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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트렌드 전문가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인터뷰

‘진정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힙스터, 기존 타기팅 방식 버리고 감정 흔들어야

고승연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의 힙스터는 미국의 힙스터보다 더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확실한 것은 새로운 트렌드 세터로서의 힙스터 등장이 ‘욜로족 현상’과 강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굳이 저축하고, 절약하고, 투자하지 않는다. 친목 활동과 무리 짓기의 양식도 변하고 있다. ‘목적 중심’으로 끝없이 모이고 흩어진다. 타인이 궁금하긴 하지만 엿볼 뿐이지 굳이 피곤하게 관계를 만들어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단기적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지점에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할 수 있다. 힙스터적 삶이 ‘힙한 것’으로 점점 사람들에게 퍼져나갈수록 기업들 역시 기존 타기팅 방식을 버리고, 그들의 ‘감정’을 흔드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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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사람들은 ‘뭔가 멋지고 트렌디한 것’을 보면 ‘쿨하다’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많은 이가 ‘쿨’이라는 단어 대신 ‘힙’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블로그와 SNS상에서는 ‘여기 힙하다’ ‘이 스타일 완전 힙하네’ ‘취향이 힙하네’라는 표현이 훨씬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힙스터’라 불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뮤지션도 존재하고, 그들만의 패션과 그들만의 성지, 그들이 모여 사는 곳,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기호품이 따로 있다. 수년 전부터 이 규정하기 어려운 ‘힙한 집단’, 즉 힙스터에 대해 설명하는 책과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는 이들을 분석하는 언론의 분석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1  그뿐 아니라 많은 잡지와 인터넷 매체, 신문 등에서도 힙스터 추천 가게와 제품을 알려주는 기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힙스터’로 검색을 하면 ‘힙스터가 알려주는’ ‘힙스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힙스터가 추천하는’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정보기사를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심지어 꼭 혼자서 가야만 하는 ‘해외 여행지’도 있다.

우리 사회에 점점 커지고 있는 ‘힙스터 집단’의 존재감과 이들에 대한 문화계의 관심에 비해 경영계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기존 하위문화집단 중 대표 격인 ‘덕후(한국적 오타쿠)’는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가수, 연예인 등에 대해 팬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통해 어마어마한 소비를 하지만2  힙스터는 그 자체로 엄청난 소비집단이 아니며, 그 취향조차 또한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힙스터들이 일제히 특정한 취향을 소비한 후, 비즈니스와 연결되고 크게 유행하면 일제히 떠나기 때문에 ‘화전민적 소비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음식이든, 기호품이든, 지역이든, 스타일이든, 뮤지션이나 작가든 다수의 ‘일반인’ 사이에서 유행하고 ‘비즈니스’와 ‘대중적 소비’로 연결되는 순간 ‘힙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때 힙플레이스로 불렸던 많은 곳은 현재 많은 이가 찾게 되면서 대부분 ‘힙하지 않은 곳’이 됐다. 현재 진짜 힙한 곳은 사실 보통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2018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이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힙스터는 그 자체로 ‘사는(living)’ 방식이지만3  그들처럼 살 수 없는 ‘현실주의자 힙스터’나 ‘힙스터 추종자’들은 힙한 취향을 ‘사는(buying)’ 방식으로 그들을 따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대량 소비’가 존재하며 기업들은 미리 힙스터들의 취향을 읽고 그들을 쫓아 따라오는 힙스터 추종자와 현실주의자 힙스터들을 길목에서 맞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힙스터, 특히 한국에서의 힙스터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그들의 취향과 소비의 심리학은 무엇일까? 나아가 그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DBR은 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국내 최고 트렌드 전문가로 꼽히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윤덕한 이사(심리학 박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집단, 한국의 ‘힙스터’는 어떤 사람들인가?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의 힙스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도 있다. 미국에는 아주 전형적인 스타일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더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힙스터 현상’은 트렌드 분석가들이 말하는 ‘욜로족(YOLO) 현상’4 과 아주 밀접하다. 우선 힙스터들은 사회 주류의 시선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지금 당장의 만족감과 자기감정과 취향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근데 이건 사실 ‘욜로’를 설명하는 근간이기도 하다. 욜로현상은 계속 확산되고 있고,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건 ‘감정에 기반한 현상’이기 때문에 쉽게 이성에 따라 돌아오고 바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금 당장 느끼는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는데, 이게 파생현상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하거나 미래를 보고 미리 아껴서 사다가 놓는 ‘저장 욕구’가 줄어든다. 냉장고가 안 팔리고 편의점이 잘되는 것, 이게 욜로 트렌드가 만들어내는 재미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 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새로운 세계관은 힙스터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 힙스터가 왜 주류적인 질서, 주류의 삶을 거부하게 됐을까? 왜 적극적으로 주류를 싫어하게 됐고, 자신들의 취향이 주류가 되는 순간 떠나는 것일까? 장기적인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렇다. 미국에서도 힙스터가 갑자기 부상하는 계기가 사실은 2008년 경제위기인데, 한국은 계층이 고착화되고 저성장 시대로 들어선 지 꽤 오래되면서 욜로와 힙스터가 부상하게 된 거다. 10년 정도 바짝 노력해서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욜로에 집중하게 된다. 힙스터가 ‘오늘 나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다소 비싸지만 ‘공정무역을 한 커피’와 돈이 좀 들지만 복고적인 아날로그 기기 등을 선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내가 주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장기적인 전망도 긍정적이고 주류사회의 느낌을 내가 가까이 접할 수 있다거나 무언가 통제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런 ‘지금 당장의 취향’에 집중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욜로와 힙스터가 특히 한국에서는 같은 정서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는 게 새로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요새 트렌드 연구자들의 고민이 이런 지점에 있다. 앞으로 어떤 유행이 올까, 어떤 트렌드가 대세가 될까를 연구하고 예측해야 해야 하는데 ‘정말 대유행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딱 하나가 있다면 ‘1인 체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냥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솔로 이코노미’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TV에 나오는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다룬 예능과도 다르다. 그렇게 넓은 집에서 여유 있게 혼자의 삶을 즐기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흔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술 마시고,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즉 무리에서 적극적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건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강요해왔던 어떤 억압이나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 회사에서 조직원으로서의 역할, 조직 내 선배로서의 역할 등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남과 싫든 좋든 굉장히 많은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사실은 큰 스트레스였다. 이런 역할 과잉에 대한 부담에서 사람들이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게 사실 ‘힙스터적인 삶’과 매우 유사하다.

