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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Leader Interview

계급장 떼고 끝장토론, 그리고 피드백 KT ‘1등 워크숍’, 20년 혁신과제 풀다

고승연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난 20년간 CEO가 바뀔 때마다 ‘혁신’을 외쳐왔던 KT는 번번이 변화와 관련해 큰 도전에 직면했다. ‘혁신 피로감’을 느끼는 직원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새로운 방법의 워크숍’을 통해 변화관리를 추진했다. 현장의 말단 직원부터 사무부서, 본사 스태프부서의 부장, 그룹사 기술 분야 임원부터 마케팅 직원까지 수직과 수평으로 연결된 모든 당사자들이 밤새 토론하고 솔루션을 찾았다. ‘스폰서’라 명명된 책임자, 즉 담당 임원이 듣고 실행 여부를 약속하고, 이행과정까지 워크숍 참여 직원들에게 알려줬다. 이후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은 자연스레 ‘소통하는 법’과 ‘협력하는 법’을 익혔다. 이 워크숍을 이끌어온 구현모 사장은 혁신 성공의 원칙으로 ‘조급해 하지 않고 변화를 기다리기’ ‘반드시 약속을 지키기’ ‘무슨 일이 있어도 톱다운이 아닌 보텀업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제시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말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과 ‘변화’를 끊임없이 부르짖고 실행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KT도 마찬가지였다. 공기업에서 출발해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 안정적으로 커온 기업인 만큼 변화관리가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KT를 ‘첨단 IT 기업’이나 ‘혁신적 조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이런 인식과 시선이 내부에도 퍼져 있었다는 것. 그런데 큰 위기가 닥쳐왔다. 2013년부터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조직문화도 침체됐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empower ment)’를 강조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주문한 것이다. 방향은 옳았지만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CEO가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하자 임원들 사이에서는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원들이 먼저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세 명이 둘러앉았다. 비서실장을 하며 CEO의 철학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던 한 사람과 역시나 KT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던 임원 두 사람이었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구현모 현 경영지원총괄 사장, 이대산 현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 이문환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이 그 세 명이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아이디어를 모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모든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방법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을 모아서 직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고, 책임 있고 권한을 가진 사람이 토론 결과를 승인해 실제로 집행하도록 해보자는 것. KT에서 지금 실시하고 있는 ‘1등 워크숍’1 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1등 워크숍은 총 3만5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2400여 개의 의제를 토론하고, 그렇게 결정된 내용 중 70% 이상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더 중요한 건 조직문화의 변화였다. ‘협업’과 ‘소통’을 통해 ‘일이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4년간의 1등 워크숍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매출 기여 측면에서 그룹사, 부서, 전사 워크숍을 통해 약 3879억 원의 성과를 냈다. 또 워크숍에서의 문제해결책 도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게 1200억 원이 넘는다. 내부 임직원 만족도 평가를 보면 임직원 간 ‘소통’ 측면에서 2014년 70점에서 2017년 76.4점으로 6점 이상 점수가 올랐고, 부서 간 ‘협업’에서는 만족도가 2014년 68점에서 2017년 77.4점으로 10점 이상 뛰었다. 의사결정 참여 ‘임파워먼트’의 경우 2014년 64점에서 2017년 77.4점으로 무려 13점 이상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건강도 평가 점수도 꾸준히 올라 2014년 70점에서 2017년에는 77점에 가까운 점수가 됐다. 그동안 KT는 영업이익 1조 클럽으로 돌아왔고, 케이뱅크 등의 신사업을 통해 ‘첨단 IT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얻기 시작했다.

DBR은 지난 4년간 KT의 변화를 이끌어 낸 1등 워크숍을 기획하고 추진해 온 구현모 사장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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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이라는 방식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왔나?

