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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김남국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최고의 홍보담당자는 누구일까요? 저널리스트들과 자주, 그리고 잘 소통하면서 기업의 현안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일까요? 물론 이런 홍보담당자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더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기사 콘텐츠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간파해서 좋은 기삿거리를 ‘제안’해주는 사람입니다. 소통 기술이 부족하고 어눌한 말투여도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저널리스트들이 앞다퉈 연락을 할 것입니다.

최고의 세일즈맨은 누구일까요? 탁월한 친화력에 화려한 화술을 갖고 있는데다 연락하면 언제든 달려와 주는 믿음직한 세일즈맨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영업사원도 훌륭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고객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구체적 제안을 해주는 사람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 츠타야를 운영하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도 저서 <지적자본론>을 통해 ‘제안 능력’을 강조합니다. 기존 업계의 통념에 따르지 않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능력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츠타야 서점은 단행본, 잡지, 문고판 등 기존 서점 카테고리 분류법을 깨고 고객들의 사고방식에 맞춰 자동차, 여행, 음식과 요리 등 관심 분야별로 책과 음반, DVD, 연관 상품 등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원작 소설을 읽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런 욕구를 충족하려면 고객들은 서로 다른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츠타야는 도심 복판에 공원과 카페, 서점을 조화롭고 여유롭게 배치해 고객들의 잠재 욕망을 실현시켰습니다. 이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빽빽하게 매장과 매대를 배치해서 고객의 통행에 불편을 끼치는 일도 마다않는 기존 업체의 사고방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오프라인 업종의 핵심 가치 요소 가운데 하나인 공간을 혁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많은 오프라인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념을 깨고 혁신적인 고객 가치를 제안한 오프라인 업체들은 츠타야 사례처럼 시장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 경험가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리포트에는 도서관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토대로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한 현대카드 사례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현대카드는 책을 진열해놓으면 고객들이 와서 책을 선택하는 방식의 도서관에 대한 과거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대신 도서관이 고객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또 국내외에서 시도된 획기적인 공간 창출 사례 및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도 이번 호에 담고 있습니다.

공간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드웨어에 앞서 이 시설을 이용할 ‘사람’을 먼저 상상했다”는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 지사장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온라인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수록 아날로그적 감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도 커질 것입니다. 이번에 제시된 지식과 지혜를 토대로 공간 혁신의 모범 사례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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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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