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전 제작, 두 개의 결말 준비해 작품성과 유연성 두 마리 토끼 잡다

강신규,노동렬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외에서 3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KBS의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성공 요인
1) 극장용 영화 배급사 NEW와의 합작으로 기존 TV 드라마 제작의 약점이었던 해외 촬영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해관계자에게 신뢰감을 줌
2) 사전 제작으로 전체 심의를 받아 중국과 한국에 동시 방영이 가능하게 하는 한편 결말을 두 가지로 만들어놓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선택해 마지막 회까지 높은 시청률 유지
3) 군대라는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주제, 남성에 의존적이지 않은 독립적인 여성 의사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어필


한류 드라마의 성공신화를 다시 쓴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2016년 2월24일부터 4월14일까지 방영된 KBS 공사창립 43주년 특별기획이자 한국 방송 89주년 특집 드라마다. SBS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와 MBC ‘여왕의 교실’의 김원석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KBS 드라마 제작국의 이응복 PD와 백상훈 PD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을 배급했던 투자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첫 번째 드라마 투자작이며, 첫 회부터 한국과 중국에 동시 방영됐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태양의 후예’는 마지막 회 시청률 38.8%(닐슨 코리아)를 기록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미니시리즈가 2010년 ‘추노’와 ‘제빵왕 김탁구’ 이후 6년간 없었음을 감안하면 KBS에 있어서도 ‘태양의 후예’가 남긴 기록은 의미가 크다.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奇?·iQiyi)에서 8회 만에 누적 조회 수 10억 뷰, 16회를 마친 4월15일 오전 8시에는 25억7000뷰를 넘어섰다. 이는 SBS ‘별에서 온 그대’, MBC ‘해를 품은 달’ 등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드라마의 역대 흥행기록을 단순히 갈아치운 수치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Weibo)의 누적 클릭 수도 80억 회에 달했다. 회당 판권료 역시 SBS ‘피노키오’(약 28만 달러, 한화 3억1000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5만 달러(한화 3억 원)를 기록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주춤하던 드라마 한류 붐의 재확산 공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해외에서의 인기는 중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본에는 회당 약 10만 달러(총 20억 원)에 판매돼 한국 드라마의 판매 가격 상승을 유인했다. 이 밖에 대만, 홍콩,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 미국과 호주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 판권을 판매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의 2016년 7월4일 기사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북한 젊은 층들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영국 BBC에서는 2016년 3월27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 열풍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외의 인기에 힘입어 ‘태양의 후예’가 거둔 경제적 성과는 매우 컸다. 해외 선판매비 총 107억 원, 간접광고비 30억 원으로 방송 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CF로만 올린 매출도 약 66억 원이다. 중국 아이치이의 유료 회원 증가 및 조회 수에 따른 수익, 중국 위성 TV 방송권, 리메이크권, 국내 VoD 및 IPTV, 케이블 채널, MD 사업 등 기타 부가수익 역시 꾸준히 올렸다. 이에 ‘태양의 후예’ 매출액은 국내외 통틀어 3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800억∼1000억 원 정도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국내 1000만 관객 영화 2편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예상 순수익 역시 최소 500억∼1000억 원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태양의 후예’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 원 이상일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관광 효과, 상품광고 효과,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의 차원을 더하면 ‘태양의 후예’가 가져올 총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사회·문화적으로 미친 영향도 작지 않았다. 드라마의 히트와 함께 거미, 김준수, 다비치, 에릭남, 엑소의 첸, 윤미래, 케이윌 등이 부른 사운드트랙(OST)도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한국 군대 특유의 어투인 “∼했지 말입니다”도 크게 유행했다. 군 제대 이후 첫 복귀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송중기에게는 ‘신한류 아이콘’의 위상이 부여됐다. 대통령 행사에 초청됐을 뿐 아니라 제주항공 등 많은 기업의 모델로 발탁됐다. 중국 푸젠, 저장, 쓰촨, 윈난, 광둥의 5개 TV 방송국은 세트장으로 사용된 태백 한보탄광 폐광터와 삼탄아트마인 등을 촬영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철거된 태백시 세트장이 복원되기도 했다. 국내를 찾은 중국인들의 구매 열기로 극중 송혜교가 사용한 화장품 ‘BB쿠션’은 3월 매출액이 전월 대비 10배 이상 올랐고, ‘투톤 립 바’는 아리따움 매장에서 한 달 새 16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간접 광고로 삽입된 정관장, 현대차, 롯데칠성음료 등 여러 상품의 매출도 급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청난 제작비에 대한 압박 탓인지 과도한 간접광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PPL의 후예’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상품 광고로 인해 몰입이 방해되는 경우가 잦았다. 애초 내세웠던 ‘휴먼 재난 드라마’라는 설명이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달콤한 멜로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난도 있었다. 애국심 고취를 가치로 내건 듯한 단순노골적인 에피소드들이 촌스럽다는 평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기존 한류 드라마의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고 국내외에서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태양의 후예’가 갖는 의미는 충분하다. 이에 ‘태양의 후예’가 어떻게 제작 방송됐는지 살펴보고 그 성공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봤다.

