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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의 성공비결

척박한 환경, 승강 시스템, 팬클럽… 한국형 골프투어를 구축했다

조효성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1978년 단 4명의 프로골퍼와 함께 KPGA ‘여성부 투어로 시작된 한국 여자 골프 투어는 1988 KLPGA투어로 독립한 뒤 3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놀라운 성공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도 많이 들고 골프장도 멀리 있는 한국의 골프 환경이 오히려완벽한 스윙을 익힐 때까지 연습하게 만들고 필드에서 신중하게 1 1타를 치게 만들었다.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완성형 선수를 만들어냈다.

둘째, 협회는 3-2-KLPGA투어로 이어지는 3단계 투어 성적에 따라 상위 투어 시드를 받는승강시스템을 만들어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했다.

셋째, ‘팬클럽까지 만들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한국 특유의 골프팬 문화와 이를 활용하면서 선수들의 소속감을 강화시키는소속팀제가 운영되면서 KLPGA투어의충성 고객이 확보됐다.

 

2010년대 한국의 글로벌 히트 상품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K-Pop과 드라마 등을 꼽는다. 하지만 골프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라고 말할 것이다.

 

2016년 한 해에만 KLPGA투어는 무려 33개의 대회가 열렸고 총 상금이 212억 원에 달했다. 대회 평균 상금은 64000만 원. 게다가 대회가 열리는 장소도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베트남 등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투어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진정한글로벌 투어로 성장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는 선수들과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 그리고 ‘K골프라는 브랜드를 지속가능한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려는 KLPGA투어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미국(LPGA)과 일본(JLPGA)투어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우뚝 섰다. (그림 1) 이 글에서는 지난 1988 KPGA 여자프로부에서 떨어져 나와 정식으로 창립한 KLPGA투어가 불과 28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과정을 살펴보고 기업인들에게 줄 수 있는 시사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그림 2)

 

30년 만에 이룬 세계 3대투어의 신화

 

1) 초라했던 시작

KLPGA투어는 전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고 골퍼들이 모여 있는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집 한 편의 차고를 사무실로 사용한 스타트업 기업처럼 KLPGA투어의 시작은 초라했다.

 

KLPGA투어의 뿌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한국에여자 프로골퍼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운명의 1978.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서 여자 프로골퍼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골프장마다 여자 프로 지망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족한 저변과 골프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1978 5월 경기도 양주 로얄골프장(현재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열린 1회 여자프로골프 프로테스트에는 단 8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춘자 현 KLPGA 수석 부회장과 고인이 된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 등 4명이 역사적인 첫 관문을 통과해프로타이틀을 따는 데 성공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효시가 되는 ‘4인방의 탄생이다.

 

 

상금 규모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가을 첫 여자 대회였던한장상배 여자오픈이 열렸다. 총 상금은 100만 원에 우승 상금은 50만 원이었다. 사실 1984년 이전까지는 KPGA대회에여자부라는 이름으로 열리긴 했으나 자료가 없어 정확한 상금 규모는 파악할 수가 없다.

 

‘첫 여성프로골퍼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난 1988.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 KLPGA투어가 첫발을 내딛는다. 당시 여자 프로골퍼 수는 40명뿐이었고, 1988년 첫 KLPGA투어의 8개 대회 총 상금 8440만 원으로 시작했다. 평균 상금 1050만 원으로 당시 총 상금은 현재 찾아볼 수도 없는 총 상금 4억 원 규모 대회의 우승 상금 정도였다.

 

맨 몸으로 시작한벤처기업’ KLPGA투어는 소위도 없고 힘도 없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대회 유치를 시작했고 1989 10개 대회에 총 상금

18450만 원으로총 상금 1억원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골프라는 이미지는 대중적이지 못했다.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매년 꾸준하게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와 선수들의열정이었다.

 

 

 

2) 박세리, 한국 여자골프를 바꾼히트 상품

KLPGA투어는 묘하게도 ‘10년 주기 성장을 했다. 1978년 첫 프로골퍼가 탄생했고 1988 KLPGA투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998년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는다. 단순 인기 상품이 아닌 엄청난히트 상품이 나오면서부터다.

