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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럭셔리 산업과 4차 산업혁명

신분 과시 수단으로는 생존 어려워! 럭셔리, ‘과잉’보다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김현진 | 240호 (2018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럭셔리 산업의 미래는 소비자 가치 변화를 통해 전망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포스트모던 성향의 소비자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환상이 없고, ‘진정성 있는’ 럭셔리를 추구하며,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추구한다. 또한 금전적인 요소나 야망보다 행복을 더 중시하는 ‘자기개발’적 성향을 띤다.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업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럭셔리 브랜드 및 유통 관리에 있어 오프라인 및 아날로그 정서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된다. 로열티가 높은 럭셔리 고객의 상당수가 원하는 방식과 감성이 아직도 오프라인에 남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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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와 4차 산업혁명은 언뜻 보면 결이 맞지 않는다. 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오랜 전통, 장인정신, 스토리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면 후자는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디지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질적인 두 소재는 동시대라는 운명을 타고 접점을 찾고 있다. 럭셔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변하기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광고 문구이기도 했던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는 명제 역시 다시 한번 고찰해야 할 주제가 됐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2017년 12월6일,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조인트 세션으로 열린 ‘동아럭셔리포럼 2017’은 시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럭셔리 마케터들의 학습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동아럭셔리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 교수와 미래학자인 앤디 하인스 휴스턴대 교수, 페이스북에서 전자상거래, 리테일, 관광,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조영준 페이스북코리아 상무가 청중들과 혜안을 나눈 ‘4차 산업혁명 시대, 럭셔리 산업의 도전과 미래’를 지상 중계한다.

소비자 가치 변화, 럭셔리 시장 어떻게 재편시키나
- 앤디 하인스 휴스턴대 교수
 
미시간대가 100개 이상 국가에서 5년마다 진행 중인 소비자 가치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태도와 가치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면밀히 지켜본 바 있다. 앞으로는 또 소비자 지형이 어떻게 달라질지와 관련해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럭셔리 산업에서도 이런 소비자 가치 변화는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변화를 알아야 선제적으로 대응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그림 1]의 모델을 살펴보자.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 모델의 첫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생존이 담보된다면 그다음 단계로 소속감, 지위, 주위로부터의 인정 욕구가 충족돼야 할 것이다. 3단계로 생겨나는 욕구가 바로 자아실현이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내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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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욕구는 빈곤국가나 빈곤층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사회들에선 전통적 가치를 견지할 확률이 높다. 지위,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경제 신흥국이나 경제 발전의 중간 단계쯤 있는 중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사회는 ‘모던(modern)’한 가치 체계를 견지한다. 그다음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사회는 주로 부유한 국가에서 발견된다. 이 사회에서의 가치 시스템 근간은 ‘포스트모던(postmodern)’이다.

[그림 2]의 데이터는 국제조사 전문 기관인 월드밸류서베이(World Value Survey, 사회과학자들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80개국 이상, 전 세계 85%의 인구를 대상으로 각종 조사를 행하는 단체)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전통적인 가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주어진 길을, 규칙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키려는 규범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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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단계가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선 사람들도 다른 가치 시스템을 갖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내 지위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 위치보다 더 올라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모던’의 단계다. 그다음이 ‘포스트모던’인데 이 단계에선 부를 많이 축적하고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목격된다. 그래서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포스트모던 사회를 사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주변, 지역사회, 환경, 사회에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별로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각 사회 구성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한국은 포스트모던 국가에 속할 것 같지만 흥미롭게도 아직은 ‘모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여전히 전통적 가치가 혼재돼 있기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한 가치를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띠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월드밸류서베이를 시작한 로널드 앙글하트에게 어떤 기준으로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지 물어보니 꼭 절대적인 소득 규모 때문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했다.

전통적 가치를 탈피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얼마나 ‘안전’할까가 사회의 발전 단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즉 안전이 담보돼야 전통사회에서 모던 사회, 포스트모던 사회로 이전할 수 있다.

모던한 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럭셔리’다. 소속감, 지위가 중요한 모던 사회에서 럭셔리는 내 위치, 내가 노력해 성공한 모습 등을 대변해줄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다르다. 포스트 모던한 가치 시스템에서는 ‘심플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이미 내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뤘고, 이것을 굳이 물건을 통해 남에게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 사람들의 가치, 즉 소비자 가치가 이전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과정에 있는 것 같다.

