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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활용 사례

어색함, 불편함, 뛰어넘는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라.

전시형 | 207호 (2016년 8월 lssue 2)

산업현장 활용 사례

어색함, 불편함,

뛰어넘는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라

 

Article at a Glance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어 왔지만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용 문제, 배터리 용량이나 해상도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장 실무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 앞으로 산업용 증강/가상현실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3D CAD / 빌딩 관리시스템 데이터와 자동 연계

(2) 각종 센서 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연결

(3) 개발이 용이한 서드파티 솔루션의 활용

 

편집자주

플랜트, 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증강현실/가상현실 시스템의 현황과 활용방안을 두 명의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어봅니다.

 

실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라

- 전시형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산업계에서는 증강현실 시스템들은 재고 관리, 설비 관리 분야에서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많다. 재고관리나 물류 시스템의 경우 굳이 증강현실 장비를 쓰지 않아도 산업용 PDA를 통한 바코드 스캔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PDA가 더 직관적이기도 하다.

 

글로벌 물류업체 DHL 2014년 리코(Ricoh), 유비맥스(Ubimax)와의 협력으로 Vision Picking이라는 AR 솔루션을 실험했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손으로 들고 다니는 바코드 스캐너(혹은 PDA) 대신 구글 글라스, 혹은 VusizM100이라는 웨어러블 헤드셋을 머리에 쓰게 하는 것이었다. 이 헤드셋은 어떤 물건을 집어야 할지를 가상현실 형태로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작업속도가 약 25% 향상됐다. 손에 들고 다니던 바코드 스캐너나 서류가 없어지니 양손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림 1)

 

하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난관에 봉착했다. 단순히 증강현실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웨어 솔루션만 도입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는 모든 물류 창고 내 기기와 설비에 대한 표준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 표준화가 잘돼 있는 회사라면 물류 자동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이 시스템을 도입할 동기가 별로 없었다.

 

설비 관리 분야 역시 증강현실 콘텐츠의 도입도 더디다. 몇몇 글로벌 업체가 내놓은 설비관리 증강현실 솔루션들을 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특정 설비를 비추면 화면 내에서 해당 설비의 분해조립 애니메이션이나 상세한 매뉴얼이 나온다.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막상 도입하려 기업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콘텐츠를 누가 만들고 관리할 것인지 그 주체를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또 경영진이 아닌 실제로 현장에서 시스템을 쓰게 될 실무자들은 시스템의 신뢰성에 더욱 민감하다. 이들은 가상현실 솔루션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기보다는 교육/훈련용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곤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스템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용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현재까지 출시된 해외의 증강현실 솔루션 중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런 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다가 결국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가상현실(VR) 기술 역시 도입에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일반적인 업무용 PC의 성능으로는 3D 가상현실 영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며, 머리에 뒤집어 쓰는 형태의 HMD(head-mounted display) 기기들은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의 환경을 만드는 비용이 높다. CAD로 만든 3D 모델이 없다면 일일이 노동집약적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해야 한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나 투자 대비 효과 없이 시작하기 어렵다. 일례로 대형마트들이 매대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POG(plan-o-gram)라는 시스템이 있다. 가상의 제품 진열 및 발주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다. (그림 2) POG SCM(공급망 관리)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3D 방식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2D방식에서는 상품 사진만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지만 3D는 각 제품에 대한 수작업 모델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된 지 수십 년이 지난AR/VR 기술이 산업현장 실무에서는 여전히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술적인 한계를 들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웨어러블 기기가 오래 착용하기에 무겁고 불편하다거나,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거나, 장비 가격이 비싸다거나 하는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문제는 부차적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AR/VR 기술이 아직 산업 현장의 실무자들에게 이런 어색함과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 실무자들은 보수적이다. 실무자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려면 본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과 혜택이 있어야 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답은 현장에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속도가 너무 느리고, 자주 끊기며, 통신비가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만이 주는 명확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자동차 역시 초창기에는 시끄럽고 고장이 잘 나며 시동을 걸다가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자동차만이 주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운송수단이 될 수 있었다. AR VR 기반 솔루션이 과연 다른 시스템이 대체할 수 없는 확실한 가치를 실무자들에게 줄 수 있는가? 관련 업체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사물인터넷 + 3D CAD + 증강현실의 조합으로 업무능률 올린다

