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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eativity in My Hand

고착: 붙어 있으면 변화 어렵죠 분리: 유연하니 혁신 내맘대로…

박영택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분리, 분할, 분업, 분류, 분석, 분별, 분해, 분납 등과 같이 우리말에 ‘나눌 분(分)’자가 들어가는 단어가 많다. ‘나눈다’는 것이 그만큼 쓰임새가 많다는 뜻이다. SIT의 4번째 사고도구인 ‘분리(Division)’는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분리 또는 분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분리는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구조적 고착’을 극복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지난 DBR 기고문을 통해 40가지 발명원리로 구성돼 있는 TRIZ(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의 핵심을 5가지 원리로 요약 정리한 SIT(체계적 발명사고·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중 첫 번째 사고 도구인 ‘제거(Subtraction)’, 두 번째 사고 도구인 ‘용도통합(Task Unification)’, 세 번째 사고도구인 ‘복제’를 다룬 바 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SIT 중 네 번째 사고도구인 ‘분리(Division)’다.



나누어서 지배하기

‘분리’의 개념이 적용된 제품 중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것으로는 ‘커터 칼’이 있다. 커터 칼은 작은 인쇄소에서 종이 재단사로 일하던 일본의 오카다 요시오(岡田良男)가 발명했다고 한다.1 당시 인쇄소에서는 칼과 면도날 등을 이용해 종이를 잘랐는데 사용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칼날이 무뎌지는 것이 문제였다. 무뎌진 부분을 부러뜨린 후 다시 사용하면 마치 새 날처럼 종이를 쉽게 자를 수 있지만 단단하고 날카로운 칼날은 부러뜨리기 힘들 뿐 아니라 부러뜨리다가 종종 손을 다치는 일도 있었다. 그 무렵 다른 인쇄소에서 일하던 동생이 찾아와 같은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시오는 어릴 때 미군에게 얻어먹던 초콜릿이 생각났다. “작고 네모난 칸으로 나눠진 초콜릿처럼 칼도 쉽게 잘라서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일하던 어느 날 실수로 유리컵을 깨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컵을 주워 잘린 면을 들여다보던 그는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구두 장인들이 고무를 자를 때 유리를 잘라서 쓰는 것처럼 칼도 그렇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요시오는 네모난 초콜릿이나 구두 장인들이 사용하는 유리조각과 같이 부러뜨려서 사용할 수 있는 칼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끊어지는 칼날의 크기, 선의 각도, 홈의 깊이 등을 정한 후 칼의 형태를 접이식 대신 슬라이딩 방식으로 바꾸었다. 칼날을 부러뜨린 만큼 앞으로 밀어낼 수 있는 커터 칼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산에 분리의 개념을 적용한 재미있는 사례를 보자. 2012년 홍익대에 재학 중이던 김석휘, 김성진, 김다솔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우산 손잡이만 분리해서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도마뱀 우산’을 고안했다. 이 우산의 용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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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우산(Lizard Umbrella) (Courtesy of Seongjin Kim et al.)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일 듯하다. 비 오는 날 식당에 가면 입구에 있는 보관대에 우산을 꽂아놓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만약 보관대에 꽂아둔 우산이 새로 산 것이나 값비싼 것이라면 누군가가 내 우산을 실수나 고의로 가져가면 어쩌나 염려된다. 이런 경우 우산 손잡이만 떼서 식당 안으로 가지고 가면 된다. 손잡이가 없는 우산은 망가진 것처럼 보이므로 다른 사람이 집어 갈 가능성이 적다.

그런데 이러한 도마뱀 우산도 많이 보급되면 남이 가져가서 다른 손잡이를 끼워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까지 없애려면 우산대와 손잡이의 연결 부분을 열쇠 모양으로 만들어서 자기 손잡이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도록 제작하면 된다. 이 아이디어는 2012 레드닷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의 최고상(best of the best)을 수상했다.



