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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결정 다시 보기

캐나다에서 성공한 듀얼브랜드 전략 중국에선 처참히 무너진 까닭은

이동진 | 219호 (2017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세계 각지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미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캐나다 시장에 선두업체인 퓨처숍(Future shop)을 인수하면서 진출했다. 베스트바이는 ‘듀얼브랜드 전략’을 사용, 퓨처숍은 퓨처숍대로 유지하며 베스트바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베스트바이는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인 중국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중국 전자제품 유통시장 3위 기업 ‘우싱전기’를 인수하되 브랜드를 통합하지 않고 두 브랜드를 모두 유지했다. 하지만 그 같은 전략은 중국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 성공한 전략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중국 시장의 문을 열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의 성공을 가져다준 듀얼브랜드 전략은 베스트바이 브랜드가 별달리 힘을 못쓴 중국에서는 도리어 패착이 됐다.



편집자주

지금은 분명해 보이는 것도 시간을 되돌려 고민하던 때로 돌아가면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시간 차이’가 주는 묘미입니다. 흥미로운 기업 사례들을 선정해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의사결정을 되짚어봤습니다. 전략적 선택의 순간에 놓였던 기업들의 과거 결정과 현재의 결과를 대비해 시간 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행착오와 배울 점을 분석했습니다. 연재하는 사례들이 전략적 의사결정 연습을 위한 충실한 해설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 원고는 저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미래의창, 2014)>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현황이 덧붙여져 작성됐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정부 규제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일단 정부가 차량 공유 시장을 불법으로 규정해서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합법화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불법이 아닌 합법화도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중국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면 우버의 결정에 수긍이 간다.

중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1위 업체는 중국 업체인 ‘디디추싱’이다. 약 8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사업자로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우버가 선택한 건 물량 공세.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운전자와 승객들에게 보조금을 아낌없이 나눠줬다. 디디추싱도 맞불 작전을 펼쳤으나 자금력 때문에 반년 만에 보조금을 줄였다. 우버는 중국 진출 후 2년간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손해 봤을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런 기형적 구조가 택시업계의 반발을 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결국 나섰다.

‘원가 이하의 영업을 통한 경쟁을 금지한다.’ 중국 정부 규제의 핵심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금지한다가 아니고 출혈 경쟁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불법으로 규정해 시장 자체를 없애기보다 합법화를 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려는 시도다. 그동안은 불법화의 철퇴를 맞았던 우버지만 합법화 역시도 달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보조금 지급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그 길이 막혀 사실상 시장 지배력을 갖기 어려워진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합법화 선언 나흘 만에 우버는 중국 자회사를 디디추싱에 넘기고 디디 추싱 지분 20%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시장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된 시장은 아니다. 구글, 야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규제만 해결할 수 있으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까? 중국 시장의 복병이 정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만큼이나 중국 소비자들도 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바이’ 사례를 보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얼마나 난도가 높은 일인지 알 수 있다.



베스트바이의 중국 진출은 워스트 바이

(최악의 기업 인수)

베스트바이는 미국, 유럽,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 1000개 이상의 전자제품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했지만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했던 건 아니다. 첫 해외 진출까지는 설립 후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베스트바이는 캐나다의 선두 업체인 퓨처숍(Future shop)을 인수해서 캐나다 시장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베스트바이는 예상 밖의 전략을 선보였다. 퓨처숍을 그대로 유지하고 베스트바이와 경쟁하게 하는 ‘듀얼 브랜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1위 퓨처숍 외에는 뚜렷한 리딩 업체 없이 수많은 군소 업체들이 경쟁 중인 캐나다 시장에서 베스트바이가 2위 브랜드로 자리잡을 여지가 있고, 이미 시장 입지를 확보한 퓨처숍이 베스트바이로 상호를 바꿔 달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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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랜드 전략을 통해 베스트바이는 캐나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6년, 베스트바이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을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선정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캐나다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 전자제품 유통 시장 3위 기업인 ‘우싱전기(五星電氣)’를 인수해 중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캐나다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싱전기의 이름을 베스트바이로 바꾸지 않고 우싱전기와 베스트바이 두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듀얼 브랜드 전략을 펼쳤다. 캐나다에서는 타깃 소비자군을 차별화해 시장 잠식을 피했다면 중국에서는 지역 기반에 차이를 둠으로써 시장 잠식을 최소화하며 매출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우싱전기는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3∼4선 도시에 집중하고 베스트바이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1∼2선 중심 도시를 공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와 예상을 벗어나 결과는 워스트 바이(worst buy, 최악의 기업인수)로 판명났다. 2011년 2월을 기점으로 베스트바이는 중국 내 모든 베스트바이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고 자회사인 우싱전기를 통해 중국 경영 전반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 말에는 우싱전기마저 중국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중국에서 듀얼브랜드,

‘베스트바이+우싱전기’는 왜 고배를 마셨는가

1. 베스트바이 브랜드가 중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두 브랜드를 모두 유지하는 듀얼브랜드 전략은 각 브랜드의 이익의 합이 통합된 브랜드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클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채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로 미국과 소비문화나 환경이 유사한 캐나다에서 베스트바이는 퓨처숍과 다른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효과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달랐다.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하는 대신 베스트바이와 우싱전기, ‘듀얼브랜드’를 모두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자원을 배분해야 했지만 정작 듀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베스트바이의 존재감이 미약했다. 베스트바이가 도통 중국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듀얼브랜드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베스트바이는 중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걸까? 중국 소비자들은 어떤 이유로 베스트바이를 외면했을까? 중국에서 베스트바이의 실패 원인은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일반적인 단계인 ‘브랜드 인식 - 매장 체험 - 구매 결정’의 3가지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낮은 브랜드 인지도: 베스트바이가 뭐지?

