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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GS홈쇼핑의 CVC 전략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 CVC(기업주도 벤처캐피털)에 답 있다

유영진,조진서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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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모바일 쇼핑 시대에도 업계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한 GS홈쇼핑의 사내 벤처투자 전략

1. 벤처투자팀의 직간접투자를 통해 260여 개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운영

2. 피투자사의 당면 문제를 해결해주는 단기 파견 전문가 집단 ‘CoE’ 운영

3. 투자사들 간, 혹은 투자사들과 기존 조직 간의 우연적인 창발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조직구조와 각종 혁신 툴 사용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백성진(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사옥. 2년 전 문을 연 이 건물은 가운데가 정원처럼 비어 있어 옥상에서 1층까지 햇볕이 따스하게 쏟아진다. 여기 한 층에는 일반적인 칸막이 좌석 외에도 대여섯 명이 함께 쓸 수 있는 넓은 탁자와 회의실들이 배치된 탁 트인 공간이 있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전략본부 직원들과 사내 벤처 엑셀러레이터라 할 수 있는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프로그램 참가팀들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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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은 구글이나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주도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를 쇼핑업이라는 분야의 특성, 또 한국적 기업문화의 특성에 맞게 변용해 적용하고 있다. 단지 재무적 투자 성과 혹은 연구개발(R&D) 투자 성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벤처 조직과 대기업 조직이 인적으로 밀접하게 엮여 함께 근무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IT(정보기술), 테크 업계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반 대기업도 참고할 수 있는 CVC 사례로 GS홈쇼핑의 도전 과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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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의 최전선에 서다

과거 ‘홈쇼핑’은 카탈로그 판매와 TV/라디오 채널 등을 통한 판매를 말했다. 홈쇼핑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 카탈로그 판매는 가정집에 여러 제품을 소개한 카탈로그북을 우편이나 인편으로 보내주면 소비자는 그걸 보고 전화나 편지, 웹사이트 등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주문하는 형태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TV홈쇼핑은 산업 전체의 구도를 바꿔놓았다. 미디어로서의 TV의 위력을 이용해 소품종 대량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홈쇼핑 산업의 첫 번째 지각변동이었다.

한국의 TV홈쇼핑 산업은 1995년 케이블TV 방송 개시와 함께 시작했다. 이전까지 TV 채널은 공용 주파수대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는 4사(KBS, MBC, SBS, EBS)와 일부 지역에서 수신 가능한 미군 채널 AFKN 정도였지만 케이블 네트워크나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 개의 채널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렸고 TV홈쇼핑도 그 안에 들어가게 됐다. 최초 사업자는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과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이었으며 현재는 7개 홈쇼핑 업체와 10개 T커머스1  업체 등 총 17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이 중 GS홈쇼핑과 CJ오쇼핑, 현대홈쇼핑이 빅 3로 꼽힌다.

경쟁이 치열한 유통시장 환경 속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홈쇼핑 업계들은 꾸준히 혁신과 변신을 추구해왔다. 우선 상품의 구색이 늘었다. 초창기엔 전자제품과 값싼 의류, 일상 잡화, 식품에 치중했지만 현재는 보험, 여행, 공연 같은 무형의 상품을 비롯해 심지어 아파트까지 판매한다. 고객 서비스 역시 업계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 상위 업체들은 빅데이터 분석과 콜센터 확장 등을 통해 꾸준히 반품률을 낮춰왔다.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변화가 판매 채널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카탈로그에서 TV로의 대전환이 있었던 것처럼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등장, 특히 모바일 쇼핑의 급부상은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을 긴장시켜왔다.

GS홈쇼핑은 인터넷 초창기였던 2000년에 LGe숍을 열어서 온라인 쇼핑몰의 선두주자로 활약했다. 또 모바일 서비스 역시 경쟁사보다 앞서 관심을 갖고 투자해왔다. 2016년 3분기 기준 매출은 TV/모바일/인터넷/기타 분야가 약 6대2대1대1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GS홈쇼핑은 플랫폼 다변화와 함께 지리적인 다변화 역시 추구해왔다. 2009년 국내 홈쇼핑업계 최초로 해외(인도)에 진출했으며 이후 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총 8개국에서 현지 사업자들과 공동투자로 합작법인을 세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수평적, 수직적 확장과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을 통해 회사는 창립 후부터 꾸준히 매출을 키워왔다.





CVC 전략의 필요성 대두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고 모바일 커머스의 상업적 가능성이 확인되자 GS홈쇼핑도 몸이 달았다. 방송과 패션에 밀접하게 연계된 업계 특성상 사내 분위기도 비교적 혁신과 변화에 개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내 역량만으로 급변하는 외부 환경을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직원 1000여 명을 가진 유통 대기업으로서 아무래도 IT에 기반을 둔 벤처 스타트업들처럼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당장 젊은 세대들의 TV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TV 대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예 TV가 없는 집도 많아졌다. 이는 홈쇼핑업의 기본 전제인 ‘소품종 대량 판매’라는 특성까지도 위협하게 됐다.

