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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실패사례와 시사점

카카오의 확장에 O2O 스타트업 위축 후속 투자와 강한 의지가 성공 필수품

류한석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난 수년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분야에서 창업 및 투자 열풍이 이어졌다. 근래 들어서는 O2O 비즈니스의 가장 핫 한 분야인 승객 운송, 음식 배달, 부동산 중개, 숙박의 4대 분야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헤어숍, 주차 등 기존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의 전 분야로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서비스를 종료하는 O2O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O2O 비즈니스에 대한 거품론 내지는 회의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패한 기업들로부터 배운 교훈을 기반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O2O 기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든지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둘째, 법률·세금 문제를 서비스 출시 전에 파악하고 소송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창업자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어떤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헌신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실패하는 O2O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론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의견에 불과했다. 하지만 (1) 각 분야의 선두기업 대부분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그 끝이 보이지 않고, (2) 최근 O2O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고 있으며, (3)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O2O 비즈니스의 그림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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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지금까지 우버는 총 87억 달러, 에어비앤비는 총 29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우버는 2016년 상반기에만 약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해 세계 최대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자 세계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스타트업으로 불리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창업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우버라 할 수 있는 디디추싱은 알리바바그룹, 소프트뱅크, 폭스콘 등의 투자를 받았는데 2016년 5월에는 애플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 8월에는 우버 차이나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1 디디추싱은 구체적인 사업 실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2014년 12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 원, 2016년 4월 홍콩의 힐하우스캐피털그룹 등으로부터 약 570억 원(5000만 달러)을 투자 받았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창업 후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야 처음으로 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관련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또다시 흑자를 기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2015년 4분기(9∼12월)에 전 세계 O2O 기업들에 대한 투자 건수와 금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형 O2O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대형 업체뿐 아니라 O2O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O2O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청소 분야의 우버로 불리던 홈조이(Homejoy)는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등 실리콘밸리의 최상급 유명 벤처캐피털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총 6400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또한 2014년에는 뉴욕 기반의 청소 O2O 기업, 겟메이드(Get Maid)를 인수하기도 했다. 홈조이는 2010년 설립돼 2012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2015년 7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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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버와 경쟁하던 사이드카(Sidecar)는 여러 벤처캐피털들로부터 총 4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나 2016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GM이 사이드카의 CEO를 제외한 직원 20여 명과 특허권, 자산을 인수했는데 사이드카는 3900만 달러를 원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액에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

높은 품질의 음식을 15분 이내에 배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을 받은 스푼로켓(Spoon Rocket)은 총 13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나 2016년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셰프가 방문해 직접 요리를 해주는 키친서핑(Kitchensurfing), 부모를 대신해 안전하게 어린이를 이동시켜주는 셔들(Shuddle)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모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은 O2O 기업들이다.

이처럼 서비스 종료를 하는 기업들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홈조이와 유사한 모델의 국내 O2O 기업 홈클(Homcle)은 2015년 5월에 창업했으나 2016년 4월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홈클은 고객과 가사도우미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2016년 3월 기준 200여 명의 가사도우미를 확보하고 매주 500여 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홈클의 창업자 전주훈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홈클의 흥망성쇠’라는 제목으로 서비스 종료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3 또한 올해 들어 카카오택시, T맵택시와 경쟁하던 리모택시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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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홈클 사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여러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유와 시장 환경, 관련 정보들을 종합해 O2O 기업들이 실패하는 주된 원인을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원인1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유치 실패

