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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유연한 생산 가능한 인더스트리 4.0. 정보기술보다 제조기술 강화해야

임일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더스트리 4.0을 위해서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주문과 생산계획 등을 관리하는 가상 시스템과 원재료와 부품을 가공해서 실제 제품을 만드는 물리 시스템이 얼마나 잘 결합되고 조정되느냐가 핵심. 사실 정보기술은 상당히 발전해 있으므로 인더스트리 4.0 진전의 관건은 물리 시스템 관련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는가에 달려 있다. 경영진은 다음과 같은 내용도 검토해야 한다.

1) 3D프린터의 적합성 여부: 맞춤형 생산에 대한 니즈가 커 모델당 생산량이 적을 경우에 적합
2) 생산공정의 특성: 인더스트리 4.0이 발전할 경우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조립형 생산공정보다는 전체적인 생산설비의 최적화가 중요한 장치형 생산공정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임 교수의 저서 <4차 산업혁명 인사이트(더메이커, 2016)>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가 인더스트리 4.0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 분야에 IT를 적용해 유연한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각 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맞춤형 제품을 바로바로 생산해서 하루나 이틀 만에 배송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큰 비용 증가 없이 갖추는 것이 인더스트리 4.0 혹은 스마트 팩토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화제가 됐던 온라인으로 맞춤형 운동화를 주문해 며칠 안에 받아 볼 수 있게 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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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4.0을 위해서는 IT가 유연한 생산 설비와 결합돼야 한다. 여기에서 IT의 역할은 고객이 다양한 맞춤형 주문을 쉽고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는 주문 시스템, 입력된 주문을 바탕으로 필요한 원자재를 발주하고 생산계획을 최적화하는 등 가치사슬(value chain) 혹은 공급사슬(supply chain)을 관리하는 시스템, 그리고 고객의 주문에 맞춰서 필요에 따라 상세 설계를 바꾸고 공정을 변경하는 생산 및 운영관리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IT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인터넷뿐 아니라 공장 내의 다양한 설비 간의 통신을 위한 산업 인터넷(Industry Internet)도 필수적이다. 산업 인터넷은 통신을 위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는 인터넷과 같지만 주로 산업현장과 공장에서 사용되는 신뢰성이 높고 빠른 인터넷을 말한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이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인더스트리 4.0이 지향하는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유럽의 기업들은 2020년까지 총 1400억 유로를 산업 인터넷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유럽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지멘스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가치사슬의 80%를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IT가 인더스트리 4.0의 가상 시스템(cyber system)이라면 실제 원재료와 부품을 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물리적인 생산 설비가 인더스트리 4.0의 물리 시스템(physical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 시스템과 물리 시스템이 얼마나 잘 결합되고 조정이 잘 되는지가 인더스트리 4.0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1 가상 시스템은 이 연재의 첫 번째 글에서 설명했던 가상성을 갖는 부분이고 물리 시스템은 물리성을 갖는 부분이다. 결국 인더스트리 4.0도 가상성과 물리성의 결합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물리 시스템 영역에서는 로봇과 3D프린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3D프린터는 액체나 분말 형태의 원재료를 이용, 한 층 한 층 프린트하듯이 순차적으로 모양을 만들거나(적층식) 레이저를 쬐어서(성형식) 원하는 형태의 3차원 물건을 만드는 기계다. 작동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지만 다루는 재료도 저렴한 합성수지부터 금속, 세라믹 등으로 다양하다. 3D프린터는 부품이나 제품을 원하는 형태로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생산에 적합하고, 따라서 인더스트리 4.0의 물리 시스템을 유연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인더스트리 4.0 및 3D프린터의 전망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 얘기해 보기로 한다.



3D프린터의 전망

3D프린터 기술은 최근 그 잠재력이 많이 현실화됐다. 합성수지를 사용하는 저가형 모델은 이미 웬만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싸졌으며 금속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3D프린터도 빠른 속도로 발전, 보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3D프린터를 사용한 다양한 새로운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2014년에 로컬모터(Local Motors)라는 회사는 3D프린터를 사용해서 ‘Strati’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제작하기도 했다. 물론 엔진이나 바퀴 등은 기성품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의 차체를 3D프린터로 제작, 고객의 취향에 따른 맞춤형 자동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항공산업에서도 3D프린터로 항공기 부품을 제작할 경우 기존의 깎아내는 제조 방식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부품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부품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 무게 역시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다양한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문 제작의 비중이 높은 항공산업에서 제조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3D프린터가 미래의 제조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바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제조업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측이 존재한다. 미래에 3D프린터가 제조 산업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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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1 자가 제조

