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Business Creativity Code

Who & What’ 고객을 재정의하라 블루오션을 향한 항해가 시작된다

박영택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고객이 없으면 사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모든 비즈니스의 초점은 고객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려면 먼저 ‘누구(Who)’를 대상으로 사업을 할 것이지 결정해야 한다. 고객(Who)이 바뀌면 ‘핵심적 요구사항(What)’도 바뀌고, 그에 따라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How)’ 충족시킬 것인지도 달라진다. 따라서 고객중심 혁신전략은 하류의 How가 아니라 상류의 Who와 What을 ‘재정의(Redefinition)’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지난 DBR 기고문을 통해 TRIZ의 핵심을 5가지 원리로 요약 정리한 SIT(체계적 발명사고·Systematic Inventive Thinking)에 대해 알아봤다. SIT의 5가지 사고도구가 기술적 영역에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비즈니스 문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SIT의 뿌리가 기술적 모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 TRIZ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부터는 비즈니스 문제의 창의적 해결 원리를 추출한 BCC(비즈니스 창의성코드·Business Creativity Code)에 대해 소개한다.



고객중심 혁신전략

삼성생명 대구 대륜지점의 예영숙 팀장은 2000년에 처음으로 보험왕에 오른 이후 10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만 명의 보험설계사 중 한 번도 힘든데 10번, 그것도 연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그야말로 보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그녀의 성공은 고객을 새롭게 정의한 데서 시작된다. 보험영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부자들이 은행과는 지속적인 거래를 하면서도 보험에는 무관심했지만 그녀는 ‘보험을 전혀 생각지 않는 부자들’의 시장이 오히려 엄청나게 큰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그녀는 고객 개개인의 가치가 모두 다르다는 인식 아래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 제안서를 제시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설계해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단순히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 모집인이 아니라 고객의 핵심적 요구에 맞도록 보험을 설계해 주는 재정전문가(FC·Financial Consultant)가 된 것이다.

그녀는 “내가 고객이라면 어떨까? 나는 어떤 FC에게 마음을 열수 있을까?”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객이 없으면 사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금언처럼 모든 사업의 중심은 고객이어야 한다.

고객중심 혁신전략(Customer-Centered Breakthrough Strategy)은 다음과 같은 3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① 누가(Who) 우리의 ‘고객’인가 - 고객의 재정의

② 그들의 ‘핵심적 요구사항(What)’은 무엇인가?- 고객 요구사항의 재정의

③ 고객의 핵심적 요구를 ‘어떻게(How)’ 제공할 수 있을까?


181



여기서 반드시 주목할 점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바뀌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도 바뀐다는 것이다. 또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바뀌면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도 바뀐다.

“영어가 안 되면 시원스쿨”이라는 광고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시원스쿨은 2005년 24살의 청년 이시원이 맨손으로 시작한 1인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매출액 4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당시 영어학원 시장에는 YBM어학원이나 파고다어학원 등과 같은 절대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은 청년이 어떻게 이들과 홀로 경쟁해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성공의 비결은 고객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어린이를 고객으로 정한 윤선생영어교실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영어학원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더 잘하게 해준다”는 것을 경쟁변수로 삼았다. 때문에 영어 왕초보를 표적고객으로 정한 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꿰뚫어 본 시원스쿨은 ‘성인 초보영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사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현실을 감안해보면 시원스쿨은 고객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거대한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잘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같을 수 없다. 영어 왕초보들의 요구는 무엇일까? 아마도 “어려운 영어를 나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달라”는 것일 게다. 그래서 시원스쿨은 영어 왕초보들에게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택했다. 어린 아이들은 동화를 좋아한다. “여친이 생겨서 행복했는데 어느 날 여친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겨서 질투가 났다”는 식의 간단한 스토리에 영어를 얹어서 ‘그리워하다(miss)’ ‘질투가 나다(feel jealous)’를 설명하고, 이를 복창(復唱)하도록 하는 식이다. 2개월 과정의 ‘왕초보 탈출 프로젝트’가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객의 재정의

‘빈자(貧者)들을 위한 은행(Bank for the Poor)’으로 널리 알려진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의 예를 보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담보가 있거나 아니면 신용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돈의 융통이 더 절실한 사람은 담보나 신용도 없고, 보증인도 구할 수 없는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는 1976년 세계 최초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1983년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그라민(Grameen)은 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라는 뜻인데 현재 2500개가 넘는 지점을 통해 8만여 개의 마을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82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고향에 있는 치타공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1976년 방글라데시에 최악의 기근으로 수십만 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동네 아낙네들이 단돈 27달러를 빌리고도 고리채 때문에 하루 종일 일해도 돈을 갚지 못하는 것을 보고 조건 없이 27달러를 빌려줬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제도권 내에 있는 금융기관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융자해주는 시스템을 모색했다.

