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의료분야 진출전략

20년 전부터 치료에 활용된 가상현실, 이젠 안전하고 값싼 인술의 길 열렸다

백승재 | 207호 (2016년 8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각종 공포증 치료 등에 가상현실 설비들이 이용돼 왔다. 이제 디지털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달로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가상현실 적용이 가능하다. (1) 의료 교육 분야 (2) 각종 공포증의 극복 및 신체 재활 프로그램 (3) 가정용 의료기기 분야 등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가 많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므로 한국의 후발주자들에게도 충분히 시장 진입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산업측면보다는의료 안전성 향상측면에서 접근해 규제당국과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F 영화를 보면 컴퓨터가 알아서 질병을 진단, 치료해주고 로봇이 수술도 해준다. TV나 신문에는 해외 어디에서 최신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실린다. 하지만 막상 아파서 병원에 가면 아직도 옛날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낀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의학은 매우 보수적이다. 사람의 몸에 직접 투약하고 치료를 해야 하기에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사용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 의료기기 개발에 15년 이상 걸린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안정성 및 비용/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임상실험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이런 부분을 전담하는 규제전문가(RA·Regulatory Affairs) 집단이 따로 있을 정도이며, 이것이 최근 각광받는 직업으로 부상할 정도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마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다를 것이다. 실제로 의학 영역에서 많은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다만 직접 환자들이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영역에서 이뤄졌을 뿐이다. 영상 데이터의 수집/처리 장비 및 기술, 수술기계 및 장비, 보조 재료의 개발, 매 순간 엄청나게 만들어지는 환자 정보의 처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의 발전, 각종 혈액 및 체액 검사 과정의 자동화 등에서 최근 눈부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것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전과 비교해 일반인들이 의료 서비스에 대해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이다. 마치 신문사 내부의 편집 시스템이 자동화됐다고 해서 독자들이정말 좋아졌구나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의료를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의료에 접목해 신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 아티클에서는 그중 최근 각광받고 있는 증강/가상 현실 분야를 의료에 접목시킨 예를 살펴보고자 한다.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이라는 말처럼 사람이 외부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시각이다. 그 외에 청각, 후각, 미각 등과 같은 다른 감각이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우리가 보고 있는 실제 현실 위에 디지털 정보를 나타내는 것이다. 자동차 유리창 위에 속도 등을 보여주는 Head-Up Display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 그 속에 사람이 들어 가는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 연습용 비행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홀로렌즈(HoloLens)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는 홀로그램이 실제 현실과 상호작용을 하게 해 단순히 현실 위에 정보만 제공해주는 일방적인 증강현실보다는 좀 더 많은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한다. 실제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고자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가상현실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절충안이다.

 

이런 가상/증강/복합현실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상태로 과학 및 산업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특별히 의학 분야에서의 현재까지 발전 정도와 향후 발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 분야 증강/가상현실 적용 사례

 

(1) 의학교육

 

들으면 잊어버리고, 보면 기억하지만, 행하면 이해한다. (중국 속담)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거 데일(Edgar Dale)은 교육 후 2주가 지나면 읽은 내용의 10%, 들은 내용의 20%, 본 내용의 30%를 기억하지만 말하고 해보면 90%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동적인 읽고, 듣고, 보는 방식보다는 능동적인 말하거나 직접 해보는 것이 교육의 효과가 더 좋다. 따라서 가장 좋은 교육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특히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법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상황(화재 대피, 심폐소생술 등)에서는 그런 상황을 가상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까지 의학교육은 도제식 교육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교과서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 교육을 마친 다음에 병원에 실습을 돌면서 선배 의사들이 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면서 눈으로 익히고 그 다음에는 선배 의사의 지도하에 직접 해본 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독자적으로 술기1 를 시행한다. 이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이론실습교관비행단독비행으로 술기를 발전시키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조종사 교육에는 비행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가 도입돼 조종사들의 실습 및 교육에 많이 사용돼 왔는데 최근 이를 확장해 의학교육에도 도입을 하고자 많은 시도가 있다.

 

의과대학 저학년에서 배우는 해부학 교육의 경우 먼저 책에서 2차원으로 장기나 혈관, 신경 등이 어떻게 위치해 있나를 배운 다음 시신을 직접 해부해서 3차원적 구조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하게 되면 그러한 3차원적인 구조를 굳이 직접 해부를 해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또 굳어 버린 시신에서는 배울 수 없는 장의 움직임 같은 연동운동, 호흡과 같은 생리학적 지식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침습적(신체 내부로 들어가는) 술기나 수술의 경우 기존의 방식으로는 책으로 공부한 뒤 사람 몸에 직접 시술하면서 경험을 쌓아 가야 한다. 하지만 가상/증강현실에서 실습을 해서 어느 정도 유사한 경험을 쌓은 다음에 환자에게 직접 시술을 하도록 한 단계를 더 두면 환자의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다.

