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교훈

국가의 동력 ‘스타트업’, 파리에만 1만 개. ‘프렌치 테크’ 정책, 벤처강국으로 이끌다

230호 (2017년 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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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예술과 문화의 나라 프랑스의 변신 속도가 무섭다. 불과 몇 년 사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벤처 생태계를 가진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벤처업계에서는 프랑스를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칭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전 세계에서 창업자들과 투자금들이 프랑스로 몰려들고 있다. 그 비결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육성에 필요한 인재 육성
2) 학벌이나 네임밸류를 떠난 전방위적 산학협력
3) 기업 중심의 자생적인 창업 생태계
4) 마크롱 리더십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편집자주

본 기사는 6월15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비바테크놀로지’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앞으로 프랑스는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단언컨대 프랑스는 창업가들을 위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가장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가 이런 변화의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프랑스에 투자하십시오.”

지난 6월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바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신임 프랑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넘쳤다. 그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한 전 세계 창업가와 투자자들에게 프랑스가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임을 강조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최근 프랑스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파리에는 본사 기준으로 1만 개의 스타트업이 포진하고 있다. 2012년 이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를 통해 파리는 런던을 누르고 유럽 최대 스타트업 국가로 등극했다. 프랑스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현재 활동 중인 스타트업은 약 50만 개까지 늘어난다. 또한 265개의 인큐베이터와 850개의 연구소를 보유한 유럽 최대 R&D센터이기도 하다.

프랑스 중에서도 파리 지역의 벤처캐피털 규모도 2013년 10억 유로에서 2016년 27억2000만 유로로 급증했다. 유럽 전체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투자 건수로만 치면 프랑스가 2016년 590건을 기록해 영국의 520건을 뛰어넘었다. 파리 지역은 KPMG가 선정한 세계에서 3번째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도시이자 프랑스의 IT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가 선정한 세계에서 4번째로 혁신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창업에 대한 젊은 층의 열망도 크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언웨이(Opinionway)가 18세부터 29세까지 프랑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60% 정도가 창업을 꿈꾸고 있다. 대학 이상을 졸업한 프랑스의 젊은 인재들이 과거 공공 분야나 유럽의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문화가 주는 교훈을 DBR이 현장에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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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는 프랑스

“프랑스는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됐다. 디지털로 돌아선 프랑스를 교두보로 유럽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Cisco)의 존 챔버스 회장이 2016년 6월 한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예술과 문화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한 프랑스가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빠르게 벤처 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벤처캐피털 파텍벤처스(Partech Ventures)가 투자한 프랑스 최초 민간 스타트업 캠퍼스 파텍 쉐이커(Partech Shaker)의 로맨 라보(Roman Lavault) 제네럴 파트너는 “EU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요건, 정부의 전폭적 지원, 세계적인 MBA 스쿨과 공과대학이 배출하는 인재풀, 4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위치했다는 강점 등이 프랑스를 유럽의 스타트업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는 유럽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들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라보 파트너의 말처럼 프랑스가 벤처 강국이 된 데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시너지를 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산업 육성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6년간 벤처산업 육성에 총 470억 유로(약 61조 원)를 투자했다. 또 올해만 100억 유로(약 13조 원) 규모의 미래 산업 지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해외 스타트업 유치 및 지원 프로그램인 ‘프렌치테크 티켓 프로그램’도 프랑스 스타트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창업가들에게 프랑스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정되면 팀당 4만5000유로 지급, 장기 체류비자(최대 4년) 발급,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밀착 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진다.

세계적 수준의 경영대학과 공과대학들의 역할도 눈에 띈다. 이들 학교를 통해 우수한 인력이 프랑스 내부에 매년 꾸준히 수급되고 있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존 프랑스 엘리티즘의 벽을 넘어 최고의 학교(Grandes Écoles)가 신설 학교 및 투자 촉진 기관(Accelerator)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그 결과물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창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영국(6일), 독일(14.5일)보다 짧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 세금 우대하는 정책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노동법 및 세법 개혁 추진이 계획돼 있어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벤처기업들의 프랑스를 향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프렌치 테크’는 2013년 11월, 당시 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 경제부 장관이었던 플뢰르 펠러랭(Fleur Pellerin)에 의해 시작됐다. 프랑스의 낮은 경제 성장률과 높은 청년 실업률을 해소할 돌파구 역할을 디지털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프렌치 테크 정책의 핵심은 ‘디지털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의 확립이다. 디지털 스타트업의 성장은 창업자, 투자자, 인큐베이터, 기술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의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즉, 이들이 형성하는 에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프렌치 테크는 프랑스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고 해외 시장에서 빠른 성공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주요 혁신 도시에 프렌치 테크의 거점인 프렌치 테크 허브(les hubs French Tech)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프렌치 테크 허브는 세계 스타트업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2016년 3월에 서울 허브를 오픈한 데 이어 2017년 4월까지 전 세계 22개 도시에 설치됐다.

