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8. 토이저러스

아마존 플랫폼서 지름길만 찾으려다...토이저러스, 핵심 경쟁력 잃고 몰락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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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 어린이들의 지상낙원이었던 토이저러스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 때문이다. 토이저러스는 오프라인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지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자사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마존 플랫폼에 올라타 지름길만 찾으려 하다가 핵심 경쟁력인 온라인 쇼핑 대응 능력을 상실한 것. 토이저러스 사례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공습에 떨고 있는 대형 오프라인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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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팔아온 세계 최대 완구 유통업체 토이저러스(Toys“R”us)가 무너졌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토이저러스가 지난 9월18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위치한 동부지방법원에 자발적으로 파산보호(챕터11)1 를 신청한 것. 전 세계 250여 개 국가에 매장을 두고 여전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프라인 완구 유통업체의 갑작스런 파산신청 소식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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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

토이저러스는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베이비붐이 일던 1948년 찰스 라저러스(Charles Lazarus)가 미국 워싱턴 DC에 문을 연 아기용품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장난감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라저러스는 1957년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와 자신의 이름 라저러스(Lazarus)를 합쳐서 그의 두 번째 가게인 ‘ToysRus’를 메릴랜드주 록스빌에 세웠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만 전문적으로 모아 파는 최초의 상점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토이저러스는 특정 니치 마켓에서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카테고리 킬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수백 개 매장을 세우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69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장난감 체인점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2007년 롯데쇼핑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진출했다.


토이저러스는 1957년 창립 이래 유아용 장난감 분야 ‘카테고리 킬러’로 오랫동안 어린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카테고리 킬러란 종합 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그 상품만큼은 타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문 업태를 말한다. 토이저러스는 1980년대부터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매장과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구성을 무기로 수백 개 매장을 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던 토이저러스 매장은 뉴욕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였고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한 토이저러스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토이저러스는 예상과는 달리 2000년대 들어 월마트(Walmart), 타깃(Target) 등 대형마트들이 장난감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등 과거에는 경쟁자들이 아니었던 새로운 놀거리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이저러스는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효과가 없었다. 대형 할인매장들이 저가를 무기로 손님을 낚아채고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데 토이저러스는 ‘브랜드 파워’에만 기대려 했다. 획기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키즈아러스(Kids“R”Us)나 베이비저러스(Babies“R”Us)처럼 고객을 연령별로 나눠 “R”Us만 붙인 매장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 쇼핑 트렌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05년 토이저러스는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경험한다. 손님이 줄고 매출이 떨어지자 미국 내 10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았고 직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거대 사모투자기업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66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 선택이 토이저러스 불행의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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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광반조(回光返照),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토이저러스

2005년 토이저러스가 KKR에 매각됐을 때 많은 전문가는 “KKR이 토이저러스의 단물만 빼먹고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토이저러스는 2006년부터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살아나는 듯했다. 2006년 제리 스토치, 래리 가드너 등을 포함한 새 경영진이 들어선 후 매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니 2008년 금융위기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 111억 달러였던 매출은 2011년 1월 138억6400만 달러로 뛰었다. 금융위기에도 전 세계 매장 수는 2009년 1350개에서 2011년 1392개로 늘었다.

2006년 새로 부임한 제리 스토치 CEO는 “토이저러스를 장난감 업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독특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대형 할인마트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업의 본질’에 충실한 방향으로 토이저러스 매장을 개편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후 토이저러스는 체험 중심형 매장으로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토이저러스의 분전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매출 증가세는 201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반전했고 지난해까지 이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손익 측면에서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개년 동안 평균 1.4% 이익률을 유지했지만 201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최근까지 조금씩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5년 잠시 반짝했던 연말 매출액은 2016년부터 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5억4000만 달러(약 13조 원), 영업손실은 3600만 달러(약 407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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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몰락, 위험한 도미노 게임

앞서 이야기했듯 토이저러스의 위기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2006년 후 잠시 실적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토이저러스는 이때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토이저러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였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였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바로 쇼핑 패턴의 변화다.