059


 


어떻게 제작, 방송됐나

‘태양의 후예’는 영화 투자배급사 NEW와 KBS의 합자 회사인 태양의후예문화전문유한회사가 만들었다. NEW는 수익 다각화의 연속선상에서 드라마 사업 진출을 확정하고, 2014년 KBS와 논의해 ‘태양의 후예’를 제작하기로 한다. ‘태양의 후예’의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로, 분쟁과 재난 지역에서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인류애를 발휘하는 의사들을 다룬 이야기였다. 이후 3년간 드라마화가 진행되지 못하던 것을 NEW가 김은숙 작가와의 공동 집필을 맡김으로써 전면 각색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사였던 유시진은 특전사 대위가 됐고 재난 휴먼 드라마에는 ‘김은숙표’ 로맨스가 더해졌다. 이후 송중기와 송혜교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면서 ‘태양의 후예’ 제작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어 NEW는 KBS와 편성 계약을 맺고 KBS의 자회사인 KGCS(KBS Global Contents Syndication)와 10억 원씩 분담해 2015년 6월 자본금 20억 원 규모로 태양의후예문화전문유한회사라는 제작·판권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런 형태의 제작사는 제작비를 원활하게 투자받기 위한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처음에는 국내 방송용으로 기획되던 ‘태양의 후예’가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삼게 된 것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개입하면서부터다. <상속자들>을 눈여겨봤던 아이치이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 정해졌다는 소식에 캐스팅도 안 된 상태였던 ‘태양의 후예’의 판권 구매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국내 시장에서는 큰 규모인 130억 원의 제작비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8억 원을 아이치이에게 판권료로 지불받는 대가로 이 드라마는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제작해야 하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가 됐다. 하지만 한중 동시 방영을 위해서는 ‘사전 제작’이라는 큰 벽을 넘어서야만 했다. 중국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TV에만 적용하던 사전심의제를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는 인터넷으로까지 확대 적용함에 따라 방영 6개월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을 보내고 3개월 전에는 심의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한국 드라마계의 역사를 감안했을 때 ‘태양의 후예’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큰 투자를 받고 한류스타 송혜교와 떠오르는 스타 송중기가 캐스팅됐음에도 전망은 불투명했다. 제작일정도 연장됐고 편성도 어려웠다. 2015년 꼭 방송을 하려 했던 드라마가 2016년 2월24일에야 전파를 탔다. 그렇게 어렵게 시청자를 찾아간 ‘태양의 후예’는 첫 방송부터 14.3%의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면서 성공의 조짐을 보였고 이후 점점 더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거듭나게 된다.


성공요인

1) 영화사의 드라마 제작 참여를 통한 시너지 효과

앞서 밝힌 것처럼 ‘태양의 후예’는 KBS와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합작품이다. 이전까지 영화 투자배급사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제작했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2009년 KBS ‘아이리스’ 제작에 참여한 것 정도가 전부였다. 영화사의 드라마 제작 참여는 제작비를 크게 상승시켰지만 덕분에 그동안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큰 스케일의 작품 탄생이 가능했다. 영상의 기술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특히 해외 촬영을 하면서 영화 분야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해외 촬영 경험이 부족한 방송 제작진의 빈 곳을 영화 분야의 오랜 해외 프로덕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메워줬다는 것이다. 사전 제작이 확정돼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태양의 후예’ 제작에 탄탄한 영화사가 참여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NEW의 제작 참여는 KBS가 ‘태양의 후예’ 편성을 확정하는 데 한몫했다.

2) 사전 제작 드라마의 장점 극대화

드라마 사전 제작은 높은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고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할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음에도 한국에선 그동안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청자 반응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드라마 배경이 현재 시점과 달라 시청자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며, 방송사의 위험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 동시 방영을 목표로 하는 ‘태양의 후예’의 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로 인해 방영 전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이 아닌 득으로 작용했다. 송중기가 남자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가 사전 제작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태양의 후예’는 2015년 말까지 방영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완전 사전 제작이 결정되면서 드라마 방영시기가 늦춰진 덕에?2015년 군복무를 마친 송중기가 남자 주인공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전 제작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무려 258일간 촬영을 하고 정교한 후반 작업이 이뤄졌다. 사전 제작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태양의 후예’는 두 스타 작가의 꼼꼼한 대본 작업, 충분한 제작비와 제작기간, NEW의 영화 제작 경험이 사전 제작을 가능하게 했으며 해외 촬영 노하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전 제작의 단점인 시청자 반응에 대한 유동적 대응이 어렵다는 부분을 극복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의 후예’는 결말을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해 둠으로써 사전 제작 드라마라 해도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즉, 시청자의 반응을 고려한 편집이 가능하도록 여유 촬영분을 확보해놓는다면 동시 제작 드라마의 장점과 사전 제작 드라마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서사의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의 반응을 고려할 수 있는 구성과 연출의 묘를 발휘함으로써 향후 한국형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 방정식에 전형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3) 정교화된 스타마케팅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타들을 활용해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의 이미지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스타마케팅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양의 후예’는 스타 작가와 스타 배우가 공동 투입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작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가가 얼마나 탄탄한 이야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이미 ‘태양의 후예’ 이전에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축적했다. 김원석 작가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 ‘여왕의 교실’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긴 하지만 김은숙 작가만큼의 명성을 갖고 있진 못하다. 그럼에도 선 굵은 이야기를 다뤘고(‘친구, 우리들의 전설’), 일본 원작(‘여왕의 교실’)을 각색했던 그가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품 속에 녹여낸 캐릭터의 앙상블은 매우 긍정적인 것이었다.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에서 배우 송중기, 송혜교로 이어지는 이름만으로도 ‘태양의 후예’에 초호화 캐스팅이 이뤄졌다 할 수 있다. 송혜교는 이미 한류스타로 이름을 확고히 하고 있고, 떠오르는 스타로 아시아에서 주목받던 송중기가 한 작품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사전에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송중기는 기존에 보여주었던 다소 유약하고 예쁘장한 이미지에 군대를 막 제대한 남성으로서의 이미지를 더해 크게 사랑받았다고 판단된다.