O2O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단기간 내 이익을 내는 게 어려운 상황이어서 적시에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O2O 기업들이 폐업하게 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결론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영업을 통해 버는 돈으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외부의 투자금도 확보할 수 없으니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홈클의 창업자는 매니저(가사도우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마진에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낮은 마진을 선택할 걸 잘못된 판단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운 게 그것이 O2O 비즈니스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에 시장 확대를 위해 최소한의 마진, 심지어는 역마진을 감수하는 게 O2O 비즈니스에서의 일반적인 경영 방식이 돼버렸다. 그걸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업계에 만연돼 있는 현실이 그렇다. 쉽게 말해, 내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도록 충분한 마진을 확보하는 형태로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사가 마진을 포기하고 단가를 낮추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O2O 비즈니스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사업을 확장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적시에 투자금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홈클이 주장한 낮은 마진으로 인한 사업 유지의 어려움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이는 곧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홈클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의 가사도우미 서비스 진출 때문이다. 카카오가 진출한 O2O 분야는 급속히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모택시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리모택시는 2015년 2월 콜택시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때 카카오택시, T맵택시와 경쟁했지만 카카오택시의 성공 이후 투자 유치에 실패해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버튼대리는 2014년 4월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해 한때 시장점유율 1위,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버튼대리의 최고경영자(CEO)는 “긍정적으로 진행되던 투자 유치가 카카오 진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미래 사업 전략에서 다양한 O2O 서비스 진출이 핵심적인 전략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을 출시했다. 특히 카카오의 첫 번째 O2O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는 시장 1위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 9월 기준으로 전국 28만여 명의 택시기사 중 24만 명이 가입했고 가입자 수는 1150만 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이용 건수도 100만 건에 이른다.

지난 7월 정식 출시한 카카오헤어샵은 서비스 출시 전 이미 전국 1500여 개의 미용실을 확보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연내 4000여 개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카카오헤어샵은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예약 이용자들에게 2만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리뷰를 작성한 모든 이용자들에게 커피 교환 쿠폰을 제공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스타트업이 시도하기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가깝다.

카카오는 스마트폰의 킬러앱(Killer App)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간편 결제인 카카오페이를 탑재해 자사의 O2O 서비스에서 손쉽게 카카오톡으로 친구를 연계하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O2O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아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거기에다 막강한 인지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출시 전부터 충분한 판매자 네트워크를 확보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고, 서비스 출시 후에는 대규모 마케팅과 광고를 집행한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와 관련, 카카오와의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미 출시한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외에 앞으로 카카오홈클린(가사도우미 O2O), 카카오파킹(주차 O2O)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5월 국내 대표 여성취업교육기관 50여 곳을 대상으로 카카오홈클린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으며, 8월에는 주차설비업체 4곳과 카카오파킹 제휴 계약을 한 상태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카카오톡과 자본을 앞세운 카카오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대항하든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카카오가 사업 방향을 바꾸지 않은 한 카카오가 진출하는 분야의 O2O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은 후속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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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사도우미 분야의 국내 O2O 서비스만 보더라도 대리주부, 홈마스터, 당신의집사, 아내의휴일, 와홈, 미소, 곧감 등 수십여 개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 모두 카카오홈클린이 출시되면 수익 창출 및 투자 유치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결국 대부분의 업체들이 얼마 못 가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업체는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벗어난 틈새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그저 작은 시장에서 작은 수익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이다.



원인 2 법률·세금·소송 이슈

홈클이 밝힌 서비스 종류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법률 및 세금 이슈였다. 홈클이 진출한 가사도우미 분야를 살펴보면 법률 및 세금 이슈가 강하게 결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부가세를 내지 않으려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갖추고 유료 직업소개업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직업안정법의 선급금 금지조항’을 지켜야 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중개업자가 가사도우미에게 직접 임금을 지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런데 모바일 앱에서 고객에게 먼저 카드 결제를 받은 후에 가사도우미를 배정하고 추후 정산을 하는 경우 이 법안에 저촉된다. 원칙적으로 법률을 지키려면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홈클은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4대 보험을 부담하는 건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것은 O2O 서비스의 근본 철학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하다. O2O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용역을 제공하는 사람 포함, 홈클의 경우 가사도우미)를 매개하는 ‘플랫폼’이다. 그런 방식이기에 네트워크를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홈클이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고 정부기관에도 지속적으로 애로사항을 어필해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했겠지만 이와 같은 법률 및 세금 이슈가 자금 부족과 함께 맞물리면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홈클이 법률적 검토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몇 차례 질의를 했으나 상충되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홈조이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종료한 가장 큰 원인으로 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소송에서 진 기업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투자자들로선 소송이 제기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몹시 꺼릴 수밖에 없다.

