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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도발을 허하라

김남국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가상성의 극대화입니다. 물리적 원자를 활용하기보다 0과 1로 구성된 가상의 디지털 정보를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활용하면 놀라운 고객가치 향상과 획기적인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통념으로 접근하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물리적 원자가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통념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라면 대규모 연구개발 인력과 설비, 거대한 부지에 들어선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수많은 로봇과 근로자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거대한 장치 산업이자 규모의 경제와 관련한 엄청난 진입장벽이 있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만약 자동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한다면 아마도 이런 체제하에서 공장의 자동화 비율을 더 높이고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불량률을 낮추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의 대안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로컬모터스 사례를 보면 가상성의 극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로컬모터스는 자동차 디자인을 자체 R&D 인력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면서 자동차를 개발하는 관행도 완전히 버렸습니다. 대신 대중들이 누구나 참여해 온라인으로 만들고 싶은 자동차를 디자인합니다. 디자인 수정이나 보완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고객들이 원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장도 기존 자동차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형편없는 규모입니다. 총 직원은 100명에 불과하고 공장의 사이즈도 매우 작습니다. 공장에는 3D프린터 한 대와 차체를 부드럽게 연마해주는 기계 두 대 정도만 눈에 띈다고 합니다. 3D프린터를 활용해 차체를 만들고 표면을 부드럽게 한 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확보한 파워트레인 등을 부착하는 것으로 자동차 제작이 완성됩니다. 보통 3명 정도만 투입하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고정설비 선투자와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기존 자동차 업체의 성공 방정식은 적어도 로컬모터스에서는 설 자리가 아예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자동차 관련 규제로 인해 로컬모터스 비즈니스 모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로컬모터스의 가상화 전략은 모든 제조업체에 큰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가상공간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 핵심적인 기업 활동을 수행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GE의 사례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GE는 기존 사업부와 디지털 전략 책임자 간 의견충돌이 생겼을 때 무조건 디지털 전략 책임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또 수많은 시행착오를 용인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 도전 정신도 큰 몫을 했습니다. 특히 리더들의 학습 의지도 돋보입니다. 평생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수많은 지식을 쌓은 백전노장의 CEO가 낯선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데 30% 이상의 시간을 써가며 조직원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솔루션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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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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