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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Health Innovation

" 보험료 책정하게 헬스조끼 입으세요" 보험사, 디지털 헬스케어의 플레이어가 된다

김치원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보험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소비자(환자)와 서비스 제공자(의료기관)를 이어주는 중요한 플레이어다. 가입자의 의료비 청구가 줄어들어야 보험회사의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도입할 동기가 충분하다. 특히 미국처럼 의료비용이 높고 민간 보험의 역할이 큰 나라일수록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핏비트 등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운동량을 측정한 후 이를 보험료 산정에 적용하는바이털리티보험이 대표적이다. 한편 공영 의료보험의 비중이 크고 의료 관련 규제가 까다로운 한국의 경우는 미국처럼 민간 보험회사가 신기술 도입에 먼저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도 디지털 헬스 기술의 도입은 전 세계적인 대세가 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바이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이 5회에 걸쳐 디지털 헬스 산업의 변화와 대응전략을 제안합니다.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받아서 이를 운용하고 가입자에게 발생한 의료비를 지급한다. 따라서 가입자로부터 거둔 보험료 운용 수익을 높이고 가입자에게 발생하는 의료비를 줄일수록 이익이 커진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 운용 수익을 높이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고, 인구 노령화로 인해 의료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보험회사들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질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것이다. 많은 보험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같이 질병 예방 혹은 효율적인 치료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함이다.

 

 

이 가운데 특히 질병 예방은 질병이 발생한 다음에 치료하는 것에 비해서 비용 대비 효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보험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wellness program)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험 가입자가 피트니스클럽 등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예방접종과 금연을 지원하기도 한다.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회사인 디스커버리(Discovery)가 가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바이털리티(Vitality). 이 프로그램은 건강검진을 비롯한 여러 가지 건강 증진 행동에 대해서 포인트를 지급하고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서 정해진 회원등급별로 건강 식품이나 건강 관련 제품을 구입할 때 할인을 제공한다. 또 무료 스무디나 영화 관람 같은 혜택도 제공함으로써 가입자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 증진 행동으로 인정되는 것에는 헬스클럽이나 골프, 달리기 대회 참석과 같은 활동은 물론 피트니스 제품 구입 및 사용이 포함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속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건강 관련 앱을 사용하는 것 역시 인정받을 수 있다. 바이털리티가 성공을 거둔 이후 여러 보험회사들이 이런 리워드 기반의 웰니스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인 앤섬(Anthem) 또한 앤섬 헬스 리워즈(Anthem Health Rewards)라는 이름으로 건강과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 보상을 제공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의 발달과 함께 가입자의 건강 행동을 손쉽게 유도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털리티는 2015 4월부터 미국의 생명보험 회사인 존핸콕(John Hancock)과 공동으로 보험상품을 개발해 가입자들에게 활동량 측정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핏비트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희망하는 가입자는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 핏비트를 받을 수 있는데 바이털리티와 마찬가지로 운동량, 건강검진 유무, 금연 유무에 따라서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포인트에 따라서 매년 가입자의 등급이 결정되며 이 등급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건강하게 생활하는 가입자의 경우 경쟁사 대비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절약할 수 있다.

 

존핸콕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매뉴라이프(Manulife)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는데 2015 8월부터는 홍콩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시작했다. 매뉴라이프 무브(Manulife Move)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가입자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고 가입자가 일평균 일정 걸음걸이 수 이상을 걸으면 등급에 따라서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매일 평균 5000걸음을 걸을 때 5% 할인해 주고 1만 걸음 이상을 걸으면 할인율이 10%로 올라간다.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인 오스카헬스(Oscar Health)는 모바일 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원격 진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2015년 초부터 희망하는 가입자에게 미스핏 웨어러블 제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하루당 1달러씩 매달 최대 20달러를 아마존닷컴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서비스 시작 당시4만 명의 전체 가입자 가운데 3분의 2가 참여했다. 목표 걸음 수는 개인별로 하루 2000에서 1만 걸음을 약간 넘는 수준 사이이며 사용자가 목표를 얼마나 충실히 달성하는가에 따라 변한다.

 

이외에도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Healthcare)는 트리오 모션(Trio Motion)이라는 활동량 측정계를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걸음걸이 수에 따라서 일년에 최대 1460달러를 의료비 본인 부담금 환급 계좌(Health Reimbursement Account)에 입금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활동 빈도(매주 최소 5분 이상의 활동을 최소 6회 이상 할 것), 활동 강도(30분 이내에 3000걸음 걷기), 활동 지속(하루에 1만 걸음 걷기) 등 세 가지 지표를 평가한다.