“TV홈쇼핑은 한 제품을 전 국민에게 파는 포맷이다. TV는 일방향이다. 1대n의 매체다. 그런데 요즘 유통을 바라보는 고객들은 n대n의 포맷을 원한다. 내가 원하는 걸 조합해서 나만을 위해 제공해주는 판매자를 찾는다. 온 국민이 하나의 제품만 보고 같이 그걸 사는 건 싫다는 것이다. 이런 제약 조건, 압박 요인들 때문에 TV 커머스라는 비즈니스가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회사의 메인 비즈니스가 될 것인지,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한 지 오래됐다.” 박영훈 전무(미래사업본부장)의 말이다.

회사는 과거 웹 기반 온라인 쇼핑몰 사업(LGe숍)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었기 때문에 모바일 쇼핑몰 사업도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다. 그런데 모바일은 웹 비즈니스와 달리 투자를 해도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G마켓과 이베이 같은 ‘오픈마켓’, 쿠팡,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경쟁자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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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놓고 GS홈쇼핑 경영진은 모바일 비즈니스와 웹 비즈니스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됐다. 웹 쇼핑몰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구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TV 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MD가 엄선해서 넓은 화면에 깔아놓으면 고객은 집에 앉아서 그걸 보고 주문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 모델에서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좋은 물건을 많이, 저렴하게 소싱해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유통하는 것이다. 비핵심 영역인 IT 개발은 되도록 아웃소싱을 줬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온라인 전문 쇼핑몰들이 들어오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쿠팡과 티켓몬스터 같은 업체들은 시작부터 IT가 유통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봤다. 이들은 IT 개발인력을 모두 인하우스(in-house)에 배치하고 매일매일 소비자 반응에 따라 모바일 서비스를 재구성했다. IT를 아웃소싱해오던 대기업은 따라가기 어려운 서비스 개발 속도였다. 2013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한풀 꺾였다. 매출 성장세 역시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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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은 좋은 물건, 싼 물건 공급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건 고객의 경험이었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다 관리하고 고객의 경험 관점에서 사업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걸 전사적으로 깨닫게 됐다.” 박 전무의 말이다. 이 즈음부터 대표이사인 허태수 부회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모바일 퍼스트’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기 시작했다.

변화의 필요성은 조직 전반에서 인정하게 됐지만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업계 1등으로 달려온 기업인 만큼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고 백지에서 새출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여전히 TV와 웹 쇼핑몰 사업은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최적화된 사업구조를 섣불리 바꾸기 어려웠다.

신사업팀을 만들거나 태스크포스를 조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현업 부서에서 ‘에이스’ 사원들을 차출하면 해당 부서의 사기는 저하되고 실적에도 악영향이 온다. 그렇게 무리해서 만든 신사업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 회사는 오랫동안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신기술에 대한 투자는 몇 년이 걸려야 수익성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 내부의 태스크포스는 1∼2년 안에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해체되곤 한다. 이런 이유로 경영진이 내린 결론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힘,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2014년경의 상황이다.

다행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경험은 이미 타 기업보다 풍부했다. GS홈쇼핑은 2011년에 버즈니와 에이플러스비, 2013년에 텐바이텐과 빙글 등 몇몇 스타트업에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버즈니는 포스텍의 공학자 두 명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원래는 맛집 소개 사이트였지만 GS홈쇼핑으로부터 8억 원을 투자받은 것을 계기로 여러 홈쇼핑업체의 방송 편성 정보를 모아놓고 가격까지 비교해주는 ‘홈쇼핑모아’ 서비스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스타트업 업계 용어로 ‘피벗(pivot)’을 한 것이다. 또 텐바이텐(10x10.co.kr)과 에이플러스비(29cm.co.kr)는 특정 고객층을 집중 공략하는, 이른바 ‘버티컬(vertical)’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들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홈쇼핑과는 달리 취향이 까다로운 소수를 타깃으로 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생활용품과 의류, 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이렇게 2011년부터 이어진 여러 스타트업에 대한 간헐적 투자는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시장을 탐색한다는 의미가 더 강했다. 이제는 탐색만으로는 부족했다.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좀 더 체계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와 엮여서 그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빨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였다. 2014년 컨설팅사 엑센추어의 도움을 받아 실리콘밸리 등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의 사례를 벤치마킹했고 이를 바탕으로 GS홈쇼핑에 맞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미래전략본부 산하에 투자파트, CoE(Center of Excellency), GCU(Greater China Unit)의 세 파트가 구성됐다. 내외부에서 벤처투자, 전략, IT 등 인재들이 모였다.

쟁쟁한 투자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외부 펀드를 쓰지 않고 굳이 회사 내에 자체적인 벤처투자 부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 투자기관을 고용하면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투자 역량의 내재화가 어렵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외부의 혁신을 이해하고, 그 외부 혁신을 내부로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할을 외부 사람이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 순간 그것은 재무적 투자가 돼버립니다. 우리의 전략이나 비전은 매일매일 바뀌고 미묘하게 진화해나가는데 외부인은 그것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박 전무의 말이다.