베스트바이가 중국에서 철수하던 2011년에 실시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베스트바이란 브랜드를 들어본 적도 없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인지도 몰랐다. 베스트바이의 낮은 인지도는 경쟁사 대비 현저히 적은 매장 수 때문이다. 200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연 베스트바이가 2011년 중국 내 영업을 중단할 때 보유한 매장은 총 8개에 불과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졌음에도 베스트바이가 매장을 많이 내지 못한 건 중국 업체들의 견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2006년 베스트바이가 베이징 마뎬(马殿) 지역에 매장 개설 계획을 세우자 경쟁사인 궈메이(國美·Gome)가 먼저 부지를 차지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전국에 수백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지 업체인 궈메이, 쑤닝(蘇寧·sunning) 등의 견제와 텃세로 베스트바이는 브랜드를 중국 소비자에게 노출할 기회조차 찾기 어려웠다.

2) 익숙하지 않은 매장 체험: 블루 셔츠가 ‘불친절’로 다가가

베스트바이가 중시하는 전략 중 하나가 고객의 매장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블루 셔츠’라 불리는 점원들은 고객의 매장 경험을 최고로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나서서 고객의 구매를 독려하거나 매장 경험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들의 요청이 있는 부분에 한해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중국의 일반적인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고객이 먼저 점원을 찾지 않더라도 점원들이 각각의 제품에 대해 알려주며 쇼핑을 보조한다. 중국 고객들이 제품의 기능이나 사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 고객들에게 베스트바이는 친절하게 따라다니며 제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불친절한’ 매장으로 인식됐다.

게다가 베스트바이가 경쟁 우위로 내세우는 최고 수준의 추가 서비스는 대부분 유료 옵션이었다. 불행하게도 중국에서는 ‘배달 무료’ ‘조립 무료’ ‘무상 교육’ ‘AS 무료’ 등이 보편화돼 있었기 때문에 베스트바이의 유료 정책에 소비자들은 반감을 가졌다. 불친절한 데다가 ‘당연히 무료인’ 서비스에 돈을 내라는 매장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3)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유인 못해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 때문에 중국의 전자제품 유통업계의 모델은 ‘제조사 중심 유통 모델’이다. 유통업자들이 매장의 일부분을 제조업체에 임대해주면 제조업체 측이 직원을 파견해 재고 관리부터 프로모션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방식이다. 유통업자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제조업체들에 매장을 임대, 제품 구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 간의 경쟁을 유발해 가격 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다. 실제로 제조사 파견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비공식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미국식 ‘유통사 중심 모델’을 따랐다.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구매해 직접 고용한 현지 직원을 통해 미국식으로 표준화된 ‘편안하고 자유로운’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이로 인해 베스트바이는 중국계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재고 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또 중국 특유의 ‘관시(关系)’ 문화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베스트바이에 충분한 가격 혜택을 주지 않았다. 베스트바이가 가격 측면에서 중국의 전통적 유통방식을 따르는 경쟁자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던 이유다.



2. 듀얼브랜드 전략이 오히려 우싱전기의 경쟁력 약화시켜

베스트바이 자체는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베스트바이의 존재가 우싱전기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베스트바이가 고전하는 동안 우싱전기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과연 베스트바이와 우싱전기 사이에는 시너지가 발생했을까?

우싱전기는 장쑤(Jiang su·江蘇), 저장(Zhe Jiang·浙江) 지역에서 강한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강소 전자제품 유통업체다. 장쑤, 저장 지역 16개 도시의 면적과 인구 비중은 각각 약 1%와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GDP의 약 20%를 담당할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중국의 노른자 지역이다.

우싱전기가 이 지역에서 강력한 지역 기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벌집형 밀집 유통망’ 전략 덕분이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매장을 오픈하는 인해전술로 그 지역 사람들이 다른 매장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도, 찾을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이 전략은 가처분 소득이 높고 가격 민감성이 낮은 장쑤, 저장 지역의 부유한 소비자들을 만나 큰 성공을 거뒀다. 가격에 덜 민감한 여유 있는 이 지역 소비자들이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거나 제품별 할인율을 고려하는 등 재거나 따지지 않고 눈에 잘 띄는 우싱전기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구매했던 것이다.