 

 

지금까지 알아본 회사들의 프로그램을 정리해보자. 바이털리티나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와 같은 회사는 다양한 지표를 통합해 관리하고자 하는 반면 존행콕이나 매뉴라이프, 오스카헬스의 경우 걸음걸이 수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건강한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명쾌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지표를 추적하는 데 따르는 부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털리티의 경우 20여 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보험료 할인과 가입자의 건강 증진에 따른 득실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쌓았을 것이나 최근에 시작한 회사들, 특히 단순한 구조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경우 이런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입자의 건강 증진에 걸맞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뒤에서 더 살펴보겠지만 이들 후발주자 회사의 경우 가입자 건강 증진을 통한 보험 손해율 감소보다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목적이 더 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작년 하순부터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걸음걸이 교정을 해주는 웨어러블을 만드는 직토는 교보생명의 온라인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제휴를 맺었다. 보험 가입자들에게 직토를 제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직토 사용자에게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상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험회사 간의 협력 사례가 대부분 보험 가입자의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직토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사용자에게 보험을 가입시켜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외에도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인 에임메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활동량 측정계 혹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걸음 수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상품을 나누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 및 당뇨병 관리 앱을 만드는 눔(Noom)은 알리안츠생명과 함께 일반인들이 눔의 앱을 사용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중 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눔 플래티넘 사용 혜택을 제공하면서 열심히 사용한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건강이 좋아지고

동시에 보험료가 줄어들어서 두 배의 이득을 볼 수 있다.

 

보험회사들은 이런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용자들이 건강해지면 그만큼 의료비가 적게 들어 보험회사의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회사와 사용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건강이 좋아지고 동시에 보험료가 줄어들어서 두 배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유로는 건강한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 다룬 보험회사들 가운데 가입자의 건강 수준에 따라서 다른 보험료를 적용한다고 하는 곳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보험 가입자의 향후 건강 위험을 계산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니 개인의 위험 수준에 맞는 보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건강 위험이 높은 가입자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의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가급적 건강한 사람을 가입시키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면 보험회사가 어떻게 해야 건강한 사람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이를 노골적으로 내세운다면 소비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여론의 비난을 받고 또 감독 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골적인 차별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면 건강한 사람들이 가입할 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가입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가운데 임신, 출산과 같이 젊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혜택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웰니스 프로그램 역시 비슷하다. 건강한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래 건강한 생활을 했거나 건강한 행동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보험회사들이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대외적으로는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바이털리티를 운영하는 디스커버리 보험사는 이 점을 내세우고 있다. 2015년 연간 실적 보고서를 보면 <그림 1>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Blue, Bronze, Silver, Gold는 건강과 관련된 행동에 따라서 적립한 포인트에 따라서 부여받는 회원 등급이다. Blue에서 Gold로 갈수록 높은 등급이 된다. ‘Market premium’이라는 점선은 업계 평균 보험료를 의미한다. 즉 가입 시점에서는 모든 등급의 디스커버리 고객들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보험료를 내다가 시간이 갈수록 건강 등급에 따라 내는 보험료의 차이가 생기고 마침내 일정 시점이 지나면 Blue 등급의 가입자는 업계 평균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위의 그래프에서 B 항목을 보면 회사가 건강한 가입자를 선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디스커버리 보험사의 연차보고서를 보면 가입자들은 2015년 기준 평균 33.58세이고 매년 젊은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의 그림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D에서 가입자의 위험에 따른 적절한 보험료 산정을 통해 선별적 가입자 탈락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는 점이다. 언뜻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건강하지 않은 가입자는 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가입한 후에도 다른 보험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개인별 위험에 기반해서 보험료를 책정하는 디스커버리 보험 기준으로는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묶어서 보험료를 책정하는 지역 요율(community-rating)에 기반한 다른 보험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림 2>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바이털리티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모두에서 등급이 높아질수록 보험 청구가 줄어들고 보험 해지율 또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마케팅 효과다. 건강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바이털리티 프로그램이나 사용자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주는 오스카헬스 등은 아무래도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에서 다룰 가능성이 높다. 영국에서 운영하는 바이털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일정 포인트를 쌓으면 매주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씩 제공하는 혜택을 제공하는데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젊은 층에게 어필해서 혜택 도입 이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경우 뭔가 고리타분한 냄새가 나는 보험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첨단을 달리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소득이 될 수 있다.