물리적 분리

물리적 분리는 앞서 설명한 ‘도마뱀 우산’처럼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물리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프랑스의 주방용품 업체인 테팔(Tefal)은 프라이팬과 냄비의 손잡이를 몸체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매직 핸즈(Magic Hands)’를 1996년에 출시했다. 손잡이를 분리하면 여러 개를 쌓아서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손잡이를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가정 내 수납공간이 적은 일본에서 100만 개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매직 핸즈의 성공 덕분에 테팔은 일본을 프랑스에 이은 제2의 소비시장으로 키울 수 있었다.

물리적 분리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는 한 덩어리로 일체화된 구성요소들을 분리하고 이를 관절로 연결해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멀티탭은 막대기 모양의 고정된 몸체 안에 여러 개의 콘센트가 붙어 있기 때문에 부피가 큰 충전기나 어댑터를 나란히 꽂기 어렵다. 2012 레드닷디자인상을 수상한 쿼키 사의 피벗 파워(Pivot Power)는 멀티탭의 콘센트들을 관절로 연결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콘센트들을 관절로 연결하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원형이나 반원형 또는 지그재그 모양 등으로 형태를 쉽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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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파워(Pivot Power) (Courtesy of Quirky)

스케이트 신발에도 분리의 개념을 적용한 재미있는 예가 있다. 스피드 스케이트는 빙상 스포츠 중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적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직선 구간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스피드 스케이트의 날은 얇고 길다. 날이 얇을수록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추진력이 향상되고 날이 길수록 직진성이 좋아진다.

클랩 스케이트(Clap Skate)는 이러한 스피드 스케이트화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제품이다. 이 신발은 네덜란드에서 개발됐는데 발을 옮길 때마다 ‘탁, 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클랩(cla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얇고 긴 날이 부츠에 고정돼 있는 전통적인 스케이트 신발과는 달리 클랩 스케이트는 날의 앞부분에 관절을 달아서 발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에 붙어 있도록 한 것이다. 경기하는 내내 스케이트 날이 빙판과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날과 얼음 사이의 마찰이 줄어든다. 따라서 가속과 속도 유지에 유리하며 체력 소모도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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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 스케이트(Clap Skate)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클랩 스케이트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에서 이 스케이트화를 신은 네덜란드 선수들이 5개의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그 이후 대다수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 클랩 스케이트를 사용하게 됐다.







기능적 분리

분리의 두 번째 유형은 기능적 요소의 일부를 본체와 나누는 것이다. 예전의 창문형 에어컨은 창을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소음도 심했다. 그러나 실외기를 분리해 바깥으로 빼낸 이후로는 그런 문제가 없어졌다. 또한 리모컨을 이용해 온도 및 송풍 조절장치도 본체에서 분리했기 때문에 사용편의성도 크게 높아졌다.

<틀 안에서 생각하기>라는 책에 보면 저자 중 한 명인 두루 보이드 교수가 GE 크론톤빌 연수원에서 40명의 마케팅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을 때 경험한 이야기를 기록한 대목이 있다. 이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2 


분리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조합을 위해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선택해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는 모듈 설계가 여기에 속한다.


교육생 한 명으로부터 “이미 성숙기에 있는 제품의 혁신에도 SIT가 활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냉장고를 대상으로 ‘5가지 사고도구’를 적용하는 실습을 진행했다. 실습이 진행된 과정을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냉장고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 문짝, 선반, 팬, 전구, 제빙기, 컴프레서 등.

● 위에서 나열한 요소 중 먼저 어느 것에 ‘분리’의 개념을 적용해볼까?
-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에 적용해 보자.

● 컴프레서를 본체에서 분리한 후 어디에 둘까?
- 주방 뒤쪽 집 밖에 두자.

● 컴프레서를 분리하여 주방 뒤쪽 집 밖에 두면 어떤 편익이 있을까?
- 부엌이 훨씬 조용해진다.
- AS 직원이 방문할 때 집에 아무도 없어도 된다.
- 냉장고 안의 음식뿐 아니라 싱크대 서랍 등과 같이 다른 곳에 있는 음식도 차게 보관할 수 있다.
- 냉장고 본체가 아닌 다른 편리한 곳에 음료수 전용 칸을 따로 만들 수도 있다.
- 그렇다면 필요에 따라 주방 곳곳을 냉장실로 사용할 수 있겠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싱크대 서랍을 냉장실로 사용하는 제품이 출시됐다고 한다.