4) 신선한 설정과 소재

‘별에서 온 그대’가 외계인 등장인물을 설정해 호응을 얻었다면 ‘태양의 후예’는 가상의 국가 ‘우르크’와 UN평화유지군이라는 독특한 배경하에서 육군 대위와 종합병원 의사의 사랑을 다뤘다. 관련해 BBC는 “‘군대’라는 소재가 한국에서는 특히 울림을 가진다”며 그 이유를 “북한과의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데다 남성의 병역이 의무인 한국 사회에서는 군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군대를 소재로 삼은 미니시리즈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으며 ‘태양의 후예’는 ‘휴먼 재난 드라마’라는 콘셉트하에서 군대라는 소재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물론 남성 시청자들에게 있어 드라마 속 군대는 현실이라기보다 판타지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그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낯섦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도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나는 특수병(我是特种兵)' '사병돌격(士兵突击)' '육군특전사 부대(陆军特战队)' 등 군대를 소재로 한 여러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군부대를 배경으로 한 ‘태양의 후예’가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5) 공감대 형성

로맨틱코미디의 귀재로 불렸던 김은숙 작가가 로맨틱코미디의 기본 공식을 쏙 뺀 것도 주효했다. 이전 작품들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까칠한 재벌 2세 남주인공과 신데렐라형 여주인공의 만남은 ‘태양의 후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재난 지역에 파병된 특전사 유시진 대위와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의료봉사단에 투입된 강모연이 채웠다. 전쟁, 의학, 사랑이라는 강한 장르적 요소들이 혼합됐다. 때문에 다소 남자주인공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던 여자주인공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둘은 대등한 관계를 보인다.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대등한 둘이 직업의식, 가치관 등을 드러내며 관계를 발전시켜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어 주된 밑바탕이 됐다. 그들은 생명 존엄이라는 가치관 차이로 인해 헤어지기도 하고, 애국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맺어가기도 한다. 또 재난 상황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직업의식으로 발현되는 등 드라마 속에서 다뤄지는 보편적 가치관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가며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성공요소를 개별적으로 살펴봤을 때 그것들이 반드시 ‘태양의 후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다섯 요소들이 한곳에 집중되기는 쉽지 않다. 각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하나의 요소는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현재 상황에서 ‘태양의 후예’의 성공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태양의 후예’의 성공이 한류 드라마 자체의 성공 혹은 사전 제작 시스템 자체의 성공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태양의 후예’가 거둔 성과는 결과론적인 것일 뿐 처음부터 기대했던 결과라 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규제제도로 무장한 중국 시장에서 ‘태양의 후예’가 이제 막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더욱이 이후 방송된 KBS 2TV의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가 기대한 만큼의 성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시선이 냉랭해진 탓에 편성이 미뤄졌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기본적으로는 중국과 같은 해외 시장에 기대서 드라마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내수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rohdory@sungshin.ac.kr
강신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playborer@gmail.com

노동렬 교수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6년부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1년 KBS제작단에 입사해 16년간 드라마PD로 활약했다.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 ‘요정 컴미’ ‘매직키드 마수리’ 등을 기획, 연출했다. 저서로 <드라마 디자인(2008)> <방송학의 이해(2014, 공저)> <방송산업의 비극(2015)> 등이 있다.

강신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전공은 문화연구다.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며 SBS 시청자평가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누가 문화자본을 지배하는가? - 한국 문화산업의 독점구조(공저, 2015)> <게임포비아(공저, 2013)>, 역서로 <비디오게임(공역, 2008)> 등이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군대를 주제로 했던 기존의 영화, 드라마와 '태양의 후예'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2. 사전 제작 드라마가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2가지 결말을 만들어두었던 '태양의 후예'의 선택을 다른 산업/제품/서비스의 마케팅에 응용할 수 있을까?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