나를 포함해 마음이 맞는 임원 몇 명이 4년 전에 모여 얘기를 하다가 왜 그동안 우리가 혁신에 실패했는지를 따져봤다. 문제는 그동안의 모든 혁신이 ‘톱다운’ 방식이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위에서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는 우리에게 산적한 문제, 책임 전가, 복지부동, 소통 부재, 고객과의 단절 등 그 어떤 것도 해결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찾게 됐다. 사실 임원들 사이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확실히 공감대를 얻고 소통도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협업이 일어났다. 문제는 아래로부터, 즉 현장의 직원들은 물론 무기력해진 본사 스태프부서 직원들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였다.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시작되고 실제로 이뤄져야 기업 전체가 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얘기 아닌가. CEO와 임원진만 변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혁신’을 위한 ‘정신개조’를 한다고 연수원에 몰아넣고 교육하거나, 등산하거나, 해병대 캠프에 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토론하고, 소통하고, 협업해서, 그리고 적절히 위임된 권한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직접 해봐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보고, 그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변화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선 문제해결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늘 하던 얘기 다시 하는 것밖에 더 되나?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본사의 스태프부서 사람들도 그 자리에 와야 한다. 그렇게 모여서 토론하고 문제를 꺼내 해결책을 찾으려면 1박2일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절대로 예전과 같은 워크숍 형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그저 모여서 누가 발표하고 주르륵 앉아서 듣다가 불만 좀 토로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건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기존 관행대로 워크숍을 했더라도 또다시 ‘본사에 있는 차장’이 ‘본사 지침’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편한 일처리를 위해 ‘현장의 부장’을 찍어 누르려 할 게 뻔했다.

지난 20년간 ‘혁신해보자’고 시작했던 모든 캠페인은 이런 식으로 끝나버렸다.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이 워크숍에서는 그래서 ‘계급장’을 어떻게든 떼는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현장 콜센터 직원과 본사의 부장, 차장이 말 그대로 끝장 토론을 해서 솔루션을 찾아내는 거다. 그러고 나면 ‘스폰서’라고 우리가 명명한 권한 있는 임원이 둘째 날에 그 워크숍 현장에 방문해서 그 해결책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이행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짜봤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그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과 ‘변화’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 KT에 당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다 공감하고 있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동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말한 콘셉트를 갖고 워크숍을 기획해서 2014년 9월 말에 첫 워크숍을 열었다. 그렇게 그해에 수차례의 워크숍을 열었고 12월 말까지 7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룹사, 현장 대리점 가릴 것 없이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4년 만에 한 번이라도 참가해본 사람이 약 3만5000명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워크숍이 어떻게 진행됐나.

일단 ‘사무국’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가 ‘현장에서 지금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1등 워크숍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사무국에 발의를 하면, 사무국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서, 어떤 그룹사의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워크숍에 와야 하는지 파악하고 그들에게 참석을 요청한다. TF 형태로 몇 주 혹은 몇 달씩 파견하는 것이 아니기에 현업 부서에서도 부담 없이 1박2일짜리 워크숍에 보낼 수 있다. 또 ‘가서 우리 상황도 좀 얘기하고, 우리 애로사항도 좀 얘기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이렇게 참가해서 토론해야 할 사람들이 정해지면 사무국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정한다. 워크숍에서 실질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외부 전문가들과 계약해서 했지만 ‘이건 우리가 직접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내부 육성을 했다. 지금은 EFT(Empowering Facilitator)라고 부르는데 신청을 받아서 부서별로 EFT를 임명했다. 그들은 해당 부서의 전속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워크숍의 주제에 따라 사무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참가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토대로 EFT가 선발됐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가해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퍼실리테이터 육성 교육도 이수했다. 자기 업무의 전문가이자 회의 진행과 생산적 토론 유도의 전문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이렇게 EFT도 정해지고, 날짜가 정해지면, 원주나 대전 연수원에 ‘토론자’들이 모인다. 거의 밤샘 토론을 통해 현장의 말단 직원부터 본사의 차장, 현장의 관리자부터 본사의 담당 직원까지 뒤섞여 발의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 소통을 하고 협업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인데,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각 부서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 부서의 대표로 참여한 것이기에 다른 계급, 즉 직위는 없는 상태다. 그러면 다음 날 확실한 권한을 가진 ‘스폰서’가 온다. 토론의 결과물을 듣고 그 자리에서 답변을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검토해 보겠다’라는 말은 안 된다. 그 솔루션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답변해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현장과 스태프부서의 전문가, 담당자들이 토론해서 내린 결론이기에 상당 부분은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워크숍이 끝나고 나면 실제로 자신들이 만든 솔루션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사무국에서 참석자들에게 e메일로 알려준다. 이행과정 피드백이 없으면 밤새 토론한 의미가 사라진다. 거기까지 이뤄져야 그 워크숍은 끝난 거다. (그림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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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재밌는 건 ‘사무국’이라는 게 누군가 먼저 조직도를 짜서 만든 것도, 그런 명칭을 준 것도 아니라는 거다. 어느 날 ‘1등 워크숍을 해야겠으니 사무국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만든 조직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는 진행을 해야 하니 담당자들을 임명했다.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니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오다가 자체적으로 키워서, 평소에는 부서에서 일하지만 워크숍에서는 사안에 따라 참여해 토론을 이끄는 EFT 600여 명이 생겼다. 이들은 각 그룹사, 각 부서 혹은 현장 소속이지만 1등 워크숍이 진행될 때만큼은 워크숍 사무국 소속처럼 움직인다.