 

그럼 보험회사가 웨어러블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서 사용자의 활동량을 측정하면서 행동 양상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1. 가입자의 위험 수준을 정밀하게 측정해서 보험료를 책정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웨어러블 혹은 각종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전후 운동량의 변화에 따라서 보험가입자를<그림 3>과 같이 나누어보자. 이때 이슈가 되는 것은 활동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사람들 가운데 기기를 사용한 이후 활동을 많이 하게 된 사람과 과거부터 운동을 많이 하던 사람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 보험사와 같이 사용자별 건강 위험도에 따라서 보험료를 차등 책정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지역 요율을 적용하면서 활동량이 많은 가입자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을 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 운동을 많이 해서 의료비가 적게 들었던 사람의 경우 이미 지역 요율로 보험료를 책정할 때 이런 요소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웰니스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의료비 절감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추가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원래 운동을 많이 하지 않다가 웰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부터 열심히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이다. 기존에 운동을 많이 하던 사람들까지 보상하게 되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의료비 절감 효과에 비해서 과다한 보상을 해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

 

2.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으면서 그런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일부 회사에 따르면 하루 4만 걸음 이상을 걷는 것으로 나타나는 가입자도 발견된다고 한다. 데이터를 조작하기 위해 팔만 열심히 흔들거나 심지어 방수가 되는 제품의 경우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식의 꼼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심지어 그런 정보만을 다룬 사이트도 있다. www.unfitbits.com이라는 사이트다. 활동량 측정계의 대표 브랜드인 핏비트(fitbit)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메트로놈에 활동량 측정계를 매다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걸음걸이 수를 늘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심지어 그런 장비를 팔기도 한다.

 

물론 보험회사들은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심박 수를 측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증빙 자료가 있는 활동 위주로 인정해줄 수도 있다. 바이털리티의 경우 2016년부터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활동에 대해서 더 많은 포인트를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도록 방침을 개선했다. 또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단시간 내에 빠른 속도로 걸음걸이 수가 올라가는 식으로 부정이 의심되는 경우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험회사 시장의 경우 심박 수 측정 기능이 있는 장비들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에 대해서 살펴봤다. 현재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대비 효용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비 절감, 건강한 가입자 선별, 마케팅 효과 모두 측정이 쉽지 않다. 특히 의료비 절감이나 건강한 가입자 선별의 경우 어느 정도 기간이 흐른 후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현대 주주 자본주의 기업구조하에서 최고경영자들이 이렇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의료 시장을 가진 미국의 경우, 고용주가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용주가 바뀌면 보험회사가 바뀌게 된다. 미국인의 평균 재직 기간이 3∼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빈번하게 보험회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투자했을 때 그 기간 내에 효용을 거두기가 힘든 웰니스 프로그램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점에서 2016 3월에 주목을 끌 만한 결정이 나오고 있다. 노령자를 위한 미국의 국가 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Diabetes Prevention Program)에 대해서 보험 적용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당뇨 예방 프로그램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체중을 줄임으로써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식이 조절이나 운동 등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미국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보험 적용 대상은 헬스클럽과 같은 전통적인 기관은 물론 눔이나 오마다(Omada)와 같은 모바일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이들은 2017년부터 메디케어의 보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한편 거의 같은 시기에 영국의 의료보험과 병원 운영 전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서도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처럼 모바일 프로그램이 해당되는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그램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뇨 예방 프로그램은 보험회사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 적용을 해준다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차이가 있지만 메디케어 및 NHS 차원에서 예방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가 보험 적용을 선도하면 시차를 두고 민간 보험회사들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민간 보험회사들이 예방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눔의 경우 미국 대형 보험회사 애트나(Aetna)와 함께 2015년부터 당뇨 예방 프로그램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케어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더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민간 보험회사의 보험 적용을 받게 되고 보험회사에 따라서는 직접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나온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는 디지털 칫솔을 만드는 회사인 빔(Beam)이다. 이 회사는 치과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의 경우 주로 회사가 들어주는 일반적인 의료보험 외에 치과 보험에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데 약 1억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치과 보험에 들지 못하고 있다. 빔은 자사의 치과 보험 가입자에게 매 분기 자사가 만든 디지털 칫솔을 비롯해 여분의 칫솔모, 치약 등 치아 관리 용품을 보내주며 치아를 잘 닦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기존 보험사들이 예방 서비스의 가치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아예 제조업체가 보험업으로 진출한 사례이다. 보험업 라이선스 취득 등 보험업에 진출하는 데 큰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겠지만 문제의식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면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재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의료 지불자(Payer)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은 그간 질병 발생 후 치료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최근 들어 예방 접종, 금연 등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 예방 프로그램은 예방접종 주사 혹은 금연 의약품 등 기존 의료 체계 내의 제품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신기술 제품은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수동적인 태도는 점차 전향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 보험회사들의 경우는 국민건강보험에 비해서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당뇨 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예방 서비스가 국민건강보험에 앞서서 민간 보험에서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규제가 문제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의 가치를 연간 3만 원 혹은 연 보험납입액의 10% 중 낮은 액수 이하로 맞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의 보험사들이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이익을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건강 증진을 유도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규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쓸 만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제공하기 힘들다. 보험회사가 체중 감량과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슈는 비용 대비 효용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 전체 의료비 가운데 민간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전체 의료비 규모도 크고 상당 부분을 민간 보험에서 지불하는 미국에 비해 의료비 규모도 작고 민간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한국에서는 민간 보험회사가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때 가질 수 있는 비용 대비 효용이 훨씬 적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까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자리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보험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해 진료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염두에 둘 것은 보험회사의 역할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불을 하는 것이며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웰니스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의료기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직간적접으로 운영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료는 의료기관이 제공하고 보험회사는 지불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하지만 의사를 손쉽고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의사를 만나기가 까다로운 다른 나라에서는 보험회사가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병이 악화돼서 더 많은 의료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할 유인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던 보험 스타트업 오스카헬스는 이 부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폰 패키지를 연상시키는 가입자 패키지에서부터 모바일 앱에 이르기까지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 경험 전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스카헬스 보험 가입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자신이 느끼는 증상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복통에 대해서 abdominal pain(복통) 대신에 ‘My tummy hurts(배가 아파요)’ 하는 식으로 일반인이 친숙한 용어를 사용해서 검색할 수 있다. 또 주요 병원의 MRI, 물리치료와 같은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앱을 통해서 신청하면 한 시간 이내에 의사가 전화를 걸어와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처방전도 발급받을 수 있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그룹 산하에 있는 할켄헬스(Harken Health) 보험은 모든 가입자에게 자사가 운영하는 클리닉 방문 시 본인 부담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는 것에 더해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의료 전문가들과 전화, e메일, 문자 혹은 영상 통화를 통해서 상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원격 진료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보험 가입자가 손쉽게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공영 의료보험인 NHS는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한다. 대신에 대기 시간이 길어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를 받기가 불편하다. NHS는 효율적으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빌론헬스(Babylon Health)라는 회사의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다. 일부 지역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이 서비스의 가입자는 앱을 통해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문자로 간단한 의료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바빌론헬스를 통해서 받은 원격 진료 기록은 앱 내에 저장돼 사용자가 필요할 때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활동량 측정계와 연결해서 평소의 활동 정도나 수면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를 혈액 검사 결과와 연계해 분석함으로써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맞춤 계획을 짜 주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원격 진료가 아직 불법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나생명은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여행 중인 사람이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 내 한국인 의사로부터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만두(MANDU)라는 앱을 내놓은 것이다. 라이나생명이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해서 운영하는 멤버십인전성기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최초 진료 후 30일간은 무제한 무료로, 이후부터는 건당 38달러의 요금이 발생한다. 미국의 원격 진료 회사 중 하나인 엠디라이브(MDLive)를 통해서 제공되며 약물이 필요한 경우 처방전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국인이 외국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과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험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해서 질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례들을 살펴봤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입원 치료와 같이 복잡한 의료 행위보다는 주로 간단한 1차 진료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가 복잡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1차 진료를 통해서 질병을 잘 관리함으로써 입원할 일 자체를 줄이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퇴원 후 재발 방지를 돕는 제품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바마케어 시행 이후 재입원율이 높은 병원에 패널티를 부여하기 때문에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병원 입장에서도 이런 제품과 서비스가 매우 유용하다.

