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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Insight

M&A의 목표는 ‘학습 통한 성장’무엇을 배울지부터 고민하라

안준모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STX조선해양(이하 STX)은 노르웨이 크루즈선 건조 기업인 아커야즈(Aker-Yards)를 인수합병(M&A)해 글로벌 크루즈 시장 진출을 도모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STX는 아커야즈가 보유한 핵심 지식인 협력사와의 네트워크와 크루즈선 업계에서 쌓은 평판 대신 크루즈선 건조 기술 자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한 M&A를 성급하게 진행해 아커야즈의 핵심 지식을 파악하고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각 회사 간 의사소통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유기적인 업무 협의도 어려웠다. 최근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물색해 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다. STX-아커야즈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M&A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


기술혁신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미래형 슈퍼마켓 ‘아마존고(Amazon Go)’를 미국 시애틀에 선보였고, 택시 중개 앱 회사인 우버(Uber)는 2020년까지 미국 LA에서 하늘을 나는 드론 기반 에어택시(Air Taxi)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SF(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엉뚱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가전제품 회사인 다이슨(Dyson)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으며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인공지능 자율 비행 로봇꿀벌(autonomous pollination drone) 특허를 출원했다. 새로운 기술 또는 기업이 등장해 기존 산업체제가 완전히 변하는 우버 모멘트(Uber Moment)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빠른 변화 속에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을 신속하게 습득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과 한정된 자원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 이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M&A)1 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구글은 1998년 설립 이래 130개 이상의 기업을 M&A 하면서 성장해 왔다. 이 중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례는 안드로이드(Android)와 유튜브(Youtube), 최근에 이뤄진 딥마인드(Deep Mind) M&A다. 2005년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2007년 첫 모바일 OS(운영체제)를 출시했다. 이 모바일 OS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85%에 탑재됐다.

애플도 구글처럼 M&A를 활발히 추진하면서 외부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이제는 아이패드와 맥북 프로(노트북)에도 적용된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리(Siri)는 2000년 미국의 고등방위연구국(DARPA)이 스탠퍼드대에 군 인사를 도와줄 ‘가상사무보조원’ 개발을 의뢰하면서 개발된 기술이었다. DARPA의 투자를 받은 스탠퍼드대 연구컨소시엄이 기계학습, 자연언어 처리, 인터넷 탐색 알고리즘 등의 기초 기술을 개발했고, 스탠퍼드대는 벤처창업을 지원을 통해 시리를 상용화했다. 2010년 애플은 이 벤처기업을 인수해 시리 관련 기술을 흡수하고 관련 서비스를 탑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장은 빠른 변화와 융합이 특징이다.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부 연구개발로 대응하려는 전략은 타이밍을 놓지는 ‘실기(失期)’를 유발할 수 있다. 이때 M&A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M&A가 항상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현장의 수많은 실패 사례는 M&A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국내 사례를 살펴보자. 2001년 국내 여러 중소 조선소를 M&A 하면서 설립된 STX조선해양은 2007년 세계 7위의 조선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같은 표준화된 저부가가치 선박(low value-added ship) 생산만으로는 거세지는 후발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물리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크루즈 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high value-added ship) 생산을 결정하고 아커야즈(Aker Yards)를 M&A 했다.

아커야즈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핀란드, 프랑스 등 8개국에서 18개의 조선소를 운영하면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독일 메이어 베르프트 조선과 함께 글로벌 크루즈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STX는 아커야즈의 크루즈선 건조 기술과 노하우, 시장 입지 등을 바탕으로 세계 크루즈선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아커야즈 지분을 100% 인수하고 사명을 STX Europe으로 바꾸면서 M&A를 추진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STX 크루즈선 사업부는 아커야즈를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내놨고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STX-아커야즈 M&A는 왜 실패했을까

우선 STX와 아커야즈의 M&A를 평가해보자. M&A 자체만 놓고 보면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 아커야즈는 STX가 가지고 있지 않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활용해 신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M&A는 지식의 유사성(Knowledge Similarity)이 낮고, 지식의 보완성(Knowledge Complementary)이 높을 때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지식의 유사성이 높을 경우 유사한 기술 개발에 대한 중복 투자로 인해 M&A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종류의 지식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되면 기존 내부 부서와 어느 정도의 업무 중복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로 인해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인수기업의 직원들이 피인수기업의 지식과 기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Sears and Hoetk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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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식의 보완성이 높을수록 M&A나 전략적 제휴의 동인이 강해진다. 지식의 보완성의 대표적인 예가 디즈니(Disney)와 픽사(Pixar)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작가와 탄탄한 배급망을 가지고 있으나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고, 반대로 픽사는 탄탄한 기술력과 컴퓨팅 파워를 보유했으나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즉, 서로가 부족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토이스토리(Toy Story) 같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

STX와 아커야즈는 각각 컨테이너선/유조선과 크루즈선에 주력하는 회사로서 상호 지식의 유사성은 낮고 보완성이 컸기 때문에 M&A를 추진하기에 충분한 동인(motivation)을 갖고 있었다. STX는 설계도가 표준 플랫폼화된 전체 생산방식(full shipyard)을 고수하고 있었고, 아커야즈는 모든 크루즈 선박의 설계도가 차별화돼야 하는 조립생산방식(assembly shipyard)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커야즈는 STX가 가지고 있지 않은 보완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두 회사의 M&A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을까? STX는 아커야즈가 보유한 지식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를 배우기 위해 방법을 효과적으로 찾지 못한 게 패착이다.