벤처투자 마일스톤


- 2011년 버즈니 지분 투자(홈쇼핑 가격 비교 서비스)

- 2013년 5∼8월 에이플러스비 인수 (디자인상품 쇼핑몰)

- 2013년 8월 텐바이텐 인수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 2015년 1월 미래전략본부 내 벤처투자팀 설립, CVC 전략 수립

- 2016년 1월 GWG(Grow With GS) 1회 행사

- 2016년 9월 기준 16개 기업, 8개 외부 벤처펀드에 총 1380억 원 투자(약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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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투자 전략

GS홈쇼핑의 벤처 투자는 CVC의 형태를 띤다. CVC는 기업(주로 대기업)이 자체 투자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서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투자기관이나 전통적인 벤처캐피털과는 달리 CVC는 시간적,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또 대기업-스타트업 간의 협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모델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만든 GV(구글벤처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삼성, 두산, 한화, CJ 등 첨단산업 및 문화산업 분야 여러 대기업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2

CVC 투자의 기준도 다음과 같이 정리됐다.

1) 전략적 투자 대상 물색: GS홈쇼핑에 새로운 가능성을 줄 수 있는 회사, 가능성이 있는 분야(도메인)를 택한다.

2) 스테이지 설정: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 A/B/C, M&A에 이르기까지 어떤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인지 고려한다.3

3) 지역 안배: 한국, 중국, 동남아,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각 지역에 대한 전략에 맞는 스테이지의 투자대상과 투자전략을 선정한다.

4) 재무적 가능성 확인: 펀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자사로부터 최소한의 재무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투자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잡았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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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접투자: 외부 벤처 펀드에 투자. 특정 사업 영역이나 특정 지역에 진입하고 싶지만 경험이나 지식, 역량이 부족해 학습이 필요한 경우 현지 파트너에게 돈을 줘서 간접투자한다.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많은 회사들과 접촉하며 시장을 배울 수 있다.

2) 직접투자: GS홈쇼핑과의 협업을 통해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는 지분에 직접투자한다. 현재까지는 한국과 미국에서만 하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14개 회사에 적게는 3%부터 많게는 32%까지 투자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 e북, 모바일 헬스 서비스, SNS 커뮤니티, 모바일 웹페이지 관리 등 분야는 다양하지만 GS홈쇼핑의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면 시리즈 A/B 단계에 들어가 10억∼20억 원을 투자해 10∼20% 정도의 지분을 받고 이사회 참여 권한을 얻는다. 이사회 미팅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식을 얻는다.

3) 인수합병: 직접투자가 들어간 회사 중 GS홈쇼핑의 본 사업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텐바이텐과 에이플러스비(29㎝)가 이런 형태로 지분 비율을 높여 인수됐다. 자회사가 되더라도 경영의 자율성은 존중한다. 사옥은 물론이고 물류시설과 유통채널도 독립적이다. 인수의 목적 자체가 ‘비용절감을 통한 시너지’가 아니라 ‘성장 잠재력 있는 신규 사업모델의 발굴과 육성 및 신기술 확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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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으로는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한 기업 중에서 궁합이 잘 맞는 회사에 추가로 직접투자를 집행하고, 직접투자한 회사 중에서 특히 시너지가 많이 나는 대상을 인수합병하는 식의 계단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직간접투자를 통틀어 GS홈쇼핑이 관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26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 중국, 미국, 동남아, 중동 지역에 분산돼 있다. 숫자로만 보면 간접투자한 회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투자액으로 보면 간접투자와 직접투자, 자회사의 비율이 약 1대1대1을 이루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투자 약정 금액은 약 1500억 원이다. (약정 금액은 순차적으로 투자된다). 2017년도에도 5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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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최소한의 재무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펀드와 포트폴리오 지분을 일부 매각해 약 150억 원의 이익을 냈다. 2015년 버즈니 일부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팔았고, 신선식품 배달업체인 ‘헬로네이처’에 투자했던 지분은 2016년 SK플래닛에 전량 매각했다. 현재 팀 내부적으로 추정하는 GS홈쇼핑 벤처투자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투자액의 170%다.4

GS홈쇼핑의 벤처투자팀은 이처럼 전문 투자회사 못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고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투자사와 차별되는 점도 있다. 이 팀의 직원들은 재무적 성과, 즉 투자수익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본사와 연결했을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느냐’로 평가받는다. 만일 CVC투자팀이 금융기관처럼 투자수익만을 너무 챙길 경우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 ‘왜 금융투자업을 굳이 우리 회사 내부에서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수익과 전략적 방향성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것이 투자팀이 매일 집중하는 과제다.



Center of Excellency

- 돈과 사람을 함께 투자하라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사오는 데서만 끝난다면 해당 스타트업이 가진 역량을 사내로 끌어오기 어렵다. 그저 외부 투자자의 입장으로 남기 때문이다. GS홈쇼핑 CVC는 투자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인적 결합도 가져왔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성과 창출을 돕기 위해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본다.

1. CoE(Center of Excellency)팀

가장 눈에 띄는 CoE팀은 ‘어벤저스’ 같은 해결사 집단이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찾아가 도와주고 그 경험으로부터 전략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데 집중한다.

