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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라이프 사이클로 본 장수 전략

‘쇠퇴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단계별 혁신플랜으로 장수 전략 세워라!

김선화 |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람이 태어나서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와 노년기를 거쳐 사망에 이르는 것처럼 기업도 크게 생존기, 성장기, 도약기, 성숙기의 4단계로 라이프 사이클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사람과 다르게 각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오지 않는다. 기업은 어느 단계에서든지 쇠퇴기에 빠질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 분석은 경영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의 하부 조직이나 각 사업부에도 별도로 적용해 볼 수 있어 유용하다. 성장단계별 특징과 도전 과제,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생존기 = 창업자의 절대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일정한 현금 흐름을 조성해 죽음의 계곡을 넘어라.
2. 성장기 = 원맨 경영의 함정을 경계하고 내부 전문 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
3. 도약기 =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전지전능 신드롬을 경계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라.
4. 성숙기 = 혁신을 통한 재도약과 세대교체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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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대교체를 앞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장수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대를 이어 생존하는 비율은 30%밖에 되지 않는다.1 70%의 기업이 창업자들의 사망과 함께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기업이 실패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들이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영자를 포함해 수많은 직원이 모인 집합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기체이기도 하다. 기업에도 수명이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 기준으로 본다면 2006년 33년이었던 기업의 평균수명이 최근에는 29년으로 4년 감소했고 그 추세는 점점 더 짧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비상장 기업까지 포함하면 평균 수명은 11년으로 뚝 떨어진다.2 어떤 기업은 100년이 넘도록 생존하는데, 왜 어떤 기업은 불과 수년 만에 사라지는 걸까? 기업이 각종 위기를 극복해 장수하는 비결은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와 노년기를 거쳐 사망에 이르는 것처럼 기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기업의 성장과정을 구분하는 것은 연구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생존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4단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성장기와 성숙기 사이에 도약기를 넣어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통틀어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한다. 기업별 특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나 사회 문제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의 복잡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사람이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성장 단계마다 겪게 되는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도 성장 단계마다 그에 적합한 조직 구조나 관리방식, 전략 등을 변화시켜야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사람의 성장 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존기가 지났다고 해서 그다음 단계가 무조건 성장기나 성숙기가 되리란 보장이 없다. 어떤 기업은 창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존기에 머무를 수 있고, 어떤 기업은 10여 년 만에 성숙기에 이를 수 있으며, 어떤 기업은 당장 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기업들은 수 대에 걸쳐 100년, 200년 생존하기도 한다. 장수기업은 경영자들이 라이프 사이클의 단계에 따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수행하고 또 위기 속에서도 기업이 쇠퇴기로 가지 않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웠다. 기업이 실패할 것인가,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의 차이는 결국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꾀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 글에서는 기업 라이프 사이클의 단계별 특징과 경영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그림 1]처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생존기, 성장기, 도약기, 성숙기의 4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특징과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파악하고자 한다. 쇠퇴기를 마지막에 놓지 않은 것은 경영자가 각 단계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어느 단계에서든지 쇠퇴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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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 죽음의 계곡 넘기

생존기는 창업 직후부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정 수준의 정기적인 매출과 수익이 확보된 시기를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 연간 약 10억 원 정도의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한 시기가 이에 해당된다.

창업할 때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퇴직금이나 담보 대출을 받아 초기 투자 비용을 마련하는데 회사 운영비나 재료 구입비, 시제품 생산비, 유통비 등 투자 요소들을 신중하게 따져서 촘촘하게 예산을 짠다. 하지만 창업 초기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수유해야 하듯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회사가 언제부터 수익을 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 자본금이 있더라도 자금 압박을 돌파할 궁극적인 방법이 없다면 생존은커녕 당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 이런 이유로 신생 기업 10곳 중 절반가량이 2년 안에 문을 닫는다.

3∼5년 차 정도 되는 신생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도산 위기를 맞는 것을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한다. 산업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창업자들이 생존기에 직면하는 어려움은 어느 나라에서나 다 비슷하다. 그들은 모두 초기 자금을 확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인재 영입에 곤란을 겪으며, 신생 기업은 잘 상대하지 않으려는 은행에 외면받고 숨이 턱턱 막히는 정부의 관료주의와 싸워야 하는 공통적인 문제를 겪는다. 이처럼 이 시기는 생존에 대한 압박 때문에 매우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계에 부딪쳐 보고 보이지 않는 위험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그러므로 창업자의 절대적인 헌신이 필요한 시기다. 만약 창업의 동기가 단지 돈을 버는 것이라면 이 시기 기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어렵다. 창업자가 적극적이면서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려면 이 시기부터 스스로 ‘왜 비즈니스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심은 흔들리고 금세 포기하게 된다.