그다음, 워크숍에서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하는지 누군가 접수를 받고 판단을 해서 실제로 진행하고, 심지어 주제를 발굴하고 선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 그런 역할을 부여하고 인원을 배정했다. 운영하는 역할을 부여했고, 워크숍 이행관리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니 또 그 일을 하는 직원이 생겼다. 그러더니 어느 날 자기들끼리 ‘사무국’이라고 부르고 있더라. 괜찮다고 생각했다. 왠지 더 권위 있어 보였고, 실제로 사람들이 ‘사무국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더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레 사무국은 제도화됐다. 혁신을 한다, 변화를 한다고 하면서 그럴싸한 조직부터 만들어 인원 배치해서 현판 걸고 하는 ‘조직 중심적 방식’이 아니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말 그대로 ‘기능(function) 중심’으로 사고했고, 그게 자연스럽게 하나의 조직이 된 거다. 만약 정말로 혁신을 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이런 식으로 사고를 바꿔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1등 워크숍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콜센터 권한 위임’ 사례다. 콜센터에는 뭔가 문제 상황에 처해 있어서 해결을 원하는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온다. 고객의 요청이나 항의를 듣다가 그게 분명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콜센터에서 어느 정도 해결을 해주면 고객도 만족하고, 콜센터 직원들도 훨씬 편하다. 그런데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본사에서 그냥 빡빡하게 지침을 만들어놓고 던져놓은 뒤에 ‘이걸 꼭 지켜라’라고 하는 게 지금까지의 KT 상황이었다. 왜 그랬겠나.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된 거다.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는 사람들이 권한이 없고, 규정과 지침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으니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사람도, 관리자도 ‘죄송합니다만, 지침 때문에, 규정 때문에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전화한 고객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 답답하고 화나는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은 또 얼마나 답답하겠나.