이 조직은 초기 3명으로 시작해 2016년 말 기준 8명으로 늘어났다. IT 설계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UX/UI 전문가, 스타트업 성장(growth hacking) 전문가, 커머스 전문가 등 업계에서 소문난 이들을 모았다. 예를 들어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서 마케팅을 잘 못하는 IT 개발자 중심의 팀이 있다면 CoE팀의 마케팅 전문가와 UX/UI 전문가가 찾아가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함께 일하며 도와주는 것이다. 반대로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데이터베이스 전문가가 합류해 도와준다.

항상 사람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약점, ‘보틀넥’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고, 또 최고의 전문가가 소개해주는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 좋다. GS홈쇼핑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직원을 스타트업 내부로 들여보냄으로써 그들의 성장 DNA와 참신한 시각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장기적으로 이를 GS홈쇼핑으로 전수해주는 촉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외부 벤처투자사를 사용해서는 얻을 수 없는 이점이다.

GS홈쇼핑의 CoE팀 멤버들은 스타급 인재들이니만큼 연봉이나 계약기간 등에서 최대한 요구조건을 맞춰주려고 회사도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돈보다는 기회와 재미를 위해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투자 생태계에 속해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 본인의 역량과 커리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고, 또 더 많은 창업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이들이 모두 정년 퇴직할 때까지 만근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CoE 멤버 중엔 투자사에 파견돼 일을 해주다가 그 회사의 CTO로 영입된 경우도 있다. GS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런 인재가 다른 기업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GS의 투자 생태계 안에서 일해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박 전무는 말한다.

별동대 같은 조직이다 보니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부서, 특히 돈을 벌어오는 현업 부서 입장에서는 CoE의 업무를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음을 매니저들도 이해하고 있다. 사회공헌 봉사활동 정도로 취급받지 않도록, CoE의 활동이 장기적으로 회사 매출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타 부서와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CoE팀 오현석 과장은 앞으로의 팀 운영도 이런 방향에 맞춰갈 것이라 말한다.

“2016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다른 부서에서 CoE팀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CoE를 매개로 해서 스타트업들과 함께 일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슬랙(Slack)을 통해 CoE의 업무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현업 부서에서 원하는 파트너사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서 연결해주고, 또 현업 부서에 도움이 될 만한 스타트업을 먼저 추천해주는 데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오 과장은 또 GS홈쇼핑 임직원들이 유통업계 전반에 비해 젊은 편이고 또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다만 CoE팀 멤버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처럼 완전히 자율제로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인정하지만 대기업 소속이니만큼 업무 시간은 되도록 지키고, 개별적으로 일할 때에도 구글 캘린더와 슬랙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고 관리한다.



2.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프로그램

GS홈쇼핑은 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팀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회사로 초대해 일하게 하기도 한다. 정직원처럼 팀별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월급도 준다. 만일 그 팀의 프로젝트가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그때까지 지급된 월급은 GS홈쇼핑의 지분으로 치환되는 형식이다. 자금투자보다도, CoE 프로그램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스타트업의 역량을 회사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사람들 간의 교류도 많아지고 아이디어도 공유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새내기 창업자보다는 이미 창업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검증된 팀을 대상으로 해서 알음알음 모집한다. 조직간의 핏(fit)도 중요하게 본다. 2016년 말 현재 2팀이 참여하고 있다.

3. GWG(Growth With GS) 파티

GS홈쇼핑의 투자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파티다. 직간접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의 임직원들, 파트너십을 맺은 벤처캐피털과 엑셀러레이터 임직원들이 초청된다.

2015년 9월 첫 개최된 GWG는 참석자들의 반응이 예상 이상이라 2016년 말까지 총 8회가 열렸고 2017년에도 6회가 예정돼 있다. 일반적인 네트워킹 파티 외에도 UX나 IT처럼 특정 주제를 잡아 열리기도 하고 유명 강사를 초대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20명이 참석했다.

2016년 11월에는 특히 ‘GWG with GS리테일’ 행사를 갖기도 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체인을 운영하는 자매회사다. GS홈쇼핑이 투자한 스타트업 중 GS리테일의 사업과 연관 있는 11개 사를 선정해 사업을 소개하고 자유롭게 미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작은 아이템 하나라도 유통 대기업에 납품될 경우 큰 힘이 되기 때문에 참가 기업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같은 달 베이징에서 열린 GWG Beijing도 의미 있는 행사다. 투자사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GS홈쇼핑의 중국 투자 파트너사인 Sinovation Ventures, Bluerun Ventures(BRV)와 공동으로 한중 네트워킹 행사를 열었다. GS홈쇼핑 측에서는 텐바이텐, 버즈니, 스포카, 빙글 등 직접투자 7개사와 간접투사 2개사, EIR 프로그램 참가팀 1개와 외부 게스트 2개 팀 등 총 12개 팀이 참여했다. 중국 측 호스트들은 각각 한 세션씩을 맡아 현지에서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케이스 스터디를 발표했으며 이후 저녁식사와 함께 자유로운 미팅 시간이 이어졌다.