2012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신생 기업의 생존율은 1년 후 61%, 2년 후 48%, 3년 후 40%, 4년 후 35%, 5년 후 29%다.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생존율을 보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경영자가 이 시기에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성장기로의 진입을 위한 과제

기업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은 창업자들이 죽음의 계곡을 잘 건너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수익을 내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다음 두 가지를 잘 수행해야 한다. 첫째, 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초기에는 대부분 한 가지 제품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므로 상품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할 경로가 막히면 시간이 지나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시일이 길어지면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면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기본이다.

둘째, 핵심 고객에게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신규 거래처를 늘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원가 절감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품질 개선 등 제품 자체만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핵심 고객을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이 시기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제품과 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야만 다음 단계인 성장기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살아남더라도 계속 안정성만 추구한다거나 포화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 단계에 머물다 언젠가는 [그림 2]의 ①과 같이 쇠퇴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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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기업성장과 경영 전문화

생존기를 무사히 넘긴 기업은 상품이 다양해지고 사업 분야가 확장되며 중소기업 규모로 커지는데 이 시기를 기업의 성장기로 본다. 생존 자체보다는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회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더 키워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량이 눈에 띄게 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원이나 운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속도가 관리 역량을 추월하게 되면서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를 기업의 성장통(Growing Pain)이라고 부른다. 인적 자원 회계 분야의 창립자인 에릭 플램홀츠(Eric Flamholtz)는 “성장통을 겪는다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회사가 앞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포함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장통은 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나타나지만 기업의 내부 시스템이 성장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화된 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약 경영자가 기업 몸집 키우기에만 연연한다면 기업에 균열이 생기고 붕괴하게 된다. 이는 마치 기초가 약한 2층짜리 건물을 지어놓고 보강 공사 없이 그 위로 계속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과 같다.

한 IT 벤처기업은 창업하고 내부 시스템을 구축할 여유도 없이 급격하게 성장해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고 결국 창업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기업의 경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자체가 짧아 10년도 채 안 돼 회사가 성숙기에 도달한 것도 문제였지만 성장기에 겪은 혼란으로 인해 다음 제품을 개발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었다.

반면 대기업에서 중견간부로 일하다 창업해 지금은 중견기업을 일구어 놓은 네패스의 이병구 회장은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통 없이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는 항상 기업의 성장에 앞서 다음 단계를 위해 준비해온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즉 기업의 성장에 따라 복잡성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결했다는 것이다. 성장통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만약 성장통 증세가 나타나면 반드시 성장 속도를 줄이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다면 성장기에 도달한 기업들은 성장 규모에 따라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까?

1. 성장 속도와 내부 역량의 균형

성장 초기 제조업 기준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 미만인 기업들은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 능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이를 수행할 인재 영입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회계, 생산 및 운송, 정보 시스템과 직원 교육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제조업 기준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을 넘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기업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문 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내부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시스템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획 시스템이다. 기업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비전과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을 갖추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둘째, 조직화 시스템이다. 임직원 각자의 역할과 책임, 보고 관계를 공식화한 조직 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관리자 양성 시스템이다. 다음 성장 단계를 대비해 경영진과 임직원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리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성과 관리 시스템이다. 직원들의 목표 달성을 장려하기 위한 동기 부여 및 성과 평가,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의 매출이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르면 기업의 업무를 통합 처리할 전사적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RP 시스템이란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 재고 관리 등 회사의 모든 업무를 통합적으로 연계 관리하는 시스템이자 전사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업무 처리를 도와주는 통합 경영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2. ‘창업자 함정’ 경계

