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보다는 직접 들은 말 한마디!" 살아 있는 고객의 눈이 혁신 첫발

213호 (2016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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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김철수
Article at a Glance

혁신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통찰을 위해서는 때론 1000명의 정량적 데이터보다 한 사람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가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하라.

(1) 포스트잇이나 엑셀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정보를 분류하고 색인을 달아라

(2) 모아놓은 정보를 의미 단위로 묶어라.

(3) 핵심 키워드를 뽑아라

의미 있는 고객 통찰을 찾아냈다면 이에 기반해 새로운 관점을 정의하라. 팀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객관화하라.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기업의 기획자나 의사결정자,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은 이런 열망을 갖고 있다. 신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든,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든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문제해결 자체에 집중한 나머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아는 것, 즉 어떻게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때로는 시간이 없어서, 때로는 익숙함이 이끄는 대로 일하다 보면 문제의 정의보다는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기능의 개선을 넘어 좀 더 큰 범위의 혁신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존에 시장 1등 기업이 만들어 놓은 상품의 개념과 정의에 순응하고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잠자고 있는 새로운 정의, 즉 미래의 기회를 깨울 것인가? 개선을 넘어 혁신을 원한다면 기존의 정의에 대한 이노베이터의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그 중심적 사고체계이자 방법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객 공감에 기반한 관점 전환적 통찰’이다. 이번 글에서는 고객 통찰을 얻기 위한 분석의 방법과 솔루션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생각의 확장을 도와주는 관점 전환적 사고에 대해 다뤄본다.



디자인싱킹, 문제 해결보다 문제 정의가 먼저다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디자인에 집중하라(Change by Design)>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잠재적인 욕구를 꺼내 뚜렷이 밝히는 일이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을 하는 이노베이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디자인을 스튜디오 밖으로 끄집어내 기존의 판을 바꾸고 고정관념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디자인싱킹을 ‘고객 공감에 기반한 통찰을 발견해 기존과 다른 창의적이고 담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생각 도구’라고 정의한다. 즉,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그것을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이노베이터의 철학이자 일하는 방법론인 것이다.

최근 필자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디자인싱킹을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록 사용자와 공감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솔루션을 빨리 만들어내는 것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문화적 특수성의 영향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의 익숙함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고객 입장에서의 핵심적인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한 스타트업 경영자는 ‘디자인싱킹의 과정에서 고객을 관찰하는 것과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전혀 연결성 없는 별개의 과정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찰 따로, 아이디어 따로라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필자는 고객 통찰 및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분석과 토론의 과정이 생략되거나 부족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핵심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솔루션 역시 힘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의 핵심적인 통찰을 발견하면 그것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진다. 특히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다면 경쟁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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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정리가 아니라 패턴을 읽고 통찰을 구조화한다

특정 주제 영역의 고객 행동을 관찰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또한 문헌조사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공감 디자인에서 말하는 분석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데이터의 확보보다는 사용자 맥락과 공감적 직관에 의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량적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가 1000명의 정량적 데이터를 대신하는 힘이 있다. 어떠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적 데이터 확보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통찰의 실마리를 얻는 것이 분석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사이트, 통찰의 힘>에서 소개한 정보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 과정을 간략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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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보의 분류와 색인 달기

팩트로부터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사이트 매트릭스(insight matrix)와 같은 엑셀 프로그램 활용법도 있지만 여기서는 포스트잇을 활용한 방법을 정리했다. 포스트잇은 사고의 유연성과 생각의 재조합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분석의 도구다. 특히 팀 단위 공동 작업에 유용하다. 포스트잇을 작성할 때는 한 장에 하나의 팩트를 완성형 문장으로 적는 것이 좋다. 정보의 출처나 성격에 따라 분리해 벽이나 보드에 붙인다. 관찰 활동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다. 포스트잇의 하단에 사람의 이름이나 관찰장소 등을 표시하도록 한다. 정보의 분류와 재결합 과정에서 출처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② 정보의 의미 묶음 및 패턴 찾기

다음 단계에선 정보를 의미 단위로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법을 활용해 정보의 패턴을 찾는다. 클러스터링이란 ‘특정한 의미가 부여된 기준’에 따라 정보를 묶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의 관찰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들을 클러스터링 한다고 가정해보자. 대기시간에 하는 일, 입출국 수속절차에서의 불편함, 목적지 도착 후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등이 있을 것이다. 관찰활동에서 얻은 정보들을 묶기 위해 기획자가 의도를 가지고 선택한 의미부여 행위라 할 수 있다.

