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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코노미’ 단어 첫 사용한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 인터뷰

싱글턴, 이젠 고독 아닌 ‘만족’의 상징. 자신의 삶만큼이나 공동체에도 적극적

장재웅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솔로 이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기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20∼30대 싱글 남성 혹은 여성’의 증가와 함께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던 솔로 이코노미는 최근 평균 수명의 증가 등으로 ‘60대 이상 독거노인’들까지 가세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DBR은 ‘솔로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를 인터뷰해 최근 솔로 이코노미 트렌드의 변화와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을 물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지원(고려대 영어영문학과·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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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는 ‘싱글 경제학(single Economy)’이라는 세션이 처음 열렸다. 이 세션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싱글들이며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그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인 경제 발전으로 축적된 부와 독신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싱글’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7년, 실제 이들 ‘부유한 싱글’은 1인 가구를 형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생산·판매·마케팅 등에 주력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사회·경제적 현상인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의 확산이 바로 그것이다.

‘솔로 이코노미’라는 용어는 2012년 미국 뉴욕대의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저서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20∼30대 싱글(Singles) 남성 혹은 여성’의 증가와 함께 솔로 이코노미는 단순히 경제적·인구학적 동인에서 트렌드가 됐다. 여기에 평균수명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이전에는 솔로 이코노미의 주체로 고려되지 않았던 ‘40대 이상 미혼 인구’ 혹은 ‘60대 이상 독거노인 인구’들이 대거 1인 가구를 형성하면서 20∼30대 젊은이들보다 강한 경제력을 지닌 소비의 주체들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장기적 경기 침체, 경제적 자립의 연기, 평균수명 상향으로 인한 노령 인구의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반영돼 있다. 즉, 모든 연령대에 존재하는 ‘1인 가구’들의 경제적 행위나 습관, 그에 상응하는 마케팅 활동 등을 통틀어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솔로 이코노미의 성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 2015∼2045년’을 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27.2%다. 1990년 1인 가구의 비중이 9%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다. 1인 가구 비중은 2045년에는 3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45년이 되면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가 가장 대중적인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최근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과 같은 신조어들이 자주 쓰이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즐기는 문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의 취향에 맞추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1코노미, 싱글슈머 등 솔로 이코노미를 뜻하는 다양한 신조어들의 탄생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솔로 이코노미를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솔로 이코노미가 선택적 사항이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혹은 반(半)강제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트렌드로 인식하기보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DBR은 ‘솔로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에게 솔로 이코노미의 현재와 향후 전개 방향, 기업에 주는 시사점 등을 물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솔로 이코노미는 단순히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고 살자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와의 e메일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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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이 출간된 지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당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변화가 있었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예상대로 싱글턴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나는 사회적, 인구통계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데 매년 변동의 영향이 크지 않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불황으로 취업 및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층이 늘고 있음에도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최근까지는 취업이나 돈벌이가 어려워질수록 부모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젊은 층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의 급속한 확산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혼자 살기에 수월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으로 창출된 부와 현대 복지국가들이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가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전 세계에 걸친 역사적 문화변동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낙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독신생활과 가족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 일단 가장 크다. 고대시대에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 특별 세금을 부과하고, 선거권을 박탈했다. 또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불이익을 가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하자 독신에 대한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맬서스는 인구론을 통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간은 식량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혼 연령은 높이고 출산율은 낮추는 것을 식량 부족의 해결 방법으로 제안했고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독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 여피족(yuppies), 1990년대 후반 예티족(yetties) 등 젊은 독신에 대한 용어가 미국에서 등장, 이들의 소비 트렌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런 문화적 변화 속에 가족 구조가 변했다. 혼인 감소, 이혼 및 동거 증가 등에 따라 부부와 아이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 달리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생활 증가와 이로 인한 지위 상승, IT 혁명, 대도시의 형성, 혁명적 수명연장이라는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네 가지 거대한 사회적 변동이 개인이 활약하기에 좋은 여건을 창출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미국과 아시아 국가의 1인 가구 증가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추세는 비슷하다. 오히려 미국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혼자 사는 모습을 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1인 가구 증가를 미국식 개인주의 팽배에서 찾는 분석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미국보다 아시아 사람들이 결혼을 덜 한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7% 정도다. 핀란드나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국가들이 4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를 온전히 수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지나친 개인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일반적으로 미국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은 낮다.