또 해외 우수 인재가 프랑스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프렌치 테크 티켓(French Tech Ticket)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프렌치 테크 티켓은 선정된 프로젝트에 대해 1년 동안 4만5000유로(약 6000만 원)의 자금과 사무실을 지원한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프랑스 전역에 위치한 41개 창업센터 내 전용 오피스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고, 최대 4년까지 프랑스 체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프로젝트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 프로그램 및 코칭 세션을 제공받는다. 또 프랑스 정착을 위한 행정적 지원 및 안내 가이드가 포함된 정착 지원 패키지가 제공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네트워크 이벤트, 멘토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2회의 데모데이 행사 등을 지원한다. 프랑스 거주를 위한 까다로운 행정 절차도 도와줌으로써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발전과 육성에 집중할 수 있다.

2. 민간 중심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민간이 주도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스테이션 F(Station F)나 에콜42(Ecole 42) 등이 대표적이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생력 강한 에코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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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F 전경

1 스테이션 F

스테이션 F는 지난 6월29일(현지 시간) 출범했다. 필자들이 방문했던 6월13일에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프랑스 파리에 들어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는 면적만 3만4000㎡에 길이가 310m로 에펠탑을 옆으로 눕혔을 때 길이와 같다. 과거 철도차량 기지로 쓰이던 장소를 스타트업 캠퍼스로 개조했기 때문에 스테이션 F 한쪽에는 과거에 쓰이던 기차들이 전시돼 있었다.

스테이션 F는 프랑스 휴대전화통신사 프리(FREE)의 창업자인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이 2억5000만 유로(약 3만3000억 원)를 투자한 스타트업 캠퍼스로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네이버 등이 멘토링 업체로 참여했다.



레이첼 바니에(Rachel Vanier) 스테이션 F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스테이션 F는 창업을 원하는 예비 사업가나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들의 노하우를 수혈받고 물류, 회계, 법률 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세계 최대 캠퍼스”라며 “한곳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만나서 정보도 나누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입주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션 F는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공간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곳에서는 1000개의 스타트업이 3000곳 이상의 업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심사를 통해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면 월 195유로(약 25만 원)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도 입주해 있어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 스테이션 F는 캠퍼스에서 10분 거리에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거주 공간을 짓고 있다. 2018년 완공되는 이곳은 약 600여 명의 창업가들이 생활할 수 있다.

스테이션 F는 셰어(SHARE), 크리에이트(CREATE), 칠(CHILL) 등 세 공간으로 구성됐다. ‘셰어존’에서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열거나 외부인과 만날 수 있다. ‘크리에이트 존’은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스타트업 개러지(Startup Garage)’, 프랑스 최대 인터넷 쇼핑 업체 방트 프리베(vente-privee)의 ‘임펄스(Impulse)’, 네이버의 ‘스페이스 그린’ 등이 있다. 스타트업은 이들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다.

2 에콜42(Ecole 42)

프랑스 파리 북서부 17구에 위치한 ‘에콜42’는 코딩 전문 교육 기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학비가 무료라는 점. 입학 조건도 따로 없다. 이곳에서는 국적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과 실력만 있으면 된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에콜42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변신 중인 프랑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에콜42도 스테이션 F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 회장이 설립했다. 니엘 회장은 “기존 교육 제도로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개발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학교를 세우는 데 2000만 유로가 들었고 1년에 500만 유로에서 700만 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에콜42를 통해 양성된 개발자들이 향후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콜42는 전통적인 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교실은 따로 없고, 교사가 강의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해진 등·하교 시간이나 시험도 없다. 학교는 24시간 열려 있다. 학생들이 밤을 새워가며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각자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이곳에선 너무 자연스럽다. 전교생은 3000명이지만 관리하는 스태프는 5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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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42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인 자비에 니엘 회장 (사진 오른쪽)

에콜42 교육 제도의 핵심은 ‘피어 러닝(Peer learning)’이다. 피어 러닝은 동료들 간의 협력을 촉진해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교육 방법이다. 때문에 선생님도 없고, 강의도 없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고 동료 학생들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후 자신의 방식을 다른 동료들과 비교해 보면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피어 러닝’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3∼5년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임무(미션)처럼 150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진다. 교수의 지도 없이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학력 제한은 없지만 입학이 쉽지는 않다. 에콜42는 1차 컴퓨터 능력시험 후 4주 동안 합숙하며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나이(18∼30세)가 유일한 조건이다. 4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다. 반면 프랑스나 미국의 유수 대학 출신도 상당
수다.

