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쌓아온 신뢰가 하루아침에...조직 간 장벽이 품질 관리 어렵게 해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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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일본 3위 철강 업체인 고베제강이 품질 데이터를 수년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기준 미달 제품의 데이터를 조작해 정상제품인 것처럼 고객사에 납품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해온 ‘Made in Japan’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조직 간 장벽을 조장하며 경영진의 통제를 어렵게 하는 ‘잘못된 현장 중심’ 문화, 기준 미달 제품도 ‘특별 채용’하는 왜곡된 거래 관행이 장기간의 실적 악화와 맞물리며 윤리 경영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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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8일, 일본 철강업계 3위인 고베제강이 자사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과 구리의 강도·규격·연성 등에 관한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9월부터 1년 동안 4개 공장에서 출하한 약 4만 톤의 제품이 품질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증명서 데이터가 조작된 상태로 출하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첫 발표 때만 해도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실수에 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조작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일본 제조업 품질과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화되고 있다.

고베제강의 안일한 대응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키웠다. 고베제강 경영진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공장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9월 중순 고객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시작했다. 문제가 된 대상 제품은 알루미늄·구리사업 부문 매출의 약 4%에 달하는 129억 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베제강의 무덤덤한 태도에 고객사들도 “앞으로 조심하라”며 관대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가 감독관청인 경제산업성(이하 경산성)에 흘러 들어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고베제강은 이번 사태를 사적인 계약 문제로 봤으며,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산성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베제강에 실상을 빨리 공표하도록 압박했다. 최근 닛산 같은 다른 기업의 부정이 줄줄이 발각되는 것을 지켜본 경산성은 자칫 잘못하다간 일본 제조업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고베제강은 10월8일 데이터 조작 내용을 공개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제강 회장 겸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발표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회장의 부재와 부실한 발표 내용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자동차 부품 등의 재료가 되는 철분과 DVD 부품 재료가 되는 금속제품의 품질 조작 정황이 사흘 뒤(10월11일) 추가로 드러났다. 가와사키 고베제강 회장 겸 사장이 이튿날 경산성을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죄하고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뿐 아니라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위치한 고베제강의 9개 그룹사가 제조해온 구리 및 알루미늄, 특수강에서도 품질조직 정황이 드러났다. 그 결과 품질이 조작된 제품이 납품된 곳은 당초 200여 개 업체에서 520여 개 회사로 불어났다. 당연히 불량 제품을 납품한 공장 숫자에 대한 발표도 당초 4개에서 17개로 늘어났다. 부정의 전모는 12월 ‘외부조사위원회’가 발표할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겠지만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고베제강이 납품한 알루미늄·구리 같은 제품이 여객기, 신칸센, 자동차 등 안전과 직결돼 있는 최종 제품의 주요 재료로 쓰였다는 점이다. 일본 최초의 제트여객기 MRJ(Mitsubishi Regional Jet)의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접합 부문과 창틀, JR의 신칸센 차대 부품, 도요타자동차 도어와 보닛 등에 납품된 재료들이다. 최근 신칸센 차대 부품의 강도가 일본공업규격(JIS) 기준에 미달된다는 발표도 나왔다. 아직은 불량 재료가 쓰인 제품의 안정성을 조사하고 있는 단계지만 만약 이들 최종 제품에서 불량이 본격적으로 발견되면 그 파장은 더 커져 경영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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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처음? 고베제강은 ‘상습범’

고베제강은 자사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11월10일 고베제강은 이번 데이터 조작 사태에 관한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책을 담은 사내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국내외에 있는 그룹사의 17개 공장과 자회사 등에서 부정이 저질러졌고, 이 중 13곳에서는 5년 이상 부정행위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알루미늄·구리사업 부문이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8곳은 본사가 감시하기 어려운 현장으로, 복수의 직원이 조직적으로 부정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으로는 “본사가 각 사업부를 평가할 때 수익에 집중해 평가한 나머지 관리 부문을 소홀히 다뤘으며 경영진도 이런 문제점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고베제강은 이에 대한 재발방지책으로 “제품의 시험 검사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도록 검사 기록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사업 부문의 품질감사 상황을 일원적으로 체크하는 ‘품질감사부’를 설치, “품질을 비용 절감이나 납기 준수보다 우선시한다”는 내용을 명기한 사내 헌장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데이터 조작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외부조사위원회의 보고에 따라 임원의 책임을 물어 인사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베제강의 반성과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베제강의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9년 주주총회 총회꾼에 대한 이익 공여, 2009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등으로 경영진이 사퇴했다. 데이터 조작 사건은 과거도 수차례 발생했다. 2006년 매연 데이터 조작, 2008년 강재의 강도 데이터 부정, 2016년 스테인리스 검사 데이터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 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부정 사건이 또다시 터지자 시장에선 “고베제강 내에는 위기감이 없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책이 나왔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번 사건이 발각되기 불과 수개월 전인 5월에도 사원의 행동규범으로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받는 행동을 하는 것이 회사의 신뢰로 연결된다”는 내용의 ‘KOBELCO(고베제강의 글로벌 브랜드 ‘코벨코’)의 3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직원 인터뷰에 따르면 이 같은 부정을 알고도 묵인한 당사자가 임원이 됐고, 그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처럼 부정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 데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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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과 일본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