2006년 토이저러스는 경쟁사인 타깃 출신 CEO 제리 스토치를 영입한다. 그리고 그는 토이저러스를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다.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바뀐 토이저러스 매장에 열광했고 아이들 성화에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토이저러스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토이저러스를 방문해 새로운 장난감을 실컷 구경했지만 정작 구매는 집에 가서 아마존으로 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결국 토이저러스의 실패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유통업체에 무릎을 꿇은 사건이다.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의 몰락 원인을 알아보기 전에 왜 토이저러스가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1. 부채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내년 초 돌아올 채무 4억 달러(약 4500억 원)의 상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토이저러스는 2005년부터 매년 이자 비용으로만 4억 달러를 부담했다. 2005년 이뤄진 인수합병(M&A) 때문이다. 사모펀드 KKR과 베인캐피털, 보나도부동산신탁으로 구성된 3사 컨소시엄은 2005년 차입매수방식(LBO)으로 토이저러스를 인수한다. LBO란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회사 자산을 팔아 이를 갚는 것을 말한다.

3사 컨소시엄은 75억 달러 중 66억 달러(약 7조4665억 원)를 LBO 방식으로 조달하면서 토이저러스에 이만큼을 부채로 안겨준다. 토이저러스는 이 부채 때문에 해마다 막대한 이자 비용을 물어야 했고 이게 토이저러스의 발목을 잡았다.

토이저러스 몰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토이저러스가 ‘위험한 도미노 게임’의 희생양이 됐다”고 평가한다. 사실 여름까지만 해도 토이저러스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4억 달러를 무난히 해결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일단 채권단이 이미 토이저러스의 재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토이저러스의 부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토이저러스는 지난 12년간 50억 달러가 넘는 부채와 4억 달러가 넘는 이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완구 업계 최대 기업 자리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토이저러스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전문 로펌인 커클랜드앤엘리스(Kirkland & Ellis), 구조조정 펀드 라자드(Lazard), 구조조정 컨설팅업체 알바레스앤마살(Alvarez & Marsal)을 고용하며 대응했다. 법원 제출 서류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채권단에 “토이저러스가 중요한 연말 쇼핑시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고 숨 쉴 여유를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토이저러스의 이 같은 주장은 채권자들의 눈에는 ‘치킨 게임’으로 비쳐졌다. 결국 채권자들의 양보 없이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 여기에 토이저러스 채권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하고 채권자들의 보유자산 가치가 증발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이즈음 CNBC가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러자 토이저러스가 파산할 경우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장난감 공급업체들이 겁에 질렸고 ‘위험한 도미노 게임’이 시작됐다. 일주일 만에 공급업체 40%가 현금 지급 또는 미납 채무 상환을 요구하며 장난감을 공급하지 않았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대출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너무 많은 부채 및 이자 상환 부담을 떠안고 있으며 상황을 호전시킬 만한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파산 신청을 선택했다. 부활절부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까지 현금이 도는 ‘장난감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토이저러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2. 온라인 쇼핑 대응 실패

앞에서 설명한 대로 토이저러스 몰락의 근본 원인은 온라인 쇼핑에 대한 대응 실패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토이저러스가 수년간의 손실을 기록한 끝에 결국 아마존 등 온라인 경쟁사들의 맹공격에 굴복한 업체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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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가 온라인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의 악연이 있다.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은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난감 시장에 진출한다. 아마존 구매팀은 1999년 연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토이저러스의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 라인업을 싹쓸이한다. 그리고 그해 연말 홀리데이 시즌에 토이저러스는 폭발적으로 몰리는 온라인 주문에 비해 물량이 부족해 고생을 한다. 결국 일부 고객이 크리스마스 전에 배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이로 인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토이저러스에 배송 지연 벌금 35만 달러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때 토이저러스는 온라인 쇼핑의 위력을 실감한다. 그러나 동시에 두고두고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결정을 한다. 2000년 토이저러스는 아마존과 10년 기한의 독점 계약을 맺는 것. 즉 아마존에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매장을 구축하고 아마존이 이를 운영해주는 조건으로 연간 5000만 달러와 매출액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 구축에 난항을 겪던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의 뛰어난 인터넷 주문 관련 기술이 필요했고 당시에는 옳은 결정이라 여겼다.