포스트모던 소비자의 특성

포스트모던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돈도 많이 벌고, 소비도 많이 하는데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진정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답을 찾는 것에서부터 럭셔리 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던한 사회에서는 기존 제도와 권위에 거부감을 느낀다.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할 때 과거에는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면 이제 SNS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현대차에서 나온 새로운 차 타봤어? 어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포스트모던한 가치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기존의 제도, 권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두 번째 특징은 과학기술에 대해 환상이 없다는 점이다. 모던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기술을 좋아하고, 더 많은 기술을 원했다. 하지만 이보다 성숙한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과연 이런 기술이 나의 삶을 얼마나 개선시킬 것이며 단순하게 만들어줄지 따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포스트모던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렌터카 공유기업인 집카(Zipcar)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삶의 단순화를 꾀하면서 포스트모던 가치를 실현한다. 최근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 ‘홀푸드’는 진정성을 무기로 내 건강을 지켜준다는 긍정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앞으로 럭셔리 경영가들은 이런 가치 변화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맞춤식으로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 맞춘 첫 번째 럭셔리 콘셉트는 ‘진정성 있는 럭셔리(Authentic luxury)’다. 럭셔리 경험도 사실 과잉으로 가면 오히려 반감을 얻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고, 독특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의 럭셔리한 경험을 포스트모던 시대 소비자들은 점점 원하게 된다. 아직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는 루틴하게 소비자에게 바싹 엎드려 ‘당신의 요구를 모두 맞춰주겠다’는 정신을 견지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는 좀 더 진정성 있는 럭셔리가 부상하리라 생각한다. 내 변호사 친구 중 하나는 은퇴 후 갈라파고스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천연자원이 보존된 지역인데 소형 경비행기도 사야 했고, 많이 걷기도 해야 했다. 그런데 내 친구는 이렇게 불편한 점을 기꺼이 감수했다. 실제로는 돈도 많이 들었지만 오염되지 않은, 그리고 ‘과잉’이 없는 곳을 실제 체험해보는 ‘진정성 있는’ 럭셔리 경험을 원했던 것이다.

럭셔리 분야에서는 이처럼 앞으로 인공적이지 않고, 과잉이 없는 ‘담백한’ 제품과 상품 경험 제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럭셔리 산업에 있어 두 번째 특성은 바로 ‘퍼포먼스(Performance) 럭셔리’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럭셔리다. 즉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다. 예컨대 누군가 요가에 관심이 있다면 집 밖 요가학원에 가서 단체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요가를 배울 수도 있겠지만 인도의 한 외딴 지역에서 최고의 강사와 함께 트레이닝을 받는 호사도 경험해보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취미에 맞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내가 스스로 찾기 어려운 서비스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럭셔리 브랜드도 소비자들에게 ‘파트너’나 ‘코치’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삶을 편하게 하기 위해 하인처럼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를 ‘퍼포먼스 럭셔리’라 부른다. 또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퍼포먼스 럭셔리에 속한다.

그다음, 포스트모던 시대에 바람직한 럭셔리의 특성을 꼽자면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럭셔리’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사람들은 돈보다 시간을 중시한다. 시간을 통제하길 원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가 과연 ‘저스트인타임’, 즉 적시에 서비스 상품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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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럭셔리 소비자들이 부족한 것은 돈보다는 시간이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는 어떻게 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컵케이크 자동판매기(ATM)가 있다. 밤늦게라도 컵케이크를 이 판매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자기개발(Self-development) 럭셔리’라고 이름 붙여봤다. ‘퍼포먼스 럭셔리’와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좀 더 총체적인 가치를 담은 개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럭셔리 소비가 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단계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는 금전적 요소나 야망보다 행복을 더 중시한다. 어떻게 되면 시장에서 감지되는 대대적인 가치 변화라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요소는 ‘책임 있는(Responsible) 럭셔리’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는 나와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에 돈을 쓰고 싶어 한다. 만약 한 기업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내 가치와 상충된다면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그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의 경우는 한 회사의 제품은 물론 심지어 주식을 사기 전에도 충분한 공부를 한다. 이들의 미션과 가치는 무엇이며, 사명은 무엇이며, 이것이 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책임 있는 럭셔리’를 추구한다.

‘Certified B Corporation’라는 인증 제도를 보자. 해당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기업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벌어들이는 수익의 얼마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지역사회에 꾸준히 환원하는 것이 ‘Certified B Corporation’ 기업이다.