창업 초기부터 성장기에 이르는 동안 대부분 창업자들은 자신이 직접 시장을 예측하고, 제품생산과 판매, 자금조달, 재무관리, 임직원 선발까지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원맨경영’을 한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너무 작은 일까지 직접 챙기다 보면 장기적 사업방향과 같은 핵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돼 성장의 한계를 맞는다. 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창업자가 여전히 모든 일에 관여하고 통제하는 것을 ‘창업자의 함정’이라고 한다. 창업자의 함정에 갇힌 기업들은 창업자가 스스로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에서 성장의 한계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시간문제일 뿐 기업은 [그림 2]의 ②와 같이 쇠퇴기로 접어들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기업의 전문화에 힘쓰고, 직원의 역량 향상에 투자해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도약기 조직은 하나로, 사업은 다양하게

성장기의 과제를 잘 수행한 기업들은 중소기업 규모를 넘어 중견기업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제조업 기준으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선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매출액뿐만 아니라 조직의 규모도 커지며, 구성원들이 많아지고, 부서나 사업도 세분화된다.

성장기 때 운영 시스템과 정보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면 이 시기에 이르렀을 땐 경영이 보다 전문화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업에 관한 계획 수립부터 조직을 통제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인재를 키우는 영역까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 영역이 보다 체계적일 것이다. 또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지고 업무 진행과 평가 및 보상에 관한 원칙과 기준이 명확해지며 조직적 관리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경영 시스템을 잘 구축했어도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소통 불능’이다. 포트폴리오가 확장되고 부서나 사업도 세분화돼 구성원 간 결속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 경영자의 과제는 조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강력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 문화란 구성원들 간의 공통된 가치관, 신념,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 규범 등을 통해 구축된다. 기업 문화의 핵심은 기업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기업 문화는 경영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며, 기업 정신의 근간이자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명확한 기업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이런 작업은 도약기의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과 상관없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1.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성장기에 주 사업과 생산 라인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면 도약기에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화나 혁신, 다각화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회사의 기존 제품이나 생산 라인이 성숙해지고 시장이 포화하면서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동일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동력의 2가지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혁신’을 통한 차별화다. 미래 사업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업다각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각화란 기업의 주 사업 이외의 다른 분야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다각화에는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지만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현재 기업의 사업 분야와 연관된 다른 제품이나 사업을 개발하는 ‘관련 다각화’ 전략이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가지 분야에서만 사업을 확장하는 ‘전문화’나 ‘한 우물 경영’이 비슷한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M&A나 신규 투자를 통해 현재 사업과 관련 없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비관련 다각화’ 전략이다.

다각화 전략을 결정할 때 경영자가 고려해야 할 것은 현재 사업을 기반으로 회사를 더 키울 것인가,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인가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문제의 본질은 경영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단 결정하기 전에 새로운 시장의 매력도나 트렌드 같은 외부적 조건보다는 회사 내부의 역량에 대해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게 먼저다. 다각화의 목적은 기업의 외적 성장이 아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미래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2. 전지전능 신드롬 경계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갑자기 부도가 나거나 매각되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경영자들 대부분이 이전의 성공 경험에 취해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임직원이 지적하는 위험이나 위기의 가능성은 부인하고 자신의 과거 성공 방식만 답습하는 방식은 실패의 원인 중 하나다.

창업자들이 과거 경영 방식만을 고집하며 무리하게 회사를 키우려다가 자금 경색으로 실패하는 현상을 ‘전능(全能) 신드롬(Omnipotence Syndrome)’이라고 한다. 또 창업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즈니스 규모가 성장하는데 권한을 위임하지 못해 실패하는 현상을 ‘전지(全知) 신드롬(Omniscience Syndrome)’이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신해 자신의 능력이나 과거의 방법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해 실패하는 것을 ‘휴브리스(Hubris)’라고 규정했다.

창업자들이 30∼40년간 사업을 했더라도 그들이 한 경험이 시간에 비례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 경험이 10년 정도의 경험을 3번 반복하거나 15년 경험을 2번, 최악의 경우 2년짜리 경험을 15번 한 것일 수도 있다. 즉, 경영자가 이 시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30년 동안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실질적으로 성공한 시간이 30년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시기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바로 잘 키운 유능한 후계자나 중견 관리자에게 점차적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를 운영하는 등 조직의 의사결정방식을 전문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림 2]의 ③과 같이 쇠퇴기로 접어들 거나 실패할 수 있다.

