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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 인터뷰

혁신적 R&D는 개념부터 철저히..‘신뢰’를 무기로 ‘매너리즘’을 깨라

이방실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획기적 R&D 과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제언

 

1) 초기 단계 아이디어의 콘셉트를 검증하는 데에만 최소 1∼2년 정도 시간 투자(: 본격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전신규 과제 탐색그룹을 통해 최소 단위로 팀을 꾸려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개념 검증)

2) 경험 많은 50∼60대 연구원을 존중하는 풍토 조성(: 처우는 임원급으로 대우해주면서 실질적으로 정년을 보장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연구위원 제도’)

3) 희망하는 연구 분야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연구원 이동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은경(매캘러스터 컬리지 경제학·아시아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이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선도자(First Mover)’의 길을 걷기 위해선 획기적 연구개발(R&D) 활동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결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된성과평가를 하지 못해 도전적인 목표의 R&D 활동을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 성과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비록 상업화에 실패해 이렇다 할결과는 내지 못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는과정에서 값진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다.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단 몇 푼이라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쉬운프로젝트에만 집중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결과와 함께 과정에 주목하면, 즉 성과에 초점을 두면높은목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이 20년 넘게 적자를 보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R&D를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는 건 바로 성과주의와 결과주의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1 은 전 세계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013년 이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계속해서 국제 경쟁력 1위를 기록해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GM, 포드, 유럽의 르노, 볼보, 아우디, 중국의 상하이기차, 장성기차, 제일기차 등 20여 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1995년 본격적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지 20년도 채 안 돼 거둔 성과다. 올해로 12년째 기술연구원을 이끌어오고 있는 유진녕 원장을 만나 그동안 LG화학에서 추진해왔던 획기적 기술 혁신 사례와 R&D 추진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전 세계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외에 LG화학이선도자의 지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기술 혁신 사례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기차용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도록 엿가락처럼 휘는 플렉시블 와이어 배터리(flexible wire battery), 필름패턴편광(FPR·Film Patterned Retarder)2 방식의 3D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 그리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상업화에 크게 기여한 OLED 디스플레이용 점착 필름 등을 대표적으로 꼽고 싶다. 기술력도 우수하지만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추구하는 대표적 R&D 수행 방식에 따라 개발된 상징적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전적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리더십과 결단력에 따라 이뤄졌다. 구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배터리 사업은 아마 10년도 훨씬 전에 중단됐을 프로젝트다. 실제로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경영인도 있었고, 2000년대엔 배터리 사업에서만 한 해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은포기하지 말고 길게 봐라. 배터리 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끈질기게 연구하다 보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다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배터리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고, 결국 2009년 미국 GM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이는배터리 종주국으로 불리던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선도자의 지위에 올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 회장이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한마디로,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구 회장의 비전에 따라 향후 10, 20년을 앞서 내다보고 추진된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R&D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플렉시블 와이어 배터리는 연구원들의 자발적 혁신 활동을 통해 탄생했다.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와는 정반대의 프로세스인하의상달(bottom-up)’ 방식을 통해 R&D가 이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플렉시블 와이어 배터리는 정식 R&D 프로젝트가 아니라리서치 인포멀(Research Informal)’이라는 일종의 사내 연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추진됐기 때문이다. “왜 배터리는 항상 직육면체나 원통 모양에 딱딱해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연구원이 후배 연구원과 뜻을 모아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마치 압출기를 통해 국수 면발을 뽑듯이 배터리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을 택할 경우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이 모두 엉켜버려 배터리 기능이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어려움을 겪던 두 연구원은 2010 12, 사내 기술 콘퍼런스 행사인테크 페어(Tech Fair)’에 참가해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연구 활동을 추진하면서 부딪혔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소개하며 동료 연구원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소위집단지성의 힘을 빌린 것이다.