우선 3D프린터가 가격이 급격히 싸지고 소형화된다면 많은 가정에서 3D프린터를 하나씩 보유하고 간단한 물품은 직접 자가 제조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케이스가 필요하면 밖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3D프린터로 제조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설계도가 핵심이므로 소비자들이 설계도를 구입해서(혹은 공개된 무료 설계도를 받아서) 자신의 3D프린터에 입력해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제품의 설계도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3D프린터용으로 전문적으로 설계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자가 제조가 가장 먼저 보급될 분야로는 합성수지만으로 충분히 제조가 가능한 장난감이나 간단한 수리용 부품 등이 꼽힌다. 자신의 아이를 위한 맞춤형 피규어나 아이 이름이 들어간 장난감을 3D프린터로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게 실현될 것이다. 금속과 같은 재료를 활용하는 본격적인 3D프린터의 활성화 여부는 가격이 얼마나 빨리 떨어지고, 소음과 공해 등의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시나리오 2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맞춤형 공장의 등장

시나리오 1보다 더 현실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다양한 3D프린터를 전문적으로 갖춰 놓고 각종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공장의 등장이다. 이런 공장에서는 특정 제품, 예를 들면 테이블이나 책장 등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제조해서 빠른 시간에 배달해주는 B2C 비즈니스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딱 맞는 크기의 가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을 텐데 이런 공장이 등장한다면 그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B2B 형태의 비즈니스, 즉 주문 제작된 부품이나 반제품을 다른 기업들에 공급하는 형태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제조회사가 직접 자사 공장에 이런 생산 방식을 갖출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의 생산이 가능한 공급업체를 확보할 경우에도 지금보다 더 맞춤화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런 맞춤형 공급회사가 늘어나고 고객사의 니즈가 더 다양해진다면 공급회사와 고객사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실현 정도는 앞으로 3D프린터가 제조원가를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느냐와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맞춤형 제품에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만일 3D프린터로 생산된 제품의 가격이 대량 생산된 표준화된 제품보다 몇 갑절 비싸고 소재가 제한적이라면 굳이 맞춤형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3 의료용 3D프린터

제조업에 비해 의료 분야에는 3D프린터가 훨씬 더 빨리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뼈와 같은 맞춤형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고, 사람들이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3D프린터를 활용해 각 환자의 신체에 딱 맞는 인공 뼈나 인공 관절을 제작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살아 있는 세포를 프린트하는 3D프린터 기술인 ‘바이오 프린팅(bio-printing)’이 발전하면 인공 장기의 제작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오가노보’라는 벤처회사에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사용, 인공 간 조직을 프린트한 후 42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2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터의 보급은 복잡한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는가와 그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인더스트리 4.0의 전망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앞서 언급했듯이 제조공정과 가치사슬에 정보기술이 결합되면서 유연한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조라는 물리적인 부분(physical system)과 제조를 위한 정보처리라는 가상의 부분(cyber system)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인더스트리 4.0을 “Cyber-physical syste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더스트리 4.0은 그 실현 정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이 존재한다. 가장 높은 단계는 고객의 주문이 실시간으로 생산에 적용돼 생산계획, 물류계획이 자동으로 수립되고 자동화된 생산설비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주 기초적인 단계로는 제조설비에 센서를 부착해서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 일부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해서 제품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당분간은 이 두 가지의 중간 형태가 인더스트리 4.0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준의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이 중요할까? 물론 가상, 물리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이 둘 중 어떤 것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빨리 낮아질까를 생각해 보면 물리적 시스템, 즉 제조기술이 인더스트리 4.0 발전의 관건이 될 것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에서 정보기술의 역할은 시장의 정보(어떤 고객이 어떤 맞춤형 제품을 언제, 어디에서 필요로 하는지)를 수집하는 것과 제조공장에서 이런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제조공정 계획 수립하는 데 있다. 이런 일을 위한 IT는 이미 상당히 발전해 있어서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제조기술의 역할은 원재료나 부품을 물리적으로 가공하거나 조립하는 것이다. 맞춤형 생산을 위해서는 각 고객의 주문 사양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빨리 제조할 수 있는 생산설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제조 공정에 특정 가공공정을 추가하거나 제조 순서를 바꾸는 등의 조정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결국 이런 것이 가능해지려면 생산공정의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로봇이나 제조 설비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한 이런 설비나 로봇의 비용이 이른 시간 내에 크게 낮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인더스트리 4.0을 높은 수준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제조설비에 관련된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는가가 핵심인데 이런 기술은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렇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속도는 느리지만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제조기술은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아디다스가 좋은 예이고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도 전체 공정의 75%를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되고 있다. 테슬라 역시 컨베이어벨트나 리프트와 같은 일반적인 자동차 조립라인을 갖추는 대신 수많은 로봇을 동원해 자동차 조립공정의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조립라인을 다 바꿔야 하는 기존 자동차 생산방식과 달리 로봇 생산공정의 경우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새로운 차종도 조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3D프린터가 제조 유연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3D프린터는 같은 제품을 다량으로 생산할 때나, 서로 다른 제품을 여러 가지 생산할 때나 생산 단가가 엇비슷하다. 따라서 맞춤형 부품이나 제품의 생산이 중요한 인더스트리 4.0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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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의 한계