1. 과도한 다각화로 인한 실적 악화

먼저 과도한 다각화에 따른 실적 악화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철강업계 1위인 신일철주금과 2위인 JFE그룹이 타사와의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데 비해 고베제강은 다각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철강 외에도 알루미늄·구리, 건설기계, 기계(압축기 등), 용접, 엔지니어링, 전력 등 7개 사업 부문을 두고 있다. 일본 내 소재 기업 중에서 가장 다각화된 기업이지만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다. 2017년 3월 결산 기준 230억 엔 적자를 기록했는데 2년 연속 적자였다. 철강 산업의 비중이 적은 게 전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강 생산량이 신일철주금의 6분의 1가량에 불과해 원료 조달 비용이 많이 든다. 철강 제품도 특별 주문받은 니치 제품이 많아 수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알루미늄, 건설기계 등 다각화한 사업 부문도 업계 2∼3위 수준에 머무르는데 치열한 가격 경쟁에 시달려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장기간 적자가 나던 사업 부문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인 알루미늄·구리사업 부문은 장기간의 실적 악화로 회사 전체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던 터였다. 올해 경기 호조로 내년 3월 기준 흑자가 예상되자 제품 수율과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납기를 못 맞추면 수주가 감소하고 업적이 다시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팽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윤리경영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고베제강뿐 아니라 일본 기업이 지난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과도한 코스트 절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들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기업 내부에서는 비용 절감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실토한다. 한국·중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이전과 같은 품질 관리 방식으로는 도저히 비용을 절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과도한 비용 삭감, 이익 창출 욕심이 품질 데이터 조작이라는 부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2. 사업 부문별 높은 벽과 현장에의 ‘나쁜 권한 위임’