 

 

 

ImmersiveTouch, Medical Realities와 같은 회사들이 이런 의학교육 분야의 선두 업체다. 이들은 현재 미국 FDA 인증을 받은 제품 및 솔루션을 생산하고 있으며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최근 Next Galaxy VR HealthNet도 조인트 벤처를 결성해 이 분야에 진출했으며 zSpace와 같은 신흥 업체도 의학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시작했다이런 방식은 단순히 감염관리 측면에서 행해지는 손 씻기와 같은 낮은 수준부터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행해지는 고난도의 침습적인 기도 확보술 및 특정 수술술기의 연습과 같은 높은 수준까지 모두 해당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가장 최적화된 술기를 연습자가 익히도록 해 실제 상황이 발생됐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배운 대로 행하게 교육시키고자 한다. 또한 현재는 수술 시 수술자만 관찰이 가능하고 옆에서 보조하는 의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세히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가상/증강현실을 이용한다면 직접 수술 집도의만 관찰할 수 있는 구조물을 확인하고 경험을 체험할 수 있어 향후 보조자가 막상 집도의가 됐을 때 경험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한편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치과대학 및 간호대학에서도 가상/증강현실을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개발한 HapTEL (Haptics in technology-enhanced learning)이라는 시스템은 햅틱(haptics, 촉감) 기술을 이용해 치과의사 교육에 가상현실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에서는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치료해야 하는 치아가 화면에 보이고, 학생이 치료를 시작하면 햅틱 기술에 따라 사용하는 치과용 드릴의 세기가 표시됨과 동시에 학생에게도 진동과 같은 촉감적 반응을 보내주게 된다. 따라서 학생은 적당한 강도로 자신의 기술을 조절할 수 있다. 간호대학에서도 학생 교육에 이런 가상/증강현실을 이용해 채혈, 정맥 주사와 같은 침습적인 술기를 익히고 연습하도록 할 수 있다.

 

 

 

햅틱 기술은 영상기술보다 더 최근에 개발된 기술로, 손으로 잡았을 때 느끼는 감각(역감(力感, 힘의 느낌)과 촉감)을 재현해 느끼게 해준다. 예를 들어 외과의사가 수술을 할 때 장기나 조직에 따라 손에 느껴지는 촉감과 탄력이 있다. 아직 햅틱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 수술기기의 경우 과도한 힘이 들어가서 수술 중 조직이 찢어지거나 손상되는 일이 발생한다. 현재는 이런 문제점을 의료진의 경험으로 극복하고 있다. 햅틱 기술이 더 발전되면 지금처럼 감각이 마비된 손으로 하는 듯한 로봇수술에서 진짜 손으로 하는 듯한 경험을 집도의에게 제공할 수 있다.

 

 

 

(2) 환자 치료

 

A. 공포증의 극복: 정신건강의학과

 

지난 20여 년 동안 가상현실은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Post-Traumatic Stress Syndrome), 화상환자의 통증 조절, 거미나 비행 공포증과 같은 분야에 사용돼 왔다. 1997년부터 PTSD가 있는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 치료가 시작됐다. Virtually Better라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Bravemind라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힘들어 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점진적인 노출 요법을 위해 기존에는 각각의 공포증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모두 갖춰야 하기에 (거미공포증의 경우 거미, 비행공포증의 경우 비행기 기내 모형) 공간적, 금전적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증강/가상현실을 이용하는 경우 이론적으로 모든 공포증의 대상을 재현할 수 있기에 과거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시각뿐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과 같은 다른 감각에 대한 증강/가상현실 기술이 개발될수록 점점 더 환자에게 실제와 같은 경험을 체험할 수 있기에 치료의 효과도 증가할 것이다.

 

현재 이런 치료가 적용 가능한 분야는 PTSD뿐만 아니라 폐쇄공포증, 운전공포증, 비행공포증, 고소공포증, 광장공포증, 거미공포증, 바늘과 혈액에 대한 공포증과 같은 일반적인 공포증도 포함된다. 최근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공포증(등교거부 혹은 회피), 주의력 저하 과행동증후군(ADHD·Attention Deficit and Hyperactivity Disorder) 및 일부 연예인들이 고백해 사회적 관심을 받은 예기불안을 포함한 불안장애도 마찬가지다. 또한 국내에서는 아직 문제되지 않으나 미국 쪽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통증으로 인한 진통제 남용에서도 가상/증강현실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실제로 가상/증강현실을 이용한 치료가 환자의 통증을 75% 정도 감소시켰다는 보고도 있기에 앞으로 통증 조절의 분야로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

 

B. 어지럼증 재활 및 신체 재활을 위한 증강현실: 이비인후과 및 재활의학과

 