 

테크 페어에서 발표 후 두 연구원은 여러 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게 됐고, 결국 2013년 용수철 구조를 도입해 엿가락처럼 구부러지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명의 연구원이 5년여 만에 내놓은 연구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장으로서 내가 한 일은 연구책임자에게 “2명 연구원들을 건드리지 말고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라고 한 것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 1년여 동안은 본업을 제쳐두고 자율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만약 이 과제를 정규 연구 프로젝트처럼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시시때때로 보고하도록 통제했다면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D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의 경우 기업 내·외부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우선 최초 발단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다. 2008년 여름, LG디스플레이에서경쟁사가 셔터글래스(SG) 방식3 으로 3D TV를 구현하고 있는데 우리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없겠느냐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 의뢰에 따라 기술연구원의 정보전자소재연구소에 있는 2개 팀과 중앙연구소에 있는 1개 팀이 각각의 핵심 역량을 합쳐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후 상업화 과정에서 이 필름을 패널에 붙이는 LG디스플레이 및 패널을 활용해 최종 제품인 TV를 만드는 LG전자, 두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해 2011년 초 FPR 방식을 도입한 3D TV 완제품을 출시했다. 3D 디스플레이 패널 양산이 2010년 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불과 2년반 만에 3D TV의 새로운 표준이 될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OLED 디스플레이 점착 필름은 기술연구원 중앙연구소 산하 기반기술연구센터4 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점착 기술이 발전된 경우다. , 여러 제품을 만드는 데 공통적으로 쓰이는 플랫폼 테크놀로지(기반기술)가 그 자체로 사업화된 사례다. OLED의 특징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성질이다. 하지만 외부 수분이 닿으면 자가 발광 기능을 상실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따라서 상품화를 위해선 패널 내부에 들어가는 OLED 소자를 수분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OLED 소자의 유기층과 전극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 중의 산소와도 차단시켜야 한다. 종전에 OLED 소자를 보호하는 방식은 레이저로 유리를 녹여 디스플레이의 모서리를 접착하는 방식 등이 쓰였는데,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 내부에 빈 공간이 생겨 외부 충격에 대한 내구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LG화학은 OLED 전면을 필름으로 밀봉하는 기술을 개발해 충격에 강할 뿐 아니라 수분차단 성능 역시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기반기술연구센터에서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획기적 혁신 사례라 가시적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배터리를 제외하곤 의외로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미래 연구와 기반 기술을 담당하는 중앙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FPR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2년 반 만에 개발 완료됐다고 했지만 이는 과거 기술연구원에서 7년간 수행해 놓은 기초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FPR 방식의 패널을 제조하는 데 핵심 소재는 편광(偏光) 자외선을 이용해 액정을 한쪽 방향으로 정렬시키는광배향(光配向) 물질이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의 경우 이 광배향 물질의 기초가 되는 기반 소재 및 배포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과거 1999년부터 7년간 수행했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상업화 직전까지 갔다가 사업 타당성이 예상외로 낮다는 의견에 따라 중도에 무산됐다. 사실 미래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중앙연구소(옛 신소재연구소) 프로젝트로 처음 시작해 상업성을 인정받아 정보전자소재연구소로 이관돼 지속적으로 R&D 활동을 추진해온 프로젝트가 양산 직전에 무산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연구자들 입장에선 회사를 나가라는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 모두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연구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그 프로젝트는 실패한 게 아니라 잠시 선반 위에 올려둔 것일 뿐이며 언젠가는 다시 쓰일 수도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경영진이 설득했기 때문이다. 만약 무산된 프로젝트 소속 연구원들이 마음이 상해 당시 회사를 그만뒀다면 LG디스플레이에서 새로운 3D TV의 표준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을 때, 광배향 물질의 기본이 되는 기반 소재 및 배포 기술을 조금만 응용하면 빠른 시간 안에 상품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곧바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령 누군가 그 기술을 생각해냈다고 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연구원들이 회사에 남아 있지 않았다면 실제 그 기술을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술은 암묵지(tacit knowledge)적 성격이 강하다. 아무리 서류로, 문서로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연구한 사람이 없다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R&D에선 어떤 활동, 어떤 결과물도 실패라고 섣불리 단정지어선 안 된다. 연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RE-SEARCH’인 이유는 당장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여 선반 위에 올려놓았던 기술도다시(RE) 찾아보라(SEARCH)’는 뜻이다. 사업화 직전까지 갔다가 중단됐던 기술 과제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FPR 방식의 3D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이다.OLED TV용 점착 필름 역시 2년여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지만 이 역시 중앙연구소에서 점착 기술만 20년 가까이 연구해온 역사가 쌓이고 쌓여 이뤄진 결과다. 절대 하루아침에 얻은 성과가 아니다.

