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아이디어 내고 싶나요? ‘카우보이 모자 효과’ 주목하세요!

222호 (2017년 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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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김철수
Article at a Glance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들

1. 천장이 높은 공간,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 가발과 모자 같은 소품을 이용하라
2.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을 인정해줘라
3. 초기 아이디어는 ‘Yes, but’이 아니라 ‘Yes, and’으로 북돋아줘라.
4.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해라. 그림을 그리는 노력 자체가 창의성을 자극한다.



지난 화까지 공감디자인적 사고의 과정에서 관찰과 소통 등 고객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눈으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관점 전환적 통찰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으로부터 발견한 통찰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현장의 기획자나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창의성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보편적 잠재능력이다. 누구나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와 열정적 몰입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필자는 <인사이트, 통찰의 힘>에서 개인이나 조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건으로 환경적 자극(Stimulus), 마인드셋(Mindset), 방법론(Methodology)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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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환경적 자극의 중요성,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셋에 대해 살펴보자.



아이디어를 내는데 왜 알록달록 가발을 쓸까?

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즐겨 쓴다. 혁신방법론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부러 알록달록한 가발이나 우스꽝스러운 색안경을 쓰게 한다. 평소의 업무 분위기와 전혀 다른 환경적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낯선 변화에 부담을 느끼고 어색해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가발을 쓴 사람들이 할 법한 엉뚱한 행동들을 한다. 뿅망치를 들고 옆 사람을 때리기도 하고 몸을 마구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워크숍의 분위기는 금방 부드럽고 활발하게 바뀐다. 분위기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발상할 때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형식과 포맷이 내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적 자극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구글 뉴욕 오피스를 방문해 직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구글의 자유분방한 업무환경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말랑말랑했다. 레고블록이 가득한 테이블과 게임기, 당구장이나 탁구장 같은 놀이시설 등이 가득했고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직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딱딱한 사무실 책상이 아니라 탁 트인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조직에 점점 확산돼 가고 있다.

환경적 자극요소가 실제로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미네소타대의 조안 마이어스 레비(Joan Meyers-Levy) 교수 연구팀은 천장의 높이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천장의 높이를 30㎝만 높여도 사람들의 창의성이 약 두 배 이상 높아진다. KBS 뉴스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천장 높이가 3.1m인 교실과 2.4m인 교실에서 10명씩의 어린이가 도형 창의성 검사를 받았는데, 천장이 높은 교실의 어린이들이 15.2점, 낮은 천장의 어린이들이 6.8점을 받았다. 건국대 건축학과 김정곤 교수는 인터뷰에서 “공간이 어떤 형태를 지니는가에 따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는 낮은 천장에서는 공간을 좁게 해석하는 반면 천장이 높으면 훨씬 더 넓게 공간을 해석하고 사고를 확장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공간의 형태나 분위기, 색상 등에 따라 사람들의 창의성은 보다 쉽게 활성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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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당장 사무공간을 확장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일상업무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먼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발상해야 하는 워크숍이나 미팅 시간에 인위적으로 다양한 자극제(Stimulus)를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기존의 익숙한 사무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외부 공간을 이용하거나 카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끄러워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컨슈머리서치> 저널에 소개된 일리노이주립대 라비 메타(Ravi Mehta)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조용한 곳보다 소음이 어느 정도 있는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잘 낼 수 있다고 한다. 조용한 사무실은 집중력을 강화하지만 추상적인 상상을 펼치는 것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70데시벨 정도의 적당한 소음은 오히려 더 넓게 생각하고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아이디어 미팅과 같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시간에는 조금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간, 색깔, 소품, 소리 등을 활용한 공감각적 자극의 핵심은 기존에 익숙한 환경에서 탈출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변화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쳐 잠자고 있는 창의성을 깨우게 된다.