문어발처럼 다각화된 7개 사업 부문이 종적으로 운영되면서 제대로 된 감시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베제강은 사업 부문 간 인재와 정보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입사해서 퇴사하기까지 한 사업부에서만 근무한 종업원이 있을 정도다. 사업 부문 내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회사 전체로 이슈를 공론화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경영진조차 전 사업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각 사업 부문에 수익 책임, 인사, 품질 등의 권한을 위임하고 모든 것을 현장에 맡기는 풍토가 뿌리내리면서 경영진이 사업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경영진은 생산 현장에 수익목표 달성을 채근하면서도 정작 사업이 집행되는 실제 현장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각 사업 부문의 헤드는 그 사업 부문 출신자가 맡았는데 압도적인 권한을 가졌다. 이번 사건은 8월 말에 최초로 파악됐지만 사업부문장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뒤늦게 발각됐다. 2016년 데이터 조작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전사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알루미늄·구리사업부에서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 사업부가 사실상 다른 회사처럼 운영되면서 그룹 경영진이 각 사업 부문 경영에 관여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알루미늄·구리사업부에서는 품질관리 부서의 독립성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 “수익만 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경영 관리 풍토 속에서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서라도 납기 준수를 우선시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심지어 품질검사 부서에서 기입한 검사 수치를 다른 부서에서 조작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경영진과 생산 현장 간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가 폐단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기업은 “현장은 정확하다”는 신념하에 현장에 과도하게 권한을 이양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기업이 그동안 종합적 품질관리(TQC)와 같은 현장 개선 노력을 발판 삼아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고베제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최고경영자(CEO)라고 할지라도 현장에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일본 기업은 과거의 강점에 발목 잡혀 최근 글로벌하게 복잡다단해지는 경영 환경에 적합한 관리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통적인 현장의 관행을 너무도 중시한 나머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전문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3. ‘특별 채용’이라는 잘못된 거래 관행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 팽배한 잘못된 거래 관행과 이를 묵인하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이번 고베제강 품질조작 사태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 채용(도쿠사이·特採)’이라는 일본의 기업 거래 관행은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됐다. 특별 채용은 제조업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물품을 고객 승낙을 받고 다시 심사해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객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규격 외 제품은 일단 불합격 판정이 나지만 재심으로 채용이 가능하다고 인정되면 후공정에서 ‘특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베제강은 이 제도를 악용해 아예 고객에게 품질을 알리지도 않고 기준 미달의 제품을 마음대로 출하했다. 이를 두고 고베제강 내에서는 잘못된 관행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 데이터 조작은 각 공장에서 암묵적으로 공공연히 이뤄져왔으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데이터 조작이 발각된 일본 기업의 공통점은 명백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최종 제품의 품질 부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별 채용’이라는 명분하에 도입한 제품들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품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데이터를 조작해 유통해도 괜찮다는 관행이 어느새 자리 잡았다. ‘특별 채용’이라는 관행은 일본 기업이 내부적으로 책정하는 품질 기준이 얼마나 애매모호한지를 보여준다. 객관적인 품질 기준을 근거로 여기에 미달하면 거래를 끊고, 초과하면 기준을 낮추는 식으로 처리하는 글로벌 기업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일본의 품질 기준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해외 제품을 수입할 때는 엄격한 품질 기준을 강조하면서 일본 자국 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특별 채용’이라는 명분으로 불투명하게 거래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품질 기준 자체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 경영자들이 과거에 비해 품질 제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일본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배경에는 품질관리(QC) 서클을 통한 품질 제고 노력이 뒷받침됐는데 최근 그런 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품질 관리 메시지가 생산 현장까지 전파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도 숨기기에 급급하면서 초기 단계에서 적발해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조차 키우고 있다.

일본 기업 경영자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일본 경영자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아 과거의 성공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한계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관행에 연연해 글로벌한 경영 관리 방식을 도입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품질 관리나 법령 준수를 위해 형식적으로 각종 규제를 도입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교육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회사의 생존에 직격타를 날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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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 사태는 현재진행형

고베제강은 데이터가 조작된 제품을 납품한 기업이 총 522개 회사지만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이 중 474개 회사에서는 특별히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당장 고베제강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 알루미늄 경량화 수요가 큰데다 공급이 과점화돼 있기 때문이다. 조달선 변경을 검토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으나 당장 알루미늄을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돼 있어 실제로 변경하는 기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이은 부정사건에 대한 고객 시선은 따갑다. 거래선이 일시에 끊기는 사태는 모면했지만 막대한 검사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2018년 3월 기준 순이익은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정사건 발표 전 1300엔대였던 고베제강 주가는 발표 후 700엔대로 반토막 났다가 11월30일 기준 1050엔 정도에서 횡보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신규 사채 발생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수급이 더 문제다. 구리 부문 자회사인 KMCT(고베르코머티어리얼동관)의 하다노 공장에 대해 JIS 인증이 취소됐다. 최근 10년간 고베제강 제품의 JIS 인증이 취소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고베제강은 미국의 보잉, GM, 포드와 프랑스의 에어버스 같은 해외 기업에도 납품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으로부터 리콜이나 손해배상이 어느 정도 발생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미국 사법성이 고베제강의 품질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별도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루미늄·구리는 서플라이 체인의 상단에서 사용되는 소재로, 하단인 항공기나 자동차에 영향이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어떻게 문제점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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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및 향후 과제

일본 소재 기업들은 그동안 고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국·중국 기업들이 조립 제품에서는 일본 기업을 따라잡는 경우가 있어도 소재 부문은 쉽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일본 기업의 자만심이 커진 것 같다.

이번 고베제강 사태는 일본 소재의 고품질에 대한 신뢰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에 일본 정부와 경제 단체의 초조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연이은 데이터 조작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본 제조업의 신뢰 회복을 위해 2017년 11월 회원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기업행동헌장’을 7년 만에 개정했다.

