이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실패의 부담 없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충분한 센서퓨전 역량을 갖추게 되면 자율주행 트럭이 아마존 상품을 싣고 도로를 안전하게 달릴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아마존은 제품 조달과 판매, 배송의 대부분 과정을 무인화하는 최초의 유통기업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신기술을 기존 물류 시스템에 주저 없이 적용한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원가 구조를 갖춘 기업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물류 혁신 토크나이제이션(Tokenization)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본격화하면서 물류비용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물류 운영 프로세스에는 포장, 보관, 하역, 운송(수배송), 정보관리의 역할을 하는 업체들과 배송 리스크를 책임지는 손해보험사와 재보험사, 그리고 수출입 통관을 담당하는 관세당국까지 10여 개 이상의 조직들이 관여한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제품의 수량과 품질을 검증하고 확인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청구한다. 물류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수량과 품질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다 보니 물류 서비스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속도 저하는 필연적으로 물류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참여자들간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더라도 간혹 발생하는 대형 사기 사건(수출입 금융 사기, 동산 담보대출 사기 등)들로 인해 기존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돼왔다.

만약 물류 정보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체계로 빠른 시간 내에 공유할 수 있다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물류 혁신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블록체인이 갖는 속성 중 크게 두 가지에 주목했다. 바로 분산된 원장이라는 특성과 토크나이제이션(Tokenization, 토큰화)이다.

분산된 원장이란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동일한 거래 정보를 블록체인 참여자(노드, Node)들이 모두 함께 저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즉 어떤 상품이 화물선에 선적되는 순간 선적 정보가 물류에 참여하는 회사들(화물 주인, 해운사, 보험사 등)에게 동시에 공유되므로 거래가 일어나는 순간 거래 사실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추적된다. 따라서 한번 기록된 ‘진실’은 다른 참여자들 모르게 변경될 수 없다. 모든 참여자의 시스템을 동시에 해킹해 정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물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EARSK)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물류 체계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발표한 후,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자회사에서 수출할 냉장고를 머스크 컨테이너선에 선적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머스크가 기록한 선적 정보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저장된다. 이와 동시에 보험을 담당할 손해보험 회사 등의 장부에도 바로 기록된다. 만약 화물선이 풍랑을 만나 선적된 화물이 파손되거나 소실되었다면 이 사실 역시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보험사는 블록체인 장부를 통해 사고 사실과 하역 내용을 확인하면 즉시 보상 처리하므로 2일 안에 보험금 지급이 완료된다. 과거에는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접수하고 손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됐다.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아 현장을 확인한 뒤 관계사의 입장을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믿을 수 있다면 그런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머스크는 파일럿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본격적인 물류 시스템의 블록체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스크 사례는 이미 세계적으로 공유되어 많은 물류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또 다른 유용한 기능으로 토크나이제이션(tokenization)이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거래 장부에 기록된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거래 당사자 간에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면 별도의 확인 없이 다음 단계의 거래를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다.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이다.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금지급(payment) 기능을 합한 것이 토크나이제이션이다. 예를 들어 배송 절차가 약속대로 완료되면 다음 단계인 대금 지급은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즉시 자동으로 실행된다. 그 토큰에는 배송 상품의 정보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왜 그만큼의 대가가 지불됐는지, 배송한 상품은 최종 상품으로 조립되기 위해 어느 단계로 이동했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많은 단계를 거치는 물류 시스템일수록 각 단계 완료 후에 다음 단계를 자동으로 실행하게 하려면 효율적인 대금 결재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금 결재는 은행 화폐 체계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한 것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물류 시스템의 속도가 느려지곤 한다.

그렇다면 대금 결재를 은행 화폐(Fiat Currency)로만 해야 할까? 만약 지불 금액과 지불 사유를 기록한 디지털 토큰(token), 즉 암호 화폐(Crypto Currency)로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전자 회사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수 천 개의 1차, 2차, 3차 협력업체로부터 수만 개의 부품을 공급받아 스마트폰을 조립한 후 전 세계 딜러들에게 배송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것이다. 이때 협력업체는 부품을 생산해서 트럭에 선적하는 순간 전자회사의 토큰을 받게 된다. 이 토큰에는 언제 어떤 부품을 생산해서 출하했는지, 누가 받아 갔는지의 정보가 암호와 되어 기록되어 있다. 이 토큰을 은행에 제시하면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현금을 받을 수도 있고, 이 토큰을 다른 업체에 물품 대금으로 지급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한 후 대금을 청구(billing)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 그 가치가 나의 토큰에 적립된다.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는 물류 프로세스와 구매 대금을 지급하는 지불결재(Payment) 프로세스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에 완료되는 효율적인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토크나이제이션이 물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다.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과 토크나이제이션을 통한 물류 체계 혁신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요 물류 회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생겨 2~3차례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한 후 본격적인 확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플랫폼이다. 즉, 많은 참여자들이 같은 구조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하에서 분산원장을 공유할 수 있어야 블록체인의 효과가 커진다.

1980년대에 베타(Beta) 방식과 VHS 방식이 비디오 테이프 시장에서 표준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기술적으로 취약하지만 많은 파트너를 확보한 VHS 방식이 경쟁에서 승리했듯이, 더 많은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물류 블록체인 플랫폼이 승리할 것이다.