그다음은 바로 ‘Luxury Goes Global’이라고 명명했다. 오늘날 럭셔리 구매의 50%가 사실 여행 산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포스트모던한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단순한 서비스보다는 경험을 원한다. 그래서 럭셔리 경험을 하기 위해서 글로벌하게 뻗어 나가고 있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에게는 연결성이 중요하다. 내가 특정 회사, 특정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을 알리길 원하는 것인데 ‘나는 살 수 있는데 너는 사지 못한다’고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표현을 하고 싶어서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내가 가치를 인정한 브랜드를 너도 좋아할까’라는 식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중시한다. 따라서 만약 온라인상에서 이러한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면 럭셔리 브랜드들도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그다음 중요한 게 ‘지속가능한(Sustainable) 럭셔리’다. 최근 5∼10년 사이에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환경, 사회문제는 물론 기업지배구조 등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리로 만든 집, 즉 ‘글라스 하우스’는 요즘 기업의 모습이다. 럭셔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유리 집에 있는 브랜드와 기업은 외부, 즉 소비자들로부터 항상 관찰 및 감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혹시 기업이 잘못하는 게 있다면 바로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상당히 위험한, 적군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가 잘하고 있고, 실수를 해도 바로 인정하고 개선점을 스스로 밝힌다면 이들은 여러분의 훌륭한 팬이 될 것이다. SNS를 통해 이런 우군들이 구구절절 우리가 잘한 점을 얘기해준다면 공짜로 이들을 우리의 마케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치변화가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포스트모던 소비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 기준으로 총인구의 25∼3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변화가 미래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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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아서
- 조영준 페이스북코리아 상무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한 트렌드와 활용 방안에 관심이 많다.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 발생 비율은 조만간 40%를 차지할 것이다. 럭셔리 업계도 달라지는 유통 환경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온라인 판매 증가와 더불어 럭셔리 관련 업종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화는 ‘지극히 개인화되는 정보’다. 이는 2017년 초에 열린 다보스포럼의 화두와도 궤를 같이하는 이슈다.

‘온라인 판매’와 ‘개인화’가 중요해진 이유는 소비자들의 구매 여정이 상당히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PC, 오프라인 매장 등을 넘나들며 정보를 얻고, 구매를 하고, 서비스를 받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서 신경을 써야 할 3가지를 꼽아보자.

첫째는 ‘모바일의 활용을 극대화하라’다. 소비자들은 각종 콘텐츠를 소비할 때 모바일 디바이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2016년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로 TV보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이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엔 모바일을 활용하기 좋은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매장 내에서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상품 정보를 탐색하거나 가격을 검색한다.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스마트폰을 검색해 정보를 찾는다고 응답한 한국인 소비자는 78%로, 전 세계 평균 대비 1.49배 많다. 럭셔리 소비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럭셔리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8%가 정보 탐색, 더 나아가 구매 자체를 온라인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브랜드가 어떻게든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에게 ‘발견’되는 것이 중요하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 구매 방식

1. 매장에서 정보 확보 및 구매 42%
2. 온라인 정보 검색 후 매장 구매 41%
3. 매장 확인 후 온라인 구매 9%
4. 온라인에서 정보 확보 및 구매 8%
자료: BCG, ‘Digital or Die: The choice for luxury brand’, Sept, 2016

2017년 상반기(1∼6월) 인스타그램을 통한 위치 태그 분석 결과 1위는 ‘우리 집’이었다. 그 뒤로 스타벅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커먼그라운드, 스타필드 하남, 롯데월드 등 요즘 인기 있는 ‘핫’ 한 쇼핑 공간들이 꼽혔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처럼 사람들이 자주 찾거나 최근 생겨 화제가 되는 장소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개인화다.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업들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소비자 구매 채널의 통합, 구매 과정의 비효율 최소화, 페이먼트 시스템 도입 등에 투자하는 것인데 실제로 소비자들은 ‘나만을 위한 서비스’라고 느끼지 못하고 만족하지도 못한다.

그 이유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성, 상호작용 등에서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바일은 개인화된 기기라 개인 성향을 추적하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와 연관성이 높은 광고는 사람들이 더 이상 광고가 아닌 관심 있는 콘텐츠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도 나이나 성별, 지역 같은 기본적인 정보에 따른 타기팅뿐 아니라 패션, 주얼리, 와인, 코스메틱 등 관심 분야별로 세분화된 타기팅을 수행할 수 있다. 즉 럭셔리 분야 내에서도 해당 소비자가 관심 있는 영역을 찾아 관련 정보를 보낼 수 있다. 페이스북을 통한 타기팅 방식 중 하나는 ‘좋아요’ 공유, 비디오 시청, 친구 맺기 등을 통한 데이터 축적이다. 이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타기팅이 정확하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16∼34세 남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대형 소비재 기업과 페이스북이 함께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에만 광고를 할 경우 도달률은 38.6%, 페이스북으로만 진행할 경우 11.6%, TV와 페이스북을 함께 진행할 경우 3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TV와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 광고를 진행하면 전체 도달률이 80.2%에 달해 소비자에 전달되는 커버리지가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세 번째, 마케팅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다. 결국 온-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데 특히 모바일을 활용할 때 창의적인 방식을 끊임없이 고안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관련 마케팅 방식 중 하나는 모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서 모바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 또 하나는 모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오프라인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모바일 구매 형태의 경우, 해당 업체 사이트를 방문하고도 구매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슬라이드 형태의 제품 카탈로그 광고를 노출시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해당 소비자가 이 브랜드와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인지하고, 계속적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제품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 온라인 패션 사이트 ASOS는 이를 통해 주문량이 3배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모바일 마케팅 방식 중 두 번째는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매장 근처로 접근한 고객에게 자동으로 매장으로 찾아오는 길을 소개하는 지도 정보를 보여주고 매장 전화번호가 뜨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마이클코어스’의 경우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25%가량 늘어났다.