졸업 후 진로는 다양하다. 입학 후 1년이 지나면 인턴십 과정을 통해 여러 나라의 IT 기업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주어지고 이들 중 상당수는 졸업 전 취업을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서는 졸업 전부터 에콜42 출신 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인력을 파견하기도 한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직접 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매해 두 번 연간 1700여 명 안팎만 선발하지만 매회 1만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한다.



3 원더레옹(Wonderleon)

원더레옹은 2015년 흐비앙레옹(Reviens Leon, ‘돌아와 레옹’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민간 단체다. 초기 목적은 프랑스를 떠나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역량 있는 인재들을 프랑스의 IT 기업으로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내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힘을 합쳤다.

흐비앙레옹은 창설 이후 2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100여 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지원자 2만여 명이 흐비앙레옹을 통해 프랑스 IT 회사에 취직 지원을 했고 이 중 2600명 정도가 레옹(Leons)으로 선정돼 프랑스 내 유명 스타트업에 일자리를 얻었다. 여기서 레옹은 IT 관련 기술에 밝고, 세계 유명 IT 벤처회사에서 최소 3년 일해본 경험이 있으며, 해외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사람을 뜻한다. 최근 신조어로 널리 쓰이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흐비앙레옹은 유럽의 벤처 생태계에 역동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유럽 IT 분야의 고용이 평균 2.1% 이상 증가했다.

2년간의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흐비앙레옹은 지난 6월 이름을 원더레옹으로 바꾸고 타깃 시장도 프랑스에서 유럽 전체로 넓혔다. 유럽 기술 생태계에 유럽 내부와 외부의 실력 있는 인재를 수혈하겠다는 큰 포부도 밝힌 바 있다.

원더레옹을 운영하는 이사회를 만들어 운영의 효율성을 더했다. 이사회에는 프레데릭 마젤라 블라블라카, 디디에 쿤 스크린토닉(Screen Tonic) 창업자 등이 이사회 멤버로 참가했다.

플로리앙 도에토(Florian Doetteu) 데이터이쿠(Dataiku) CEO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중국, 캐나다 등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유럽의 스타트업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유럽 내 IT 분야에서 이뤄지는 채용의 70%가 이들 레옹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 우수한 인력풀과 산학 협력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강점이 있는 이유 중에는 폭넓은 인재풀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프랑스에는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에콜 센트랄파리(École CentraleParis) 등 세계적 수준의 공과대학이 있어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큰 약 100만 명의 엔지니어 풀을 가지고 있다. 또 매년 3만8000명의 이공계 졸업생이 배출되고 7만여 명의 박사학위자들이 나오고 있다. 또 매년 전 세계 경영대학 랭킹에서 1∼2등을 다투는 에섹(ESSEC)과 아슈세(HEC) 등 세계적인 경영대학과 최근 수년간 FT MBA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시아드(INSEAD)와 같은 경영 전문 대학원을 보유하고 있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창업자 입장에서 인재풀만큼 프랑스가 매력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실리콘밸리나 독일에 비해 낮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임금이다. 연봉 비교 웹사이트인 페이스케일(Payscale.com)에 따르면 프랑스의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의 임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해 연봉이 20∼40% 낮다. 신입 웹 개발자의 경우에는 유럽에서 낮은 연봉 수준을 보이는 우크라이나에 비해서 겨우 일년에 2000유로 많을 뿐이다.

안톤 감바르 비즈니스프랑스1 마케팅 담당 이사는 “프랑스에서 창업을 할 경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는 것보다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점 역시 많은 창업자들이 프랑스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고유의 산학협력제도인 ‘석좌(Chair)’도 프랑스 벤처 생태계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석좌는 일반적으로 프랑스 대학 내 교수 중 연구 등 업적이 뛰어난 교수를 선정해 해당 교수에게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과목 개설, 관련 주제 연구, 인턴, 산학 교류 모임 등 학교와 산업체가 긴밀하게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 석좌(IoT chair)의 경우 전자부품 제조회사인 슈나이더일렉트릭,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발레오(Valeo), 금융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이 최소 5년간 연간 약 30만 유로 이상을 지원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ESCP 유럽 경영대학원 내에 ‘디지털 마케팅(digital marketing)’ ‘빅데이터의 전략적 관리(strategic management of big data)’ 등의 강의를 개설하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석좌에 등록 후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관련 회사의 직책 담당자들은 특강, 후원 회사 간 조찬 발표 및 토론 행사, 인턴십 등을 제공한다.