 

획기적 혁신일수록 연구원들 간 협업이 중요할 것 같다.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개인적으로는 협업이라는 표현보다내부형 개방형 혁신(internal open innovation)’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흔히개방형 혁신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을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라고 이해들을 많이 한다. P&G C&D(Connect & Develop) 활동이 개방형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특히 P&G처럼 소비재 분야가 아니라 LG화학처럼 산업재 분야에 집중하는 회사일수록 조직 바깥이 아니라 조직 내 다른 팀·부서에 있는 기술을 가져와 활용하는 편이 훨씬 성공 가능성도 높고 현실적인 선택지다.

 

 

 

물론 P&G처럼 제품 개발 주기가 빠르고 기술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재 기업의 경우엔 외부 파트너와의 개방형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이다.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싸움인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LG화학처럼 개발 주기가 상당히 길며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B2B 산업에 속한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조직내부’에 산재해 있는 기술들만 잘 발굴해 적재적소에 쓰기만 해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R&D의 사업화 가능성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활동을부서 간 협업이란 표현 대신내부형 개방형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LG화학 기술연구원처럼 R&D 인력만 3900여 명에 달해 총 400여 개 팀이 각기 다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선 팀을 별개의 독립된 조직으로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판단컨대 R&D 조직의 경우 같은 회사에 속해 있긴 하지만 프로젝트마다 기술 특성 및 차이가 워낙 뚜렷해 서로 다른 팀끼리 협업하는 게 다른 회사 조직과 협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협업이든, 내부형 개방형 혁신이든 이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연구원들 간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도록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6 ‘ASK Q&A’ 사이트를 사내망에 개설했다. 온라인상에서 누군가 질문을 하면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답변을 달아줌으로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빨리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프로젝트의 기술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아이포럼(i-forum)’과 사내 기술 콘퍼런스인테크 페어’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이포럼은 팀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봉착한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다. 보통 한 달에 두 팀씩 발표를 하는데 코멘트를 위해 참석하는 연구원들 수는 한 번 모일 때마다 약 150명 정도 된다. 여러 부서,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가진 연구원들이 들어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다 보니 다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얻어 간다.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얻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아갈 수 있다 보니 프로젝트팀마다 자발적으로 아이포럼에서 문제점들을 발표하려고 한다.

 

테크 페어는 1년에 한 차례 연말에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1년 동안 각 팀에서 개발한 기술을 1장짜리 포스터로 만들어 제출한다. 동시에 각 주제별로 세션을 구성해 기술 특성에 대해 구두로 발표하는 행사도 같이 연다. 이 역시 의무 행사는 아니고 팀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매년 130∼140개 팀에서 포스터를 제출하고, 30∼40개 팀이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제품이 아니라기술중심으로 발표가 이뤄지다 보니 해당 내용을 자기 부서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어간다. 이 밖에 1주일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갖는 자율적인 연구 동호회 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2007리서치 인포멀을 시작한 데 이어 2009년부턴 CoT(Community of Technology, 유사 기술 간 기술교류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기술연구원에는 총 38 RI 64 CoT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연구위원회 앞에서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수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에 대해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한 15 RI 29 CoT에는 회의비, 교육훈련비, 출장비 등 금전적 지원도 하고 있다.

 

 

협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그램만 만들어놓는다고 협업이 처음부터 활성화되진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엔 어느 정도 최고경영진의 독려가 필요하다. 내부형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맨 처음 도입한 ASK Q&A 프로그램의 경우 지금은 하루에도 2∼3개씩 질문이 올라오고 그 질문에 60∼70%의 답변이 매일 올라오는 등 매우 활성화돼 있지만 초기 조직원들의 반응은 솔직히 떨떠름해 했다. “왜 귀찮게 이런 일을 시키나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프로젝트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연구책임자에 대한 평가 항목에 ASK Q&A 참가 활동을 포함해 각종 협력 활동을 10% 비중으로 의무 반영했다.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중간 허리층에 있는 프로젝트 리더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법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평가도 어렵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자율적으로 해야 할 협업 활동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과 평가에 반영한 것도 초기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조직원 모두에게 지식 공유와 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협업 활동을 평가에 반영하는채찍과 함께당근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예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 ASK Q&A나 아이포럼 등 각종 협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포상도 하고, 구내 매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당근이나 채찍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구성원들 간신뢰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어지간한 회사 중에 어떤 형태로든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KMS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제 기능은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KMS가 유명무실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구성원 간신뢰문화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 제공자와 지식 이용자 간 신뢰가 없이 KMS가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다. 내 아이디어를 공유해봤자 정당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가 자기 생각을 공개하겠나? 쓸데없는 정보만 유통될 뿐 알짜배기 정보가 공유되기는 힘들다. 신뢰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시스템만 만들어 놓고 KMS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신뢰 문화를 구축한다는 게 말만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조직원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어떤 아이디어가 누구 머릿속에서 나와서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 활동을 수행했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동료 팀원들의 연구 실적에 무임승차하거나 기여도가 미미한 이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해야 한다. 평가자들이 절대 게을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단순히결과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된다. 일이 이루어지는과정에도 똑같이 집중해야 한다. 손쉽고 간편한정량 평가에만 의존해선 절대 신뢰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어렵고 힘들어도 보다 정교하고 통시적으로 조직원들을 평가할 수 있는정성 평가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최대 강점이자 자랑거리로 꼽는 게 기반기술연구센터인데 이 조직은정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애초에 존재하기가 힘든 부서다. 기반기술연구센터는 코팅, 점착, 무기재료 분석, 고분자재료 분석 등 사업부 연구소에서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기술에 대한 연구에 특화된 조직이다. 기술연구원 내 어느 팀에서든 기반기술연구센터에 요청을 하면 이 사람들이 특공대처럼 출동한다.