필자와 동 대학원의 문성욱 교수, 조가혜 박사 과정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배우고자 하는 지식의 성격이 어떠한지 알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M&A 이전에 피인수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즉 조직구조 등을 면밀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합한 조직학습 전략을 세우는 것이 M&A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조직학습 전략은 상황이론(Contingency Theory)에 근거한다. 상황이론은 기업의 핵심 지식이 조직의 제품과 조직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한 지식은 꼭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특허와 같이 쉽게 글로 써서 문서화하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지식(명백적 지식, explicit knowledge),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나 수영하는 방법처럼 문서나 말로 설명하기 힘든 지식(암묵적 지식, tacit knowledge) 등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기술력이 좋거나 기술 혁신으로 성장한 회사는 후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업무 역량, 노하우 등 문서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피인수기업이 이와 같이 암묵적 지식을 주로 다룬다면 주력 제품은 물론 조직의 구조(organizational structure)도 이 암묵적 지식을 발현하는 데 최적화됐을 확률이 높다.

STX는 아커야즈에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정의해내지 못했다. 아커야즈의 주력 제품은 크루즈 선박이다. 크루즈 선박은 매번 다른 구조와 특성을 가지고 설계되는 맞춤형 선박(Customized ship)이다. 발주업체는 이전 크루즈 선박들보다 더 크고 화려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발주선박이 설계·제작되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선박을 건조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혁신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보유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커야즈는 조립 생산(Assembly Shipyard)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상당한 핵심 기술을 외부 협력사에 의존하는 분권형 구조로 운영돼왔다. 아커야즈는 암묵적 지식에 기반한 분권화된 조직에 가까웠던 것이다.

반면 STX는 명백한 지식에 기반하는 중앙집중형 조직이었다. STX의 주력제품은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같은 표준화된 선박(Standard ship)이다. 이러한 종류의 선박 설계는 표준 플랫폼(standardized platform)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즉, 발주 시마다 고객의 니즈가 변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거의 동일하며 약간의 변화만 주기 때문에 설계도와 공정을 얼마나 표준화하며 이를 ERP 시스템을 통해 잘 공유하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STX 내에선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설계보다 제품 생산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청업체들이 조선소에 입주해 전체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체 생산(Full Shipyard) 방식의 공정이 이뤄진다. 조직 운영이 중앙집중식 구조를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직 학습 전략으로 분석한 STX-아커야즈 M&A

STX가 아커야즈의 핵심 지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된 조직 학습 전략을 세울 수 없었다. 본 연구진이 찾아낸 성공적인 조직 학습 전략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6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본 사례를 분석해 봤다.

1. 학습 대상(target contents)

실제 M&A 사례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많은 기업이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국내 기업은 피인수기업의 특정 ‘기술’을 배워서 국내에 도입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지만 성공적인 조직 학습을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배워야 할 대상이 특정 ‘기술’이 아니라 넓게 보면 ‘공정 노하우’나 ‘브랜드 명망(reputation)’, 심지어 ‘협력 네트워크’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학습 전략도 대상에 맞게 세워야 한다.

당초 STX는 학습 대상을 아커야즈의 ‘크루즈 관련 기술’로 한정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커야즈는 크루즈 선박 건조기술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발주사가 원하는 개별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다수의 외부 협력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예를 들어 발주사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파티홀과 샹들리에 조명을 요구하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 설계 업체와 조명 업체를 물색해 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조율하는 식이다. 즉, 학습 대상은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협력 노하우’가 돼야 했다. 하지만 STX는 존재하지 않은 ‘기술’을 학습 대상으로 정했다.

2. 사전 지식(prior knowledge)

지식의 유사성이 낮은 경우 인수기업이 속한 산업이나 업종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 충분한 사전 지식을 확보해야 조직 학습 과정에서 여러 변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 과정에서 습득한 피인수기업에 대한 지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STX와 아커야즈 M&A에는 두 가지 사전 경험이 요구되는데 하나가 크루즈 선박에 대한 이해고, 두 번째가 글로벌 M&A에 대한 경험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식의 유사성이 낮은 M&A였기 때문에 크루즈 선박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분해하고 STX가 흡수하기 쉽도록 재조합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크루즈 건조 과정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M&A는 많은 측면에서 국내 M&A와 다르다. 현지 법령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피인수기업 종업원들이 어떠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STX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한 채 M&A를 추진했고, 추진 과정에서도 경험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지 못했다. 최소한 크루즈 선박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나 글로벌 M&A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부족한 사전 지식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했어야 했다.