2016년 말, 벤처투자팀은 새로운 지향점을 잡았다. 데이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라는 3개 분야에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미래의 유통업이 이런 분야와의 교차점에서부터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아래 내린 전략적 판단이다.



사례 분석과 시사점

GS홈쇼핑의 CVC를 통한 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 사례는 디지털 혁신을 맞이해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기존의 기업들에 여러 가지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디지털 혁신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측면을 생각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이 유통업에 던지는 도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나서 이에 대한 GS홈쇼핑의 반응을 중심으로 어떻게 기존의 업체들이 ‘디지털 혁신’이라는 급격한 기술 변화를 통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경험 가치의 창출과 업의 개념의 변화

일반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기술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은 의미에서 디지털 혁신은 바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업의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업의 개념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생산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어떻게, 그리고 어떤 가치가 창출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변화한다는 이야기이다. 과거 IT 중심의 혁신은 기존 업의 개념의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존 개념 아래에서 가치 창출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을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이런 IT 중심 혁신을 두고 흔히들 ‘paving cow’s path’라는 표현을 쓴다. 소의 달구지가 다니던 구불구불한 길을 그대로 두고 위에 포장만 한 것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혁신은 이와 같은 과거의 IT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기존의 업의 개념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혁신이 가지고 오는 근본적인 업의 개념의 혁신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여러 가지 다른 측면이 있지만 여기서는 기업의 가치 창출의 축이 ‘구매자’(buyer)에서 ‘사용자’(user)로 옮겨간다는 데에 그 핵심을 두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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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기업은 원재료를 구입해서 그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형 및 무형 자산을 동원해서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로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데 그 존재의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자신을 중심으로 가치사슬(value chain) 혹은 가치 네트워크(value network)를 구축한다. 한쪽으로는 서플라이체인을, 또 다른 한쪽으로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가치 네트워크의 핵심은 ‘판매’의 타이밍에서 가치창출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경영활동의 초점을 두게 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가치 창출의 틀 안에서 기업들은 자신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 창출의 포지셔닝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포지셔닝을 핵심적으로 요약을 한 것이 흔히 얘기하는 ‘업의 개념’이다. 기존의 IT 혁신, 예를 들어서 ERP, CRM, 가상현실화(virtualization)를 통한 아웃소싱, 혹은 기존 데이터분석(analytics) 등과 같은 기술들은 모두 이와 같이 기존 가치 창출 모델 안에서의 기존 업의 개념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도구였다. 여기에서 혁신의 핵심은 ‘생산자’로서의 기업과 ‘구매자’로서의 소비자와의 관계를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삼고 그 관계 속에서 어떻게 가치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창출하는가에 있었다(Yoo et al. 2010).

최근 들어서 모바일, 빅데이터,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스마트 디바이스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혁신은 이와 같은 기존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경험 컴퓨팅(experiential computing)’이라고도 불리는 최근의 디지털 혁신은 사용자의 삶의 경험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 감으로써 일상의 삶 속에서 시간과 공간, 사물과 다른 사용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제공한다(Yoo 2010). 더구나 ‘always-on’이라고 하는 기능을 가진 스마트 디바이스의 기능 기업들이 구매자로서의 소비자를 넘어서서 사용자로서의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는 기존의 업의 개념이 ‘구매자’와의 일시적인 관계 속에서 ‘판매’ 시의 ‘구매경험’ 가치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사용’의, 혹은 ‘사용경험’의 극대화로 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Yoo and Euchner 2015).

디지털 기술과 유통업의 혁신

이와 같은 디지털 혁신이 GS홈쇼핑과 같은 전문 유통업체들에 던지는 도전은 확실하며 충격적이다. 기존의 유통업체들은 철저히 ‘구매경험’의 극대화를 위해서 모든 경영역량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실물 매장에서 카탈로그 쇼핑으로, 다시 TV홈쇼핑에서 웹으로 옮겨갔던 유통채널이 이제는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구매경험’ 중심의 유통업의 업의 개념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GS홈쇼핑은 TV에서 웹으로 넘어가는 일차적인 디지털 혁신에 능동적으로 대처했지만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어려움을 경험했다. 이는 웹에서 앱으로 넘어가는 모바일 혁신은 단순한 새로운 유통채널의 추가가 아닌 기존의 유통업의 기존 업의 개념 그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파괴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경험디자인의 입장에서 ‘구매’라고 하는 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구매라고 하는 경험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흔히 ‘쇼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음식도 먹으면서 하는 쇼핑, 혹은 낯선 관광지에서 독특한 특산품을 사기 위해서 하는 쇼핑,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주말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명동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하는 쇼핑, 또는 얼마 있으면 출생하는 첫째 아기를 위해서 신생아복을 구입하기 위해서 하는 쇼핑, 이런 경우는 쇼핑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서 소비자가 가치를 얻는다.

