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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IST·CKGSB ‘China-Korea EMBA’ 지상중계

메리트 사라지는 중국 시장? 새 사업기회로 설레는 시장!

김남국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경제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는 급증하는 인구, 저렴한 노동력, 강력한 투자, 무역 활성화 등의 수혜를 받았지만 이런 요인들로 인한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구조 전환기에 새로운 기회도 동시에 생겨난다.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글로벌 주류업체인 디아지오는 중국 브랜드 인수를 계기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또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산업의 구조가 변한 철강 시장에서 자오강닷컴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편집자주

DBR은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와 CKGSB(장강경영대학원)가 공동 개설한 ‘China-Korea EMBA’ 과정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CKGSB는 홍콩의 리카싱재단 후원으로 설립됐으며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등 8000여 명으로 구성된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를 자랑합니다. 현재 1기 과정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5월19일 2기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략 수립을 위해 1월12일부터 15일까지 상하이에서 진행된 ‘벤처캐피털 가치평가 및 사례분석’을 주제로 한 리샤오양 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과정문의: sykim@assist.ac.kr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많은 기업이 고통을 받지만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창출된다.”

중국의 명문 MBA스쿨인 CKGSB(장강경영대학원) 리샤오양 교수는 산업의 구조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구조가 바뀌고 있는 현 시점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에서 경영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4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8년에는 세계은행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8년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4년에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리 교수가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와 CKGSB가 공동으로 개설한 ‘China-Korea EMBA’ 과정에서 강의한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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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중국 상하이 진마오타워에서 열린 ‘China-Korea EMBA’ 수업에서 리샤오양 교수가 중국 경영환경의 변화와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 경제 환경의 변화

중국은 고도성장기에 GDP 성장률이 14%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부의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4조 위안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면서 고속철도 인프라 건설 등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0%대의 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건설한 고속철도는 베이징과 상하이 한 노선에서만 흑자를 내고 있으며 부실 공사로 인한 후유증도 경험했다. 올해 중국은 6.7% 성장을 예측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기여했던 인구 보너스(인구로 인한 경제성장 혜택)가 줄어들고 있다. 많은 중국 가정은 ‘4-2-1’ 체제를 갖고 있다. 즉, 양가 부모 4사람이 고령층에 있고, 부모 2사람이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한 자녀 정책으로 한 명의 자녀만 있는 상황이다. 이런 체제하에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평생 모은 돈을 증여해서 집을 사주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지만 계속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는 것은 이런 구조 때문이다. 이런 게 인구 보너스다. 그런데 두 자녀 정책으로 인해 인구 보너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두 번째 자녀를 낳는 가정이 많다. 물론 인구 보너스는 줄더라도 수혜를 얻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 1980년대생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품질의 분유를 먹이고 고급 유아용품을 구매한다. 즉, 인구 보너스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품질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과거 중국 경제는 노동력 보너스도 향유했다. 농업에 종사했던 많은 인력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경제 성장에 기여했는데 이런 대규모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또 도시에 와서 일자리를 얻은 많은 농민공들은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면 상하이로 호적을 옮겨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못한 농민공들이 많았다. 그래서 현재 중국 정부는 도시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과거 도시화 정책은 도로와 건물을 짓는 데 치중했다면 현재의 도시화 정책은 도시의 삶을 향유하지 못하는 농민공들이 교육과 의료 문화 등 다양한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에는 투자 보너스도 한몫을 했다. 즉,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경제 성장의 강력한 원천이 됐다는 뜻이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의 모든 토지는 정부의 소유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정부 정책의 변화로 토지는 유통이 가능한 생산 요소로 변모했다. 소유권은 여전히 정부가 갖고 있지만 70년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용권 거래로 인해 정부는 세수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세율도 높은 수준이다. 현재 중국에서 법인세는 33%로 높은 수준이다. 세율이 높기 때문에 민간 기업은 절세와 탈세를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