ESCP 유럽의 IoT 석좌 외에도 미슐랭(Micheline)과 사프란(Safran)이 후원하는 ‘Factory for the future chair’, 에어버스(Airbus), 소덱소(Sodexo), 르노(Renault) 등이 후원하는 ‘Industrial relations and firms competitive chair’ 등 다양한 분야의 12개 석좌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프랑스와 한국은 창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물론 기존 교육 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머가 배출되기도 하지만 단순한 프로그래밍이 아닌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경험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인재를 단기에 배출하기 위해 2013년 창설된 에콜42는 소프트웨어 교육 및 IT 인재 양성 측면에서 눈여겨볼 사례다.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의 교육여건에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에콜42는 3년 과정의 프로그래밍 전문학교로 입학을 위한 최소 기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연령대의 인재가 매년 300명 이상 입학하고 있다. 규격화된 정규교육 과목 없이 크고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가 정한 21등급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아주 빠른 경우 16개월 만에 졸업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또 학생의 약 30%가 바칼로레아라고 알려진 고등학교 수학능력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입학하고 있으며 최근 졸업생의 약 30%가 직접 창업을 하고 나머지는 기존 기업의 IT 관련 업무 분야로 진출한다.

수업이 없다 보니 등·하교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학교도 24시간 개방돼 있다. 2년 전에는 실리콘밸리에 분교를 세우고 미국 서부에서도 인재를 교육해 프랑스와 연결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의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다 보니 졸업 후 학력 인정 문제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에콜42의 설립 정신과 학생들의 열정은 본받을 만하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우고, 기업들은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한국 실정에 맞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차별화되는 점은 에콜42, 에피테크와 같은 신설 교육기관이 각 분야 최고 학교와 협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학벌 사회다. 분야별 최고의 학교를 명명하는 그랑제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학벌 우대 현상은 물론 많이 배운 시민이 더 열심히 일하고 소득 재분배를 통해 나머지 시민에게 도움을 준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명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프랑스 주류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스타트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경영계 HEC, 공학계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같이 각 분야 최고의 그랑제콜이 앞서서 신흥 교육 기관 및 이를 도와주는 크리에이티브 밸리 등과 같은 액셀러레이터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며 기존 엘리트 과정 학생이 그렇지 않은 비엘리트 교육 과정 학생 및 다른 분야 학생들과 협력을 통해 보다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 자생적인 창업 생태계다. 벤처 생태계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업 초기 자금 지원 및 투자를 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밸리의 경우 창업기업 업무에 특화된 형태로 공간을 설계한 사무실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고 현재 파리 근교 세 곳에 창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밸리는 에콜42, 에피테크와 협력해 약 3000개의 다양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재능이 필요한 영리, 비영리 기관이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이에 관심 있는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및 중앙/지방 정부 행정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janglee@korea.ac.kr



DBR mini box

펀드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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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아닙니다”…
스타트업 콘테스트 열기 후끈

6월14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비즈니스 프랑스(Business France) 건물 앞에는 푸드트럭 모양의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듯한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스타트업 관계자, 취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펀드트럭(Fund Truck)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펀드트럭은 프랑스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소위펀드(sowefund)’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콘테스트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 ‘펀드트럭’에 올라 자신들의 야심찬 비즈니스 모델을 투자자들과 일반 청중 앞에서 설명한다. 이날엔 총 5개의 업체가 펀드트럭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이 중 ‘몽수페르 보아장(Mon Super Voisin)’이라는 이름의 회사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신의 거주지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집안의 수리나 청소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펀드트럭은 10만 유로에서 500만 유로의 펀딩을 유치하고자 하는 프랑스 스타트업들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300여 개의 스타트업들이 참가했고 이 중 40개 회사가 결실을 얻어 지역별로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프랑스의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올해부터는 파리 외에도 낭트, 보르도, 릴리에서 펀드트럭 행사가 열리고 각 지역 우승자는 10월에 올리는 파이널 피치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