 

KLPGA투어는박세리 이전 시대박세리 이후 시대로 나뉜다. KLPGA투어에서 박세리의 존재는 마치 벤처기업을 순식간에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히트 상품과 같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1세대 트로이카 KLPGA투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물론 박세리는 그중 최고였다. 등장부터 강렬했다. 199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투어에서 우승을 한 박세리는 1996년 프로로 데뷔할 때까지 무려 6승을 거뒀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한마디로괴물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많은 경영전문가들이 얘기하듯 히트 상품은 단순히 뛰어난품질디자인으로만 탄생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량이나 뛰어난 외모를 갖췄다고 해서 바로히트 상품과 같은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한국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던 바로 그 시대, TV 속 박세리는 위기의 순간 양말을 벗고 검게 탄 다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발을 드러내며 연못에 두 발을 담갔다. 망설임 없이 스윙을 해 공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올려놨다. 그리고 극적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다. 이 순간을 TV 생중계로 지켜보던 한국인들은할 수 있다는 벅찬 감동에 몸을 떨었다. 프로골퍼 박세리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되며 KLPGA대표 상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박세리가국민 희망의 상징이자 하나의브랜드로 자리잡자 KLPGA투어도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벤처기업이 안정적 성장궤도에 올라 중소기업 규모로 성장하는 것처럼.

 

1998 7개 대회 총 상금이 78000만 원에 KLPGA투어는 1999년부터 13개 대회 총 상금 189000만 원 규모로 성장하더니 10년 뒤인 2008년에는 25개 대회 총 상금 851000만 원 규모로 성장하며 한국 남자프로골프투어 규모를 넘어섰다.

 

 

 

3) 대부흥

박세리가 강력한한방을 터뜨린 뒤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도 맹활약을 펼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승전보가 속속 전해졌다. 체구도 작고 열악한 상황에서 연습을 하던 한국 여자골퍼들이 외국 선수들 틈에서 선전하는 모습은 더 많은 골프팬들을 양산했고 이들은 TV에서 본 선수들의 활약을 직접 필드에서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기 시작했다. 팬들이 늘자 기업들도 골프로 눈을 돌렸다. 여자프로골프의 인기가 증가하며 대기업들이 속속 선수들의 스폰서로 등장하고 대회를 열며 KLPGA투어의 규모는 점점 성장했다.

 

‘히트 상품’ 1세대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에 이어세리 키즈인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등이 등장해 KLPGA투어의 흥행을 이어갔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돌풍을 몰고왔다. ‘KLPGA투어라는 국내 무대에서 성장해 결국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는 스토리가 퍼져나갔고, 국내에서골프 꿈을 꾸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탄생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돈은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다. 박세리는 1996년 삼성과 연간 3억 원에 10년간 장기 계약을 했다. 그리고 2002년 말 CJ로 이적하며 연간 20억 원에 5년간 계약하며 국내 남녀 프로골퍼를 통틀어 사상 최고가 계약금 기록을 세웠다.

 

박세리는 수많은 골퍼들과 골퍼들의 부모들에게골프에서 성공하면 어떤 사업가나 스포츠 선수보다 부자가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스타가 됨과 동시에 막대한 부까지 거머쥘 수 있으니 당시 스포츠계에서 여자 골프는 가장 매력적인 종목이 됐다.

 

성공요인 분석

 

KLPGA 투어의 성공신화는 협회, 선수, 팬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박세리의 등장이라는 얼핏 보면천운같아 보이는 일도 1978년 한국골프협회가 과감하게 여자프로골프는 물론 골프 자체가 생소했던 불모지에여자프로골퍼 육성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한국 여자프로골프는 일본의 영향이 컸다. 1977일본 여자골프 전설로 불리는 히구치 히사코(67)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여자골프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한국골프협회도여자프로육성이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또한 프로골퍼 모집 10년 만에 곧바로 KLPGA투어를 시작했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박세리도, 박인비도, 그리고 전인지도 없었을 것이고 세계 3대 투어로 불리는 KLPGA투어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세리 키즈’ 1세대를 넘어 2세대까지 등장했는데, 이렇게 LPGA 투어와 KLPGA투어를 오가는 두터운 선수층이 없었다면 지금의대부흥은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을 응원하고 뒷받침해주는열성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어와 선수 후원도 남의 나라 얘기였을 것이다.