이에 반해서 수단(instrument)으로의 구매 행위가 있다. 예를 들어서 매주 주부들이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서 슈퍼마켓에서 주기적으로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 철이 바뀌어서 식구들이 입는 속옷과 이부자리를 바꾸는 것, 가깝게 지내는 친지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생일 선물과 카드를 구입하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구매행위는 그 구매 자체가 가지는 경험가치보다는 그 구매 이후에 이뤄지는 사용을 통한 경험가치가 더 중요하다. 구매는 그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월마트, 타깃,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하는 생활 일상품의 구매가 이런 도구로서의 구매행위의 대표적인 예이다.

실물 매장, TV와 웹으로 대표되는 기존 유통채널은 모두 구매 행위에 동일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철저히 유통업자 중심의 구매경험을 제공한다. 유통업자가 미리 정해놓은 구매 채널을 통해서,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 구매자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이유로, 어떻게, 무엇을 구매하려고 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유통채널은 소비자들을 철저히 ‘구매자’로 구분을 하고 있고 모든 역량이 ‘구매경험’의 극대화에 집중이 돼 있다.



그러나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유통채널로 등장해 기존의 채널을 위협하는 일반적인 구매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기존의 유통업의 모델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모바일이라는 기술은 항상 사용자의 주머니 속에서 사용자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모바일을 통한 구매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와, 왜, 어떻게라고 하는 컨텍스트의 정보를 통해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정보의 획득과 이를 통한 사용자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서 유통업체들은 ‘구매’를 넘어서서 ‘사용’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한 지속적인 가치 창출에 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유통업자 중심으로 자신이 정한 방법과 시간에 구매자가 자신의 채널을 방문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전략 중심의 유통업이 아니라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사용자의 일상의 삶 속으로 깊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 그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각양의 ‘사용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그 전략의 핵심의 축이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유통채널의 추가가 아니라 유통업 업의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아닌 미국의 아마존이나 한국의 쿠팡과 같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추구하는 신생 네이티브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아마존은 이른바 ‘유비쿼터스 커머스’라는 전략을 쓴다. 구매경험을 웹사이트에서 하는 별개의 행위가 아니라 일반적인 삶의 일부분으로, 수시로 일어나는 ‘삶의 사용경험’의 일부로 바꾸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존 대시’ 서비스는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을 별도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음성비서 서비스 ‘에코’를 아마존에서 개발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아침에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지면 “알렉사, 화장실에 휴지가 필요해”라고 말하면 별다른 구매의 노력이 없이 그냥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아마존의 전략은 별다른 사용자 경험가치가 없는 ‘도구’로서의 구매경험을 최소화하고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웹에서 ‘쇼핑’으로 구매경험을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구입하는가 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함으로써 사용자들의 경험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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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에 있어서 이와 같은 ‘업’의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는 두 가지 도전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 관건은 어떻게 이제까지 자신들이 추구하던 ‘구매경험’ 중심의 사용자 가치에서 ‘사용경험’ 중심의 사용자 가치로 옮겨 갈 것이며, 그런 와중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적절하게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경험의 디자인에 녹여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과거 TV가 핵심 채널이었던 경우에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GS홈쇼핑만의 독특한 브랜드와 구매경험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웹 시대에는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통해서 사용자의 구매경험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제 이것이 모바일기기, 더 나아가서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음성서비스, 그리고 증강현실 등으로 유통채널의 영역이 확장되면 이제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른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고 그 안에서 독특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의 디자인은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 브랜드와 사용자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도전은 새로운 경영 역량이다.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업의 개념을 바탕으로 미래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가치를 디자인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실질적인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내고, 실제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갖추지 못했던 새로운 경영역량이 필요하다. 소위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belt)’ 공업지대에 있는 많은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이유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통한 가치 창출의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자신들의 핵심역량과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역량을 짧은 시간에 흡수하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은 마치 최고 속도로 날고 있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는 동안에 엔진을 바꾸고 내부의 내장 구조를 뜯어 고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GS홈쇼핑의 CVC가 가지는 전략적 의미

GS홈쇼핑의 CVC 투자의 전략적인 가치는 바로 이와 같은 근본적인 경영역량의 변화에 대한 철저한 인식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재무적인 투자의 도구로 사용되던 CVC를 단순한 투자의 도구가 아닌 기업의 근본적인 DNA를 바꾸는 혁신의 툴로 사용한다는 점에 GS홈쇼핑의 노력은 유통업을 넘어서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서 기업 자체의 존폐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다른 기존의 대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GS홈쇼핑의 CVC를 통한 혁신전략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1. 디지털 혁신은 업의 개념에서 출발

첫째, GS홈쇼핑 혁신전략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일련의 혁신이 최고경영층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모바일 기술을 단순한 유통채널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기술을 포함한 여러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변화에 따라 기업 전략의 축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주효했다. 유통채널의 축이 웹에서 앱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자신들이 처한 경영의 도전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적인, 또는 마케팅적인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바일 퍼스트”라고 정리되는 근본적인 DNA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하는 것을 최고경영층이 일찍 판단하고 이를 위한 전략적인 대처 방안을 추구한 것이 나름대로 빨리 모바일로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다.