성숙기 재도약과 쇠퇴의 기로

성숙기는 기업의 성장세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는 기업 상황에 따라 빠르게 올 수도, 더디게 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T 업종처럼 변화가 빠른 산업은 창업하고 10∼15년이 지나면 성숙기에 도달하고, 제조업의 경우는 창업하고 30∼40년이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성숙기는 반드시 도약기 다음의 단계는 아니다. 중소기업 수준에 이른 성장기 단계에서 성숙기로 전환될 수도 있고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단계에서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 시기 기업의 특징은 매출이 이전처럼 가파르게 증가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성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조직의 내부도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경계해야 할 점은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다.

기업이 성숙기에 이르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60∼70대에 접어들어 [그림 3]의 A와 같이 성숙기나 쇠퇴기의 어느 한 점에 있게 된다. 그렇다 보니 창업 초기 젊은 시절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시기의 기업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업 변화를 꾀하려 하기보다는 [그림 3]의 a와 같이 현재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기업이 타성에 젖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성장기와 같은 안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안주하면 그때부터 노화가 시작되며 시간의 문제일 뿐 [그림 3]의 c와 같이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는 비즈니스 라이프 사이클을 연구한 학자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비즈니스의 발전 단계다. 경영자가 이 시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그림 3]의 b와 같이 재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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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성장 곡선을 유지하며 재도약하려면 기업은 [그림 3]의 d와 같이 성장기 때부터 미리 혁신이나 새로운 제품 개발, 해외 시장 진출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환경 변화에 발맞춰 계속 변신한 기업만이 쇠퇴하지 않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영자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다시 한번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도, 쇠퇴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재도약을 꿈꾼다면 [그림 3]의 점선 d와 같이 기업이 잘나갈 때 선제적으로 다음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려면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기꺼이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며 기업을 키우겠다는 뚜렷한 의지다. 이는 단기간 기업가가 갖는 각오나 의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기간을 통틀어 기업 안에 뿌리내리고 지속돼야 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이것이 대를 이어 자리 잡을 때 기업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세대교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성숙기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기업이 이 시기를 전후해서 세대교체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기업 운영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은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육성하고 기업가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세대교체 자체가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천일식품은 중소기업 규모일 때 후계자에게 가업 승계를 해서 재도약한 사례다. 이 회사는 1974년 수산물 가공업으로 창업했고, 80∼90년대 일본에 수산물을 수출하며 성장기로 호황을 누렸다. 이 기업의 후계자 천 사장은 1990년대 중반 회사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창업하고 20년이 넘어 회사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매출은 정체됐지만 수익이 지속적으로 났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 위기감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데 대비하고자 천 사장은 일본 회사와 합작해 냉동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천 사장의 신사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수산물을 가공해 수출하던 주력 비즈니스가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때 일부 경쟁사들은 부도로 문을 닫거나 매각됐다.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자 그제서야 위기감을 느낀 직원들은 후계자를 따라 냉동식품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투자를 해 놓은 덕에 회사는 다시 한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회사를 물려받은 천 사장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냉동식품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그와 동시에 경영 체계를 전문화하고 직원들의 역량 향상에도 힘을 쏟았다. 덕분에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늘 위기가 있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잘나갈 때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쉽지 않지만 경영자라면 반드시 잘나갈 때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변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천 사장은 조직에도 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심고자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실수나 실패를 권장하는 조직 문화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기업이 끊임없이 도전해야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이나 관리 시스템, 신제품 개발, 인사 관리 제도 등 모든 면에서 환경 변화에 맞게 계속 변화할 것을 주문한다. 또 직원들과 함께 비전을 세우고, 3∼5년이 지난 후 회사가 얼마나 성장하고, 어떻게 변할지 조직도를 가상으로 만들어 전 직원과 공유한다. 직원들이 수행하게 될 미래 역할에 필요한 학습과 훈련도 지원한다. 이 같은 조직 문화 덕분에 천일식품은 창업한 지 42년이 지나고도 성장기 기업과 같은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4]는 천일식품의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창업자 세대에서 시작한 제품이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했고, 첫 번째 사이클의 성숙기에 후계자가 새롭게 추진한 냉동산업이 다시 한번 성장기를 거쳐 도약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기업은 각 세대가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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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장수기업은 [그림 5]처럼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면서 생존을 이어간다. 10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이 있다면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최소 3∼5번 성공적으로 반복했다는 의미다. 만약에 한 가족 안에서 승계가 이뤄진다면 100년 동안 3∼4대에 걸쳐 모든 경영자가 라이프 사이클의 매 단계를 성공적으로 반복하며 혁신을 잘 수행해왔다는 뜻이다. 이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과도 맥을 같이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기술이 수명을 다하면 대체할 만한 제품이나 기술로 바꿔야 기업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은가. 물론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그것을 준비하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얼마나 앞서 투자하고 그 시간을 인내하느냐 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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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기업 ‘다나카귀금속’