경산성도 개별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도레이 같은 일본의 대표 기업이 내부적으로 조작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장기간 숨겼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일본 정부에 대한 기업의 감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도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내 고발제도의 활성화를 제언한다. 현장 직원이라도 경영진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인센티브를 부여받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기업에서는 사내의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내부 고발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할 우려가 있는 문제는 그것을 제일 먼저 파악한 사내 담당자가 빨리 고발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또 품질에 대해 이력추적(Traceability)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생산 공정을 거치면서 누가 어떻게 생산에 관여했는지 이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불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불량률을 7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력추적 시스템은 ‘품질 관리의 만능약’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경영진에서부터 현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품질 제고와 법령 준수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뒤집을 필요가 있다. 품질 문제는 제조업에서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대형 사고가 난 후 뒤늦게 대처하기보다 평상시에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감독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일본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기업들도 과거 품질 수준을 당연하게 여기고 품질 개선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IT의 발달로 제품은 날로 복잡해지고 해외 생산까지 늘어나면서 개별 제품의 품질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숙련 기술자의 퇴직, 기술 전승의 어려움, 비정규직 증가 같은 변화는 꾸준한 품질 관리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요즘같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때일수록 품질 관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품질을 단지 안전 기준의 충족 여부로 따질 것이 아니라 고객의 눈높이에서 불만을 가질 만한 사항이 없는지, 더 쾌적한 제품을 만들 수는 없는지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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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일본 기업의 데이터 조작 사건
일본 정부나 업계를 더욱 당황케 만드는 것은 고베제강에서 벌어진 것과 비슷한 류의 데이터 조작 사건이 최근 다른 일본 기업에서도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내 부정 사건이 고베제강 개별 기업만의 일탈이 아니라 일본 제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1. 닛산자동차와 스바루

2017년 9월18일 국토교통청의 조사로 닛산자동차에서 무자격 종업원이 완성차를 검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으로는 유자격자가 검사한 것으로 위장한 사건이 발각됐다. 닛산이 11월17일 발표한 자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국내의 6개 완성차 공장 중 5개의 공장에서 무자격 종업원에 의한 부정 검사가 이뤄졌다. 닛산은 이런 일이 1990년대부터 관행적으로 행해졌다고도 발표했다. 그동안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자격이 있는 검사원을 육성하는 데 소홀했던 것이다. 자격자를 육성하지 않고, 부정하게 자격자를 육성한 점도 드러났다. 검사원 자격시험에서 교재를 보면서 시험을 보게 하거나, 심지어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배포하고 답안 제출 후에 틀린 곳을 수정해 다시 제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무자격 검사원이 검사를 하는 게 일본 자동차 업계에 관행처럼 자리 잡으면서 별도의 자격을 갖춘 검사원을 양성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똑같은 사건은 스바루자동차에서도 발생했다. 닛산은 이번 사건으로 38차종 116만 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2. 미쓰비시머티리얼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자회사인 미쓰비시전선공업은 항공기용 부자재 등에 대해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2017년 11월22일 발표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비철금속 대기업으로 구리나 시멘트, 초경공구, 전자재료, 알루미늄 등을 생산하는 복합기업이다.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 사건의 영향으로 사내 품질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이 발각됐다. 미쓰비시전선공업뿐 아니라 미쓰비시신동, 미쓰비시알루미늄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각됐다. 고베제강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계약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을 출하한 것이다. 배관을 밀봉해 내부를 보호하는 ‘O링’이라 불리는 수지 제품으로 항공기 등 공업제품의 패킹에 사용되는 재료다. 이 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은 수백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장기에 걸쳐 부정이 저질러짐에 따라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시점에서는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으며 비교적 용이하게 제품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고베제강만큼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도레이

일본 굴지의 화학소재 업체인 도레이에서도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11월28일 발표했다. 고객 메이커와의 거래 관행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고베제강이나 미쓰비시머티리얼과 문제가 비슷하다.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THC)에서 타이어를 보강하는 재료인 타이어코드의 강력이 258N(뉴턴·1N은 1㎏의 물체에 작용해 1㎨의 가속도를 발생시키는 힘)임에도 불구하고 260N으로 조작했다. 도레이는 데이터 조작 범위가 1% 미만에 그치기 때문에 “특별히 품질에 문제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특별 채용을 악용한 사례로 보인다.

도레이는 품질이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한 보상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납기 준수와 비용 절감을 우선한 나머지 품질 개선에 게을리한 것이다. 도레이는 문제가 최초 발각된 지 1년4개월 만에 해당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회장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가 도레이 회장 출신으로 현재도 도레이의 상담역을 맡고 있어 이번 품질조작 파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wklee@kjc.or.kr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했고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41호 Beyond Competing 2018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