클러스터링을 할 때 유용한 팁들을 소개한다. 1차적으로 사용자 경험 여정으로 분류화하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의 경험을 살펴본다고 해보자. 여행지 정보 탐색, 여행 준비, 공항 이용, 탑승, 현지 공항, 호텔 이용, 현지 여행, 입국 과정, 여행 후 경험의 저장과 공유 등 가급적이면 세부적으로 경험을 분리하는 것이 좋다. 어떤 주제 영역이든 상품의 구매나 이용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사용자의 전체적인 경험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의미 단위의 정보 묶음 속에서 소비자의 특별한 행동 패턴이나 익숙해진 불편함, 자구책 등을 뽑아 내는 것이다. 패턴을 찾기 위해서는 클러스터링 과정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정보를 합치거나 분리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만 한다. 정보의 의미부여나 해석의 과정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생각의 연결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고객 인사이트 및 핵심 키워드 뽑기

클러스터링과 패턴 찾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객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나 언메트 니즈(unmet needs) 등의 핵심적인 통찰을 발견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하거나 표면적인 니즈(explicit needs)를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합적인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고객의 미충족 잠재니즈에 집중하는 것이다. 고객 통찰의 발견은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욕구를 발견하고 일반적인 패턴 속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 ‘Why’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필요가 있다. “고객은 왜 이런 행동패턴을 보일까?” “고객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런 질문이 계속되면 점점 더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갈 수 있다.

고객의 잠재니즈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한두 단어의 핵심 키워드로 정제하는 것이 좋다. 핵심적인 통찰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하나의 키워드만 제시하더라도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 또한 통찰을 프레임워크(framework)화하면 전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레임워크화 과정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정제하고 그것을 구조화하는 과정을 디자인 종합(design synthesis)이라고 한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서, 때로는 매우 가까이 대상 정보를 바라보면서 동료들과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몰입의 과정이 없다면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낼 수 없다. 분석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 방법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객 공감과 혁신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분석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



관점을 재정의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다

정보를 분석해 의미 있는 고객 통찰을 찾아냈다면 그것에 기반해 새로운 관점 정의를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의 혁신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의 지속적인 개선, 기술 진보에 따른 점증적 변화(incremental change)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관점 전환적 혁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물론, 무조건적 관점 전환이 아니라 고객 공감과 통찰에 기초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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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턴대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교수는 디자인 리서치 콘퍼런스 2010(Design Research Conference 2010)에서 시계 산업을 예로 들어 의미 전환적 혁신(meaning change innov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60년대만 해도 스위스가 시계 산업을 주도했다. 당시의 스위스 시계는 예물로서의 의미가 컸기 때문에 자녀에게 물려줄 만큼 귀한 것이었다. 1970년대는 기술 혁신을 통해 전자 시계가 보급된 시기였는데 스위스가 아닌 일본이 시장을 이끌어갔다. 이때의 시계는 기능적 도구로서의 의미가 컸다. 시간의 정확성이나 방수 기능 같은 시계의 성능이 강조됐다고 한다. 이후 스위스가 다시 시계 시장의 혁신을 가져온 것은 시계라는 대상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 관점의 전환 덕분이었다. 1983년에 등장한 스와치 시계는 예물이나 기능적 도구가 아닌 패션으로 시계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시계를 예물로 정의하면 평생 한 번 구매하지만 패션으로 정의하는 순간 매일 바꿔 입는 옷처럼 자주 구매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만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잠재욕구를 읽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득권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고객을 면밀히 연구해 새로운 관점을 시장에 제시하는 순간 후발 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의해 기득권이 재편집되기도 한다. 출시한 지 8개월 만에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감자칩은 짠맛’이라는 상식을 뒤집어 단맛 열풍을 몰고왔다. 혁신은 늘 이렇게 기존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과 발전적 시행착오에 의해 이뤄진다. 카카오택시나 T맵 택시는 필요한 순간 나에게 찾아오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콜택시 업체에서 만들어 놓은 콜처리 시스템 역량을 위협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호텔이 아닌 가정의 잉여 숙소를 연결해 줌으로써 100년 전통의 힐튼호텔의 기업가치를 넘어섰다.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여행 등 서비스 영역에서부터 유통, 제조 영역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용자의 모바일 맥락과 그것을 활용한 새로운 관점 전환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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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공급자에 의해 이미 익숙해진 상품의 정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내는 관점 공식을 정리했다. 산업 영역이나 상품의 유형에 관계없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카테고리 정의에서부터 단순한 기능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도 넓다.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미 고착화된 상품 정의와 고객 가치(customer value)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1등 기업에 의해 오래 전에 규정돼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습된 정의인 경우가 많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구는 내구재가 아니라 소비재다.”(이케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드라마는 72분이 아니라 72초다.”(72초 TV)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혁신의 대상은 기존의 고착화된 정의가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정의로 규정될 수 있다. 고객들은 누군가가 너무나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고객 입장에서 가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회의 공식이기도 하다. 의미 전환적 혁신을 통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 통찰을 팀워크로 객관화한다