- 지수민 PTC코리아 이사

 

산업 현장에서 쓰인 초기의 증강현실 기술은 주변의 형상을 인식한 후 그에 맞게 매핑(mapping)된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형상인식 앱 + AR 데이터였다. 예를 들어 항공 엔진 제작사 롤스로이스는 ‘Trent 1000’이라는 항공기 엔진을 출시하며 홍보용 증강현실 아이패드 앱을 함께 선보였다. 아이패드에서 이 앱을 구동한 다음 엔진 실물 쪽으로 갖다 대면 화면 위에서 엔진의 모형이 실물 위로 겹쳐진다. 사용자는 이 화면을 자유롭게 확대 축소해가면서 제원, 내부구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이런 방식은 산업 현장의 정비사나 설비 담당자의 훈련 및 정비용으로 많이 고려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설비 매뉴얼은 보통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자 형태다. 정비사가 이를 모두 숙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가상현실이 입혀진 태블릿이 있으면 정비사가 매뉴얼과 실제 제품을 동시에 보면서 정비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비가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정도를 뛰어넘는 산업용 가상현실 앱들이 나오고 있다. 실물 형상을 인식한 후 미리 매핑돼 있던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실물에 장착된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까지 연결해 보여주는형상인식 앱 + AR 데이터 + IoT 센서 데이터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물에 부착된 각종 센서에서 생성하는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이 증강현실과 결합돼 시너지가 생긴 것이다.

 

캐터필러사의 증강현실 앱이 대표적이다. 2015년 선보인 이 회사의 증강현실 앱 프로토타입은 공장이나 건설장비의 현재 상황과 각종 수치들을 IoT 센서로부터 실시간 전송 받아 화면 위에 함께 보여준다. 예를 들어 AR 장비를 머리에 착용한 후 캐터필러의 건설용 트럭을 바라보면 현재 그 트럭의 적재함이 몇 % 채워져 있고, 또 얼만큼의 무게가 나가는지, 주요 부품의 교체 주기는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림 4) 이렇게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이 조합되는 기술은 설계, 엔지니어링, 의료, 플랜트, 조선, 공공설비, 농업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점차 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에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만들 때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3D CAD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공산품과 설비, 건축물 등이 3D CAD 설계 데이터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증강현실 앱으로 연동하는 것이다. 빌딩의 경우는 전기, 가스, 수도, 에너지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건물정보관리(Building Information Management·BIM) 데이터를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솔루션들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때 데이터 사이즈가 문제가 된다. 작게는 수백 MB에서 크게는 수십 GB의 용량을 가진 3D 설계 데이터와 BMI 데이터를 모두 가져올 수는 없으므로 이를 선별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지식재산권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밖에 증강현실에 쓰이는 콘텐츠로 기업의 엔터프라이즈 IT 시스템이 갖고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도 이용할 수 있으며, 캐터필러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한 센서로부터 획득한 사물인터넷 정보도 포함시킬 수 있다. 다만 IT에 전문성이 없는 제조산업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증강현실 앱까지 제작하려면 현실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기업용 증강현실 솔루션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전시형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wizmusa@lotte.net

지수민 PTC코리아 이사 sji@ptc.com

 

생각해볼 문제

1. 나의 업무 현장에서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어느 정도의 비용이라면 그런 시스템을 구입/개발할 가치가 있을까.

2. ERP 시스템, 바코드 스캐닝 등 산업현장에 안착한 IT의 특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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