1인 체제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의 특성이 힙스터와 겹치기는 하는데, 그들도 무리를 짓지 않나?

맞다. 그런데 그게 예전의 친목집단 형성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 뇌과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어차피 인간의 뇌는 ‘사회적 뇌’로 진화해왔다. 그래서 역할의 부담,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의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나고 피하고 싶은데, 남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욕구를 해결해주는 수단이 스마트폰이고 소셜미디어다. 힙스터도 끊임없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고 남의 취향을 본다. 타인의 삶이 사실 궁금한 거다. 그들이 구성하는 커뮤니티와 모임의 방식도 예전과는 다르다. ‘목적 중심’이다. 자신들의 ‘힙한 취향’에 맞는 강연과 공연에서 만나 그날 즐겁게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굳이 매번 약속을 잡아 만나서 친목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SNS상에서야 교류하겠지만 오프라인 모임 자체를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트레바리 등으로 대표되는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보통 술자리로 이어지고 거기에서 친구가 되기보다는 계속 ‘주제’와 ‘목적’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한다. 애초에 친했던 사람, 편했던 사람들이 연 커피숍과 빵집,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기는 하는데, 지연과 혈연과 학연, 직장에서의 인연을 가지고 송년회하고 신년모임하고 동창회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주류적인 삶의 방식’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그렇게 송년회에서 술 마시고, 신년회하고, 조찬모임에서 비즈니스로 엮이고, 또다시 좋은 관계를 위해 약속 잡고 만나는 것. 그거 별로 힙하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냥 기존 한국 사회의 삶의 방식 그 자체다. 그러니 힙스터들은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다른 방식으로 무리 짓는 거다.

힙스터의 소비패턴도 확실히 예전의 주류적인 방식과는 다를 것 같다.