인간의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 어지럼증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정기능의 재활(Vestibular rehabilitation)을 위해 가상/증강현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재활치료에서도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인 재활치료(물리치료)는 손상 받은 부위의 근육 강화를 통한 근육과 관절의 기능 회복이 주된 목표로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스트레칭뿐만 아니라 주위 구조물의 강화 및 통증 완화를 위한 운동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연습시킨다. 최근 들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재활치료에도 가상/증강현실을 도입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중풍과 같은 뇌 손상 후 재활뿐 아니라 허리 수술 후 재활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 물리치료의 경우 치료자(보조자)가 있어야 하며 단계마다 반복적으로 동일한 운동을 하기에 환자나 치료자가 쉽게 실증을 느끼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가상/증강현실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에서는 화면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러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에 이전보다는 좀 더 싫증을 덜 느낀다. 치료자가 없어도 집에서 환자가 스스로 편한 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운동능력의 향상뿐 아니라 인지 기능의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기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런 분야의 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관계로 국내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노령화 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증가할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3) 가정용 의료기기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가상/증강현실을 다뤘다. 이런 분야는 규제도 많고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하지만 최근 질병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예방 및 관리, 재활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증강현실을 웰니스 제품으로 개발해 가정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Next Galaxy사의 경우 가정용 심폐소생술(CPR) 및 기도 내 이물제거술(하임리히 방법, Heimlich maneuver)의 교육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Vivid Vision사의 경우 약시나 사시를 앓는 환자를 위한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질병 예방의 목적으로도 이런 기술의 사용이 가능하다.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보여줘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당뇨와 같은 질환의 예방에 사용해 보고자 하기도 하며, 이를 개인 피트니스와 연관해 운동을 지속했을 때 향후 변화 가능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 긍정적인 피드백을 도모하기도 한다.

 

 

의료 분야 가상/증강현실 발전 방향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의료에 접목한 결과물이 아직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혁신을 통한 기술의 발전은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임상실험을 통해 의료에서의 효과가 점점 증명돼 가고 있기에 향후 이 분야의 전망이 밝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가상/증강현실 전문가와 의료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처리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센서 전문가, 바이오 피드백 전문가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서만 새로운 산업 및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부 기업만 가상/증강현실에 대해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의료에까지 연결시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최근포켓몬고열풍으로 인해 국가적인 관심이 증가되고 있으며, 국가에서도 이런 분야에 투자를 기획하고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몇 달 전알파고가 큰 관심을 모았을 때 인공지능에 대한 수조 원 투자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가 이내 곧 잠잠해졌던 것처럼 이 역시 한때의 관심을 받다 흐지부지될까 걱정이 된다.

 

의료에서의 가상/증강현실은 단순히 새로운 유행이나 기술로 바라보기보다는 환자의 안전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투자해야 한다.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로 병원 내 감염과 같은 환자 안전(patient safety)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도 최근 이런 부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해 병원 평가 및 이에 따른 차등 보상안에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포함시켰다. 필자는 이런 환자 안전 부분에 가상/증가현실이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을 해본다. 이미 가상/증강현실이 의사의 기술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많으니 이를 바탕으로 이런 훈련이 가능한 병원의 경우 침습적인 술기나 수술 후 부작용 감소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환자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부분이니 정부나 기업에서도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의료시장은 쉽지 않은 분야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될 때 그에 합당한 프리미엄 가격이 보장돼야 신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매우 소극적이며 전 국민 의료보험에 따른 의료비 부담 가중 우려도 매우 큰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 보험에 포함시키는 게 쉽지 않다. 또한 의료보험은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비용을 인정해주고자 한다. 과거에 비해 기술적으로 발달한 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자동화기기를 도입하거나, 전산장비를 개발해 빅데이터 자료를 창출하는 것과 같은 무형의 부분에 대해서는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매우 낮게 인정해주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 최근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www.mditac.or.kr), 원주의료기기테크노벨리(www.emit.or.kr)와 같은 기관을 설립해 의료기기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해결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만약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가지고 이를 의료에 접목해 보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국내 기업이 있다면 이런 기관과 상담해보기 바란다. 적당한 파트너 섭외 등 각종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의료는 다른 분야에 비해 힘들고 낯설어 보이면서 위험도가 높아 보이지만 성공할 경우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다. 다행히 가상/증강현실은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분야라서 선진기업과 후발기업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 정부에서도 최근 이런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기에 만약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고 도전해 보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진출을 고려해볼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다.

 

백승재 sjbaek.md@gmail.com

필자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일했다. 관동대 명지병원 교수,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 중이다.

 

 

DBR mini box

 

 

AR MR, VR

 

 

 

 

 

생각해볼 문제

 

 

 

1.의료 분야에서 AR/VR 기술을 적용시킨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 수익성 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있는가.

 

 

2. AR/VR 기술의 안정성을 어떻게 의료규제 당국과 환자, 의료진에게 선제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3.의학교육 및 치료 분야에서 실제로 기기를 사용하게 될 의료진이 신기술을 익히도록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까. 

 

 

  • 백승재 백승재 | - (현)다국적 제약사 근무
    -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
    - 관동대 명지병원 교수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