 

민간보험이 발달한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험회사들이 수동적으로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을 넘어서 의료 제공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건강유지기관(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을 떠올리게 한다. 건강유지기관은 보험회사의 일종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에 지정된 주치의를 통해서 관리를 받고 이들의 의뢰를 통해서만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의 의료 이용에 제약을 가하고, 의사의 진료 행위에 개입하는 식으로 의료비를 절감하고자 노력했다. 건강유지기관은 사실상 실패했는데 환자와 의사 모두가 불편을 겪으면서 제도에 불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의 보험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는 것은 이와는 다르다. 모바일 등 소비자와 의료진 모두가 익숙한 도구를 활용해서 모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한국의 경우 앞서 얘기했듯이 의료비 지출 수준과 구조로 볼 때 국민건강보험 외에 민간 보험이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보험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건강 관리보다는 신규 가입자 유치와 기존 가입자 관리 등 보험회사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영역에 도움을 받기 위한 툴로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로 의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겠지만 점점 더 많은 보험회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doc4doc2011@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 조교수로 옮겨 병원 전략을 수립하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을 자문했다. 현재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눔의 전략 및 의학 자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의료, 미래를 만나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모든 것>이 있다.

 

  • 김치원 김치원 | -(현)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맥킨지 서울사무소 경영컨설턴트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조교수
    doc4doc2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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