 

1) 최고의 선수들: 열악한 환경의 역설과 치열한 경쟁

일반적으로 골프 강국의 경우 골프 저변이 넓고 플레이 비용이 저렴하다. 당연히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잔디보다는 매트에서 더 많은 볼을 친 선수들이다. 실전 라운드는 비용 부담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레슨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올림픽 육성 종목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없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런 좋지 않은 상황이열정투지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한국 선수들은 비싼 레슨을 받을 때 엄청나게 집중을 하게 되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배우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필드에 나갈 경우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신중하게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려서부터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골프에 필요한 근육들을 보다 빠르게 만들어낸다. 한희원 선수의 부친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은한국 골프 지도자들은 스윙 연습과는 별도로 근력운동이나 체력훈련을 많이 시킨다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골프에 필요한 근육이 만들어진다. 외국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한다고 말했다. 환경이 좋지 않다고 불평하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습장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완벽한 스윙을 만들고 1 1타가 소중해 포기하지 않는 강철 멘탈을 키우며 똑바로 멀리치는 KLPGA투어 고유의 컬러를 만든 기틀,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열악한 환경이었다. 한국의 내수시장이 너무 작고 규제가 많아 기업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오히려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수출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한국 여자프로골프는무한 경쟁체제다. 분명경쟁은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열린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전 종목 석권을 이뤄낸 한국 양궁 선수들의 성공 비결도무한 경쟁이었다. 예선부터 세계 신기록을 세운 남자 양궁 김우진 선수는우리는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고 자신의 기량에 만족할 수가 없다. 단 한 발 차이로 모든 것이 바뀐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태극마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점이 외국 선수와 한국 선수들의 차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양궁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한국 여자골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 여성골퍼들만큼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골프를 치는 선수들은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KLPGA투어에서 맹활약을 한 선수들은 보통 유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국가대표는 연간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스폰서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최고의 수단이다. 초등학생 골퍼들이 성인 이상의 훈련을 소화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주니어 상비군과 국가 상비군, 국가대표 등 단계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살아남은톱 골퍼들이 태극마크를 단다.

 

 

2) 협회: 공정한 경쟁 시스템과 미래 인재 육성

KLPGA투어가 3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의 투어가 된 이유, 그리고 KLPGA에서 세계적 수준의 골퍼가 계속 배출되는 이유는 협회가 구축해 놓은 투어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양궁의 선발 시스템과 흡사하게 공정함과 원칙을 잃지 않는경쟁 시스템에 그 답이 있다.

 

핵심은 프로골퍼가 됐다고 모두 KLPGA투어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현재 KLPGA투어는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른바승강 구조’. 정체된 선수는 아래 단계로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린 선수만 한 단계씩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방식이다. KLPGA투어와 2부 투어, 그리고 3부 투어로 구성된 탄탄한 시스템은 세계 골프계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병적인인맥을 동원한 개입이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1∼3부 승강시스템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LPGA투어는 2부 투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더 하다. 2부 투어가 아예 없다가 최근에야 2부 투어가 생겼다. 하지만승강제가 아니다. 2부 투어에서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해도 1부 투어로 직행하는 시스템이 없다. 그저 시드를 잃은 선수들이 감각을 잃지 않고 경기를 하는연습 리그의 독립된 개념이다.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장 설계 업무 차 한국을 방문했다가한국 여자골프 투어엔 3부 투어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한국 여자골프가 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KLPGA투어는 이렇게 일찌감치 3-2 -KLPGA투어로 이어지는 승강 시스템을 통해 투어 규모를 확대하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고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넓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꿈나무 발굴을 위해서 KLPGA투어 소속 선수들이 직접 골프를 배우는 초등학교 등을 방문해 꾸준하게유소년 골프 클리닉을 펼치고 있다. 멘토링이자 재능기부. 선수들도 자신들이 꿈을 펼치는 KLPGA투어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KLPGA 투어는 지난해부터 좀 더 적극적인유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와 우수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해 기획한 ‘KLPGA TO YOU’란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키즈골프단 창단, 골프연습장 지원, 골프클리닉 등 지속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어려서부터 경쟁 상황 속에서강심장을 갖도록 하기 위해 KLPGA는 지난 2010년부터 KLPGA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 대회를 개최하고 2015년부터 ‘KLPGA-삼천리 꿈나무 대회도 신설했다.

 

3) , 그리고 기업: ‘팬클럽

KLPGA투어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한국만의 고유한 골프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조직적인 팬클럽과 골프팀이다. KLPGA투어 대회는 독특하다.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갤러리들이 저마다 비슷한 모자를 쓰거나 응원 구호를 외친다. 특히 인기 있는 선수들이 한 조에 속해 있을 때에는 마치 축구나 야구처럼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팬클럽의 긍정적인 측면은관여도 높은 팬 유지에 있다. 골프팬의 이탈을 막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시합이 없고 선수가 없어도 자신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또 하나의 골프 문화를 만들었다. 이들은 선수와 함께 자선 활동을 하거나 대신 기부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선수의 대리인역할을 하는 것. 때로는 대회장에서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조용하고 전통적이지 않은한국만의 골프문화를 통해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금세 열성팬이 될 수 있다. 이런 열성팬들이 존재하는데 기업이 투어를 외면할 리가 없다.