원인 3 사명감 및 사업 의지의 부족

홈클의 창업자는 서비스 종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명감과 사업 의지의 부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창업자 스스로 이런 속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진솔한 고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홈클의 창업자는 원래 호텔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어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시작했는데 매번 예약을 꽉 채울 정도로 잘됐지만 청소하기가 ‘죽을 만큼’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에어비앤비 청소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어 사업은 홈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홈클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이 마찬가지지만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금전적 어려움, 육체 및 정신적 피로, 고객·동료·부하직원·사업 파트너 등과의 갈등을 비롯해 창업자가 상상치 못한 장애요인들이 쏟아진다(특히 창업이 처음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물론 이는 모든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일이지만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기존 사업 기반이 없어 현금흐름(Cash Flow)이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 인력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경영상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들이 폭증한다.

그런 엄청난 문제점들을 돌파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본질적 힘은 창업자의 사명감과 불굴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 국내외의 벤처캐피털들은 사업 아이템보다는 창업자 및 공동창업자의 경쟁력(배경, 역량, 의지 등)을 보다 비중 있게 평가한다. 아이템은 베낄 수 있지만 사람은 베낄 수 없기 때문이다.

홈클의 창업자는 “가사도우미 업에 대한 가슴 떨림이나 사명감은 없었으며 힘든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사명감 없이 버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게 단지 홈클의 경우에만 국한된 일일까? 사실 이것은 많은 신규 사업들이 실패하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사명감 및 사업 의지의 부족’은 현금흐름이나 법률 이슈처럼 정량적으로 측정이 되거나 쉽게 파악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보다 고차원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양이 질을 만든다

그렇다면 현재 O2O 산업에서 발생하는 투자 감소, 폐업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이는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없던 시장이 생기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슷비슷한 수많은 업체들이 등장하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투자자들이 몰리고, 그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역량을 과장하거나 장밋빛 기대를 부풀리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이 성장하고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O2O 비즈니스의 속성상 어떤 기업이 서비스를 출시한 후 해당 서비스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른 바 ‘뜨기’ 시작하면 수많은 카피 서비스들이 등장한다. 부동산중개 분야의 경우 한때 300여 개 업체들이 난립했지만 현재는 직방과 다방의 양대 업체 경쟁으로 좁아진 상태다. 나머지 업체들은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O2O 서비스는 원하는 구매자라면 누구든지 간편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공하는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단순한 편이다. 또한 언제 어디에서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성격상 일반적으로 모바일 앱 형태로 구현되는데(일부 업체는 PC도 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도 낮은 편이다. 즉, 그 분야가 어떤 것이든 간에 (1) 구매자와 판매자를 매개해 상거래를 유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단순하고, (2) 그것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도 대단치 않다.

이처럼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에 서비스를 출시해서 거래가 이뤄지면 바로 매출이 발생하고(이는 O2O 서비스의 커머스적 특성에 기인한다), 만일 해당 분야에서 선두 업체가 되면 커다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쉽게 품도록 한다.

바로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돼 수많은 사람과 기업들을 O2O 비즈니스의 경쟁에 뛰어들게 한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실패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시장을 차지하고 심지어는 시장을 지배하는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게 될 것이다.