결국 이 문제가 1등 워크숍에 발의가 됐다. 상당히 초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콜센터 직원, 책상에서 규정을 만들던 본사 직원과 관련 부서 직원들이 모여서 끝장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왜 그런 빡빡한 규정과 지침이 나왔는지 콜센터 직원은 이해를 했고, 본사 사무직원들은 현장에서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기존 ‘고객 대응 지침’의 근간을 크게 바꾸지 않되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충분히 고객의 합리적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 ‘권한 위임’의 솔루션을 만들었다. 전산 시스템과의 연동도 고객의 문제해결 요청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도 나왔다. 다음날 온 담당 임원은 솔루션 이행을 약속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워크숍에서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행관리를 한 이후 1∼2년이 지나고 나니 VOC(Voice of Customer) 중에서 불만과 항의로 분류되는 네거티브(Negative) VOC가 매년 50%씩 감소했다. 2014년도 네거티브 VOC와 비교하면 2017년의 네거티브 VOC는 30%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만족 평가도 당연히 올라갔다. 2∼3등 하던 순위가 대부분 1등, 딱 한 분야에서만 2등이 됐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1등 워크숍이 활용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물론 현장이나 본사의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 어젠다가 대다수이긴 했다. 하지만 워크숍이 계속 진행되고, 사람들이 현장에서, 본사에서, 각 그룹사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느끼는 걸 계속 발의하고, 토론하고, 솔루션을 찾고 나니 ‘큰 문제’로 분류되는 것들은 상당 부분 해결이 됐다. 이제 좀 더 디테일한 문제로 들어가고 있다. 거듭된 워크숍 참가로 문제해결 방법을 학습한 사람들이 지사별, 현장별로, 또 본사에서 각각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니 1등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가 개발한 워크숍 방법론 자체는 범용성이 좋기 때문에 문제 해결 이외에도 성과 창출, 아이디어 발굴, 전략 수립 등에 모두 활용될 수 있다. ‘문제 해결형’ 주제가 다수였던 시행 초기와 달리 이제는 다른 주제도 많이 올라온다. 심지어 놀라운 비용 절감을 이뤄낸 사례도 있다. 전략 수립형 1등 워크숍의 대표 사례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기가인터넷 서비스’ 부서에서 외곽/산간 지역의 ‘서비스 불가’ 지역의 인터넷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지 논의해보자는 발의를 했다. 어찌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발의이기도 하고, 새롭게 전략을 짜고 실제 투자를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전략 수립형으로 볼 수도 있었다. 일단 전략 수립형이라고 생각을 해보자. 아마 발의한 부서에서는 ‘투자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발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해법이 나오고 전략이 수립됐다. 유선 인터넷 부서에서 발의를 했는데 막상 1등 워크숍에서 모여 토론을 하다 보니 무선 부서에서 “당신들이 말하는 그 서비스 불가 지역 근처에 기지국 때문에 케이블을 넣어놨으니, 거기에서 따 가면 된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걸 할지를 정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한 거다. 사실 그동안 협업과 소통이 얼마나 안 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해보고 변화해보자고 만든 1등 워크숍이 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래서 이 워크숍에서 나온 솔루션대로 충청지역에서 실행을 했더니 광케이블 포설을 원래 계획의 60%만 해도 충분했다.

즉 예전 방식대로 유선 부서가 알아서 케이블을 깔았다는 가정을 했을 때보다 절반 가까이 적게 깔아도 아무런 문제 없이 기가 인터넷을 원하는 산간 가정과 사무실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된 거다. 전략수립, 실행, 비용 절감, 문제 해결 등이 동시에 이뤄진 아주 모범적인 1등 워크숍 성공 사례다. 이렇게 만나서 소통하고 협업 방법을 찾는 과정은 부수적인 효과도 있는데, 1등 워크숍에서 만나 얘기했던 사람들은 서로 명함을 교환한 뒤 궁금한 게 있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로 전화해서 의견을 나누고 현장의 상황을, 본사의 상황을 물어보면서 교류한다. 워크숍에서 성공을 이뤄낸 경험이 지속적인 협업과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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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도 1등 워크숍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도 있나?

물론이다. 기가 아이즈라는 지능형 CCTV 출시 사례를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원래는 2016년 12월에 출시됐어야 할 서비스인데 2017년 9월에서야 시작됐다. 누군가 기한을 못 맞춰서, 어디에서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오히려 이 새로운 서비스의 판매 전략을 제대로 짜 보자고 1등 워크숍 주제로 발의가 됐고 엔지니어, 개발자, 마케터, 현장의 영업/판매 관계자들이 다 모였다. 이 과정에서 영업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CCTV 서비스의 수준은 무엇인지, 마케터가 잡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엔지니어들이 보기에 이 서비스가 갖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고, 출시를 늦추는 한이 있어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뒤에 출시하되 마케팅 전략과 영업판매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 너무 비싼 판매가격은 특정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해서 낮출 수 있다’라는 솔루션이 도출됐다. 그때 모였던 토론자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때론 협업했다. 그리고 얼마 전 서비스가 시작됐다. 작년에 출시하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상태에서, 더 좋은 마케팅 전략과 영업 전략이 수립된 상태로 말이다. 지금 현장 판매 상황이 꽤 좋다는 얘기가 들린다. 