 

‘골프팀’ 시스템도 유일하다. 골프는 철저한 개인 운동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팀 혼마팀 스릭슨’ ‘팀 캘러웨이등 용품을 지원하는 선수들을 묶어 소속감을 느끼게 하거나 메인 스폰서들이 지원하는 선수들을 지원하며 소속감을 부여한다. 선수들도 금전적 혜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좀 더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니 선수 생명도 길어진다. 물론 이는 KLPGA투어의 경쟁력 제고를 이뤄내는 중요한 요인이다.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팬클럽의 결속도 강화시키고 선수들의 소속감을 높이면서 지속적인 흥행유지와 후원효과 상승을 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열성적인 팬 층을 늘리고 유지하기 위해 협회도 함께 뛴다. 투어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 유치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골프에 관심을 갖게 하고 여자골프 대회가 갖고 있는 흥행성, 매력 등을 어필하는 것이다. 다양한프로암 대회가 이 역할을 했다. 강춘자 KLPGA 수석 부회장은기업들이 고객 만족도가 높은 프로암 대회를 통해 고객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실제 공식대회 이외에 기업에서 고객을 초청하는이벤트 프로암대회’를 연간 40여 개 정도 치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그룹에서도 연간 3∼4개의 고객 초청 프로암행사를 마련하는 등 기업마다을 서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적은 돈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협회는 시드가 없는 회원들에게도 약간의 수입을 보장해줄 수 있다. 지금은 협회가 프로암행사의 공인료를 받고, 선수를 파견하고 있다. 강 수석 부회장은협회는 프로암을 통해 기업과 협회 소속 선수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조성했다프로암을 통한 마케팅으로 인해 KLPGA투어 대회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회가 끝날 때마다 스폰서 기업에 출전선수 140명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감사의 편지를 받은 기업은 다음에도 대회를 계속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세계적인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한 KLPGA투어는 이제 그 영토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넓히고 있다. KLPGA투어의 성공 전략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국가에 KLPGA투어 브랜드를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이 LPGA투어를 동경했던 것처럼 KLPGA투어 또한 다른 나라의동경 국가가 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KLPGA 프리미엄 전략의 글로벌 확대다. 이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KLPGA투어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 2006년부터 매년 12월에 중국에서 열리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 이어 올해에는 윈터투어 형식으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라운드짜리 이벤트 대회(한투증권 챔피언십)가 개최됐다. 2016년 정규투어 개막전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0만 달러, 84000만 원)을 중국 둥관의 미션힐스 골프코스에서 열었다. 베트남의 달랏에서 달랏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 원)이 열리기도 했다. 2개의 정규 투어는 모두 외국 기업이 후원·초청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2017 KLPGA투어 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당연히글로벌 투어를 위해 외국인 선수들이 KLPGA투어에 진입할 수 있는 길도 만들었다. KLPGA투어를 개방한 것은 다양한 인재들을 확보하면 경쟁력 있는 글로벌 투어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열린 외국인 대상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는 일본, 호주, 태국, 미국, 대만 국적을 지닌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 8명이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높은 벽을 넘어 KLPGA투어에 입성한 예는 없다. 무리하게국제적인 투어로 만들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을 무조건 끌어들이지 않는 이 전략이 KLPGA 투어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는 셈이다.

 

KLPGA투어는 10년이 넘게 세계적인 톱 골퍼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며신뢰 구축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번 구축하면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충성고객은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고 비록 가격이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비싸더라도 충분히 믿고 구매한다. KLPGA투어의 대회당 평균 상금, 총 상금 12억 원이 넘는 대형 대회의 등장 등은 남녀 골프 시장 중 기업들이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KLPGA투어의 브랜드를 구매한 것이다.

 

조효성 매일경제신문 기자 hscho@mk.co.kr

 

필자는 서울대에서 체육교육학을,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학을 공부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메인스폰서인 마스터카드 한국 매치매니저, 피스컵 언론담당 등을 경험했고 2002년부터 2년간 한국프로축구협회와 한국프로농구연맹의 중장기 발전 컨설팅에 참여했다. 200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골프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현장 취재를 담당하기도 했다.