초기에는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토이저러스닷컴(ToysRus.com)으로 들어온 고객을 아마존 사이트로 안내해 그곳에서 구매하게 했다. 2000년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토이저러스의 판매량은 1억24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연간 온라인 매출액도 1999년 1억31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서 1억8000만 달러(약 1950억 원)로 약 5000만 달러(약 550억 원) 늘었다. 아마존에 1년에 5000만 달러와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3년 봄부터 다른 완구 업체들도 아마존에서 장난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순식간에 토이저러스의 최대 경쟁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에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해달라는 등 요구 수위를 높여갔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2004년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회사 간의 10년 계약을 파기하고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에 5100만 달러(약 577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송사가 마무리되자 토이저러스는 2006년 다시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아마존 안에서 길들어진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쇼핑몰은 안착하지 못했다.

‘체험형 매장’을 표방한 토이저러스의 노력도 결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받쳐주지 않자 독이 됐다. 사람들은 여전히 토이저러스에서 제품을 만져보고 아마존에서 구매했다. 토이저러스는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2 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으로 전락했다. 토이저러스는 2015년 새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부활을 노렸다. 도미노피자 CEO를 11년간 지냈으며 ‘턴어라운드 아티스트(turnaround artist·기업 회생 전문가)’로 불리는 데이브 브랜던을 임명했다. 또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선임하고 온라인 쇼핑 사이트 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쇼핑몰은 결제 단계가 많고 불편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에 의존하는 10년 계약이 토이저러스의 디지털 전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석했다.

3. 스마트폰 등 새로운 놀거리

미국 언론들이 토이저러스 몰락의 원인으로 꼽는 또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완구, 오락실, 테마파크 등 전통적인 어린이 산업이 스마트폰에 자리를 빼앗긴 것이 토이저러스 몰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데일리텔레그래프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이 “토이저러스가 스마트폰에 살해당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실제 장난감 주 소비층인 3∼12세 아동들이 완구 대신 스마트폰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난감’으로 갖고 논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토이저러스 몰락에 원인이 됐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전체 장난감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산업조사 전문 기관인 NPD에 따르면 2016년 북미 완구시장 규모는 203억 달러(약 22조7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5%가량 성장했다. 전 세계 완구 시장 규모 역시 874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이 자료만 보면 장난감이 안 팔려서 토이저러스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주장은 틀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토이저러스를 제외한 여타 완구 업체들도 최근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글로벌 1위 완구업체 ‘레고’도 최근 전체 직원의 8%인 14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레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레고의 경쟁업체인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6.4% 줄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장난감 소비 계층의 다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른용 장난감 판매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장난감 시장 전체 규모는 커져도 어린이용 장난감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토이저러스 같은 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이저러스 몰락이 주는 교훈들

1. 새로운 경쟁자에 대응하라.

이제는 경쟁자를 전통적인 제품 관점으로만 파악해서는 곤란하며 향후에는 소비자 효익 관점에서 폭넓게 경쟁자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자는 이제 다른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온라인게임, 유튜브, SNS일 수 있다. 왜냐하면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최근에는 직접 스포츠를 즐기기보다는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온라인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완구, 오락실, 테마파크, 프로스포츠 등도 이와 유사한 경우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어린이들의 관심사가 전통적인 어린이 산업들에서 스마트폰으로 상당 부분 이동하면서 토이저러스 같은 전통적인 완구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전통적인 어린이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밀레니얼세대가 좋아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새로운 디지털 놀거리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토이저러스에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온라인의 최강자 아마존이었고, 아마존에 대한 대응전략 부재가 결국은 토이저러스 파산으로 이어진 핵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해서 운영하는 이른바 옴니채널 구축을 유통의 핵심 전략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 유통은 오프라인 유통의 보조적 수단이 아닌 유통전략의 핵심 요소다. 사실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의 확대와 아마존의 영향력이 더 커져서 옴니채널을 도입한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을 메인으로 오프라인을 접목한 아마존 같은 업체에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토이저러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최근 10년간 아마존에 온라인 쇼핑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자체적인 온라인쇼핑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6년 후 소송을 거쳐 다시 독자적인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6년의 공백은 토이저러스의 온라인쇼핑 경쟁력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최근 아마존은 취약한 카테고리인 식료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홀푸드마켓이라는 세계적인 유기농 식료품 유통업체를 인수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유통시장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제 토이저러스도 강자의 먹이가 될 운명에 놓이게 됐다.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시장의 무한성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유통시장 환경하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2. 새로운 제품, 새로운 타깃으로 변화하라.