3D프린터는 제조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우선, 3D프린터로 생산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적이다. 현재는 3D프린터에 사용될 수 있는 소재가 합성수지, 금속, 세라믹, 탄소섬유, 콘크리트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3D프린터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려면 3D프린터가 거의 모든 종류의 소재를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가죽과 같은 질감을 내는 소재를 3D프린터로 생산하려면 인조가죽 소재를 3D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인조가죽 소재는 이미 많이 개발돼 있지만 이런 소재를 3D프린터에서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또 다른 큰 도전이다. 3D프린터가 다룰 수 없는 소재를 사용해야만 하는 제품은 결국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 생산하거나 전통적인 생산 방식과 3D프린터 생산 방식을 결합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현재의 3D프린터는 상당한 정도의 후(後) 처리를 필요로 한다. 3D 프린터의 정밀도가 아무리 개선된다 하더라도 정밀한 부품은 표면을 매끈하게 하는 추가 가공이 필수적이다. 또한 색을 입히는 등의 작업은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 높은 강도를 필요로 하는 금속 부품의 경우는 열처리가 필수적인데 3D프린터는 생산하면서 정교한 열처리를 동시에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생산 후 열처리를 별도로 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3D프린터는 물리성이 강한 기술이다. 3D프린터가 제품이나 부품을 하나 만드는 데에는 원료비나 에너지 비용 등의 변동비가 존재하는데 이런 변동비가 단시간 내에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서 각 가정에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3D프린터를 갖춰놓고 필요한 것을 자가 생산할 가능성은 당분간 굉장히 낮다고 생각된다.



인더스트리 4.0과 3D프린터 전략

앞에서 3D프린터의 한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3D프린터는 쓸모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3D프린터에 적합한 제품과 부품에 대해서는 3D프린터가 제조공정을 유연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어떤 분야에서 3D프린터가 적합한가? 당연히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분야가 3D프린터가 적합한 분야다. <그림 1>에서 보면 모델당 생산량이 적은 경우에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의 단위 생산비가 3D프린터에 비해 높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는 금형 제작 등을 위해 생산 초기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의 경우 모델당 생산량이 늘어나야만 단위 생산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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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3D프린터는 모델당 생산량이 늘어나도 기술의 특성상 단위 생산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결국 전통 생산 방식과 3D프린터 생산 방식의 단위 생산비가 교차하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이 지점을 기준으로 왼쪽은 3D프린터 생산이 유리한 경우이고 오른쪽은 전통적인 생산 방식이 유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산업이 맞춤형 생산에 대한 니즈가 커서 모델당 생산량이 적은 경우라면, 그리고 소재가 적합하다면 3D프린터의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반대로 모델당 생산량이 큰 경우라면 굳이 3D프린터를 생산 공정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생산공정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공정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가 있지만 크게 나누어 보면 기계, 전자제품과 같이 부품을 맞추고 조립해서 제품을 만드는 조립형 생산공정과 정유, 철강과 같이 대규모 설비를 갖춰놓고 원재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동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장치형 생산공정이 있다. 인더스트리 4.0이 발전하면 어떤 유형의 생산공정이 더 영향을 받고, 더 혜택을 받을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장치형 생산공정이 더 큰 영향과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치형 생산공정은 생산 설비의 배치나 순서를 바꾸기보다는 생산 공정의 설정을 바꾸면서 전체적인 생산설비를 최적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일종의 장치형 생산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의 경우, 각 공정 장비의 세밀한 설정에 따라 완제품 반도체의 불량률과 그에 따른 수익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생산품의 종류, 기온, 습도 등의 조건에 따라 어떤 설정이 최적인지를 알아내서 계속적으로 생산공정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만일 생산공정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수집된 많은 데이터가 정교하게 분석될 수 있다면 생산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IT의 발전으로 더 정교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장치형 생산공정의 개선이 빨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치형 산업의 경우 전체적인 개선이 물리적인 생산 설비의 개선보다는 정보의 수집과 분석이라는 가상 시스템의 개선에 달려 있기 때문에 IT의 발전으로 더 큰 영향과 혜택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자사 생산 방식이 장치형에 가깝다면 IT의 발전에 따른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조립형 생산공정의 경우는 가상 시스템의 개선보다는 물리 시스템의 개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기계조립 시 맞춤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보다는 맞춤형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기계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조립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생산설비다. 이러한 요소는 IT의 발전보다는 물리적 기술의 발전에 의해 좌우된다. 물리적 생산을 유연하게 해주는 기술로는 위에서 언급한 조립을 위한 로봇과 부품생산을 위한 3D프린터가 대표적이다. 만일 생산공정이 조립형인 경우 자사의 생산공정을 맞춤형으로 유연화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효과를 세밀히 분석해서 이러한 기술의 도입이 타당한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인더스트리 4.0은 ‘cyber-physical system’이라는 용어가 시사하듯이 가상과 물리적 시스템을 ‘함께’ 요구한다는 점이다. 물리적 제조공정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원가의 10%만 절감할 수 있어도 대단한 개선이다. 만일 cyber-physical system, 즉 인더스트리 4.0이 물리적인 제조공정이나 가치사슬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이것은 순수한 가상 시스템(cyber system)만의 개선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제조공정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시스템을 정보나 가상 시스템이 대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물리적 시스템을 최적화해주는 가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물리적 시스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IT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 임일 임일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il.lim@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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