이렇게 많은 세수를 확보한 중국 정부의 투자는 GDP 상승의 강력한 원천이 됐다. 또 민간 기업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자 토지 이용권을 구매한 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아서 식량 안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경작 가능한 토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자 중국 정부는 식량 안보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해당 지역에 호적을 두고 있는 사람만 부동산을 사게 한다거나 대출을 제한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일반 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도 규제하고 있다. 그러자 섀도뱅킹, 즉 규제를 피해 부동산 투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국유기업 대출을 선호한다. 국유기업들은 정부 소유여서 안정성이 높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담보나 신용 모두 부족하다. 그래서 민간기업들의 융자 비용이 높고 이로 인해 민간 분야의 제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무역 분야의 보너스도 사라지고 있다. 과거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그러나 토지비용과 노동비용이 올라가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많은 업종에선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자원 분야의 보너스도 약해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자원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일례로 샨시성 등에서 노천 석탄 광산을 개발할 때 미세먼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발전소나 철강업체 등도 유황이나 이산화탄소 등을 여과하지 않고 배출했다. 베이징 주변 허베이성에 민영 제철소 수천 개가 모여 있다. 원래 베이징에 있다가 규제가 심해지면서 주변 지역으로 이전한 것인데 소규모 제철소들은 원가를 줄이기 위해 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제철소 문을 닫게 하면 실업 문제가 생겨 사회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축 보너스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인들은 과거 소득의 60∼70%를 저축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저축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대신 소비가 늘고 있다. 또 2005년 8월 환율 개혁을 하면서 중국 자본의 외부 유출도 심해지고 있다.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위안화를 달러로 바꿀 수 없었는데 2008년 이후부터 중국 정부는 1년에 5만 달러의 외환 보유를 허용했고 많은 중국인들이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외환보유고는 2008년
4조 달러 수준이었다가 2017년 초에는 3조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보너스가 줄어들면서 중국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혁신을 추진하는 게 좋은 방법인데 기본적으로 혁신은 실패율이 높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펴고 있다. 첫째가 경제 뉴노멀(new normal)이다. 뉴노멀을 뜻하는 ‘신창타이(新常態)’란 말이 요즘에 중국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과거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다. 고도성장기가 끝났다는 판단에서 이런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신창타이는 ①고도성장에서 중고속 성장으로 전환하고 ②발전의 구조 불균형을 최적화하며 ③발전 동력을 요소 투자형에서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발전 구조의 불균형을 최적화한다는 것은 중국이 철도나 건물을 지을 수는 있지만 정밀기기를 만들지 못해 핵심 요소나 기술을 수입해야 하는 구조상 불균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공급 측 개혁이란 용어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공급 측 개혁은 생산능력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시장의 수요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B2C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제는 C2B2C(Customer to Business to Customer)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서 소비자들에게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공급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국제정세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났는데 그는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중국에 압박은 가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따라서 이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문제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비즈니스맨이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은 중국에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욕심을 부리거나 중국을 압박하는 일이 생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은 시진핑 주석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같은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리콴유는 민주적 리더는 아니었지만 개혁과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 지도자로서 중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도전

과거 국유기업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았다. 예를 들어 부동산 회사는 지방정부의 부동산국, 담배 업체는 담배국, 철도 업체는 철도국의 통제를 받는 식이었다. 각 영역별로 행정기관의 감독을 받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주룽지 총리 취임 이후 1998년 국유기업 개혁이 단행됐다. 국무원이 120여 기업 담당 부서를 40개로 줄였다. 또 발전계획위원회와 국유자산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이 조직을 기반으로 국유기업을 관리했다. 과거에 비해 정치와 경제가 다소 분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치는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공산당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당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 내에 당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현대 기업에서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등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국에서는 당위원회의 역할이 커지면서 여러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국유기업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 대규모 국유기업들은 급여 제한이 있다. 자산을 수조 위안 갖고 있는 회사도 급여는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을 넘어서면 안 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중국 민영기업들도 큰 도전 과제를 갖고 있다. 최근 중국의 유명 기업인이 중국보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한 동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토지의 영구적 소유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일정 기간 이용권만 소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땅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또 비싼 통행료 등으로 인해 중국의 물류비가 상승하고 있고 은행 대출 이자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고 있는 이유는 그나마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건비는 최근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민영기업 근로자들은 주당 6∼7일씩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민영기업의 어려운 업무 환경을 참아내면서 버텨주는 노동력 덕분에 생존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데 물류가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면 금방 갖다 준다. 20대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하루 종일 음식을 배달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노동 강도를 견딜 수 없다. 젊은이들이 체력을 기반으로 해서 저부가가치 노동을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고숙련 노동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력 우위가 현재 중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올라가고 있어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과 외국 기업의 중국 국유기업 인수

과거 중국에 증권시장이 만들어졌을 당시 기업은 모두 국유기업이었다. 증권시장 운영을 위해 중국 정부는 국가와 국자위가 소유한 주식(비유통주식)과 시장 유통이 가능한 주식으로 구분했다. 그러다보니 한 회사의 주식이라도 유통주냐, 비유통주냐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시노펙이나 페트로차이나 등은 80%가 비유통주였다. 20% 정도의 주식은 가격이 있긴 하지만 80%를 차지하는 비유통주와의 가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2005년 중국의 증권당국은 국가가 가진 주식을 시장에서 매매 가능한 유통주로 개혁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즉, 일부만 남기고 대부분 주식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했다.

