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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쏟아질수록 ‘쉬운 선택’에 끌려 外

이승윤,문재윤,조길수,강신형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Marketing



정보 쏟아질수록 ‘쉬운 선택’에 끌려



“Social Defaults: Observed Choices Become Choice Defaults”, by Young Eun Huh, Joachim Vosgerau and Carey K. Morewedge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October 2014, pp. 746-76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대선에서 당신은 왜 야당에 투표했는가?” “당신이 최근 구매한 청바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당신이 내렸던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해서’ ‘내가 그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와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가 해당 결정에 중심에 있었으며 나의 사고와 견해에 따라서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들은 당신의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우리는 좋아하는 정치 평론가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해당 후보자를 선호하게 된다. 패션 분야 파워블로거가 특정 브랜드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의사결정은 타인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타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써 탄생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들이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흔히 인터넷(디지털)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한다. 유튜브의 유명 크리에이터들, 포털의 파워블로거들, 각종 온라인 매체의 저널리스트들, 일정 규모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의 사용자 등이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유명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이 향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많은 근거 자료들도 소개됐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이마케터(eMarke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4% 이상의 마케터들이 향후 1년 안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업들이 인터넷 세상에서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인플루언서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기관 ‘브라이트로컬(BrightLocal)’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들의 88%가 친한 친구의 제품 리뷰만큼이나 인터넷 세상에서 팔로잉하는 개인 인플루언서들의 리뷰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트위터(Twitter) 사용자들의 4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 인플루언서가 추천해주는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튜브(YouTube)를 이용하는 10대의 70% 이상은 그들이 구독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는 인터넷상에서 가볍게 연결된, 직접적인 친구 관계라기보다는 온라인상에서만 알고 지내는, 느슨하게 연결된(Weak Tie) 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결국 타인들이 어떻게 우리 개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홍콩과기대, 틸버그대, 보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사람들이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타인들의 의견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두 가지 한국 차(茶) 브랜드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한국어를 모르기에 당연히 참가자들은 해당 차 브랜드에 대해 어떠한 사전 선호도가 없었다. 참가자들은 두 개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A 집단 참가자들의 경우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명의 비동양계(Non-Asian) 소비자가 두 가지 중 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리서치룸을 떠나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봤다. B 집단의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정 없이 두 한국 브랜드를 살펴본 뒤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A 집단 참가자들에게서는 비동양계 소비자가 선택한 동일한 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B 집단에게서는 특별한 편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타인이 선택하는 제품을 따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실험 결과는 입증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을 ‘사회적 디폴트 효과 (Social Default Effect)’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사람들이 그들 앞에 놓인 선택지에 대해 강한 본인의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행위를 단순하게 따라가는 형태의 선택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거나 제품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주변의 선택을 ‘사회적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특별한 요건이 없다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으로 받아들이고 무의식중에 따라서 결정을 내린다는 얘기다. 때로는 심지어 명백하게 상대적으로 나쁜 옵션의 경우도 단지 타인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타인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자동화된 과정이었다. 또 이러한 타인들의 영향력이 우리가 강한 주관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나 제품 정보에 대해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 환경에서는 약화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매일매일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콘텐츠 양이 DVD로 따지면 1억7000장 수준이며 메일로 환산하면 약 3000억 통가량이다. 쏟아지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는 얘기다. 물론 인간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복잡하고 면밀한 학습 과정을 거쳐 제품을 선택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제품과 정보들이 제공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쉬운 길을 가려는 마음이 커진다. 즉, 디폴트로 설정된 옵션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에 더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폴트 옵션을 선정해주는 것이 바로 SNS상에서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다. 기업들이 인간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타인들의 선택과 의견에 더 강하게 영향받는지 이해하고 그 이면에 놓은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더 효과적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과잉 경쟁의 산물. 온라인 가짜 후기