‘다나카귀금속’은 1885년 전당포로 출발해 현재 순금세선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다.3 이 기업이 전당포에서 시작해 최첨단의 기술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 지난 130년의 역사를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과 혁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1세대 창업시대: 1885∼1924년

‘다나카귀금속’은 창업자인 다나카 우메키치가 1885년 도쿄에 연 전당포를 겸한 환전소가 시초였다. 초창기에는 고객이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금반지를 금괴 덩어리로 만들어 팔았다. 이후 잔돈을 교환하거나 회수한 옛 금은화폐를 순금이나 순은으로 정제해 판매하는 환전상을 열었다. 백금 정제 기술과 가공 공장을 갖추고 있던 회사는 공업용 제조사로 경영 방침을 바꾼다. 1889년 일본에서 최초로 전구 등에 활용되는 백금 미세 필라멘트 와이어를 제조했다. 1990년대에는 금덩어리를 얇게 만드는 기술과 도금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마침 이 시기는 일본 경제에서 공업에 필요한 귀금속 제품의 연구와 제조가 활발히 이뤄지던 때였다. 창업기 작은 환전상에 불과했던 다나카귀금속은 일본 공업화의 물결을 타고 작은 상점에서 제조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2세대 높은 경제성장기: 1925∼1968년

이 시기는 ‘다나카 2세’가 경영을 맡아 백금의 공업용 수요를 본격적으로 개발한 시기다. 당시 금은 일본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아 영국과 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백금의 수요가 점점 커졌다. 다나카 2세는 백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당시 세계 백금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련에서 직접 금을 수입해 판매하는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930년 프랑스 전문가 ‘키네’를 스카우트해 본격적으로 백금의 공업용 수요를 개발했다. 키네는 백금 미세선과 바늘 연구에 착수해 일본에서 최초로 ‘촉매용 백금망’을 개발했다. 이 연구 성과는 현재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금 극세선’ 기술로 발전했다.

이와 더불어 다나카는 전화통신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발맞춰 1955년 일본 최초로 크로스바 접점을 생산했다. 초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수요가 생산을 초과하는 공급자 시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나카는 고객 요청에 따라 귀금속 소량화를 도모해 비용 절감을 실현했고 그런 과정에서 가공 기술을 정교화했다. 공업용 백금 개발의 역사는 다나카귀금속이 써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세대 진화된 하이테크 시대: 1969∼1990년

이 시기 일본 경제는 전기, 통신, 석유화학 및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뤘고, 국민 소득 증가와 소비재의 보급 확대로 생활 수준이 급격히 향상됐다. ‘다나카 3세’는 1963년 기업을 물려받아 당시 급변하는 컴퓨터 산업 발전에 발맞춰 다양한 첨단기술 제품에 사용될 귀금속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1964년 일본 최초로 반도체 칩에 사용되는 금 와이어를 생산해 반도체 기술 발전에 공헌했다. 당시 1g의 순금을 두께 0.05㎜선으로 3000m까지 늘린 기술은 두께 10마이크론(0.01㎜)의 극세선을 제작하는 기술로 진화해 반도체는 물론 액정 디스플레이용 드라이어, 자동차, 심지어 물이나 공기정화 장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활용됐다. 1974년에는 한국에 ‘희성금속’ 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현재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4세대 다각화의 시대: 1991년∼현재

다나카는 귀금속 사업이 점차 확대되자 1990년대에 다각화를 위해 일본 및 해외의 관련 기업을 인수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이전 반도체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 2010년 의료 분야에 진출해 금 입자를 이용한 고감도 전립선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2014년에는 태양전지염료, 2016년에는 자카바이러스 검출 시약 개발을 위한 백금전지를 개발하는 등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제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실리콘밸리에 다나카 아메리카(Tanaka America)를 설립했으며 2016년 기준 매출 1조700만 엔(한화 약 11조 원)을 기록해 명실상부한 ‘다나카 귀금속 그룹’으로 변모했다.