특정 주제 영역에서 사람들의 잠재욕구나 고객 입장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나 의사결정자의 주관적 해석과 끊임없는 재해석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디자인은 사람을 깊이 탐구하는 비즈니스 인문학이며 숨겨진 욕구를 발견하는 해석의 과학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사용자 중심의 혁신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런 질문을 가장 자주 듣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가?” “그 고객만의 너무 특이한 행동이 아닌가?” 하지만 공감 디자인의 목적은 사용자와의 공감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단서를 얻는 것이지 그것을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찰이나 고객과의 소통 속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를 분석해 고객 통찰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에 기반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콘셉트로 발전시킨다. 콘셉트를 정제하고 고객의 선호도나 개선사항을 피드백 받는 객관화 과정은 전체 과정 중 후반부에 별도로 진행된다.

그렇다고 공감디자인이 개인의 주관적 해석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팀워크라는 지적협력체 안에서 치열한 토론과 발전적 충돌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통찰의 객관화가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통찰의 객관화 과정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타 조직과의 협력적 소통의 과정을 포함한다.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은 사고의 편향성으로 인해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겨나는 창의적 돌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혁신 조직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 이뤄진 다학제적 팀워크(multidisciplinary teamwork)를 구성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개인들이 팀워크로 일하면서 정반합의 시너지를 내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팀워크 환경에서 리더나 구성원들이 통찰과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일하는 문화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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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경청과 배려 기반의 뒤끝 없는 토론 문화


나의 주장에 대한 내부 구성원이나 의사결정자들의 공감은 고객의 행태적 증거와 함께 설득력 있는 토론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창의성이나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뒤끝 없는 토론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누군가는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가 돼 의도적인 반론을 제기해야 하며, 하나의 주장에 대해 몇 시간씩 토론을 벌일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에 대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일 처리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혁신은 효율의 영역이 아니라 호기심과 열정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건전한 의견 충돌과 피드백의 과정이야말로 통찰과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공감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토론의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자신의 인격이나 역량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토론의 과정에서는 자신의 지위나 경험을 내려놓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경청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당장 부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을 닫게 만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 생각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거나 또 다른 생각으로 발전시킬 수 없는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듣고 반응하는 액티브 리스닝(active listening)의 자세가 필요하다. 주장의 논리를 견고하게 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팀의 합의된 목소리로 발전시키는 것은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가능한 것이다.

② 무한공유와 소통의 협업 문화

사용자 통찰과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화는 바로 좋은 정보를 서로 나누는 무한공유와 협업의 정신이다. 이것은 단위 조직 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 내 수 많은 연관 조직을 포함하며 때로는 외부 조직이나 고객도 공유와 협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유의 범위는 최종 결과물뿐만 아니라 평상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정보를 포함한다. 야후의 CEO 머리사 마이어(Marissa Ann Mayer)는 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조직혁신을 위한 공유 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과거엔 정보가 부족하고 비싼 것이어서 모든 권력과 파워는 좋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그것을 중계하느냐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오히려 정반대죠. 모든 파워는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유(Sharing)는 연결(Connection)을 낳고, 연결은 협업(Collaboration)을 낳습니다. 협업은 다시 창조(Creativity)와 혁신(Innovation)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 대기업의 공유 정신 부족은 각 조직을 정보의 요새로 전락시키고, 결국 조직은 이기적인 경쟁의 심화로 몰락의 길을 가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과 가능한 많은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청림출판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유용한 정보를 끊임없이 남들과 나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의 과정에서 그들은 오히려 더 좋은 정보를 얻는다. 머리사의 말처럼 공유는 연결과 소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나은 의견을 덧붙이는 발전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미술작품이나 과학실험은 최종 결과물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받지만 기업의 혁신활동의 결과물은 먼저 사내 관련 조직의 구성원과 의사결정자들에게 품질을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평상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공감력을 높이도록 돕는다. 그런 의미에서 공유와 소통은 결과물 성패의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객 통찰을 뽑고 그것을 구조화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통찰은 단순히 현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현상 속에서 근본적인 원인이나 고객의 심층적인 욕구를 간파하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활동 중 하나지만 반드시 정량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통찰과 혁신의 단서를 발견하는 데에는 단 한 명의 고객 행동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물론 동료나 이해관계자와의 토론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통찰의 실마리를 얻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통찰을 적용하고 실행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고객 통찰을 발견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활용해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고정관념이나 상식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상품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순간 많은 비난과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환영받을 일이다. 세상의 많은 혁신이 처음에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비즈니스 현실을 모른다고 외면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난관을 뚫고 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결국 고객 통찰에 대한 이노베이터의 확신과 열정적 실행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다음 글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들을 담을 예정이다.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myconceptone@gmail.com
필자는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고객 인사이트와 상품 콘셉트를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왔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와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7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교육 2017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