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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는 취미에서도 통찰을 얻는다

김진영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직업상 다양한 업종의 경영인을 만나는 편이다. 만나본 경영인 거의 대부분이 자기만의 독특한 수집이나 전문가 이상의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한 분야에 오랜 기간 심취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통찰력을 갖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경영활동 그 자체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전통과 의미 있는 오래된 것들, 소위 빈티지(Vintage)만 수집하는 경영자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본인이 규정한 빈티지의 다섯 가지 판단 기준을 넘지 못하면 수집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또 수집 품목도 경영자가 길러야 할 다섯 가지 안목과 관련한 아이템만 포함하고 있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이겠지만 다섯 가지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출시된 지 최소 50년 이상은 된 것일 것(시간), 둘째, 동일 가격대 당대 최고의 품질일 것(품질), 셋째, 당대 최고의 인기품목이었지만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희귀한 것일 것(즉, 인기품목이라 많이 생산됐지만 사람들이 너무 아낀 나머지 잘 내놓지 않는 것을 의미, 희소성), 넷째, 해당 품목 당대 최고의 브랜드일 것(브랜드), 다섯째, 현재의 관점에서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디자인일 것(디자인)이 그것이다.

경영자가 길러야 할 다섯 가지 안목에 도움을 주는 빈티지 아이템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빈티지 오디오와 진공관 라디오다. 경영자는 누구의 말이든 우선은 잘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품목이 선정됐다. 둘째는 오페라 감상용 망원경이다. 경영자는 다른 사람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하기에 선정된 품목이다. 그런데 단순히 멀리만 바라보는 망원경이 아니라 잘 들으며 멀리 본다는 의미에서 오페라 감상용 망원경을 특별히 선정했다고 한다. 셋째는 회중시계다. 경영자는 시간이나 약속을 생명처럼 잘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 부합하는 아이템이다. 종류나 브랜드가 너무 많은 손목시계가 아니라 양복 조끼에 소중하게 보관하며 드러내지 않는 소중한 그 무엇을 상징하는 회중시계는 경영자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준다는 설명이다. 넷째는 앉은뱅이 재봉틀이다. 경영자는 그 누구보다도 입이 무거워야 하는 직업이다. 즉, 보안 관념이 투철해야 한다. 비밀스러운 물건을 봉할 수 있으면서 과거 안방마님들에게 최고의 사치품이자 창작의 도구였던 앉은뱅이 재봉틀은 경영자에게 큰 통찰을 주는 물건이다. 다섯째, 균형을 상징하는 양팔저울이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서양의 유명한 경영자의 집무실이나 서재 사진에 간간이 등장해 화제가 된 아이템이기도 하다.

경영자는 취미활동에서도 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취미활동을 전개해서 수집이나 취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또 스트레스 해소 외에 삶과 경영에 대한 남다른 통찰까지 얻을 수 있다면 취미생활은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소중한 활동이 될 수 있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kimjin@yuhs.ac

필자는 198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중공업 기획실, 삼성 회장비서실 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에서 인사교육전략수립과 현장 적용을 총괄한 HR 전문가다. 호텔신라 서비스 드림팀을 창단해 호텔 품격 서비스의 원형을 보여줬고, 차병원그룹 차움의 최고운영총괄을 맡아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품격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했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경희대에서 국제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김진영 김진영 | -(현)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전)삼성그룹 총괄 HR전문가
    -호텔신라 서비스 드림팀 창단
    -차병원그룹 차움 최고운영총괄

    kimjin@yuh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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