 

Unconventional Insight

 

1.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또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골프장이 대부분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이용료도 비싸다. 하드웨어인 인프라만 놓고 보면 사실 열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인프라가 한국 여자프로골퍼들의탄탄한 기본기’ ‘섬세하고 신중한 플레이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싼 레슨비와 골프장 사용료 때문에 1 1타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오히려 실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포츠 발전에 인프라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열악한 환경이 때론 약이 될 수도 있다.

 

2. 혼자서 대부분을 판단하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며 헤쳐 나가야 하는 스포츠인 골프. 이렇게 철저한 개인 운동이지만 KLPGA투어에서는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소속팀제를 도입했다. ‘팀워크가 주는 안정감과 상호 소통을 통한 성과 향상이 나타났다. 위대한 개인은 그런 개인들이 모인 팀 속에서 더 위대해질 수 있다. 골프는고독한 스포츠가 아니고, 꼭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DBR minibox

 

스티브 워즈니악이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창업한 것은 1976 41일이다. 번듯한 사무실을 차릴 돈도 없었다. 차라리 그 돈이 있다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재료를 사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장소는 차고. 잡스의 차고에서 초라하게 시작된 애플은 열정이 가득 담긴 역작애플 1’을 내놓으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였기 때문. 그런데 한 번의깜짝쇼가 아니었다. 애플2가 나왔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매킨토시가 탄생했다.

 

애플의초라한 시작 KLPGA투어의 출발은 많이 닮아 있다. 1978 4명의 프로골퍼로 시작해 1988년 더부살이를 벗어나 40명의 여자 프로골퍼들이 모여 KLPGA투어라는 간판을 달았다. 그리고 1998년 박세리라는 세계적인 천재 골퍼, 히트 상품이 나오며 KLPGA투어는 성장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이 애플2와 매킨토시를 연속으로 히트시킨 것처럼 KLPGA투어도 김미현, 박지은 등에 이어 신지애, 최나연, 박희영 등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며 골프를 단지 골프팬의 전유물이 아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잡게 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창의력으로 사람들에게 만족을 줘야 한다. 그러기에 이전의 히트 상품을 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초창기 애플이 잡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면 최근 애플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만들어진다. 그중 애플의 지속가능한 창조력을 만드는 것은 ‘Top 100’이라고 부르는 아이디어 그룹이다.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는 회사의 핵심 인력들에게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발표하며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그의 비전을 공유한다.

 

최근 한국 여자골퍼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선수들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수십 시간씩 이동하며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차에서 먹고 자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여자골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메이저 우승, LPGA투어 우승이나 상금왕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미 박세리나 신지애, 박인비 등이 달성했기 때문. 이 때문에 더욱더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일명이다. 전인지도 트레이너와 스윙코치, 멘탈 전문가 등의 힘을 합쳐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박인비는 스윙 코치인 남편이 동행하고 멘탈은 전문가로부터 상담받기도 한다. 한마디로골프에만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더욱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낸다. 혼자의 싸움에서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것들도 도전할 수 있다. 그 결과 애플과 KLPGA투어는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마치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전 세계 IT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신제품들을 연달아 발표하며신뢰를 쌓은 것처럼 한국여자골프, K골프도 박세리 이후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등 끊임없이 새로운골프 여제들을 탄생시키며 골프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은일관된 경험’ ‘기대 관리. 이 점에서 한국 여자골퍼는 20년가량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우승자를 배출하고 세계 여자골프 1인자로 우뚝 서며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서 갖고 있는기대 관리도 명확하게 충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K골프는 하나의 단순한 제품의 이미지가 아니다. 김세영, 박성현의 화끈한 장타와 도전적이고 공격적 스타일, 전인지, 신지애, 최나연 같은 전략적이면서 한 치의 흠도 없는 꼼꼼한 스타일, 이일희, 최운정 등과 같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스타일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잘 차려진 뷔페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앞으로 나올 선수들이 어떤 모습과 어떤 스타일로 이전 세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모습으로 골프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다. 반대로 골프팬들 입장에서는 이제 다음천재 골퍼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 조효성 조효성 | - (현) 매일경제신문 기자
    - 마스터카드 한국 매치매니저
    - 피스컵 언론담당
    - 한국프로축구협회, 한국프로농구연맹의 중장기 발전 컨설팅 참여
    hsc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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