2016년 말에 비씨카드 상권분석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전통적으로 중심상권이라 하는 종로나 대학로, 동대문과 DDP 근처 등과 전혀 다른 곳의 상권이 커지고 있더라. 힙스터가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면서, 욜로족이 큰 화두가 되면서 나타난 대한민국 전반적인 소비패턴 변화다. 예를 들어 영등포 같은 데도 타임스퀘어가 아니라 예전 공장이었던 문래동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서 결제를 했고, 경리단길과 연남동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힙스터들, 요즘 사람들, 욜로족은 전통적으로 큰 상권이었던 곳, 즉 대로변과 유명한 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로가 아닌 SNS와 블로그를 검색해서 다소 불편하지만 좀 오래 걸어서 찾아가야 하는, 자신들 사이에서는 ‘힙’하지만 아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개인화된 가게’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주류에서 적극적으로 빠져나오고자 하는 힙스터적인 욕구가 실제 상권분석에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오늘의 나의 취향을 위한 소비라서 사실 ‘절약’과 ‘절제’가 약하고 그래서 소비도 은근히 크게 이뤄진다. 다만 어마어마한 대중소비가 아니라 ‘취향소비’라는 것이고 그래서 기업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이들의 소비행태와 관련해 굉장히 재밌는 게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5)에 대한 열광이다. 이 현상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마치 ‘욜로하다, 골로간다’는 걸 깨달은 젊은 세대가 다시 ‘절약의 미덕’을 깨닫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전혀 아니다. 이건 아까 말한 ‘사회적 뇌’와 관련된 것으로 그냥 타인이 궁금한 것과 관련이 훨씬 크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데, 가끔씩 엄청난 충동구매를 하고, 먼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돈을 모으기보다 힙한 여행지를 가기 위해 돈을 모으던 사람들이 남들도 궁금해했던 거다. 그러다가 그렇게 ‘스튜핏’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걸 알고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며 즐거워하는 심리가 핵심이다. 물론 ‘피나는 절약’을 하고 ‘말도 안 되는 과소비’를 제어하기 위해 김생민의 영수증에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걸 보는 다수의 즐거움의 핵심은 ‘나만 그런 거 아니다’라는 안도감과 동질감에 있다. 그래서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은 ‘핫’하다기 보다 ‘힙’한거다.

주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힙스터적 가치관이 미래의 대세가 될 수도 있을까?

굳건한 주류사회 자체가 쉽게 흔들리진 않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확실히 친목도모와 무리 짓기의 전반적 양상이 변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률을 보면 아주 재미난 게 있는데 7∼8년 전 83%였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조금씩 떨어지다가 2017년에 다시 올라갔다. 근데 예전처럼 친목이 중심이 아니라 ‘뾰족한 목적’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요리, 여행, 독서 등이고, 이런 카테고리마저도 완전히 취향별로 쪼개진다. 술 마시고, 밥 먹고, 자주 만나 놀고 친해지는 그런 모임은 점점 줄어든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사람들과 연결된 상태라고 착각한다. 친목을 도모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친목’이 사라지고 있다. 1인 체제하에서 개인의 관심사별로만 모이고 흩어지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역시 이런 지점들을 찾아내서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임이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그 지점들을 포착해 내야 그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힙스터적 세계관은 사실 아까 말한 대로 한국 사회에서 욜로족, 밀레니얼세대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는데, 그냥 평범해 보여도 마음속에 힙스터적 요소는 하나씩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 (‘DBR minibox: 조직 내 힙스터 활용법’ 참고.)

DBR mini box
조직 내 힙스터 활용법

“관리 느슨하게, 혁신 숨통 틔워줘야”

시장과 마케팅에서 힙스터는 소비를 유발하는 동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차별적인 고객군으로 심지어 숭배되기도 한다. 그들은 트렌드를 깨고 다시 설정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기에 그들을 잘 따라가면 시류를 타고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성장과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지만 내부에서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대기업들은 그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트렌드나 비즈니스를 M&A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근 네슬레가 서드웨이브커피의 대표 브랜드였던 블루보틀을 인수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된다. 왜 대기업들은 내부에서 그러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것일까? 수많은 밀레니얼이 이미 조직에 상당 부분 유입돼 있다. 그들은 조직의 외부에 존재하는 힙스터들과 전혀 다르게 자라난 젊은이들일까?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사고에 강한, 기업가적이고 창조적인 그들이지만 결국 기성세대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 조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이기에 지속된 압박과 훈련, 제도권의 HRD에 의해 그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서서히 거세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힙스터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그들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며, 그러한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키우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그들의 특성과 그들이 조직에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첫째, 힙스터들은 일을 할 때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완성하는 방식에 있어서 흥미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힙스터들이 일하는 과정에 대한 관리를 하지 말고 결과에 집중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보여만 준다고 하면 그들이 택한 방법대로 진행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힙스터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지런하다. 그들은 보통의 밀레니얼들이 추구하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넘어 일과 삶의 통합(Integration)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일은 직업이자, 놀이이자, 휴식이기도 하다. 이는 전통적인 직장생활의 규범을 버리고자 하는 그들의 욕구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조직이 그들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규칙적인 성실성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규칙에는 엄격한 출퇴근 시간이나 복장 규칙, 전통적인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하며 조직의 룰에 순응하게 하는 형태의 압박이 모두 포함된다.