다나카귀금속의 연구팀은 그동안 첨단산업 분야에 선도적으로 귀금속 재료를 제공했으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도 일찍이 주력하고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4대 환경 관련 사업은 ▲신에너지 ▲자원 순환 ▲친환경 재료의 개발 ▲환경 정화 분야로 앞으로도 귀금속 응용 분야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나카귀금속은 귀금속과 관련 응용 기술이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다나카는 현재 창업자의 4대 후손들이 기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CEO 등은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130년간 다나카귀금속그룹이 다뤄 온 사업 분야를 보면 일본의 첨단 산업 발전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1세대는 전당포에서 시작해 전구 등 전기 부품(백금선) 개발로 전환하고, 2세대는 산업용 수요를 개발해 통신 및 전자교환기 부품(금극세선)으로 확장했다. 3세대는 산업 전반으로 수요를 확대해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 전반(초정밀 금극세선)에 진출했고, 4세대에는 다각화를 통해 바이오, 태양에너지 염료 등의 분야로 진출했다. 다나카는 이제 환경산업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며 5세대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으면서 핵심 기술을 활용해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라이프 사이클을 반복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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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성장해야만 장수한다? 규모보다 혁신이 중요

기업이 반드시 수 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해야만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100년, 200년 넘은 장수기업 중 대기업의 비중은 약 4%이고 96%가 중소기업이다.i ‘다나카귀금속’ 사례처럼 수 대에 걸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보다 소규모의 점포나 중소기업 수준에서 수백 년 생존한 기업이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심지어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도 어떤 기업은 수백 년간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고, 어떤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400년 역사의 간장 회사 ‘히게타쇼유’와 ‘깃코만’이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일본을 대표하는 간장으로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깃코만을 보통 떠올리지만 히게타의 역사는 깃코만보다 45년이나 빠르다. 히게타는 1616년 창업해 독자적인 구균과 효모, 독특한 양조법으로 간장 만들기 외길을 걸어온 회사다. ‘히게타’의 사장은 자신들의 성공 비결을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품질 개량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 상도를 준수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2 최근에는 효모를 활용해 바이오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400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중 250명 이상이 오랜 기술을 전수한 장인이다. 창업한 지 400년이 넘은 히게타에 기업 확장을 위한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없다. 오히려 관동지역의 물로 맛을 낸 간장의 맛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앞으로도 관동 시장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깃코만은 1630년 자그마한 시골 간장 회사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깃코만이란 이름은 장수와 행운을 의미하는데 ‘최고의 제품으로 장수하는 최고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깃코만은 몇 세기에 걸쳐 그 이름에 걸맞은 업적을 달성했다. 일본의 전통 간장을 세계적인 조미료로 만들기 위해 혁신을 추진한 결과 1868년 처음으로 간장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소니나 도요타보다도 앞서 미국에 설비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는 100여 개국에 20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식품 회사로 성장했다. 깃코만은 1917년 채택한 17개 조항의 가훈, 즉 가족이 지켜야 할 가족 교서를 수 세기 동안 전수하면서 창업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장수기업이 되는 데 기업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분명한 창업 이념을 지키면서 대대적으로 혁신을 추구한 기업들이 장수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혁신은 물론 공정, 유통, 판매, 마케팅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있다. 염동호 박사에 따르면 일본의 장수기업은 ‘기업의 영속’이라는 최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용’과 ‘신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다음으로 수익성, 성장성을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다만 기업 규모가 클수록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커진다. 규모가 커질수록 치열한 경쟁에 부딪히면서 안정만을 추구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을 중소기업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 대기업 수준으로 키울지는 기업가의 선택에 달렸다. 어떤 쪽을 택하든 장수기업으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생명선은 변화와 혁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FB Solutions) 대표 ksh@fbsolutions.co.kr

필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sSSIST)에서 가족기업승계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에프비솔루션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가업승계,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가족 갈등 및 분쟁조정, 경영전략 등의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FFI(Family Firm Institution)의 정회원으로 FFI Asia Circle의 한국 대표다. 저서로는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과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이 있다.
  • 김선화 김선화 |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필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sSSIST)에서 가족기업 승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에프비솔루션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가업승계,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가족 갈등 및 분쟁조정, 전략기획 등의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FFI(Family Firm Institution)의 정회원으로 FFI Asia Circle의 한국대표다. 저서로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과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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