광고 자체에 대한 독창성도 중요하다. 모바일 사용자의 특성을 충분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일단은 처음부터 소비자의 시선을 장악하기 위해 초반에 빨리 관심을 끌게 하는 ‘초반 후킹’, 소리 없이도 의미가 전달되게 하는 ‘무음 고려’, 모바일 기기는 주로 세로로 보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영상 비율에 대한 고민’, 포맷과 순서를 바꾸는 ‘재조합’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여러 매체를 결합하는 크로스 미디어 광고 기법이 많이 활용되는 만큼 이를 통한 주기적인 성과평가 측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하영(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강연 녹취록은 최민석(가톨릭대 경영학과) 씨와 박완희(중앙대 경영학부) 씨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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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디지털 시대의 럭셔리, 아날로그적 가치도 잊지 말아야”

우리 시대 최고의 비즈니스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럭셔리 마케터들도 큰 관심을 갖는 경영 석학이다. 2017년 국내에 출간된 책 『마켓 4.0(Marketing4.0·4차 산업혁명이 뒤바꾼 시장을 선점하라)』에서 그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전통적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의 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2017 동아럭셔리포럼’에서 이러한 관점이 럭셔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며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한 기존 럭셔리 산업의 가치와 유통구조 역시 무시하거나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슬기롭게 조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럭셔리 산업 특유의 아날로그적 가치와 고객과의 관계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다.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한국의 럭셔리 산업은 2006년 이후 연간 12%가량 성장해왔지만 이런 성장세는 ‘뉴노멀’ 시대를 맞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은 동료 소비자들과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정보 검색에도 익숙해 이웃 국가인 중국 소비자들에 비해서도 가격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다양한 직간접 경험 및 데이터에 비춰볼 때 고가 제품을 자주 구입하는 한국의 럭셔리 고객들은 아직까지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쇼핑을 통한 오감체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이 같은 고객들이 오프라인 쇼핑을 아직 더 중시하는 한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온라인 유통 채널 못지않게 오프라인 쇼핑의 즐거움을 여전히 즐기는 고객들에 대한 관심을 줄여서는 안 된다.

현재 전 세계 럭셔리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럭셔리 제품의 판매 비중은 연간 7%로 아마존, 이베이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 채널은 물론 새로운 신규 사업 모델의 등장으로 점점 그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다른 소비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급격히 커질 것 같지 않다.

아직 전 세계의 유력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여러 럭셔리 광고들이 노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포천 같은 세계적인 매체들도 여전히 많은 럭셔리 광고를 싣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점차 다변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오프라인 매체를 통한 럭셔리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디지털 혁명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아날로그적인 오프라인 마케팅의 역할이 무시돼선 안 된다.

새 책, 『마켓 4.0』의 부제를 ‘전통에서 디지털로’로 정하긴 했지만 실제 이런 변화가 아주 빠르게 목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사람의 손길을 거쳐 또 오감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가 여전히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의 진출과 확대가 피할 수 없는 길일지라도 럭셔리 제품과 서비스에 담긴 유구한 역사와 아날로그적 가치는 오프라인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전히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 또는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채널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은 가격 정책에 있어, 혹시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해치지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가마다 달라진 가격 정책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투명하게 공개돼 가격이 가장 싼 국가로부터의 ‘직구’가 붐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같은 제품이 유통되면서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성공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핵심 가치로 자주 꼽는 ‘가격의 일관성’이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아웃렛몰이 인기를 끌고, 주요 테넌트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아웃렛몰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상 매장에서 판매되던 제품들이 불과 6개월 만에 아웃렛 매장으로 옮겨지면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가격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하는 것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럭셔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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