베스트바이는 듀얼브랜드 전략을 채택하면서 우싱전기가 장쑤, 저장 지역에서 세력 확장을 지속하면 베스트바이가 상하이에 신규 진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강 삼각주 지역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략과 운영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 오히려 듀얼브랜드 추진 과정에서의 변화와 자원배분이 우싱전기에는 ‘마이너스’가 됐다.

베스트바이는 우싱전기를 인수한 후 베스트바이의 아시아지역 총책임자인 양더밍(楊得銘)을 우싱전기 CEO로 임명했다. 이로 인해 우싱전기의 창립자이자 오랫동안 CEO를 지냈던 왕젠궈(楊得銘)가 회사를 떠났고 우싱전기의 조직 내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또한 베스트바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우싱전기에 대한 예산 및 인력 지원도 대폭 삭감했다. 내부 조직 변화와 자금난 속에서 우싱전기는 강점이었던 벌집형 밀집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없었다. 주요 경쟁자 중 하나인 쑤닝이 매장을 2006년 351개에서 2010년 1340개로 늘려 1000여 개 더 오픈한 데 반해 베스트바이의 인수 후 우싱전기의 매장은 2006년 140개에서 2010년 160개로 20여 개 증가에 그치는 등 성장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결국 듀얼브랜드 전략은 베스트바이의 시장 진입과 우싱전기의 지역 기반 다지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만 베스트바이 중국지사는 하이신(海信), 하이얼(海尔), 창홍(長虹), 샤화(厦华) 등 중국 주요 가전업체를 공급선으로 확보하며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의 베스트바이 매장에 중국산 전자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구매센터 역할을 수행했다. 베스트바이는 2011년 중국에서 베스트바이 브랜드를 포기했지만 우싱전기와 글로벌 구매센터의 영업은 상당 기간 지속했다.1 베스트바이 중국 지사가 성공적으로 공급선을 확보하고 글로벌 구매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현지 업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던 우싱전기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효과가 베스트바이의 중국 시장 퇴출과 우싱전기의 저조한 성장을 상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캐나다에서는 통했으나 중국에선 실패한 듀얼브랜드

중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다. 캐나다 이후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던 베스트바이가 중국 진출을 결정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시장에서의 성공은 중국 시장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이에 부합하는 적절한 전략이 수반됐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중국 시장의 화려한 규모에만 매료돼 충분한 시장 분석과 검토 없이 캐나다에서의 성공적인 전략을 답습한 베스트바이에게 기다리고 있던 결과는 ‘1+1=0.5’라는 아쉬운 성과뿐이었다.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단기간 내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베스트 바이(최고의 기업 인수)일까? 베스트바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인수 자체가 시장 진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인수 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베스트 바이(최고의 기업 인수) 여부가 결정된다.

듀얼브랜드 전략도 상황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캐나다에서 베스트바이의 듀얼 브랜드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과 캐나다의 소비 문화가 유사한 환경에서 현지 업체 퓨처숍과 베스트바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근접한 두 브랜드 매장이 오히려 전자제품 쇼핑구역을 만들어냈고, 또 두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이 미세하게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으며 양쪽 모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반면 중국에서의 듀얼브랜드 전략은 패착이었다. 인수한 우싱전기와 베스트바이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지 않고 각각 유지하며 시너지를 꾀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다.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중국 시장에서 미국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베스트바이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기는커녕 존재감이 없었다. 1∼2선 중심 도시와 3∼4선 지방 도시를 구분해 중심 도시는 베스트바이가 공략하고 우싱전기가 지방 도시 시장을 다진다는 방침이었지만 1∼2선 중심 도시의 고객들도 미국에서 건너온 베스트바이 매장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낯설어 했다. 업계 3위 업체를 인수한 점도 고전한 배경 중 하나다. 1, 2위 업체의 극심한 견제 속에서 제아무리 글로벌 유통업체라 해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모든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은 없다. 전압이 다르기 때문이다. 110V인 전자제품의 코드를 220V에 꽂으면 전자제품이 망가질 수 있다. 반대로 220V인 전자제품은 110V 환경에서 힘을 잃는다. 전자제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별로 전압을 조정해주는 어댑터가 필요하듯이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시장 상황에 발 맞춘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전자제품 카테고리 킬러인 베스트바이의 중국 진출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 dongjin.lee@travelcode.co.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리버와이만과 CJ E&M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여행의 가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여행사 트래블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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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듀얼브랜드(Dual Brand)

듀얼브랜드 전략이란 상호 이익과 시너지를 위해 복수의 브랜드를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여러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적응해 모회사의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듀얼브랜드의 장점은 기존에 세워진 브랜드 이미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며 각각의 브랜드들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타깃과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시장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점령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반면 각 브랜드의 전략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는 경우 모기업에는 손해가 날 수도 있다. 또한 브랜드 간의 이미지 차이가 미미하다면 한쪽의 이미지가 다른 쪽으로 희석돼 전략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될 것이고, 날이 더우면 부채 장수가 잘될 것이라 생각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처럼 듀얼브랜드 전략의 성공 여부는 환경에 맞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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