 

해당 부서에 파견 직원으로 발령 내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사안별로 요청부서 연구팀과 같이 회의를 하든, 온라인상으로 도움을 주든, 그 어떤 형태로든, 같은 팀원과 같은 입장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말해기술 컨설턴트정도의 역할을 해준다고 보면 된다. 현재 약 320명의 연구인력이 소속돼 있으며 총 27개 팀으로 세분화돼 있다.

 

기반기술연구센터는 기술연구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부 연구소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잉크젯 기술이 갑작스레 필요해진다고 치자. 이때 해당 팀에서 잉크젯 기술 인력을 새로 뽑는다거나, 기존 연구원이 잉크젯 기술에 대해 그때부터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면 시간과 인력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때 활용하라고 있는 게 바로 기반기술연구센터다. 기반기술연구센터에 잉크젯 기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SOS를 치면 곧바로 전문가가 투입된다. 당연히 프로젝트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 내가 연구원장으로 부임했을 때에는 10개 팀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별도의 센터도 없었고, 그저 연구소 내 팀으로만 존재했지만, 기반기술 전문가 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전반적인 R&D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센터를 신설하고 팀을 확충하며 지속적으로 연구역량을 보강해 나갔다.

 

안타깝게도 이런 시도를 다른 기업에선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반기술연구센터 팀원들의 업무가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기술을 서비스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정량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솔직히 정성 평가를 중시하겠다는 결단이 없다면 기반기술연구센터를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원의 성과물이 특정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 팀 저 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와주는 일이다 보니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기술마다 특성이 다르고 지원 나가는 부서의 문제 난이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반기술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에겐그래서 돈을 얼마나 벌었어?”와 같은 평가 잣대를 적용할 수가 없다. 이런 부서야말로 일의결과가 아니라 일하는과정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수량화된 매출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따라 평가를 내리는 건 너무나 쉽다. 하지만 정성 평가 없이 획일적인 정량 평가에만 의존해서는 경직적인 조직을 만들 뿐이다. 그런 조직에서 활발한 협업이 이뤄지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획기적 R&D 과제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도전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R&D 과제일수록 아이디어의콘셉트를 검증하는 데에만 최소 1∼2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해당 기술이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기술인지 여부를 따져보는개념 검증(proof of concept)’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은 이런 개념을 검증하는 데 거의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 획기적 R&D일수록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사업화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일단 그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개념인지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의 경우 중앙연구소의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서 수행하는 장기 R&D 과제 대부분은 개념 검증 과정에 집중하는신규 과제 탐색그룹을 거쳐 선발된 프로젝트들이다. 신규 과제 탐색그룹의 경우 현재 30여 명 정도가 소속돼 있는데 5명 미만의 팀부터 1명이나 2명으로 구성된 팀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들은 최소 1년 정도 시간을 갖고 담당 기술의 개념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본인이 직접 새로운 팀을 꾸려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도 있다.

 

획기적 R&D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경험 많은 연구원을 존중하는 풍토도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연구소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60대 연구원이 없다는 점이다. 정말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기업에서 하는 R&D는 순수 과학이 아니라 응용과학과 공학이다.