KT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기분이다. KT에서 사실 그동안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적이 많은데 항상 약간 불안정한 상태에서, 혹은 뭔가 결점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시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아이디어가 그런 식으로 사라져간 경우가 많았는데 1등 워크숍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만약 원래 하던 방식대로 지난해 12월에 이 서비스를 내서 판매하라고 했으면 영업 현장에서는 ‘뭐 이렇게 비싸고 딱히 필요도 없어 보이는 걸 팔려고 힘들게 만드느냐’고 불평했을 거고 개발이나 마케팅 쪽에서는 ‘그 좋은 서비스를 왜 못 파느냐’고 서로 비난했을 공산이 크다. 그럼 애써 개발한 이 기술과 서비스는 또 한 번의 실패로 남았을 수 있다.

나중에 ‘아, 이거 꽤 괜찮은 아이템인데 그냥 잘 안 되나 보다’ 하고 1년 정도 하다 접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앞서도 잠깐 언급한 부분이지만 이 모든 과정, 즉 소통과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과 성공적 전략 수립, 아이디어 창출 등의 경험이 그 자체로 하나의 학습 과정이라는 거다. ‘아, 이렇게 협업하고 소통하는 거구나’ ‘이렇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구나’ ‘이렇게 해야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만난 인연들이 지속적으로 협업과 소통을 이어가게 된다. 그게 곧 조직문화와 분위기의 변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KT의 1등 워크숍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 해줄 얘기가 있다면?

우리가 1등 워크숍을 처음 시작할 때, 이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20년 동안 ‘혁신’이라는 단어를 내걸고 조직도 만들고, 뭔가를 했지만 결국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기에 피로감과 실망감만 컸기 때문이었을 거다. 처음 얘기했던 사례, 콜센터 대응 개선 사례 워크숍을 할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 토론을 하러 온 상담센터 직원과 센터장들은 워크숍에 들어오면서도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10년 넘게 본사에 건의해도 변한 게 없는데 이번이라고 뭐 다르겠냐’는 인식이 팽배했다. 내가 그걸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핵심사업 본부장 4명이 나타났고, 문제의 해결을 약속했고, 그걸 지켰다.

그러면 갑자기 변화가 시작될까? 그때 참여했던 사람들이야 ‘아, 뭔가 이제 진짜 회사가 변하는구나’라고 느끼겠지만 나머지는 관심도 없을 거다. 1년 정도 진행된 뒤에 한 번 성과를 체크해봤다. 나 역시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1등 워크숍을 1년 가까이 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어떠냐?”라고 물었더니 직원들이 “참여한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그 주변에 적극적으로 얘기하진 않고 있어요”라고 답하더라. 그때 느낌이 왔다. ‘아, 이건 시간의 문제다. 1년만 더 해서 전체 KT 직원의 3분의 1, 2분의 1이 참여하고 나면 그땐 분명 바뀔 거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몇 번의 워크숍으로 조직문화가, 변화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방법론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일단 지켜보고 유연하게 수정해나가야지 조급하게 굴어선 안 된다. 둘째,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위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워크숍에서 나온 솔루션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건 최악이다. 우리가 ‘이행과정’을 반드시 점검하는 이유다. 그렇게 이행과정에 대한 e메일을 받아본 직원들은 ‘변화’라는 걸 비로소 체감하게 되는 거다.

하나 덧붙이자면 꼭 1등 워크숍이 아니라 어떤 방법과 전략을 쓰더라도 혁신과 변화는 반드시 톱다운이 아니라 보텀업 방식, 즉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래로부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추동하는 게 임원들의 역할이다. 톱다운으로 혁신을 하겠다,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나서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국 ‘혁신을 잘하고 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만 올라올 뿐 실제로는 조직 내 피로감만 확산된다. 이 몇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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