Based on “Fake it till you make it: Reputation, competition, and Yelp review fraud,” by Luca, M. and Zervas, G. in Management Science, 62, 12, (2016), 3412-342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 과정에서 대부분 온라인 후기를 참고한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온라인 구전 효과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이처럼 온라인 구전의 영향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를 악용하는 기업과 마케팅 업자들의 가짜 후기 조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공연하게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 아마존 등 국내외의 대형 소비자 후기 공유 플랫폼에 가짜 후기 작성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내거나, 실제 판매자가 직접 가짜 후기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짜 후기가 성행을 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해당 플랫폼의 후기를 신뢰할 수 없게 되고, 플랫폼 운영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플랫폼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실제 온라인 플랫폼상의 진짜 후기를 통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다수의 기업도 선의의 피해자가 된다. 가짜 후기를 걸러내서 플랫폼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가짜 후기에 대한 연구는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가짜 후기와 진짜 후기를 구분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됐다. 후기 공유 플랫폼 운영자는 가짜 후기 선별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가짜 후기를 걸러내고 리뷰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총점 평가 시 알고리즘이 가짜 후기로 판별한 후기는 제외한다. 그러나 가짜 후기 선별 알고리즘은 종종 진짜 후기를 잘못 걸러내거나 가짜 후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본 연구는 가짜 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가짜 후기 작성이 언제 성행하는지, 가짜 후기 작성의 동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기업의 가짜 후기 작성은 경제적 이득 추구 동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즉, 자사에 대한 긍정적인 가짜 후기 작성을 통해 자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고자 하고, 또한 경쟁이 치열한 경우 경쟁사에 대해 부정적인 가짜 후기를 통해 자사에 대한 매출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은 평판이 낮을 때 자사를 홍보하기 위해 자사에 대해 긍정적인 가짜 후기를 올릴 동기가 커지고, 경쟁사가 많은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대해 부정적인 가짜 후기를 작성할 동기가 높아진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들은 옐프(Yelp) 리뷰 플랫폼의 2004년부터 2012년까지의 미국 보스턴 지역의 식당 후기를 수집했다. 옐프 리뷰 플랫폼은 가짜 후기 선별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진 후기들을 평점 산정에 활용하고,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가짜 후기로 걸러진 것들도 원하는 사용자는 추가 작업을 통해 볼 수 있다. 옐프는 이처럼 데이터 마이닝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가짜 후기를 걸러내는 등의 플랫폼 가치 유지에 힘쓰는 한편 2012년 10월부터는 함정 수사도 병행해서 가짜 후기 작성자를 불법으로 동원하는 기업을 적발해서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옐프의 기업 페이지에 ‘소비자 경고’를 공지한다. 이러한 경고 공지는 최소 90일간 유지되며 그 기간 이내에 해당 가짜 후기 작성을 중지시키지 않는 경우 더 오래 지속시키기도 한다. 저자들은 최종적으로 보스턴 지역의 3625개 식당에 대한 31만6415개의 후기를 분석했다. 이 중 옐프의 알고리즘에 의해 가짜 후기로 걸러진 것은 5만486개(약 16%)였다.



무엇을 발견했나?

평판이 낮은 식당일수록, 즉 옐프 리뷰 플랫폼에서 구매 후기가 적을수록, 낮은 평점의 후기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신생 식당일수록 가짜 긍정 후기 작성 확률이 증가했다. 결과 분석에 따르면 식당들은 지속적으로 가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평판이 낮은 시기에, 즉 새로 시작한 식당이라서 후기가 아직 없는 경우, 그리고 낮은 평점의 후기가 늘어난 경우에 가짜 후기를 작성을 하게 된다. 식당 체인점인 경우에는 새로 생긴 식당일지라도 가짜 후기 작성 확률이 낮아졌다. 이는 체인점의 경우 체인점의 브랜드 효과가 있어서 어느 정도 시장 내 평판이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평판 관리의 경제적인 효익을 위해 식당들은 가짜 후기를 작성하는 경향을 밝혔다. 이는 긍정적인 가짜 후기에만 영향을 미치고, 부정적인 가짜 후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시장 내 경쟁 구도는 가짜 부정적인 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경쟁 식당 수가 많은 경우에 갑자기 가짜 부정적인 후기의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쟁사들이 많은 경우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경쟁 업체에 대해 가짜로 부정적인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가짜 후기 작성이 여러 경제적인 동기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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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가짜 후기 알고리즘 개발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가짜 후기 작성의 경제적 동기를 밝혀내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 결과는 플랫폼 운영자의 가짜 후기 감지 알고리즘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령 가짜 후기 작성이 높아질 만한 시장 상황인지 등에 대한 상황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는 알고리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한 가짜 후기 선별은 그러나 자칫 신생 기업에 대해 불리한 평가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판매자 입장에서는 후기 플랫폼에서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플랫폼이 부당하게 가짜 후기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인식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최소한 옐프의 보스턴 식당 데이터에서는 이와 같은 부당한 알고리즘 적용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처럼 알고리즘을 통한 관리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실제 구매자를 확인해서 구매한 경우에만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비록 가짜 후기를 감소시킬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진짜 후기 작성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온라인 후기 공유 플랫폼은 소비자, 기업 모두에게 수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가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짜 후기 문제를 플랫폼 운영자가 확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가짜 후기 선별 방법 또한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문재윤 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문재윤 교수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홍콩 과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MIS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온라인커뮤니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Technology Management