 

응용과학과 공학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식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선진국인 미국과 달리 연구자가 50대에 접어들면 더 이상 연구할 능력이 없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응용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가장 왕성하고 생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연령층은 50∼60대라고 생각한다. 축적된 경험에서 우러나는 통찰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기업에선 나이든 연구자들을 마치불구자취급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간다.

 

나이 많은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계속해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선 2008년부터 새로운 개념의 연구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예전에는 연구원이 임원이 되면 현업 연구에서 손을 떼고 관리자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좋은 선수가 무조건 좋은 감독이 되는 게 아니듯 좋은 연구자가 연구 경영에는보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임원이다 보니 잘리기도 쉽다.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40대 초반에 임원 배지를 달고는 경영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40대 후반에 해고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다. 멀쩡히 연구 잘하던 사람을 제 손으로 잘라내는 건 물론이요, 그 사람이 조직에 해만 끼치고 나가도록 조장하는 꼴이니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임원 승진 코스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 연구보다 연구원 관리가 더 적성에 맞아 소장, 원장으로 계속 승진하길 원하는 이들은 종전대로 임원으로 승진할 수도 있지만 관리자 커리어를 밟지 않고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기 원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위원 트랙도 만들었다. 후자의 경우, 처우는 임원급으로 해주되 실질적으로 정년을 보장해준다. 정년인 60세가 돼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직 형태로 60대 연구위원을 만들고자 한다.

 

아직은 60대 연구원이 없지만 잘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첫 번째 60대 연구위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 무기 나노 소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서울대 이진규 교수가 LG화학 기술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전무)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연구위원 제도를 통해 가능했다. 만약 이진규 교수에게 보통 대기업 임원들에게 요구하는 일반 관리직 업무를 요구했다면 그런 우수한 분을 모셔오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조직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연구에만 몰두하는 연구위원 제도가 있었기에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획기적 R&D 수행을 위해 조직관리 측면에서 또 한 가지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연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특유의해병대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 의식은 피와 땀으로 뭉친 동료애를 상징한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해병대 의식이 연구원 사회에선 자칫끼리끼리무리 지어 다니는 부정적 형태로 나타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장 밑에서 특정 프로젝트에 소속돼 일을 시작하면, 설령 과제가 중단돼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과제를 맡아야 할 때에도 기존 멤버들이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쳐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과제 특성에 맞게 연구원 각자의 전문성을 감안해 적절히 팀원 구성을 바꿔야 하는 데도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팀장은 팀장대로내가 데리고 있던 연구원이니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식이고, 팀원은 팀원대로내가 다른 팀에 가겠다고 하면 팀장이 나중에 해코지할 것이라며 충성 맹세를 하는 식이다.

 

 

이런 해병대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으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조직은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기 쉽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R&D 과제에 도전하려는 문화도 확산되기 힘들어 질 위험이 크다.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선 2005년부터연구원 이동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연구원들 본인이 열정을 갖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엔 잘 활성화되지 않았다. 팀장들은 “‘부하직원들이 상사를배신하고 나갈 수 있는 공식 통로를 열어준 것 아니냐며 탐탁해 하지 않았고, 일반 연구원들은다른 부서로 가겠다고 손을 드는 순간 팀장이 보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일,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해야 가장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밀어붙였다.

 

다행히 리서치 인포멀, CoT 등 자율적인 연구 동아리 활동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연구원 이동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이전까지 막연히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실제 연구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열정을 갖고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겨나면서 연구원 이동제에용기 있게지원하는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초기엔 부서 이동을 희망하는 이들을 중앙연구소의 신규 과제 탐색그룹에 우선 배치해 새로운 연구 분야에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물론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 주제라든가 실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연구원은 곧바로 해당 사업부 연구소에 배치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중앙연구소의 신규 과제 탐색그룹에서 1∼2년간 개념 검증 작업을 거친 후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실제 해당 사업부 연구소로 옮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야 이전 프로젝트 팀장과 불필요한 마찰도 줄일 수 있고, 본인 스스로도 훨씬 더 부드럽게 경력 전환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구원 이동제가 완전히 정착돼 어떤 팀에서 특정 분야의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외부에 구직광고를 내는 게 아니라 내부에 우선적으로 구인 공고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동일 사업부 연구소 내 다른 팀으로의 이동은 물론 타 사업부 연구소로의 이동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은 IQ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일에 열정을 갖고 몰입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겠나?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일 자체를 너무 재미있어 하고,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반드시 해결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질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자기가 맡은 일을 좋아하게끔 만들어주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로 리더가 할 일이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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