기능적 분리는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의 설계에도 많이 이용된다. 예전에는 복잡한 시간에 기차표를 끊으려면 발매 창구 앞의 긴 대기라인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홈 티켓이나 SNS 티켓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이 직접 발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것은 승차 프로세스에서 발권 부분을 분리해 고객에게 맡긴 것인데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고객에게 떠넘김으로써 업무 부담을 대폭 경감했으며 서비스 이용자는 창구 앞에서 무료하게 장시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미리 발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조합을 위한 분리

분리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조합을 위해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선택해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는 모듈 설계가 여기에 속한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규격화된 부품을 선택하고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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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Ara) 스마트폰 출처: Wikimedia Commons, Fair Use

모듈 방식의 조립형 스마트폰 개발을 목적으로 구글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아라(Ara)는 재조합을 위한 분리의 좋은 예다. 필수 부품이 내장된 아라폰의 프레임에 디스플레이 모듈, 배터리 모듈, 프로세서 모듈, 카메라 모듈, 무선 랜 모듈, 스피커 모듈, 센서 모듈 등을 필요에 따라 끼우고 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에 취미가 있는 사용자라면 고성능 카메라 모듈을 장착할 수 있고,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용자는 하이파이 스피커를 끼우면 된다. 또한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는 사용자는 고화질 디스플레이 모듈을 사용하고, 배터리 사용량이 많은 사람은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 화면이 깨질 경우 따로 수리를 맡길 필요 없이 디스플레이 모듈만 구입해서 바꿔 끼우면 된다. 물론 다른 부분이 고장 나더라도 고장 난 모듈만 교체하면 된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013년 12월 소형 무인항공기인 ‘드론(Drone)’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마존이 계획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물류센터에서 최대 16㎞ 떨어진 지역까지 약 2.3㎏의 물품을 30분 내에 배송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특허상표청이 승인한 아마존의 특허 내용을 보면 드론은 주문자의 스마트폰이나 다른 모바일 기기에 있는 GPS 정보를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해 물품을 배송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상업용 드론의 운항을 승인하지 않고 있어서 언제 실행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인 항공 택배가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택배산업의 미래 모습이 공중 수송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스라엘의 센카(Shenkar) 공업 및 디자인대의 코비 시커(Kobi Shiker)가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트랜스휠’은 미래 택배산업에 대한 다른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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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휠(Transwheel) (Courtesy of Kobi Shikar)

자율주행 외발 로봇인 트랜스휠은 1인용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와 같이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한 자체 균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바퀴 하나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적재를 위한 로봇 팔과 GPS 기반의 통신기능이 있기 때문에 수화물을 싣고, 고객의 집으로 이동하고, 현관 앞에 내려놓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무인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고객에게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고, 필요하다면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택배 상자를 내려놓기 전에 지정된 수령인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제거’의 개념을 적용해 운송에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없앤 트랜스휠은 택배 차량에 비해 도로를 점유하는 공간이 훨씬 작다. 이러한 외발 운송기구가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수송해야 할 화물의 크기에 따라 필요한 수만큼 모여서 그룹으로 운반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랜스휠을 이용하면 작은 택배 상자에서부터 엄청나게 큰 컨테이너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아직은 콘셉트 단계이지만 필요에 따라 여러 대의 트랜스휠이 한몸처럼 그룹을 이뤄 각종 화물들을 무인으로 수송하는 것이 택배산업의 진정한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 컨테이너처럼 큰 화물을 옮기기 위해 외발 로봇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가? 만약 이러한 무인수송이 실현된다면 굳이 일과시간 중에 배달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각종 화물차들 때문에 교통 체증이 가중되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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