한국에는 자발적인 1인 가구도 있지만 취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독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다고 반드시 독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도 실업 상태의 사람들이 오히려 가족 혹은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경향이 더 크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내가 책에서 주장하는 싱글턴은 싱글과는 다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싱글턴으로 살아가는 게 더 돈이 많이 든다. 싱글턴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치이며, 유지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1인 가구의 급증 자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사회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너무 빠르다 보니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란 노인과 약자들의 사회적 고립, 가난한 사람과 병자들의 고립, 혼자 살면 아이가 없고 불행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미 사회적 변화는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를 지향하는 현상을 되돌리려는 국가적 노력(예를 들면, 부시 행정부가 후원했던 결혼장려 캠페인, <그 남자와 결혼하세요>나 <외로운 미국인> 같은 책, 가정적 결합을 촉진하는 무익한 캠페인 등)에 에너지를 적게 투입하고 이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상적인 싱글턴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평생 혼자로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평생 혼자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환경을 바꿔가며 살아간다. 혼자 살다가 같이 살기도 하고, 같이 살다가 혼자 살기도 한다. 평균 수명의 폭발적 증가, 이혼율의 증가 등이 원인이다. 나는 윤리학자가 아닌 사회학자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싱글턴의 모습이라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싱글턴에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다. 결혼을 통한 가족의 생성이라는 방식에서 벗어났을 뿐 싱글턴도 사회생활을 하고 사회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상적인 싱글턴은 활발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외로움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견뎌내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만약 당신이 외롭다고 느끼면 당신이 세상에 나아가 조금 더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것을 무시한다면 당신은 ‘외로움이 우울함으로 변하고, 우울함은 고립으로 이끌며, 다시 고립은 외로움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당신은 혼자 사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독거노인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나 사회단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만약 당신이 어리고 부유하고 건강하다면 혼자 사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가난하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아프다면, 그리고 특히 이 모두에 해당한다면, 혼자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보면 불행히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다. 각국의 정부가 이와 같이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지원, 새로운 관리 시스템, 연령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적인 공간에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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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의 발전이 싱글턴의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소셜미디어의 성장은 모두에게 영향을 줬으며 싱글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크게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잘못이 없다. 사람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 서로 더 연결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최근에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함께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한편으로 일부는 YOLO가 1인 가구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혼자는 결핍이나 고독이 아니라 ‘더 큰 자유와 만족’을 뜻한다. 욜로 현상 역시 이런 솔로 이코노미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이 나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욜로는 현재의 인생에 집중한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뿐인 인생의 가치에 눈을 돌려 자기 주도적 소비를 통해 욜로 라이프를 실천한다. 삶의 품격을 따지는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스몰 럭셔리 제품 판매 증가로도 이어진다. 명품 브랜드 의류나 가방 등의 고가 제품 대신 자신만을 위한 작은 사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성향이 대중화되고 있다. 밥값에 버금가는 디저트 전문점을 찾고, 프리미엄 향수나 매니큐어 등의 뷰티 제품을 통해 만족감을 채우는 식의 소비가 늘고 있다.



싱글턴들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 및 친구들과 교류하며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든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유망한 사업이나 분야가 있나?

내가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답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상을 보자면 일단은 ‘공유경제’의 발달이 눈에 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이 이미 유명해진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 외에도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나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 서비스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렌털 서비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는 것도 결국 솔로 이코노미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확산도 싱글턴들의 특징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생필품을 살 필요가 없는 싱글턴들은 소량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을 받는 문화에 익숙하다. 럭셔리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순히 패션 관련 럭셔리 제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싱글턴들은 입는 것뿐만 아니라 먹는 것, 즐기는 것 등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돈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 책을 내면서 2010년 기준으로 미국 싱글턴들의 1인당 연평균 소비액이 3만4000달러로 무자녀 및 유자녀 가족 1인당 소비액보다 높다고 밝혔는데 최근에는 이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관점에서 만약 더 많은 직원들이 싱글턴의 삶을 살게 된다면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지금까지 우리는 가정을 이루고 살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고 이 돈을 벌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일해야 했다. 회사에 충성하고 일에 매몰돼서 살아왔다. 그러나 싱글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싱글턴들이 소비 지향적이라고는 해도 가족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금전적으로 자율성이 높다. 때문에 싱글턴들은 회사에 완전 고용되는 형태보다는 프리랜서 형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싱글턴들이 늘어나면 기업 내부적으로도 기존의 채용이나 고용 정책의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글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고잉 솔로(Going Solo)’는 점점 흔해질 것이며 우리 도시공동체와 우리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숫자 이면에 놓인 진실이다. 1인 가구의 증가를 우려하는 문화비평가와 정치가들은 혼자 살기가 결혼이나 동거와 마찬가지로 타당성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문제는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산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인류의 혼자 살기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다. 아직 우리의 혼자 살기 실험이 우리의 삶에, 가족과 공동체와 도시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싱글턴들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소비력을 가질 것이고, 결국 이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업이나 국가가 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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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도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 특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1인 가구는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에 민감하다. 때문에 비싼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또 이른바 PB 제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또 1인 가구는 소량 소비를 선호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4인 가족 기준으로 구성된 제품들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지 않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이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소량 판매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과일 포장 표준을 15㎏에서 10㎏으로 줄이고 ‘알’ 단위 과일 판매를 시작한 것이 이런 노력의 좋은 예다. 미니 가전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의 미니 드럼세탁기 꼬망스, 13분 만에 1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쿠쿠전자의 쿠쿠미니 등이 대표적이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특성으로 더 편한 것을 찾는 소비 트렌드도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싱글족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세 끼 해결’에 있어서 편한 것을 찾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식품 업계는 이를 겨냥해 이른바 HMR(Home Meal Replacement·간편 가정식)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컵밥, 국, 찌개 등을 넘어 최근에는 그 영역이 스테이크, 피자 등 다양한 간편 가정식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먹거리 이외에도 싱글족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할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세탁 전문점 크린토피아의 세탁멀티숍, 코인워시24 등이 대표적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험에 집중한 서비스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식당과 1인 노래방이 급증하고, 영화관에서도 이른바 ‘혼영족’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싱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1인 가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1인 가구가 소비 시장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6년 말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전반의 전국 500가구(1인 가구와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가장 높았다. 3∼4인 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나 높은 수치다. 금액으로 봐도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80만5000원으로 3∼4인 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중에서 소비 및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약 200조 원 가까이로 급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연구원이 국민의 소비지출 규모를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 원에서 2020년 12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년엔 194조 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 규모인 17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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