기업 젊어지려면 새 분야 인재 뽑아야



Based on “Learning by Hiring and Change to Organizational Knowledge: Countering Obsolescence As Organizations Age”, by Amit Jain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016, 37, pp. 1667-168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유행에 민감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변화에 둔감해진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편한 것과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본 연구의 저자는 기업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즉, 기업도 업력이 쌓일수록 변화에 둔감해져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한다고 봤다. 오랜 시간 쌓아온 전문 지식과 성공 방정식은 오히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둔감해진 체질을 그대로 둔다면 기업이 보유한 지식은 진부화돼 시장에서 사장되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 연구의 저자는 둔감해진 체질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인력 채용을 통한 학습(learning by hiring)’에 주목했다. 대개 기업은 업력이 쌓일수록 기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는데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다른 채용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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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에서는 4가지 가설을 통해 기업이 나이가 들수록 정말 변화에 둔감해지는지, 또 둔감해진 체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첫 번째 가설은 기업이 나이가 들수록 기업 지식이 변화하는 정도가 적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은 자신들이 일하는 방식을 효율화해 이른바 ‘조직적 루틴(organizational routine)’을 형성하게 되고 기존 지식에 안주하며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부터 네 번째 가설은 어떤 인력을 채용해야 인력 채용을 통한 학습으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두 번째 가설은 많은 사람을 채용할 경우 둔감한 체질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기존 기업에 조직적 루틴이 강한 경우라도 많은 사람을 채용하면 기존의 루틴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설은 기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던 분야와 동떨어진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건 둔감한 체질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에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존에 재직하고 있는 수많은 직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변화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가설은 연구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둔감한 체질 변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자신의 분야에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기존 직원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지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유연하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에 속한 59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2만886명의 과학자들과 이 과학자들이 출원한 14만1710개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세 번째 가설을 제외한 모든 가설이 지지됐다. 세 번째 가설의 경우 예상과 달리 새로운 분야의 인력 채용이 둔감한 체질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약하면, 기업은 업력이 오래될수록 지식의 진부화가 진행돼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둔감한 체질로 바뀌어 가지만 1) 많은 사람을 채용할수록, 2) 새로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선발할수록, 3) 연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뽑을수록 이 같은 체질을 개선해 영향력이 큰 혁신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찰스 다윈이 말한 것처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는 오래 생존한 기업일수록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기업들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래된 기업도 기술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기업 내 조직적 루틴을 파괴하고 새로운 지식을 공급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인재 채용은 조직적 루틴을 파괴하고 새로운 지식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일 뿐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으로 변화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나를 바꾸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



조길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gilsoo.jo@gmail.com

필자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로 활동하며 국내외 유수 학술저널에 혁신 전략, 스타트업 M&A, 전략적 제휴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기업의 혁신 전략, 스타트업, 하이테크 산업이다.



Innovation



전략적 제휴. 분산보다 집중을



Based on “Alliance Concentration in Multinational Companies: Examining Alliance Portfolios, Firm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by Brenda Bos, Dries Faems, and Florian Noseleit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전략적 제휴는 기업이 필요한 지식을 외부로부터 습득하고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어떤 기업과 어떻게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지에 따라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의 영역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의 창출, 즉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일수록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을 상쇄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현지화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다.

기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실증 연구가 있었다. 이들 연구는 주로 다양한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적정한 제휴 기업의 숫자, 제휴 기업의 다양성, 제휴 기업의 특성 등에 대한 연구와 제휴를 추진하는 대상 기업이 상대방 기업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제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내부 역량은 무엇인지 등을 규명하는 연구로 나뉜다.

전략적 제휴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실증 연구는 다국적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다. 즉, 다국적 기업의 경우 사업부가 다양한 국가에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으나 기존 연구들은 기업을 단일 국가의 단일 사업체로 가정했다. 그러나 기업 간의 지식 전이는 지리적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식 전이와 재조합 과정은 두 조직 간의 인적 교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다국적 기업이 추진한 전략적 제휴의 지리적 분산 정도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32개의 다국적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수행했다. 제약회사의 경우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 활동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들 기업의 2000년에서 2010년까지의 사업보고서 자료를 입수해 자회사들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정보와 각종 재무 실적 자료를 취합했다. 전략적 제휴에 대한 자료는 SDC 플래티넘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했다.

구체적으로는 전략적 제휴 파트너의 전체 숫자와 이들 제휴 파트너의 지리적 집중도(지니 계수 값으로 측정)가 대상 기업의 재무적 성과(순이익률로 측정)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기업이 맺고 있는 전략적 제휴 파트너의 숫자가 적을수록 특정 지역 사업부가 주도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재무적 성과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기업이 많은 숫자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 경우 파트너가 지역적으로 고르게 분산된 것이 재무적 성과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즉, 단순히 전략적 제휴를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식의 외부 원천인 제휴 파트너들이 지리적으로 어떻게 분산돼 있는지 역시 제휴의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이 지식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 요소 간의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하다. 지식 재조합 과정의 핵심은 구성원들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기업이 필요한 지식 요소들이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다면 이들을 통합하고 조합하는 과정이 복잡해져 새로운 지식이 발현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즉,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부 지식 원천에 접근하는 경우 이들 제휴 파트너가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다면 지식 재조합 과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은 감소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경우 외부 지식 원천이 풍부한 특정 지역을 선정해 이를 중심으로 제휴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지식 재조합 과정은 일정 규모를 벗어나면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진다. 조직의 정보 처리 능력은 제한돼 있으므로 제휴 파트너의 숫자가 지나치게 커지면 정보 과잉으로 인한 역효과가 발생한다. 제휴 파트너가 많아지면 각각의 파트너들을 관리하고 이들이 보유한 지식을 기업 내부로 갖고 와서 통합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추진하는 전략적 제휴의 규모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기업이 여러 제휴 파트너들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특정 지역 거점에서 주도하기보다 해당 프로젝트를 몇 개의 하위 모듈로 나눈 뒤 각 하위 모듈을 여러 지역 거점에서 분산 진행하는 것이 낫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탈(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 이승윤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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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윤 문재윤 | 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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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길수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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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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