담보도, 보증도 없이 과연 대출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상환율은 97%에 달한다. 비결은 개인이 아닌 5명으로 구성된 그룹에 돈을 빌려주고 매주 일정액씩 갚도록 하는 데 있다. 대출금은 통상 ‘2대2대1’의 비율로 지급되는데 5명의 구성원 중 가장 가난한 두 사람에게 먼저 대출해주고 이들이 처음 6주 동안 주당 불입금을 약속한 대로 납입하면 그룹의 조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에게 대출해준다. 또한 이들이 6주 동안 불입금을 제대로 납입하면 마지막으로 그룹의 조장에게 대출해준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정직하고 재기하려는 의욕이 강한 사람들끼리 조를 짜서 오기 때문에 외부인이 신용평가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 선행 대부금에 대한 완납이 이뤄지고 나면 더 많은 대출을 보장하고, 계약 불이행자가 있으면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후속 대출을 거부함으로써 그라민은행은 그룹 대출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의 또 다른 특징은 대출자의 96%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의 고객은 남성이었으나 가정을 가진 여성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모성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동적인 남성들보다 훨씬 더 강인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회적기업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한 유누스 박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2007년 미국의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업가 3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여기에는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토머스 왓슨, 샘 월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과 같은 전설적 경영자들이 포함돼 있다.




고객의 핵심적 요구사항의 재정의

표적 고객이 바뀌지 않더라도 고객의 핵심적 요구사항을 잘 정의하면 사업의 기반이 확장된다. 기적의 동물원이라고 널리 알려진 다음 예를 보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인구 35만 명의 중소도시 아사히카와(旭川)시에서 운영하는 아사히야마(旭山)동물원은 인구 1200만 명이 넘는 수도 도쿄에 있는 우에노(上野)동물원을 제치고 2006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등극했다. 더구나 1년의 절반이 겨울인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동물원일 뿐 아니라 차로 두 시간 거리의 대도시 삿포로에 큰 동물원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말 그대로 ‘기적의 동물원’이 된 것이다. 누적된 적자 때문에 한동안 시에서 폐원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이 동물원이 어떻게 기적과 같이 변신할 수 있었을까?

보통 사람들은 일생 동안 평균 두 번 정도 동물원에 간다고 한다. 한 번은 어릴 때 부모의 손을 잡고 가며, 또 한 번은 부모가 된 후 자녀의 손을 잡고 가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 등과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본 생생한 야생의 모습을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지만 막상 가서 보면 우리에 갇힌 맹수들이 병든 것처럼 맥없이 누워 있을 뿐 아니라 역겨운 냄새까지 풍기기 때문에 더 이상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의 핵심 인재인 사육사들은 희귀 동물을 잘 번식시키는 것이 임무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당시 동물원장으로 있던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는 동물원을 찾는 고객들의 핵심적 요구를 “생생한 야생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추진했다. 먼저 “사육사의 본업은 사육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육의 궁극적 목적이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데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사육사라는 명칭도 사육전시사로 바꿨다. 그런 다음 야생에서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전시방법을 모색하고 ‘행동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사히야마동물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펭귄 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의 슬로건은 “펭귄을 날게 하라”다. 펭귄은 날지 못하지만 포유류와는 달리 부리와 깃털이 있고 알을 낳기 때문에 조류(鳥類)로 분류된다. 조류의 일종인 펭귄이 날지 못하게 된 것은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물속에 자주 들어가야 하고 천적이라야 바다표범 정도밖에 없으므로 굳이 하늘을 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날개가 헤엄치기 좋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속에서 펭귄의 날갯짓은 물고기나 바다표범 등과는 달리 새들의 날갯짓과 같기 때문에 ‘물속에서 난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183


펭귄이 물속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닥이 투명한 수조 안에서 펭귄이 마음껏 놀도록 하고, 투명 수조 밑에 관람로를 만들어 머리 위에서 펭귄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수면 위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펭귄이 물속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으로 바다표범 전시관을 보자. 물속에서 노는 바다표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투명한 기둥을 이용했다. 전시관 위층과 아래층에 바다표범이 놀 수 있는 큰 수조를 만들고 그 사이를 둥근 투명 기둥으로 연결했다. 위쪽이나 아래쪽 수조에서 놀던 바다표범이 중간의 투명 기둥으로 들어오면 관람객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둥근 기둥이 돋보기 역할을 해 생동감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184


오랑우탄의 예를 보자.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어로 ‘숲속의 인간’이라는 뜻인데 인간과 유전자 일치율이 97%나 된다고 한다. 숲속의 인간이라는 말처럼 오랑우탄은 먹고 자고 짝짓기 하는 것을 모두 나무 위에서 하기 때문에 상체가 매우 발달한 반면 하체는 빈약하다. 이러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오랑우탄을 우리에 가두어두니 병든 것처럼 골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이 17m의 우람한 기둥 두 개를 세우고 그 사이를 철골로 연결하고 철골에 밧줄을 매달았다. 사육사가 오랑우탄의 습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반대쪽 기둥 밑에 먹이를 두면 오랑우탄은 2개의 기둥 사이에 연결된 17m 높이에 있는 밧줄을 잡고 반대쪽으로 건너간다. 오랑우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사람들은 마음 졸이며 지켜보지만 악력(握力)이 500㎏이나 되는 오랑우탄은 오히려 신나게 움직이다. 그뿐 아니라 공중에 매달려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모습을 즐기며 소리까지 지르니 이제는 ‘사람이 동물을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보고 즐기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됐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이 무엇보다도 신경 쓴 것은 동물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고객들도 자유롭게 노는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혁신활동들은 고객과 그들의 핵심적 요구사항은 자신들이 이미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어떻게(How)’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라민은행과 아사히야마동물원 사례는 근본으로 돌아가 먼저 ‘고객(Who)’과 그들의 ‘핵심적 요구사항(What)’을 잘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널리 알려진 블루오션 전략은 이러한 고객 중심 혁신전략의 적용 절차와 방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