O2O 기업의 생존 조건

그렇다면 어떤 O2O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나아가서는 시장을 지배하게 될까? 그러한 질문에 대한 유일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들의 교훈을 기반으로 주된 성공요인을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든가 아니면 추가적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논리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본인의 사업에 대한 낭만적인 기대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투자자의 구두 약속을 마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믿는 식이다. 설령 현재의 매출 성장세에 따라 일정 시점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이 되더라도, 갑자기 새로운 경쟁업체가 등장해 수요가 분산되거나, 또는 경쟁업체가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쿠폰을 뿌리는 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낮추거나, 또는 경쟁업체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TV 광고를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여 기존 고객을 앗아가거나 신규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모든 자금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구두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나 투자자의 변덕으로 인해 투자 약속이 공수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O2O 비즈니스의 경우 해당 분야의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시류에 편승해 충동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가 철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장에 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변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무책임한 판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기업가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그런 현실과 파악된 리스크를 기반으로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
 
둘째, 법률·세금 문제를 서비스 출시 전에 파악하고 소송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산업에는 오랜 역사를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 서비스 품질 보장을 위한 각종 인허가 제도를 비롯해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경제적 약자를 위한 규제 등 산업에 따라 규제의 강도가 다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기존 산업에 온라인을 결합하는 게 결국 O2O 비즈니스인데 그 과정에서 홈클처럼 기존의 법률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존 법률에 맞추려니 불필요한 절차가 필요하거나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또는 법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성장을 앞두고 사업에 제동이 걸리거나, 세금 폭탄을 맞거나, 고객, 직원, 파트너, 여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O2O 비즈니스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법률 및 세금 문제를 파악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일 고쳐야만 하는 문제가 파악된다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부기관 및 국회에 건의를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간과한 법률 문제가 자칫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럴 경우 스타트업으로서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O2O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업자의 ‘실행력(Execution)’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어떤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헌신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나름 면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창업을 하고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후 몇 달 사이에 (단지 국내에서만) 300여 개의 유사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시장 초기의 O2O 서비스는 그 속성상 단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300여 개 서비스들 모두 기능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서로 비슷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구매자 및 판매자 네트워크의 확장, 이벤트 및 마케팅 등 비즈니스 실행력에서 성패가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요인들이 발생해 사업을 방해한다. 단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고 더 중요한 요소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창업자(와 공동창업자) 및 직원들의 활력을 앗아가 버린다. 가장 무서운 상황은 더 이상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 활력이 넘치던 사무실 분위기는 이내 침울한 장례식장이 돼 버린다. 이것은 일종의 뇌사 상태로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표면적인 서비스 종료의 결정 여부와 상관 없이 사실상 사업은 끝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바로 창업자의 역할이다.



마치는 글: 신유통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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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윈은 2016년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자사가 개최한 ‘2016 컴퓨팅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기존의 전자상거래 개념은 사라질 것이며 신유통(新零?, 신링쇼우)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마윈이 강조한 신유통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다. 온라인 기업은 반드시 오프라인 모델을 찾아 온라인·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결합을 이뤄내야 하고, 오프라인 기업은 온라인 모델을 찾아 마찬가지로 온라인·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O2O 비즈니스는 상거래를 매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범위가 온라인·오프라인에 물류를 완전히 결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거나 활용하는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O2O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등장한, 그리고 앞으로도 등장할 실패사례들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상수’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실패사례들을 통해 교훈을 얻어 더 스마트하게 실행할 것이며, 이는 O2O 비즈니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ryu@peopleware.kr

류한석 소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컴퓨터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을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정보기술(IT)과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 <숨은 창의 살리기(공저)> <아이패드 혁명(공저)> <마이크로소프트의 IT전략과 미래(공저)>가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홈클의 흥망성쇠를 보면 국내 O2O 비즈니스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고, 각종 규제까지 많은 국내 상황에서 O2O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2. 면밀한 시장 조사 끝에 의욕적으로 창업을 했는데 이후 몇 달 사이에 국내에서만 300개의 유사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어떤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3. 카카오가 진출한 O2O분야에선 신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가 강한 절대강자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신규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 류한석 류한석 | - (현)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 (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 (전)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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