셋째, 힙스터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관점이 가장 혁신적이라고 믿으며, 그것을 공유하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사실 창조성의 신호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들이 자유롭게 회의에서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넷째, 힙스터들은 퀄러티와 디테일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해내려고 한다. 또한 이들은 꾸미고 포장하는 데 탁월하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근사하게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이들에게는 중요하다. 이러한 디테일은 그 ‘개성과 근사함’을 좋아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취향 저격’한다. 단순히 소비하는 고객이 아니라 함께 그 비즈니스를 즐기고 성장시키는 파트너임을 증명하는 활동을 통해 강력하게 묶어두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소수이지만 그들이 반복해서 구매하고 열렬히 로열티를 보여주며, 나의 경험을 전파하기를 자발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개성 없고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상품을 통해 성장해왔기에 이러한 비즈니스 창출은 기존 조직 내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영향력 비즈니스’가 중요한 회사는 조직 내 힙스터들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퀄러티에 집중하고 디테일을 끌어올림으로써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조직이 힙스터들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쉽게 말해 ‘관리를 느슨하게 하고, 혁신을 위한 여지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책상에 묶어두고 평범한 일 속에 가두는 것은 결국 불만만 많고 오너십 없는 직원을 데려다 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많은 기업에서 리더들이 요즘 직원들을 평가할 때, 동일한 표현을 많이 쓰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혹시 그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직원들 중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힙스터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은지 이머징(Emerging Leadership Interventions) 대표 ejchang@emerging.co.kr  
장은지 대표는 서울대 사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모니터그룹, 액센추어 등 글로벌 전략컨설팅 펌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맥킨지 서울사무소 맥킨지리더십센터장을 지냈다. 국내외 유수 기업 대상 전략 및 조직개발, 리더십/인재육성 관련 프로젝트를 15년간 수행했으며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진행한 한국 100개 기업 기업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보고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최근에는 기업정신건강 및 리더십/조직개발 컨설팅 전문회사를 만들어 기업을 돕고 있다. 