유통시장의 핵심 성공요인을 두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는 경쟁자 대비 차별화되고 다양한 상품구성을 선보이는 것이고, 둘째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매장 운영을 통해 고객을 더 많이 끌어모으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해도 유통이라는 비즈니스의 핵심역량은 결국 상품 소싱을 통한 머천다이징과 고도의 매장운영 능력 2가지로 귀결될 수 있다.

토이저러스의 경쟁력은 먼저 완구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장난감을 기획하고 확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과 기호를 파악해 늘 한발 앞서가는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화려한 마케팅과 멋있는 매장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제품력 면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어린이들은 디지털과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이므로 전통적인 완구 형태를 고집하지 말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제품기획이 필요하다. 토이저러스와 비슷한 업종인 레고가 최근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첨단 레고 제품들을 선보이고 소비자가 직접 창조적인 일을 수행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또한 최근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들을 기획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탑재한 완구나 가전, 그리고 현실세계에 가상이미지를 접목하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캐릭터 완구 등은 충분한 승산이 있는 아이디어다.

최근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장난감 구매계층의 변화다. 최근 우리나라에 성인 완구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을 합쳐서 300개가 넘을 정도이며, 코엑스몰의 헬로키티 완구매장처럼 대부분의 상품을 성인용으로 구성하는 매장도 등장하고 있다. 즉 장난감 구매계층이 어린이에서 청소년과 성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개성이 중시되면서 최근 청소년과 성인층에서는 이른바 피규어, 프라모델, 성인용 완구와 같은 제품을 즐기는 새로운 마니아 집단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인용 완구는 고객충성도가 높고 고가 제품이 많다. 일부 마니아 집단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구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향후 완구업체들의 전략방향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는 대목이다.

3. 유통매장 콘셉트를 판매에서 체험으로 전환하라.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확보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매장을 타깃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구성함으로써 고객이 놀러 오고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쇼핑공간은 상품판매 장소에서 체험판매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초창기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던 토이저러스 매장은 뉴욕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였다. 그만큼 토이저러스는 그 시대의 트렌드와 취향을 저격하는 상징적인 곳이었으며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행복을 선사하는 공간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 토이저러스의 실패는 매장을 체험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토이저러스에서 체험을 마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쇼핑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체험 판매 공간의 좋은 예로 빌드어베어워크숍(Build-A-Bear Workshop) 같은 매장을 들 수 있다. 어린이들은 빌드어베어워크숍 매장에서 곰 인형의 탄생 과정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서는 다양한 문화, 놀이, 휴식시설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 구매 이외의 다양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브랜드와 제품의 이미지 전달과 체험을 위한 플래그십스토어, 라이프스타일숍, 팝업스토어도 증가하고 있다.

이젠 장난감 카테고리 킬러라고 해서 장남감만 팔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며, 교보문고는 단순히 책만 파는 장소가 아니다. 2016년 개장한 샌프란시스코의 애플스토어 유니온스퀘어점은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브랜드와 제품의 철학과 혼을 전달하며 업종 특성에 맞는 고객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유통매장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ys1836@naver.com

정연승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부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자동차, 이노션 등에서 근무했다. 국내 주요 유통 및 소비재 기업,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자문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유통채널 전략, 세일즈 및 프로모션 전략, 서비스 마케팅, 뉴로마케팅 등이다. 한국경영학회가 선정하는 ‘2016 올해의 신진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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