최후로 남은 효율화 영역, 사무실 (Office)
한국 기업은 이미 지난 20년간 인건비 개선,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표준화 등을 통해 백오피스(back office)의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EY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통해 과거보다 35% 가량의 비용을 절감했다. 남아있는 65%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 보다는 신사업 발굴, 글로벌화 등 다른 어젠다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들 컴퓨터 앞에 앉아 비슷한 화면을 보며 바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데 특정 요일에 따라, 특정 달에 따라 비슷하거나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ERP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내려 받아 경영진이 원하는 스타일로 주간 영업 보고를 준비하거나, 어제 들어온 대출 신청 고객들의 직업 정보 등이 정확한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보험 공단 사이트에 들어가 고객들의 직업을 조회하는 일들이다. 현재 상태에서는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동일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영국의 대형 은행에서 사무 자동화 업무를 담당하던 젊은 엔지니어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한 직원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작업자의 업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소프트웨어는 회사 전산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내려 받아 엑셀에 데이터를 옮긴 후 수식을 만들어 계산하고 그래프를 그려 파워포인트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이메일을 열어 파워포인트 파일을 첨부한 후 ‘상무님 주간 보고서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붙여 메일을 보냈다.

이 소프트웨어는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는지 기록했다가 직원의 업무 절차를 정리한 프로세스 맵을 만들었다. 그리고 해당 직원이 방금 수행한 업무가 정확히 기록되었는지 물어본다. 직원은 소프트웨어가 사용한 ID, 패스워드, 데이터를 추출할 때 사용한 조건, 액셀에 사용한 함수, 파워포인트 그래프의 모양, 색깔 등을 검토한다. 직원이 그 프로세스가 맞다고 승인하면, 이제부터 해당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가 대신한다. 이메일에 쓰는 문구까지 대신 써준다. 이를 소프트웨어 로봇 (Software Robot), 또는 RPA(Robotic Procsss Automation)라고 한다.

이 소프트웨어 로봇은 아직 생각을 못한다. 그저 사람이 한 일을 그대로 따라 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의 손발이 되어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준다. 대신 사람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만 80여개의 기업이 RPA를 경험했거나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RPA가 직원들의 반복적인 업무를 제거해 일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RPA를 구축했다고 해서 업무 혁신이 자동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존 업무를 그대로 두고 새 시스템을 적용하면 직원들은 귀찮은 일을 RPA에게 맡기고 휴식 시간을 더 늘리거나 RPA가 한 일을 꼼꼼히 살피는 등 이중 업무로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 이는 진정한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

RPA를 활용한 업무 혁신이 이루어 지려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검토 하는 ‘프로세스리엔지니어링(Process Reengineering)’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사람이 일하는 것을 전제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일하는 무인화 환경을 전제로 꼭 필요한 곳에 사람을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프로세스 혁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분류해 무인화 할 부분과 사람이 개입할 부분을 나눠 업무를 재설계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창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고, 단순 반복 업무는 RPA에 맡겨 더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실제 국내의 한 금융사는 RPA를 활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그려나가고 있다. 당초 단순히 RPA만을 적용했을 때(RPA 1.0)에는 기존 업무의 28%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무인화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다시 그리고 관련 IT 시스템을 정비하자 기존 업무량의 60% 이상을 효율화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 금융사는 RPA에 인공지능(AI)를 접목함으로써 아직 남아 있는 40%의 업무도 효율화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

수퍼플루이드 시대의 듀얼 전략 (Dual Strategy)
EY가 세계 주요 산업별 수퍼플루이드 진화 단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 경제를 지지하는 주요 산업들도 이미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IT와 미디어 산업은 성숙 단계에 들어갔고, 통신, 금융, 유통 산업은 빠른 확산 단계다. 해외기업들은 이미 수퍼플루이드의 임팩트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 역시 수퍼플루이드 시대를 이해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세울 때 경영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과거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전략 수립의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수퍼플루이드 시대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 수퍼플루이드의 미래를 조준했는데, 그 사이 기술과 환경이 변해 과녁이 500미터쯤 옆으로 이동해 있을 수도 있다. 기존 사업도 치명타를 입고 미래 대비 사업도 실패할 수 있다. 경영자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수퍼플루이드 시대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듀얼 전략(Dual Strategy)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서의 ‘리노베이션(Rennovation)’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로 듀얼 전략이다. 즉, 앞서 언급한 3가지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끊임없이 적용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퍼플루이드 시대에 한계효용 체감 법칙은 유효하지 않다. 기존 사업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운영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 사업 발굴도 주저 없이 진행해야 한다. 우리가 확보한 디지털 신기술이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수만 있다면 어떤 영역이든 과감하게 침투해야 한다. 고도의 산업화 단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수퍼플루이드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듀얼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필자소개
김영석 파트너, EY((구 Ernst & Young)  한국 법인의 디지털 리더이자 아시아태평양(APAC) 금융 경영컨설팅 (Performance Improvement) 리더다. 한국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다양한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핀테크, 빅데이터, 로봇프로세스 자동화(RPA) 등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축인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한 대응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EY에서 근무하기 전 액센츄어에서 12년간 경영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59호 Agile Transformation 2018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