‘쿨하다’라는 말이 사라지고 ‘힙하다’라는 말이 대세가 됐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힙스터의 주류 거부 현상, 이탈 현상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쿨’과 ‘힙’의 차이는 제3자의 시선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아니 인식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힙’에는 3자의 시선이 거의 배제돼 있다. 즉 누군가가 힙하냐, 아니냐는 1인칭 시점에서 판단된다. 내가 내 취향대로 주류적 질서가 강제하는 취향이 아니라 나만의 취향을 추구하면서 살면 그냥 그게 힙한 거다. 그런데 ‘쿨함’의 판단 근거에는 ‘제3자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깔려 있다. 패션이나 외모를 봐도 ‘타투’ ‘수염’ ‘빈티지’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힙과, ‘깔끔함’ ‘댄디’와 ‘지식인적 면모’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쿨은 좀 다르지 않나. 쿨은 좀 세련된 느낌이다. 주류의 시선을 의식해서 끊임없이 차별화하려고 하지만 완전히 비주류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게 쿨이다. ‘쿨하시군요’라는 건 칭찬이지만 ‘힙스터이신가 봐요’라고 하면 진짜 힙스터도 싫어하는데 그게 누군가가 자기를 규정하고 평가하는 거 자체가 전혀 힙하지 않은 것이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효리가 현재 제주도에 사는 원조 힙스터의 상징처럼 돼 있는데, 효리는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조 걸크러시’이자 ‘쿨함’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런 ‘세련되고 쿨하고 멋진 언니’가 어느 날 제주도 애월의 힙스터가 돼 유기농 채소를 즐기며 수더분한 모습으로 힙하게 살고 있다. 패션의 아이콘이었던 그녀가 아이유와 함께 빈티지 옷가게에 가서 옷을 고른다. 효리라는 상징의 변화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힙스터의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주류에서 벗어난 언니’ 효리는 이제 그저 ‘대안소비’를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비라는 프레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고 라이프 스타일의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힙스터가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하는 지금 시대에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늘 하던 기계적인 타기팅부터 버려야 한다. ‘서울 사는 20대 남성’과 같은 분류와 타기팅 말이다. 요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롭게 타기팅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예전과 같은 타기팅 방식을 하기 원한다. 그런데 소비자 조사를 하고 트렌드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진짜로 이제 하나도 안 맞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참고할 만했다. 지금은 진짜 아니다. 수입이 100만 원이 안 되는데 20만 원짜리 헤드폰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에는 직관적으로 자기가 돈을 벌지 않는 20대 초반, 혹은 돈을 벌더라도 아직 충동적 소비 경향이 강한 20대 남성일 것이라고 봤다. 지금은 아니다. 방금 말한 저소득-고가헤드폰 구입은 굳이 예전식의 타기팅 그룹으로 나눠보자면 40대 초반에 많다. 아마 적은 수입으로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자 하는 힙스터나 욜로족일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 타깃 세그먼트의 전형성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기업들이 강하게 가질 시기다.

라이프 스타일 단위로 먼저 타깃 세그멘트를 쪼개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 그 층 안에 연령대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라이프 스타일인지, 단기적 관점의 욜로나 힙스터인지를 먼저 보고, 만족감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인지 등을 봐야 한다. 이렇게 라이프 스타일을 몇 가지 나눠놓고 이 안에서 다시 연령층별로 어떤 분포가 있는지를 역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분석이 끝났더라도 절대 몇 년 이상 그대로 써먹으면 안 된다. 이제 소비행태는 그냥 1년 단위로 보는 게 맞다.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 것은 어떤 이슈가 등장하고, 그 이슈가 어떤 감정을 일으킬 것인가다. 타기팅한 라이프 스타일 집단이 어떤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 분석해야 한다. 지금은 감정을 먼저 흔들어놓지 않으면 어떤 마케팅 메시지도 먹히지 않는다.

힙스터들이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마케팅 전략도 그런 식으로 짜고, 광고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삼성의 새로운 스마트폰 광고를 봤는데 정말 잘 만들었고 세련되긴 한데 여전히 ‘쿨’한 광고다. 멋지다. 그래서 아쉬웠다. 힙스터가 트렌드세터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는 그냥 새 광고를 솔직하고 익살스럽게 ‘이번엔 안 터집니다’ 정도로 갔으면 사람들이 엄청 열광했을 수도 있다. 힙하니까. LG 그램 노트북은 그런 전략으로 성공했다. 15.6(인치)형 그램이 나왔을 때 그게 진짜 980그램밖에 안 될지 사람들은 의심을 품었다. 그러니까 그냥 저울에 달아버려서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게 만들었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솔직했다. 힙했다. 현대차가 항상 수출용과 내수용의 강판 두께가 다르다는 루머에 시달렸는데, 줄줄이 정량적인 데이터를 갖고 언론을 통한 기사화를 한 게 아니라 결국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두 차가 똑같다는 걸 증명했다. 엄청난 동영상 클릭 수가 나왔다. 전 세계 인구 35%는 신문은 전혀 보지 않고 페북으로만 뉴스를 본다. 거기에 동영상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재밌다. 얘네 진정성 있네’라고 메시지를 단다. 이게 ‘힙한 마케팅’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예전의 브랜드 전략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힙스터의 시대’에 ‘내가 이 제품을 사서 쓰면 멋있어 보일 것’이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면 힙스터가 선택하고 그 뒤에 힙스터 추종자들이 따라올 것으로 본다. 

인터뷰이 소개

윤덕환 이사는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를 이끌며 ‘트렌드모니터’를 총괄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다』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등을 공저했다. 막연한 감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하는 국내 최고 트렌드 전문가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옥엽(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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