디아지오는 세계적 양주업체로 보드카, 맥주, 위스키 등을 판매한다. 디아지오는 거대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에 진출했는데 이 회사는 글로벌화 과정에서 대체로 현지의 양조 공장을 인수했다. 중국에 진출한 디아지오는 수이징팡(水井坊) 브랜드를 인수했다. 수이징팡은 쓰촨성에 있는 쓰촨취안싱주식회사(이하 취안싱)가 2000년 출시한 고급 브랜드였다. 국유기업 민영화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술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고 쓰촨성에는 유명한 술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이징팡을 만드는 취안싱은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

취안싱은 다각화된 회사였다. 술 사업 외에도 부동산, 학교, 병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했다. 취안싱은 수익을 많이 내는 그룹을 별도로 분리해서 상장했다. 그 뒤에 양자오지 취안싱그룹 회장은 상장사의 모기업 지분을 100%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경영자가 국유기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는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된다. 하나는 국유자산 유실 문제다. 만약 1억 위안의 가치를 지닌 회사를 경영진이 5000만 위안에 사들인다면 국유자산을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 또 국유기업 회장의 연봉이 뻔한데 어떻게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 주식을 살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비리나 횡령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국유기업 민영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밖에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양자오지 회장은 여러 투자회사나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모았고, 노조를 찾아가서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 결국 취안싱그룹 지분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자금의 대부분은 금융시장에서 조달했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받은 자금을 상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채 상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상장회사의 자산을 분리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침을 추진했다. 취안싱은 양조업, 부동산업 등을 매각했고 주주에게 고율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지분을 담보로 융자를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마침 2006년 디아지오는 중국 시장 진출을 원했다. 그래서 취안싱은 자산 일부를 팔기 위해 디아지오와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중국 기업 인수에 제약이 많다. 유명 브랜드의 경우 외국계가 50% 이상 지분을 초과 소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외국인투자 심사제가 취소됐고 네거티브 리스트(외국인이 지분을 사지 못하는 분야만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수이징팡은 유명 브랜드였기 때문에 디아지오는 49%만 인수할 수 있었다. 나중에 국가 유명 브랜드 제한이 없어지자 디아지오는 53%까지 인수했고 수이징팡사업부는 디아지오의 자회사가 됐다. 또 중국에서 상장사를 인수하고 싶다면 그 회사의 모든 주주에게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는 오퍼를 해야 한다. 디아지오는 대신 간접인수 방식을 택했다. 모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많은 상장회사들이 그들의 모회사 주주가 외국회사인 경우가 많다.