팀워크로 아이디어를 더하고 곱하라

“우리 모두를 합하면 어떤 개인보다 뛰어나다”고 얘기한 IDEO의 팀 브라운의 말처럼 비즈니스 활동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해야 하는 혁신 활동에서는 협력을 통한 창조적 돌출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누군가의 타고난 두뇌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아이디어를 더하고 곱하는 빌드업의 과정에서 섬광처럼 발현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의 혁신조직은 다학제적 팀워크(Multidisciplinary Teamwork)를 추구한다. 마케터, 기술전문가, 상품기획자, 디자이너 등 가급적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은 일하기 편하고 분위기는 좋을 수 있지만 사고의 편향성과 동조화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같은 방식으로 오랫동안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구성원의 사고가 닮아가고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과 다른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꺼려하게 마련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마주하는 중요한 문제들은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생각의 수준에서는 적합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해야 할 경우에는 가급적 여러 명의 동료들이 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하는 방식의 구조에서 오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내가 낸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훔쳐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나의 아이디어에 함께하는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덧붙임으로써 처음 아이디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면 이 아이디어는 누구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의 이름이나 일부 기능을 수정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아이디어를 누군가와 함께 내는 것을 꺼리게 된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이러한 마이너스 문화를 없애야 한다. 아이디어의 출처나 최초 기여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아이디어 시트(Idea Sheet)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디어의 개요와 주요 기능을 작성하는 양식이다. 제목과 함께 제안자의 이름을 적는다. 시간이 지나도 제안자의 이름이 남는 이점이 있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주변의 동료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내가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보다 훨씬 독창적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온실의 새싹처럼 초기 아이디어를 보호하라

“정원사는 한겨울에 온실 문을 함부로 열지 않는다.” 영국의 이노베이션 컨설팅 회사 왓이프?(WHAT IF!)가 쓴 <창의적 아이디어로 혁신하라(Sticky Wisdom)>에 나오는 말이다. 초기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온실효과(Greenhousing)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 다듬어 지지 않은 초기 아이디어는 흔히 새싹이나 씨앗에 비유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특정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전문성이 쌓이게 마련이다. 초기의 씨앗 아이디어(seed idea)에 대해서 실현 가능성부터 따지기 쉽다. 아이디어가 미처 자라나기도 전에 사전 검열을 통해 새싹을 잘라 버리는 셈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점점 더 많이 내게 되지만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평가를 받으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때로는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평가를 자신의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발상의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아무리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의도적으로라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라며 박수를 쳐주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점점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은 추후 콘셉트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 발상의 과정에서는 사고를 자유롭게 확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 미팅이나 워크숍의 진행자는 ‘Yes, but이 아니라 Yes, and’의 긍정적인 피드백 룰을 참여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숲속의 새싹이 앞으로 얼마나 자라날지 판단할 수 없듯이 초기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예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제된 소수보다 날 것의 다수가 낫다

필자는 아이디어 미팅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는 점을 알게 됐다. 먼저, 많은 고민을 해서 정제된 소수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말없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몰두한다. 또한 남들로부터 도전을 받지 않을 법한 현실성 높은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은 아이디어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들이다. 아이디어의 완성도가 낮더라도 일단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디어 미팅을 진행할 때 어떤 유형의 참여자들이 바람직할까? 아이디어 발상의 과정에서는 정제된 소수보다 완성도가 낮더라도 다수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권장한다.

시카고 IIT디자인대학원 비제이 쿠마(Vijay Kumma) 교수는 <혁신 모델의 탄생 101 (Design Method)>에서 아이데이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이 세션에서 나쁜 아이디어는 없으니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포착하고 무조건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의 1차적인 목표는 완성도 높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씨앗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의성과 기발함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되거나 제3의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돌출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면서 소수의 아이디어로 수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원고에서 다룰 예정이다. 남들 앞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칭찬받기를 원한다면 제대로 고민한 하나의 아이디어를 과녁에 명중시키는 ‘원샷원킬’의 부담을 버리는 것이 좋다. 오히려 100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는 맞히겠다는 백발일중(百發一中)의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라

아이디어를 낼 때 텍스트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논리보다는 감성의 영역을 관장하는 우뇌를 활성화할 때 더욱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성인들의 경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보다 자유롭게 상상했고 훨씬 더 창의적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림보다 텍스트나 숫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학교나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논리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디어를 그림이나 도형으로 표현하면 추가적인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를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피드백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쌓이면 회의나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자신감을 가지고 리드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필자의 경우 아이디어나 의견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면 모바일 기기를 열어서 이미지를 검색할 때가 많다. 이미지를 보면서 대략적인 윤곽을 스케치하면 되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다. 아이디어 워크숍을 진행할 때 아이디어 작성 양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제 아이디어를 낼 때는 초등학생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잘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노력 자체가 창의성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할 때 중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봤다. 먼저 환경적인 자극 요소다. 사람들은 환경적 변화에 스스로를 맞추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포맷과 형식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참여자의 마인드셋에 관한 것이다. 초기 아이디어는 완성도나 현실성보다 날 것이라도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혼자보다는 동료들과 함께할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 원고에서는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다수의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노하우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myconceptone@gmail.com

필자는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고객 인사이트와 상품 콘셉트를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왔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와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Tips for practitioners

아래의 아이디어 시트를 사용해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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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