2. CVC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혁신전략의 수립과 실행

GS홈쇼핑 사례의 또 다른 중요한 핵심은 웹에서 앱으로 넘어가는 단절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이 내부적으로 단절된 지엽적인 대응이 아니라 CVC를 핵심으로 하되 이를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한 전략적 대응이었다는 점이다. 유기적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미래사업본부라는 기존 이노베이션 조직 내부에 CVC라고 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을 두고 이것을 다시 CoE라고 하는 ‘boundary spanner(경계 확장)’ 조직과 병행해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혁신의 아이디어와 기존의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한 노력이다. 이와 같은 CVC와 CoE의 유기적인 연결은 기존의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CVC를 통한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장점을 지속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장점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Not invented here’ 신드롬을 효과적으로 피하는 동시에 단시간에 기존의 인프라와 시장 베이스에 연결함으로써 조직 안에서도 장기적인 학습과 단기적인 영업수익의 효과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GS홈쇼핑 혁신 전략의 두 번째 유기적인 측면은 CVC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이 단순히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관리 DNA의 변화도 유기적으로, 직접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전략의 축을 마케팅, 기술개발과 같은 소위 ‘아이디어’ 조직의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의 실패는 대부분 아이디어의 부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안정’을 위해서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 혁신은 마케팅이나 기술개발과 같은 아이디어 부서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무와 인사와 같은 관리조직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아이디어 부서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들어와도 그 기업의 관리 DNA가 혁신과 변화를 지원하지 않으면 그 기업의 혁신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노력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GS홈쇼핑의 경우 CVC와 CoE를 관리하는 재무와 인사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려고 한 노력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투자의 기본적인 평가의 툴을 전략적인 평가의 툴로 보완하고, 기존 인사 정책과 별개의 방법으로 전문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평가함으로써 조직의 근본 원리가 관리와 안정 중심에서 혁신과 변화로 서서히, 그러나 동시에 확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혁신전략은 결코 최고경영층의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와 전략적인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3. 창발적 혁신을 위한 플랫폼 전략

디지털기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은 이른바 창발성(generativity)이다. 창발성은 발명가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이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의미한다(Zittrain 2006). 예를 들어 단순 지도 서비스로 시작된 구글 지도는 우버, 스타벅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 다양한 서비스를 파생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파생적 혁신은 구글이 아니라 제3자 외부 개발업체들을 통해서 이뤄졌다.

기존 ‘창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떤 이노베이션을 만든 조직이나 개인의 창조성이 그 최종 결과물의 성과를 결정짓는다면 ‘창발성’은 그 이노베이션과 관련한 각양각색의 다른 조직과 개인의 창조성이 예측하기 힘든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결합함으로써 일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마치 생물계에서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다른 바이러스와 환경, 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돌연변이를 통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로 변환하는 것과 같다.

GS홈쇼핑이 운영하고 있는 CVC 혁신 전략은 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창발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다른 조직과 아이디어, 기술과 시장에 노출함으로써 개별적인 이노베이션을 추구할 뿐 아니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누구도 미쳐 생각지 못했던 창발적인 이노베이션이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창발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또한 유연한 조직 문화와 운영이 필수적이다. 창발적 혁신은 그 속성상 끊임없이 변신한다. 따라서 조직 역시 과거와 같은 명문화되고 관료화된 룰과 매뉴얼에 따른 경영이 아니라 최소한의 룰과 원칙만을 유지함으로써 변화하는 혁신을 능동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GS홈쇼핑은 이와 같은 조직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해커톤(Hackathon) 또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같은 혁신 툴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개별적인 혁신의 도구의 사용이 아니라 어떻게 이와 같은 개개의 혁신의 도구들이 전체적인 혁신전략과 어우러져서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GS홈쇼핑이 당면한 도전

CVC를 중심으로 한 GS홈쇼핑의 혁신 전략은 웹에서 앱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는 디지털 혁신이 유통업체들, 더 나아가서 기존 대기업들이 맞닥뜨리는 도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옵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 CVC를 통해서 획득한 외부의 혁신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존 사업부와 연결하고 내재화 하는가이다. 이와 같은 내재화는 단순히 기술적 역량의 내재화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기업의 관리 및 경영 역량의 변화에 대한 내재화인 것이다. 1994년에 창립해 1000명이 넘는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총 매출이 3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내부 역량을 변화시킨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IBM은 하드웨어 중심의 자신들의 역량을 디지털 기술을 근간으로 서비스디자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충격적인 수준의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1500명이 넘는 서비스 디자이너들을 채용하고 전 세계에 24군데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을 중심으로 IBM만의 독특한 디자인싱킹 방법론과 언어를 만들어감으로써 IBM이라고 하는 대기업의 근본적인 DNA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GS홈쇼핑이 시작한 변혁의 여정 역시 결코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픈이노베이션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창조적인 외부의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픈이노베이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와 같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이노베이션 경영의 DNA가 내재화돼야 한다. 이제까지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 아이디어를 내재화하는 전초 기지의 역할을 감당해왔다. 앞으로는 아이디어의 내재화를 넘어서서 이노베이션경영의 DNA를 내재화하는 조직으로 그 역할이 진화해야 한다.