디아지오의 지분 인수 후 중국의 전반적 시장 환경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반부패 정책이 강화되면서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거나 공금을 이용한 회식 등이 엄격히 제한됐다. 그래서 주류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디아지오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는 어려워졌다. 중국에서는 정책적 환경에 따라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사례가 많다. 디아지오는 과거 외국계 CEO에게 경영을 맡겼으나 최근 중국인 CEO를 임명했다. 중국의 국유기업에는 능력 있는 CEO들이 많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인을 CEO로 임명할 것인지, 본부에서 파견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디아지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중국에는 ‘연대자본주의’라는 말이 있다. 동창이나 사제 관계, 상사나 부하직원 관계 등을 통해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주의는 관계에 의존해 발전한 사례가 많다. 믿을 만한 사람, 비서나 친척을 통해 민영화가 추진됐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모든 중대형 국유기업의 재산권 이전은 공개된 거래소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2007년 국유자산 유실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IBM의 PC사업을 인수한 레노버를 보자. 중국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하던 류촨즈는 컴퓨터 자판이 모두 영어로 돼 있던 시절 중국어 자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중국어 자판을 개발했고 레노버를 설립해 IBM과 MS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이후 레노버는 빠르게 성장했다. 여러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창업자인 류촨즈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다. 류촨즈는 중국과학원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마침 정부 측에서도 국유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노버의 지분을 팔기로 했다. 당연히 재산권거래소를 통해서 거래가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정부 과학위원회는 레노버처럼 큰 기업의 지분을 거래할 때는 이 기업을 인수하는 사람은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건을 내걸었다. 자금 확보 여부, 경영이념, 다양한 부대조건 등을 제시했다. 결국, 레노버 지분을 매각할 때 자격을 갖춘 기업은 부동산업체 하나밖에 없었다. 이 부동산업체는 류촨즈의 친한 친구가 소유한 회사였다. 결국 류촨즈가 많은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0년 전 모든 은행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민영 은행 설립을 추진했다. 그 은행이 바로 민생은행이다. 중국 최초 민영 은행 설립 당시 많은 민간기업은 민영 은행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에 투자하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 좋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기업이 은행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당시 민생은행은 주주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때 홍콩의 한 부동산 회사가 민영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투자할 돈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민생은행에 투자를 추진했다. 그런데 당시엔 외국계 자본의 중국 은행업 투자는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홍콩 부동산회사는 대륙에 있는 한 회사를 찾아서 그 회사에 돈을 주고, 대신해서 지분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계약서도 체결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민생은행은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상장까지 해서 기업가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자 홍콩회사는 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그런데 대륙의 회사가 계약을 지킬 수 없다고 나왔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가 너무 커서 이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합의는 지분투자가 아니라 단순 대출이었을 뿐이라고 우겼다. 즉, 투자원금과 이자만 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홍콩회사는 화가 났다. 그래서 대륙 회사를 최고 인민 고등법원에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법률은 외국계 회사가 중국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었다. 사적인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합법적 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대륙 회사가 일부 자금만 보상해주는 선에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홍콩 회사는 원래 받을 수 있는 금액의 30%밖에 받지 못했다. 중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분쟁이 생기면 관활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 중국 법원은 현지 기업을 보호하려 한다. 중립적 지역이나 제3의 지역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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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오양 CKGSB 교수


산업구조 개편을 기회로 성장한 자오강닷컴

2009년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원자재 산업, 즉 철강, 시멘트, 유리 등 다양한 산업들이 영향을 받았다. 고속성장기(2000∼2007년)에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됐고 철강이나 시멘트 업체는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갖게 됐다. 당시 철강업체는 판매에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중개업체를 통해 물건을 납품하고 돈을 받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중간 유통 채널도 무척 복잡했다. 철강업체가 대규모 도매상에게 물건을 넘기면 이 도매상은 다른 유통채널을 거쳐 지역의 소규모 유통점으로 철강을 유통했다.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많은 유통업체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철강을 유통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기도 했다. 이 회사들은 창고에 쌓인 철강을 담보로 은행의 융자를 받았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로 수요가 줄어들자 톤당 철강 가격이 50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떨어졌다. 재고도 넘쳐났다. 철강을 사재기했던 유통회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철강 유통업체들은 불법적인 일도 저질렀다. 여러 은행에서 철강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했다. 결국 철강 가격이 떨어지자 큰 부실이 생겼다.



복잡한 유통 절차 등으로 인해 철강 유통의 효율성은 크게 저하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기업들은 철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철강은 표준화된 제품이다. 자오강닷컴은 이런 중국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거대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할 수 있게 했다. 알리바바의 B2B사이트도 철강 거래가 가능하긴 하지만 철강에 전문화된 플랫폼을 구축하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오강닷컴은 초기 소규모 철강 제조업체의 공급 현황을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또 철강 구매의향이 있는 소기업의 정보도 공개했다. 이후 자오강닷컴 2.0버전에서는 사이트를 통한 거래가 가능했다. 사이트가 유명해지자 대형 제철 기업이나 국영기업들도 이 사이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업체가 거래에 참여하자 사이트의 공신력이 강화됐다. 거래 규모도 커졌다. 처음에는 판매 중개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직접 판매하는 사업도 벌였다. 또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자전거 제조업체가 철강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물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철강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금도 필요하다. 자오강은 이런 고객들의 니즈를 발견했고 가공 물류, 운송, 대출 등 부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오강은 사업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 데이터를 확보했다. 만약 매달 일정량의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이라면 지속적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자오강닷컴은 정확성 높은 신용정보를 토대로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다. 자오강닷컴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참여 기업이 없어서 철강업체들을 하나씩 찾아다녔고 회사 CEO들과 술을 마시면서 친구로 만들어 자오강닷컴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불경기라고 볼 수 있지만 철강 같은 생산능력 과잉 업종에서 새 기회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철강산업이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면서 이 과정에서 철강 생산업체와 철강 구매업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해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자오강닷컴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리=김남국 DBR 편집장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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