3. 학습 속도(integration speed)

조직 학습은 단순히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다. 특히 피인수기업의 핵심 지식이 직원들의 업무 역량과 관련이 있는 노하우 등과 같이 문서화되기 힘든 암묵지식이 대부분인 경우 충분한 시간을 조직학습에 투자해야 한다. 조직이 어떻게 업무 역량을 쌓는지,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 직원들 간 지식공유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이전은 명백한 지식(explicit knowledge)의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경험과 시행착오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STX의 아커야즈 M&A도 지식의 유사성이 낮았기 때문에 크루즈 관련 네트워크나 디자인 프로세스 같은 암묵적 지식이 이전될 수 있도록 최소 몇 년간의 융합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STX는 단기간에 M&A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필요한 조직 학습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크루즈 선박 입찰에 뛰어드는 등 융합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두지 못했다. 또한 M&A와 동시에 회사명을 아커야즈에서 STX Europe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상이한 두 회사의 조직문화가 융합되는 데도 악영향을 줬으며 피인수기업 직원들의 심리적 이질감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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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사소통(communication)

M&A는 다른 두 조직이 동화되는 과정이다.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암묵적 지식이 인수기업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촉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우선 지리적 한계가 컸다. STX의 본사가 한국에 위치해 있고 크루즈 조선소는 핀란드에 위치해 있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초기에는 한국인 임원을 핀란드 조선소의 최고경영자로 임명했지만 문제는 현지에서 실무를 담당할 M&A팀을 함께 파견하지 못한 것이다. M&A 과정이 상의하달식(top-down)식으로 이뤄지면서 M&A팀이 한국 조선소가 위치한 창원이나 유럽 조선소가 위치한 핀란드가 아닌 STX 본사가 있는 서울에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현장과의 괴리가 고착화됐다. 현지에서 발견되는 무수한 조직 학습의 걸림돌들도 시의적절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향후 크루즈 건조를 직접 수행해야 하는 창원 조선소의 니즈도 핀란드에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핀란드 조선소와 창원 조선소 현장 전문가 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5. 사회·경제·문화적 차이 (socio-economic difference)

글로벌 M&A의 경우 사회·경제·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M&A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법·제도는 물론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조직 학습의 효율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TX는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인한 인수-피인수기업 직원들 간의 갈등에 대한 대책을 세밀하게 마련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TX는 M&A와 동시에 아커야즈의 사명을 STX Europe으로 바꾸고 크루즈 선박 입찰에 뛰어드는 등 빠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이는 많은 유럽 크루즈 업체의 견제를 초래했다. 결국 유럽 크루즈 업체들이 반독점 혐의로 STX Europe을 제소하게 되면서 상당한 시간을 반독점 조사 대응에 허비했다. 이는 크루즈 선박 건조를 위한 STX의 조직 학습에 차질을 유발한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6. 외부 환경 변화 (external environmental change)

경기에 민감한 산업의 경우 인수기업은 경기 변화가 M&A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이번 M&A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추진됐는데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 미약했다. 당시 주핀란드 한국 대사를 지낸 이호진 법무법인 율촌 고문에 따르면 STX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M&A를 추진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주변의 시선도 상당했다. 크루즈 여행은 짧게는 3∼4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지중해나 발트해 연안 도시를 순항하는 럭셔리 여행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경우 크루즈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당연히 크루즈 선박 발주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경기 침체로 인해 크루즈 선박 수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아커야즈의 지분 100%를 현금으로 취득한 STX그룹 전체의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치며

STX - 아커야즈 간 사례는 M&A를 통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조직 학습을 위해서는 먼저 M&A 전 피인수기업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배울지에 대한 학습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학습 대상과 학습 전략에 대한 미스매치는 M&A를 통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라는 당초의 목표달성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주도형 M&A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M&A 전 단계와 후 단계로 나눠 제시했다. M&A 전에는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피인수기업의 제품과 조직 구조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가능하다.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지식을 이해했다면 이에 맞는 학습 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사전 지식이 필요한지, 학습과 융합을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 것인지, 필요한 의사소통 수단은 충분히 확보됐는지, 두 조직 간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외부의 큰 환경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학습 전략에 충분히 반영한다면 M&A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를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M&A에는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본고가 제시한 학습대상-학습전략 매칭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기업들의 전략 경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Cho, G, Moon, S., Ahn, J. M. (2017) What to acquire and how to learn: Lessons from an M&A failure in the shipbuilding industry, R&D Management Conference, Lueven
2. Mazzucato, M. (2015).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 Anthem Press.
3. Minshall, T. & Garnsey, E. (1999) Building production competence and enhancing organisational capabilities through acquisition: the case of Mitsubishi Electric. International Journal of Technology Management, 17, 312-333.
4. Sears, J., and Hoetker, G. (2014). Technological overlap, technological capabilities, and resource recombination in technological acquisition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5(1), 48-67.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jmahn@sogang.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기술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했으며 개방형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high value manufacturing)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 활동, 기술창업과 사업화, 기술혁신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안준모 안준모 | -(현)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전)중소기업청과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
    jmah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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