둘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지속적이고 창발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외부에서 영입한 아이디어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유연하게 결합하고 변화할 수 있는 GS홈쇼핑만의 플램폼 구축이 시급하다. 단순히 조직운영의 아이디어로서의 플랫폼이 아니라 기술적인 플랫폼으로서의 변신이 동반돼야 한다. 플랫폼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경계자원들(boundary resources)의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Eaton et al. 2015)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지속적인 혁신의 틀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유통업에 대한 전략적인 비전과 경영철학에 바탕을 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철저한 통찰력을 근간으로 유통업이라고 하는 ‘업’의 개념, 기업의 경영철학에 대한 근본적이고 동시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GS홈쇼핑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 ‘무엇이 회사의 가치인가?’ ‘어떻게 현재의 기술이 그 가치를 구현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모바일퍼스트’라는 큰 전략적인 방향이 현재 이 회사가 추구하는 CVC 전략의 틀을 잡아주었다. 그러나 ‘모바일퍼스트’는 GS홈쇼핑이 무엇을 하는 기업이고, 그 가치는 무엇이며, GS홈쇼핑이 바라보는 인간상은 무엇이며, GS홈쇼핑이 꿈꾸는 미래의 그림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런 기술을 우리들의 삶에 녹여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인문학적인 안목에 근간을 둔 경영철학을 필요로 한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문화의 일부분의 차지하고 있을 뿐이며 오늘날의 기업은 그와 같은 삶의 문화를 창조하는 문화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혁신은 이제까지 시장과 사용자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가치를 꿈꾸고 창출해는 과정이다. 기술은 그와 같은 문화 창출의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디지털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해 가고,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이 현재의 디지털 기술을 대체할지라도 기업들이 영속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역량이다. 그것은 결코 외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 디지털 문화 속의 최고경영자 자신들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참고문헌

Eaton, B., Elauf-Calderwood, S., Sørenson, C., and Yoo, Y. 2015. "Distributed Tuning of Boundary Resources: The Case of Apple's Ios Service Systems," MIS Quarterly (39:1), pp. 217-243.

Yoo, Y. 2010. "Computing in Everyday Life: A Call for Research on Experiential Computing," MIS Quarterly (34:2), pp. 213-231.

Yoo, Y., and Euchner, J. 2015. "Design in the Genative Economy," Research-Technology Management:Marych-April), pp. 1-7.

Yoo, Y., Henfridsson, O., and Lyytinen, K. 2010. "The New Organizing Logic of Digital Innovation: An Agenda for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21:5), pp. 724-735.

Zittrain, J. 2006. "The Generative Internet," Harvard Law Review (119), pp. 1974-2040.



유영진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 youngjin.yoo@case.edu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유영진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클리브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서 루이스 프로그래시
브 석좌교수를 지냈고 필라델피아 템플대 경영대 해리 코크란 석좌교수와 동 대학 ‘디자인과 혁신 센터(Center for Design+Innovation)’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2016년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
턴리저브대로 돌아와 트루해프트 석좌교수와 동 대학 병원의 ‘Innovation Architect’를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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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비IT 기업의 벤처캐피털 운영 사례


CVC는 기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IT기업들이 주로 활용해왔지만 다른 산업의 대기업들도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


1. 캠벨수프 - 소비재

캠벨수프(Campbell’s Soup)는 14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품 회사다. 2016년 CVC 활동을 시작했다. 가정용 주스 기기를 만드는 주세로(Juicero)에 7000만 달러를,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권장 식단을 추천해주는 해빗(Habit)에 3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 NBC스포츠 벤처스 - 미디어

NBC스포츠는 미국 최대의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사인 NBC의 스포츠뉴스 전담 계열사다. 2014년 사내 벤처 투자 부서를 만들어 팬듀얼(FanDuel), 휘슬스포츠(Whistle Sports)에 투자하고, 2016년에는 스포츠엔진(Sports Ngin)을 인수했다. 팬듀얼은 가상 시뮬레이션 스포츠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포츠엔진은 프로 및 유소년 운동선수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앱을 공급하는
회사다.


3. 스팀보트벤처스 - 엔터테인먼트

스팀보트벤처스(Steamboat Ventures)는 월트디즈니가 CVC를 위해 2000년 설립한 회사다. 50여 개의 회사에 6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디즈니의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 및 IT기업에 투자한다.


4. 볼보그룹 벤처캐피털 - 자동차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볼보는 1997년부터 CVC를 활용하고 있다. 볼보의 핵심 정체성인 자동차 품질 및 안전성과 관련된 기업에 다수 투자하고 있다. 최근엔 트럭의 연료 효율성 증대와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는 펠로톤테크놀로지(Peloton Technology)에 1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한국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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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진 | -미국 클리브랜드 경영대 루이스 프로그래시브 석좌교수
    -필라델피아 템플대 경영대 교수, 동 대학 ‘디자인과 혁신 센터(Center for Design+Innovation)’센터장
    -(현)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 동 대학 병원의 ‘Innovation Architect’ 겸직


    youngjin.yoo@cas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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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서 조진서 | 동아일보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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